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ngel lives in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스타일을 익히는 천사(4)
싸움에 대해서 알려 주겠다니?
그 말을 들은 레프리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겨우 숨겼다.
‘계획대로야……!’
동부 아카데미 학장 제임스로부터 소환된 무뚝뚝한 천사 레프리엘… 이 레프리엘은 세상 모든 걸 무시하면서, 레프리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주라고 요구하기만 했다.
그야말로 ‘천상의 인형’다운 모습.
그러나 레프리는 알고 있었다.
천상의 인형이라 불리던 레프리엘이 결국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레프리엘의 마음속에는 역시…….’
그 결과 봐라.
레프리엘은 세계수의 묘목에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의 마음속에서 가치가 없었다면, 레프리엘은 레프리와 이런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무시했겠지.
‘내 선행으로 레프리엘을 감동시켜서… 천사의 전투 방법을 얻어낸다! 그야말로 천사적인 계획! 이게 바로 계획천사 레프리!’
후훗- 소리를 내며 멋진 척을 하는 레프리.
그 모습을 본 레프리엘은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일어섰다..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 레프리보다 조금 더 긴 금발, 사제들이 입을 만한 흰색의 단정한 옷.
그 소년은, 정말로 레프리와 모든 게 닮았었다.
다른 게 있다고 한다면.
마치 인형을 보는 거 같은 딱딱한 표정과 등 뒤로 펼쳐진 찢겨나간 날개 정도를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싸움을 가르쳐 본 적이 없어.”
레프리엘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해해.”
“무, 무엇을?”
“나는 이런 방법밖에 모른다는걸.”
이런 방법밖에 모른다니?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려고 이러는 거야?
레프리는 자세를 잡은 채 천사장을 바라봤다.
천사장이 손을 펼치자, 빛의 입자가 순식간에 그의 손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솨아아아-
천사장은 어느새 무시무시한 광검을 손에 들고 있었다.
‘뭐지? 천사의 권능 중 하나인가?’
레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건 무슨 기술이야……?”
“세상을 비추는 주천사의 빛.”
세상을 비추는 주천사의 빛이라, 네임센스만 봐도 이게 천사의 권능 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
천사장은 자신의 광검을 높이 들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분위기, 레프리는 긴장한 채 천사장을 바라봤다.
“갈게.”
레프리엘이 도약한다. 저 멀리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그대로 레프리를 향해 광검을 내리찍는다. 분명 정직하게 내려찍는 궤도였음에도 무시무시한 가속도가 붙어.
푸욱-
레프리는 막아내지 못했다.
“으윽!”
광검에 어깨를 관통당한 레프리, 소년은 눈물을 참아내며, 무감정한 천사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심상세계라지만… 너무 아파!’
이곳은 레프리가 만들어 낸 심상세계, 현재 현실 속 레프리는, 성당 지하에서 명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아. 이건 현실이 아니야…….’
레프리는 손으로 천사장을 밀쳐낸 후, 천사력을 사용해 자신의 어깨를 치유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어.’
순순히 밀려난 천사장은, 레프리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사람한테는 주화입마라는 게 있어.”
“…갑자기 그런 소리를 왜 하는 거야?”
주화입마, 명상 중 초인이 마음 속 ‘심마’에게 패배했을 시 나타나는 질병. 주화입마에 걸린 사람은 심마에게 마음을 빼앗겨 광인이 되고, 마나계가 뒤틀려 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심마에게 잡아먹혀, 몸을 빼앗기는 현상.”
레프리엘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내 몸을… 돌려줘!”
레프리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 천사장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레프리는 지금 단순히 마력을 순환시키며, 명상 속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을 뿐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단순한 작업 속에서 주화입마 같은 무서운 단어가 끼어들 틈이.
너무 많았다.
‘어, 어라? 레프리엘이 내 선행에 감동먹어 전투를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이 기회에 내 몸을 뺏으려 하는 거였다고?’
계획천사 레프리의 계획 대침몰.
이제부터는 무계획천사 레프리라고 불러라.
