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95
흠칫.
‘유토피아에서 나왔다.’라는 말에 나를 비롯한 이들의 분위기가 바뀌자 아이가 놀라는 게 보여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몇 가지를 생각했다.
“올리비아. 지금 지의사(지구의 의지의 사제)들 다 뭐해?”
“…불러오겠습니다.”
올리비아 역시 잔뜩 굳은 얼굴로 누가 보더라도 ‘나 존나 빡쳤다!’라는 표정으로 영지 안으로 향했다.
“음……. 노아. 쉬고 있는 엘븐나이츠에게는 미안한데.”
“네. 모두 불러오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빈둥대는 꼴이 못마땅했습니다.”
얘는 성격이 나쁜 거야? 좋은 거야?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무섭다니까!
“쿠쿠쿡! 푸훕!”
엘라는 마치 내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가리고 작게 웃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주님.”
“저희 왔습니다.”
“오빠.”
지의사들이 모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쉬고 있던 엘븐나이츠가 전원 도착했다.
“오면서 설명은 들었지?”
“네.”
“아마도 납치를 하는 이유는 둘 정도일 거야. 종교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둘이요?”
“응. 하나는 인신공양.”
“…헐! 그거 그거잖아요! 막 심장 가르고! 막 제물로 바치고!”
“그렇지. 그것도 어쨌든 종교 중 하나니까.”
“미친.”
“그런데 ‘좋은 말씀’이니, ‘복음’이니 하는 걸 보면 그쪽은 가능성이 낮고 다른 하나인 신자 혹은 신도 확충이지 않을까?”
“무슨 신도를 그렇게 억지로 늘려? 그게 그렇게도 되는 거야?”
“뭐, 몇 가지 조건만 맞으면?”
회귀 전에도 저런 짓을 하는 놈들이 있었다. 사이비도 있었고, 멸망 전에 번듯하게 인정받던 종교도 있었다.
“쉘터 계열 각성자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억지로 성당 같은 곳으로 납치하진 않을 테니까.”
“음. 쉘터가 있으면 어떻게 해?”
“일단은…….”
* * *
지민석은 고작 일을 벌이고 6일만에 기존에 비해서 쉘터에 생존자의 수가 3배로 불어난 것을 보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의 위치가 쉘터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지석민의 기분이 좋으면 분위기는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납치해온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비명과 고함 그리고 울음이 연이어 들려오는 성당 안에서 기괴할 정도로 기존의 ‘신자’들은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목자님. 오늘도 평안하시죠?”
“네. 오늘도 평안합니다. 장로님.”
그러면서 서로 따뜻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기괴하고 비틀려 있다.
“오늘 전도를 나간 형제, 자매님들이 오실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점심을 드셔야 할 텐데.”
“오늘은 더 열심히 한다고 다들 간단하게 주먹밥을 싸갔습니다.”
“아이고. 이런. 몸이 상하시면 안 될 텐데.”
“그래도 덕분에 길 잃은 양을 더 빨리 많이 인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목자라고 불리는 지석민과 김 장로라고 불리는 노인의 대화가 훈훈하게 끝이 맺을 무렵,
콰아앙―!!
성당 전체가 ‘부르르’ 떨리게 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성당이 이미 고유 능력으로 쉘터가 되었기에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무너지고도 남았을 충격이었다.
어떻게 아냐고?
“이, 이게 무슨 일……?!”
지석민의 눈앞에 경고 표시와 함께 쉘터의 내구도가 [31/100] 이렇게 표시되고 있었으니까.
쾅―! 콰아앙!!
그리고 두 번의 굉음이 울리고 난 후, 쉘터의 내구도는 0이 되었고 성당의 입구와 그 주변 벽이 무너지며 이 사달을 일으킨 원인이 된 이들이 나타났다.
“무, 무슨 짓이야!!”
