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rt Student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
두 번 사는 미대생 16화(16/93)
*
까놓고 말해서 시작부터 창대했다.
“오. 여기가 거긴가 본데?”
내부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업한 첫날부터 손님이 많았다.
“건축과 애들이 매일 자랑하더라. 자기들이 인테리어 했으니까 보러 오라고.”
“저기 조각들도 건축과에서 만든 건가?”
“밑에 만든 사람 이름 적혀 있다.”
“한설? 조소과 걔 아니야?”
“다 같이 만든 건가?”
손님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지인들이 인테리어를 했다니까 잠깐 구경하러 온 손님이 많았는가 하면, 또 다른 부류의 손님도 많았다.
“여기에 이런 가게가 있었네?”
카페가 있는 줄도 몰랐던 손님들이었다.
‘이야. 저 말만 벌써 열일곱 번째 듣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15평 남짓한 매장이 만석이었다.
사장님은 이 광경이 믿기질 않는지, 당황해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감추질 못하셨다.
카페를 따로 홍보한 적도 없는데 어찌 첫날부터 이리도 손님이 많은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 엄청 많다.”
일과를 마친 주지훈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 오셨어요?”
“오야. 근데 여기 장사 왜 이렇게 잘 되냐? 며칠 전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텅텅 비었던 것 같은데.”
“홍보의 힘이죠.”
“홍보? 어떤 홍보?”
주지훈 선배의 호기심 띈 질문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사업 비밀입니다.”
그 사업 비밀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주지훈.
그가 바로 여기 장사가 잘되는 이유였다.
‘동네 가게 홍보에는 인간관계 빵빵한 사람 하나만 끌어들이면 충분하지.’
가게를 홍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블로그 마케팅, SNS 마케팅, CM 등 감히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대다수가 지금 이 시기에는 사용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왜냐.
CM은 비싸고 블로그나 SNS 마케팅은 이 시기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대신.
이 시기에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말의 힘이 강한 세상이지.’
입소문이었다.
어차피 동네 장사다.
입소문만 한 게 없었다.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의 충성도는 때깔부터 다르다.’
그리고.
내가 입소문을 퍼뜨릴 매개체로 생각한 게 주지훈 선배였다.
‘지훈이 형이 여기저기서 언급하고 다니는 거 하나로 소문이 퍼진 거야.’
그를 징검다리 삼아 건축과 동기들을 잔뜩 끌어들였다.
그들도 좋은 홍보처가 됐다.
자기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느니, 어딜 들렸느니 계속 주변에 말하고 다니리라.
한예원은 작다.
사방에 입소문이 퍼지는 데 걸려봐야 얼마나 걸릴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여기 사진들을 찍어다가 과제로 제출하면, 거기서 또 홍보가 되겠지.’
사장님은 지금도 사람 많다고 좋아하시지만, 이것조차도 시작에 불과했다.
다만, 그렇게 모은 사람들을 단골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
그래서 나는 단골을 잡을 비결도 전수해 주었다.
그 비결은, 무난함이었다.
‘동네 카페가 너무 특별할 필요는 없어.’
초보 자영업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자기 가게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특별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추는 경우가 그렇다.
‘그게 성공할 수도 있지.’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가격대와 기대치보다 아주 조금 나은 서비스야.’
언제든 생각날 때 쉽게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함.
거기에 튼튼한 의자와 책상 등의 기본기.
이 정도면 카페로서는 차고 넘쳤다.
하물며 여기는 대학가다.
‘입지 자체가 강함이다. 이 말씀이야.’
기본 상권이 받쳐주는데, 애써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고 아예 도전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어? 여기 커피 포장해가면 반값도 안 한다는데?”
“아침마다 들려야겠다.”
“사장님. 커피 여덟 개씩도 포장되나요?”
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쿠폰 도장 여덟 개 찍어드릴게요.”
테이크아웃과 쿠폰이 잘 먹혔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아마 이들이 커피를 사 들고 강의실에 가거든, 그걸 본 사람들이 또 입소문을 퍼뜨리리라.
‘아예 가게 로고가 새겨진 전용 컵도 만들면 좋겠는데······ 그건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
학부생이 손댈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는 법.
잘난 체는 이만하면 됐다.
나 인간 이재하.
겸손을 아는 사람이다.