다시 한번 날아오르는 레프리엘, 비록 레프리엘은 지상에 떨어지며 날개 대부분을 잃었으나. 레프리가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비행속도를 자랑했다.
‘날개를 거의 잃었음에도 이 정도 속력이라니. 원 상태의 레프리엘은 도대체 얼마나 빠른 존재였다는 거지?’
소름이 돋는 레프리였다.
그러나 냉정한 천사장은 레프리가 소름이 돋던 말던, 다시 정직하게 레프리의 팔과 다리를 노릴 뿐이었다.
이번에는.
레프리가 막아냈다.
진-청구검술 수식(守式).
오직 성검으로만 펼칠 수 있는, 최고로 방어적인 검세.
게다가 천사장의 단검인 플라벨룸.
만약 레프리가 진청구검술을 익히지 못했거나, 천사장의 단검인 플라벨룸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팔과 다리에 깊은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
레프리엘은 조금 놀랐다.
자신의 몸을 차지했을 뿐인,
아무것도 아닌 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세상을 심판하던 자신의 공격을, 이렇게 쉽게 막아낼 줄이야.
“재능…….”
천사장은 레프리의 재능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없음에서 조금 있음으로.
“다시 갈게.”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는 천사장.
레프리는 그저 신음을 흘리며, 플라벨룸을 다시 꾹 쥘 수밖에 없었다.
천사장은 다시 한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파앙- 파앙- 파앙-
하얀 링을 뒤로 남기며,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저 작은 천사장.
파앙-!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단순히 심상세계에서 펼쳐지는 환상인데도 불구하고 레프리는 공포를 느꼈다.
“히익!”
귀여운 신음을 내는 레프리.
레프리는 날아오는 천사장을 보며, 오늘 계획했던 여러 가지를 후회했다.
파앙-!
다시 한번 파공음이 들려왔다.
* * *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아니, 속담이라고 하기엔 뭐하고.
조금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런 말이 있다.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는다.
레프리는 이 말을 들을 때면 언제나 이상함을 느꼈다.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는다고? 비가 오면 먼지가 날리기는커녕 몸이 홀딱 젖어버릴 텐데?
‘그, 그렇구나.’
그리고 오늘, 레프리는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었다.
‘비 와서 수분이 넘치든 말든, 먼지가 날때까지 줘 패겠다는 소리였구나……!’
깊은 깨달음.
레프리는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으며, 드디어 문장의 참뜻을 이해했다.
물론 심상세계라 비가 오거나 햇볕이 쨍쨍하거나 그런 기상현상은 없었지만, 레프리는 왠지 모르게 빗방울을 느낄 수 있었다.
“헤으응…….”
눈이 반쯤 맛이 간 레프리.
눈에서는 눈물인지 아니면 땀인지 모를게 줄줄 흘러나왔고, 소년의 몸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움찔대었다.
레프리엘은 자신이 만든 빛의 막대기로 레프리를 살짝살짝 건들며… 레프리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살아 있어?”
레프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살아있다고 하면 또 다시 줘팰까 봐.
톡톡-
레프리의 등을 계속해서 건드리는 레프리엘.
“호에엥.”
레프리는 어느 분홍머리 소녀나 낼법한 소리를 내며, 최대한 레프리엘의 동정심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천, 천사의 비기 제 16장. 븝미천사 레프리!’
이 굴욕, 잊지 않겠다 레프리엘!
라고 생각하며 레프리는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레, 레프리엘 옵…….”
“일어서.”
“넷!”
레프리는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곧바로 칼각을 잡은 채 일어섰다.
븝미천사 레프리 대침몰!
오늘따라 침몰하는 천사가 많다.
‘역시 븝미천사는 좀 그랬나?’
옵… 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천사장이 곧바로 정색해 버린다니.
‘정, 정색? 정색한 거 맞지?’
천사장은 언제나 무표정이라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르지만, 레프리의 천사적인 감각이… 지금 레프리엘이 정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레프리.”
“왜, 왜요?”