장로라고 불린 노인이 여러 인종으로 이뤄진 이들을 삿대질하며 그렇게 외치자,
“여기가 납치범 소굴이라고 해서 잡으러 왔는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앞에 선 여자, 유다연이 그렇게 답했다. 납치범이라는 말에 하나 같이 움찔하면서 대꾸도 못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네. 여기. 잡아와.”
“알았……! 잠깐만. 유다연 왜 네가 요한님처럼 명령이야? 죽을래?”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뛰쳐나가려던 지의사들은 광전사 릴리 로즈의 딴지에 삐끗했다. 만화처럼.
“그래서 안 갈 거야?”
“아니. 갈 거야! 그런데 왜 네가!”
유다연과 릴리 로즈의 투덕거림에 한숨을 흘린 이들은 그대로 성당 내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성당 한쪽에서 온몸에 멍이 가득한 생존자를 발견하고는,
“이 미친 새끼들이!!”
눈이 돌아버렸다.
“야야! 나도 할 거야!!”
뒤늦게 뛰어든 릴리 로즈는 10살도 되지 않을 나이의 아이의 입술이 다 터지고 온몸에 가득한 피멍을 보고는,
“죽인다!!”
정말로 광(狂) 전사가 되어버렸다. 신도로 보이는 이들은 각성자, 비각성자를 가리지 않고 집어던졌다. 마치 흥분한 곰이 사람을 집어던진 것처럼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덕에 비각성자는 최소 몇 군데 부러지거나 심하면 죽기까지 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어떻게 애를 이렇게!!”
어린 아이를 학대하는 건 릴리 로즈에게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일이다. 그녀가 ‘백합(릴리)’과 ‘장미(로즈)’라는 꽃밭을 연상케 하는 작은 키와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지고도 미칠 광(狂)자가 붙은 광전사가 된 것 역시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나마 그녀가 아직 등뒤에 맨 대검을 뽑지 않은 것은 성적으로 학대받은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죽어! 그냥 죽어어!!”
릴리의 고함과 함께 성당을 쉘터로 삶던 종교인들의 비명이 이어지는 사이,
“괜찮아요. 진짜 유토피아 소속 유다연입니다. 저 영상에서 보신 적 있으시죠?”
“치료해드릴게요. 네. 다 돼셨네요. 저분들을 따라가세요.”
“부러졌네요? 일단 뼈를 좀 맞추고 치료를 해야겠는데요? 좀 참으세요.”
유다연을 필두로 사제 계열 각성자들이 납치된 생존자들을 치료하고 엘븐나이츠에게 인계하고 엘븐나이츠들은 그들을 성당 밖으로 안내했다.
혹시라도 은근슬쩍 피해자 옆에 끼려고 하면,
“인간. 장래 희망이 자살인가?”
“왼손? 오른손? 어디를 덜 쓰지? 덜 쓰는 쪽으로 잘라줄게.”
이런 살벌한 말을 하며 사지 중 하나를 잘라버리곤 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저, 저도 피, 피해자예요!”
엘프 앞에서 거짓말이라니. 그게 무슨 집밥 백 선생님 앞에서 설탕 숨기는 소리냐고. 말도 안 되지.
지석민은 무너진 성당과 비병을 지르며 날아가는 신도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웃으며 인사하던 신자들이 자신은 신자가 아니라고 거짓말 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게 무엇인지 체감했다.
그가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만든 이상향이자 종교적인 안식처가 무너지고 부정되는 장면에 미쳐버렸을 수도 있다.
“흐응~? 네가 대빵이라는 거지? 이 납치 단체의?”
“으으으.”
어쩌면 미치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엘븐 나이츠 중 절반이 포박한 지석민을 비롯한 빌런들과 납치당했던 이들을 데리고 영지로 향했다.
그리고 무너진 성당 앞에서 대기하기를 얼마.
“음?! 왜 성전이?!”
“뭐, 뭐야?! 당신들 뭐야!”
“유, 유, 유토피아다!”