‘이다음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지.’
매출 맛을 보거든, 사장님이 알아서 날 찾으리라.
“또 오세요!”
사장님이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커피 뽑으랴 서빙하랴 인사하랴 바빠 죽으려는 모습.
‘조만간 알바생 뽑으셔야겠네.’
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맺혔다.
이 가게의 성공은, 그대로 내 커리어로 직결되리라.
‘슬슬 진짜 일을 할 때가 됐지.’
이번 방학이 기대됐다.
*
“안녕하세요. 점심 식사 든든하게 챙기셨나요?”
환경과 디자인 수업.
배태환 교수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과제는 잘 해오셨을까요? 잘 해오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럼 발표 순서대로 나오세요.”
오늘 발표를 맡은 조는 총 세 조.
그 중 첫 번째 조원들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우리 조는 그다음 순서.
중간이었다.
‘잠깐 구경이나 할까.’
앞서나간 조의 발표자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조는 동아리방을 새롭게 꾸며주었습니다.”
화면에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사람 사는 곳인지, 아니면 돼지우리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만큼 지저분한 실내.
대학생들 아지트다웠다.
‘현명한 선택이야.’
사진을 본 순간 깨달았다.
‘대비 효과를 누리려고 한 거겠지.’
기존 환경이 나락에 가까울수록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아리방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기존 동아리방은 숨만 쉬어도 폐에 곰팡이가 필 것만 같았습니다. 학생들도 동아리방이 더럽다는 이유로 바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동아리방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발표하던 학생이 화면을 넘겼다.
그곳에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동아리방이 떠올라 있었다.
“청소부터 시작해, 낡은 소파와 책상에는 부분적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책장에는 잡지와 만화책을 꽂아 아늑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좋습니다.”
배태환 교수가 인자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 작품의 디자인적 요소라고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방에 화분이 많았다.
이것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음. 확실히 싱그럽군요. 그렇지요. 환경과 식물은 떼어낼 수 없습니다. 도시 환경을 조성할 때 괜히 가로수를 많이 심는 게 아닙니다.”
환경이라는 주제에 잘 맞는 배치였다.
사방에서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조의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엄청나게 훌륭하지는 못했더라도, 모범적인 발표였어.’
그래.
이게 그들의 실수였다.
모범적이면 안 된다.
우리 조는 모범적인 수준을 넘어 엄청나게 훌륭하거든.
“안녕하세요.”
촐랑거리는 박규태와 딱딱한 김대원을 대신해, 발표를 맡은 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학우님들께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최근에 후문 골목길에 카페 하나가 생겼는데, 혹시 가 보신 분 계신가요? 손 한 번만 들어주세요.”
강의실 곳곳에서 손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쪽 검정 후드 입으신 분. 잠깐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예.”
“그 가게 어떠셨나요?”
“좋았습니다. 친구 따라서 들렀는데 자주 갈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나요?”
후드를 입은 학생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조명이 적당히 밝아서 작업하기도 좋고, 무엇보다도 책상 높이가 적당했습니다.”
“공부하기 좋겠네요.”
“도서관보다 낫던데요? 도서관치고는 조금 비싸지만.”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기대하는 답이 나왔다.
그다음으로 또 다른 사람을 불렀다.
“그럼······ 거기 갈색 가디건 입으신 여성분. 이 카페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으음.”
그녀는 조금 더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장님이 멋있었어요.”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도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긴지 같이 웃다가 말했다.
“엄청 전문적이라고 해야 하나? 유니폼만 봐도 양복이랑 앞치마가 드라마에 나오는 바리스타같이 근사한데, 커피 타는 모습도 멋있더라고요.”
“그렇죠. 그런 부분 또한 카페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서, 그 카페가 네 발표랑 무슨 상관인데?’
잘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 아닐까.
우리가 무슨 과제를 했는지는 말 안 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배태환 교수도 그 부분이 의아한지 내게 물었다.
“혹시 그 카페가 학생 발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카페, 저희가 디자인했습니다.”
숫자로 보이는 디자인
“······!”
강의실에 한순간 충격이 찾아왔다.
“카페를······ 디자인했다고?”
“후문에 그 새로 생긴 카페 말하는 거 맞지?”
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감정을 공유했다.
못 믿겠다는 듯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머금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입소문이 좋다니까.’