어느새 천사장에게
말을 높이는 레프리엘이었다.
“너는 천사가 아니야.”
천사장은 레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개 없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야.”
“그, 그렇죠. 저는 날개가 없죠.”
천사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사의 날개는 오직 믿음으로만 펼 수 있어.”
“믿음이요?”
“그래, 믿음.”
천사장은 레프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너에겐 믿음이 없어. 그래서 날개를 필 수 없어. 네 등 뒤에는 이미 날개가 있는데, 그 사실을 믿지 못하니 너는 날 수 없어.”
“하지만 저는…….”
레프리의 말을 끊고 천사장은 선언했다.
“날지 못하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야.”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천사로서 사명을 다할 수 없어.”
그리고 평화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프리, 나를 해방시켜 줘. 내가 사명을 다할 수 있게 해 줘. 그러면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레프리는 이게 헛된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레프리엘의 극기술, 케테르.
천상에게 직접 바치는 기도인 케테르는, 말 그대로 현실을 조작하는 말도 안 되는 힘을 자랑했으니까.
부, 명예, 안전.
그리고 사랑까지.
원하는 모든 걸 기도할 수 있었다.
심지어 케테르의 힘을 사용한다면, 레프리가 가장 행복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싫어… 요.”
레프리는 거절했다.
그 모습을 본 레프리엘은 또 한 번 놀랐다.
“의지.”
계속해서 이 소년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 했다. 의지 없음에 의지 조금 있음으로.
“그렇다면.”
파앙-
천사장은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그리고.
파앙-!
레프리도 그와 함께 날아올랐다.
“……?”
레프리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공중에서 거리를 벌렸음에도 바짝 따라오는 레프리. 도대체 날개도 없는 레프리가 어떻게?
‘클라인식 마도술. 그리고 요정투법과 청구검술. 이 세 개를 조합하면!’
일단 클라인식 마도술로 추진력을 확보한다.
그리고 요정투법의 기술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마지막 청구검술로.
얄미운 천사장을 가격한다.
플라잉 아크엔젤에게 비오는 날 먼지나게 두들겨 맞는 극한의 상황, 레프리는 드디어 자신의 전투 스타일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 두들겨맞으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천사의 전투라는 것에 대해서!”
레프리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외쳤다.
“천사는 날아다녀야 제 맛이라는걸!”
당연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레프리엘의 비행술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아무리 다 뜯어진 날개라지만… 레프리엘은 날개를 통해 날아다녔고, 레프리는 조잡한 방식을 통해 하늘을 훔쳐 왔을 뿐이니까.
하지만…….
천사장과 레프리는 어느새, 꽤 동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파앙- 파앙-
파공음을 내며 날아다니는 두 천사.
레프리엘 ‘용을 짓밟는 대천사의 무예’ 발동.
레프리 ‘용을 짓밟는 대천사의 무예’ 발동.
콰앙-
두 천사의 권능이, 정신세계 속 하늘을 수놓는다.
“아름다워.”
레프리는 미소 지었다.
‘대천사의 무예가 훨씬 강해졌어. 아니, 대천사의 무예가 드디어 원래 형태를 찾았어!’
대천사의 무예는 원래 천사가 사용하는 권능. 그러기에 당연히 공중에서 쓰도록 만들어진 권능이었다.
콰가가강-
화려한 검광이 하늘을 수놓으며, 조그마한 은하수를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각-
레프리엘 ‘밤을 거니는 권천사의 발걸음’ 발동.
레프리 ‘밤을 거니는 권천사의 발걸음’ 발동.
두 천사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이 권능도 마찬가지야. 밤을 거니는 권천사의 발걸음… 천사의 권능은 하늘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
완전히 사라졌던 두 천사는, 마치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갑작스러운 순간에 나타나 전투를 이어나갔다.
레프리엘은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힘…….”
그렇게 레프리의 평가가 수정되었다.
힘 없음에서 조금 있음으로.
“재능. 의지. 힘. 사명을 이루는 요소들.”
흩날리는 빛 속에서, 레프리엘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