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rt Student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0)
두 번 사는 미대생 30화(30/93)
*
상의를 끝낸 뒤, 나는 미팅 일정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쉬운 일이 아니네.’
한순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응시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지훈 선배가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일감 들어왔어요. 그것도 꽤 커다란 일.”
“그래? 어떤 일인데? 대기업?”
“네. 대기업에서 들어왔어요.”
“······ 오.”
지훈 선배가 눈을 크게 떴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진짜라니까 깜짝 놀란 눈치.
“그럼 이것도 돈 좀 되는 거 아니야?”
지훈 선배가 살짝 흥분된 목소리인데, 나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형은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게임? 그건 왜.”
“그냥요. 이유는 묻지 말고 알려주세요.”
“음, 글쎄다.”
지훈 선배는 갑작스러운 말에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하면 하는 거지. 나쁠 거 없지 않나.”
“그렇죠?”
“나는 안 하지만, 친구 중에는 게임 좋아하는 애들 많지. 많이 할 때는 밤새가면서 하던데?”
“알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에는 한설 선배에게 물었다.
“누나는 게임 하면 뭐가 떠올라요?”
잠시 뒤.
그녀의 입에서 대뜸 단어 하나가 튀어나왔다.
“······ 중독?”
“왜요?”
“아니, 게임 하다가 인생 망하는 사람 많다잖아. 아이템이 안 나오면 칼 들고 게임 회사 찾아가서 행패 부리기도 한다던데.”
다소 선입견이 있는 말.
하지만, 이게 이 시대의 게임의 인식이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잖아 있었다.
‘미래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게 된 거랑은 좀 다르지.’
이 시대에는 뭐랄까.
한다면 하는 거지만, 가급적이라면 안 했으면 좋겠는 그런 이미지.
당장 2003년에는 유명 프로게이머가 공중파 방송에 나갔다가, 게임 중독자로 무시당하는 사건마저 발생했었다.
‘프로게이머가 아예 직업으로 대접도 못 받는 세상이었지.’
한설 선배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게 왜?”
“그게요.”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게임 쪽에서 일이 들어왔어요.”
“게임?”
“이번에 커다란 대회를 하나 열려고 하나 봐요. 그래서 벽화로 이미지 마케팅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이미지 마케팅이라······.”
한설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게임 이미지가 별로 안 좋잖아요? 그러니까 벽화로 대중의 인식 개선을 꾀하는 거예요. 일종의 캠페인이죠.”
“벽화로 그런 게 가능한가?”
“가능해요.”
나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말 그대로였다.
애당초 벽화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기업의 이미지 개선.
전광판의 힘이 발전한 미래에도 벽화의 힘은 꾸준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인데.”
그 순간이었다.
지훈 선배가 입을 열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건 어떨까?”
“······.”
맥이 끊겨서 모두가 가만히 있는데, 지훈 선배가 말을 이었다.
“아니, 왜 그래. 있잖아. 막 게임 속 캐릭터들이 할머니 짐 들어주거나, 금연을 권유하거나. 그런 거 어때?”
“오빠,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가?”
두 사람이 낄낄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귀에는 그게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괜찮은데요?”
“응?”
“그런 느낌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아요.”
“봉사활동 시키자고?”
“아뇨.”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절대로.”
“······.”
지훈 선배가 시무룩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현대와의 조합이라는 점 이야기였어요.”
“아.”
“게임 속 캐릭터들을 대중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현대와 맞물리는 컨셉으로 그리는 거예요. 음······ 아예 벽화 속에 스토리를 넣는 것도 좋겠네요. 대중이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넣으면 몰입이 되나?”
“네.”
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었다.
“대중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디자인보다는, 스토리가 담긴 디자인을 더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면······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똑같은 옷이라도, 장인이 한땀 한땀 뜬 옷이 공장제 옷보다 가치가 높잖아요. 그거랑 같아요. 우리도 이번 벽화 속에 이야기를 담는 거예요.”
“으음.”
지훈 선배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가 담을 수 있는 스토리에는 뭐가 있지?”
“그건 말이죠.”
나는 양손을 포개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 셋이서 머리 터지게 고민해 봐야죠.”
< 이미지 마케팅(수정) > 끝
ⓒ 이한이™
작가의 말
패치노트
1. 후반부 봉사활동 컨셉~ 부분에서 의미전달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전반적으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거, 작업하기 딱 좋은 날씨네 >
다음날, 나는 두 선배와 함께 분당 서현동으로 향했다.
그곳에 자리를 잡은 방송국, 인게임넷 본사에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인게임넷.
가장 큰 게임 전문 방송국이자, 한국 이스포츠의 역사를 함께하는 화석이었다.
“다음 역에서 내려요.”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문득 한설 선배가 물었다.
“규태는 왜 같이 안 왔어?”
“규태 오늘은 부모님 가게에 일손 보태느라 바쁘다네요.”