소식이 느긋하게 퍼진다.
나는 자신감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 화면을 봐 주십시오. 해당 카페의 예전 모습입니다.”
강의실 스크린에 예전 광경이 나타났다.
낡은 다방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어두운 조명 탓에 가게 전체가 음침하게 느껴졌다.
앉아서 딱 대화만 나누라고 강요하는 듯한 테이블과 의자는 덤.
“저기가 원래 저랬다고?”
“술 파는 곳인가?”
학생들이 놀라는 사이, 나는 마우스를 클릭해 다음 화면으로 넘기며 말했다.
“그리고, 이게 저희가 만들어낸 모습입니다.”
“······!”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딱 봐도 퀴퀴하기 짝이 없었던 카페가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깔끔해진 도배.
환한 조명과 편안한 책상.
약방의 감초처럼 깔린 조각들과 사장님의 세련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허.”
“어처구니가 없네.”
학생들은 이제 감탄사를 내뱉기도 지친 듯했다.
배태환 교수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우리에게 물었다.
“놀랍군요. 여기서 학생들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연하다마다.
내가 기다렸던 그 질문이었다.
“가장 먼저, 책상과 의자는 제가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기성품이 아니었군요.”
“예. 다만 실제 제작은 건축과에 부탁했습니다.”
“음.”
배태환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마침 제가 건축과에서도 비슷한 수업을 하나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과 같은 사진을 가져오는 학생이 있나 봐야겠습니다.”
“······.”
어쩐지 건축과 선배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니.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다.
“그다음으로 사장님의 유니폼입니다. 저건 여기 박규태 조원이 만들었습니다.”
내 말에 규태가 슬쩍 튀어나오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접니다. 바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먼저 원단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아직 발표 중입니다. 들어가세요.”
“죄송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이 말장난도 발표 전에 미리 상의를 거쳤다.
그게 발표니까.
이후에도 카페 인테리어를 바꿨던 과정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설 선배의 조각부터, 김대원이 제작한 팜플렛과 현판까지.
마지막으로, 나는 내가 직접 만든 목제 레트로 텔레비전을 소개했다.
“카페가 세련된 모습으로 재단장했습니다만, 그래도 옛 감성을 간직한 물건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 텔레비전보다는 작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저것 하나만으로 카페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낡았다는 말을 좋게 돌려서 말한 고풍스러움이 아닌, 자연스러운 멋이 흐르는 고풍스러움이었다.
“학생이 직접 만든 건가요?”
“예.”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 굉장히 완성도 있게 잘 만드셨군요.”
“조소과 선배의 도움을 일부 받았습니다.”
“음. 두루두루 발이 넓군요.”
배태환 교수가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맞습니다. 뭐든 혼자서 할 필요는 없지요. 이런 적극적인 협력이야말로 요즘 회사들이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인상적인 발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슬슬 끝을 내더라도 무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이게 진짜였다.
“마지막으로, 재단장 전후의 매출 변화를 정리해 봤습니다.”
화면으로 그래프 하나가 떠올랐다.
그 그래프가 보여주는 결과는, 학생들 모두를 침묵시키기에 충분했다.
“······.”
“저게 말이 돼?”
일 매출이 8배 급상승했다.
“돌았네.”
학교 과제 하나 하겠다고 망해가는 가게를 되살리는 놈들이 어딨단 말인가.
여기 있다.
‘이게 바로 숫자로 보이는 디자인이다!’
디자이너가 자기 디자인만 잘하면 쓰나.
진정한 상업 디자이너는 숫자로 이야기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매출 변화가 없는데 잘났다고 우기면 그건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냥 약장수지.
“······.”
우리 다음 순서를 맡은 조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발표가 있고 몇 주가 지났다.
덜컹.
새롭게 단장한 헤븐즈 도어.
그 안으로 한 중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습니까?”
양복에 앞치마를 입은 사장님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중년 손님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계시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손님은 곧 자리에 앉더니, 흥미로운 표정으로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그러기를 잠시.
딸깍.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사장님이 커피를 전하고 돌아가려는데, 중년 손님이 물었다.
“사장님, 저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예. 손님.”
“이 가게 인테리어는 어디서 하셨지요?”
“인테리어 말씀이신가요?”