전도라는 이름의 납치를 위해 나갔던 각성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은,
“으아아악!!”
“꺄아아악!”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날았고, 포박되어 영지로 끌려갔다.
그날 밤.
포박되어 성문 앞에 무릎 꿇려진 이들을 내려다보는 이요한은 입에서는,
“쯧. 이러니. 내가 인간 불신이 안 생기겠냐고. 명색이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이 납치, 감금, 폭행, 협박?”
더욱 짙어진 인간 불신에 대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음 날.
“가이아 게시판에 영상 편집해서 올린 거 맞아? 왜 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지?”
“오빠. 멸망 이전에도 종교로 전쟁까지 일어났는데. 그런 광신도들을 일망타진한 게 오빠잖아요? 그럼 당연히 광신도에게 시달린 사람들이 피난 갈 곳은?”
“나다?”
“댓츠 롸잇!”
“…그래.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마음대로 해라.”
평화의 날이 이어질수록 영지로 향하는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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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일주일만에 인사드립니다.
연재 주기가 변경될 것 같습니다.
제가 담당자님께 자세히 좀 여쭤보고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점 연재 100편이었는데. 그게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들의 전장 외전도 틈틈이 작성 중입니다.
그리고 전 8월에 휴가를 얻을 생각이니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7월 한 달간 감사했습니다.
8월도 잘부탁드립니다.
뿌린대로 거둔다.
97. 뿌린대로 거둔다.
그린스킨이 사라짐으로 안전해진 지구와 달리 갑자기 지구에서 쫓겨난 거나 다를 바 없는 그린스킨 진영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린스킨이라고 통틀어서 부르며, 고블린이나 오거, 오크 같은 네임으로 부르지만, 실제 그들의 피부가 ‘그린’인 건 아니다.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회색에 가깝다.
그럼 왜 그린스킨이라고 불리느냐?
언제가 이야기 했는데, 이 종족은 유전자에 ‘생산’이라는 것이 없다. 생산적인 활동은 여러 종족의 암컷을 납치해서 임신시키는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회색의 피부에 시체를 연상케 하는 이것들이 침략을 하는 순간 이들은 비로소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 그때부터 색이 점차 회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마치 냉동된 바이러스가 깨어나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그린스킨 종족 중, 날 때부터 생명력을 지니고 푸른색을 지니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고귀한 푸른 피, 왕족이다.
그린스킨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느냐?
지금 그린스킨 일족이 맞이한 상황이 그린스킨의 존재에 타격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관여하는 차원 시스템은 운동 경기의 심판과 같은 존재다. 특히 야구 경기처럼 여러 분야에 걸쳐 판단하는 심판이 있는 것처럼 하나의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침공하는 일은 여러 차원의 시스템이 관여한다.
그리고 이번에 어긴 계약은 지구라는 차원을 침공하면서 한 이면 계약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솔직히 이면 계약 건도 간당간당하다. 아마도 지구의 의지라는 것들이 존재의 의지를 놓고 따졌으면 엄청난 페널티를 물었어야 했을 거다. 아니면 역으로 침공을 받는 차원이 되거나.
그것도 흐지부지 넘어갔는데, 이번에 일이 터졌다.
아직은 절대로 등장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지구에 등장했다. 단순히 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미약하지만 권능을 다룰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권능이라는 건 법칙을 비틀 수 있는 힘이기에 차원 계약 초기에 관여하는 게 금지되어 있다. 잘못하면 계약 자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도 법칙에 속하기 때문에, 계약에 넣은 여러 조건을 비트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일이 처음이냐고 묻는다면, 개차반이나 다름없는 그린스킨의 역사에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게 문제가 되는 거냐고?
시체가 버젓이 남아 있잖은가. 그린스킨을 아는 존재라면 누가 보더라도 왕의 혈족인 시체가.
일단 놈이 지구에 왔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 이제 그 핑계를 만들어 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