사장님이 조금 놀란 목소리로 되묻는데, 중년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요즘 유명해진 가게라길래 멀리서 찾아온 참이었습니다만, 매장 인테리어가 너무 괜찮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혹 실례가 아니라면 시공하신 업자분의 성함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못 알려드릴 건 없는데······.”
사장님은 고개를 돌리더니, 구석에서 과제 하고 있던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재하야!”
“네.”
“여기 손님께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 보다.”
“으음. 저 지금 바쁜데. 잠시만요.”
나는 한참 씨름하고 있던 과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중년 손님에게 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 가게 새로 디자인한 사람입니다.”
“······!”
손님이 눈을 크게 떴다.
꽤 놀란 눈치.
가게 전경과 나를 몇 번이고 번갈아서 보더니,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이렇게 어린 학생이 이 가게를 인테리어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이 친구가 좀 유능합니다.”
사장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거의 망할 뻔한 가게였는데, 덕분에 기사회생했지요.”
“음······.”
중년 남성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로 나를 살피기를 한참.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뽑아서 내게 건네며 말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그 명함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틀이 적혀 있었다.
[한국 커피 사업자 협회] [협회장 오경진]익숙한 이름이었다.
*
이틀 전.
종로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카페 점주거나, 혹은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그들이 논쟁을 나누기 시작했다.
“원두 품질이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기에는 원두를 고급 블렌딩으로 교체해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최근 논쟁은 이러했다.
맛이 우선인가.
아니면 인테리어가 우선인가.
“아닙니다. 여기 제가 준비한 자료를 보면 최근 원두를 교체하고 매출이 오르고 있는······.”
“그건 슬슬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요. 차라리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인테리어는 투자 비용이 너무 큽니다. 왜 우리가 커피를 팝니까? 그 본질부터 따져야 합니다.”
“저희야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팔지만, 소비자들의 수요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말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스타벅스를 위시한 해외 프랜차이즈의 침략에서 살길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근본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 근본이 뭔지 왜 저희가 정합니까? 스타벅스에는 근본이 없답니까?”
어느 쪽이든 나름의 일리는 있어 논쟁이 식을 줄 모르는 찰나였다.
“잠시만요.”
한 인테리어파(派)의 남자가 호기롭게 외쳤다.
“인테리어만 개선해도 매출이 대폭 상승할 수 있습니다.”
“저기, 계속 같은 말씀만 하시는데 말입니다. 그게 근거는 있는 말입니까?”
“그건······.”
원두파(派)의 반박에 인테리어파(派)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치사하게 근거를 요구하다니.’
그가 이를 아득 물었다.
속절없이 밀리는가 싶은 찰나였다.
“예. 근거 있습니다.”
한 남자가 구세주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희 측에서 원두를 공급하는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만,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구매량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리모델링을 했는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가게가 인테리어를 뜯어고치고 매출이 오르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네.”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두 구매량이 1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
숫자의 폭력에 원두파(派) 인사가 움찔 굳었다.
인테리어파(派) 인사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이렇게 많은 원두를 어디에 쓰는 건가 싶어 슬쩍 들러봤는데, 가게의 모습이 예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훨씬 활기차고 또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인테리어만 바뀐 게 확실합니까?”
“예. 원두는 예전에 공급하던 품종 그대로입니다. 맛도 확인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실로 큰 충격이었다.
고작 인테리어 하나 바꿨다고 커피 판매량이 10배는 뛰었다니.
물론 여름 성수기에 대비해 재고 자체를 늘렸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믿기 힘듭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직접 방문해 보시거든 인테리어의 힘이 느껴지실 겁니다.”
그렇게 다시 논쟁이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줄곧 가장자리에서 듣고만 있던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제가 한 번 직접 보고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
그와 동시에 논쟁으로 바빴던 사람들이 일시에 말을 멈췄다.
협회장, 오경진이었다.
그는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커피 산업에 투자하는 사업가.
이 안에서도 그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업자가 많기에, 그의 발언은 무게가 남달랐다.
“제가 직접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참고할 게 있으면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하십니까?”
“······ 예.”
“우선은 알겠습니다.”
두 파벌의 기나긴 논쟁이 오경진 회장의 말 몇 마디에 정리되었다.
그러기를 잠시.
부협회장이 헛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차례로, 새로 수입한 원두의 시음회를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