“가족이 옷가게 한다고 했었지? 의외로 효자야.”
“은근 어른스러운 면이 있어요.”
돈에 환장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가족 일 돕느라 고등학교 입학식도 못 갈 뻔했다고 했나.’
그런 환경에서도 한예원에 입학했다.
매사에 허술한 겉모습과는 달리, 상당한 노력파일 게 분명하다.
문득 지훈 선배가 물었다.
“그럼 가영이는 왜 못 왔데.”
“밤새 만화 원고 작업하다가 아침에 못 일어났데요.”
“원고?”
“공모전 준비한다던데요.”
“아, 그래?”
지훈 선배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가영이 요즘 많이 바쁜가영?”
“······.”
들떴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이 선배, 가끔 급발진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걷고 있으려니, 곧 거대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야?”
“네. 인게임넷.”
이 시대치고는 세련된 축에 드는 빌딩이었다.
아마 케이블방송국 중에서는 최대 규모 아닐까.
“네, 지금 1층에 도착했어요.”
건물 로비로 들어서서 전화를 걸자, 곧 담당자가 1층으로 내려왔다.
“혹시 JH 디자인에서 오신 분들 맞나요?”
“네. 맞습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얼른 올라가시죠.”
그는 우리 셋에게 게스트 신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넘겨주었다.
“건물 내에서는 절대 벗으시면 안 돼요.”
“방송국 온 기분 제대로 난다.”
지훈 선배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건물 4층으로 올라갔다.
*
덜컹.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피로가 가득한 인상의 30대 남자가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PD를 맡은 김상일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돼서 기쁩니다.”
“JH 디자인의 이재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상일 PD.
가끔 기사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한국 이스포츠의 대부이자 산증인이라고 했나.’
격무에 시달렸는지 눈 밑으로 짙게 뻗은 다크서클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원래부터 눈망울이 큼지막한데 거기에 다크서클까지 걸리니 뭐라고 해야 할까.
‘디즈니 영화에 나올 것 같네.’
김상일 PD는 우리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다.
“저 혹시, 대학생분들이 맞습니까?”
“네. 저는 1학년이고, 여기 두 분은 3학년이에요.”
“설마 했는데 참, 신기하네요.”
김상일 PD는 놀란 눈치로 턱을 쓸어내리다가 말했다.
“최근 송주라는 가수의 뮤직비디오 벽화를 담당하셨죠?”
“네. 복도에서부터 교실까지는 저희가 작업했습니다.”
“사실 그거 보고 연락을 드린 겁니다만, 기사에서 대학생 팀이라고 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아.”
익숙한 상황이었다.
작품을 보고 불렀더니, 대학생이라서 조금 실망하는 그런 상황.
나도 익숙한 레파토리로 둘러대려 하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그 젊음이 부럽습니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관적이진 않은 모양이니 그냥 넘어가자.
김상일 PD는 피곤한지 눈을 한 번 비비고는 말했다.
“그럼 혹시 사장님은 어느 분이신지.”
“접니다.”
“조금 전에 1학년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네. 1학년입니다. 그리고, 우선은 제가 JH 디자인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김상일 PD가 놀란 눈을 떴다.
이 중에서 가장 어린 내가 대표라니까 그런 모양.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원래 회식비 내는 사람이 곧 대표인 법인데, 내가 낸다.
그러니 내가 대표다.
“그럼 알겠습니다. 평소였다면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만, 지금은 제가 시간이 없어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김상일 PD는 다시 한번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다가 말했다.
“사실, 3월부터 한국 최대 규모의 이스포츠 리그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다마다.
기존의 가장 큰 양대 리그가 힘을 합쳐, 역대 최대 규모의 게임 리그를 개최할 예정이었지.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습니다.”
“네. 우선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엠바고(한시적 보도 금지)를 지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김상일 PD가 앞으로 열릴 행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야 그 대회의 정체와 흥망성쇠까지 훤히 꿰고 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쳤을 무렵.
김상일 PD가 말했다.
“이 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저희는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지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홍보라고 하면······?”
“게임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는 사람만 본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게이머들이지요.”
김상일 PD가 눈을 슬쩍 비비고는 물었다.
“하지만, 지금 이스포츠 시장은 성장에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아직 한참 멀었다.
하지만,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포츠라는 시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관중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축구 경기를 꼭 운동하는 사람들만 보는 건 아닌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다.
미래에는 보기만 하는 사람 또한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아진다.
“당장 중요한 건 홍보입니다. 이스포츠라는 게 있다고 대중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그 홍보를 저희에게 맡기시려는 거군요.”
“예. 여러분의 벽화가 대중에게 있어서도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더 상의를 나눠 볼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우선 개략적으로는 이렇습니다.”
김상일 PD는 못내 졸린 듯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말했다.
“흐어으암.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통 집에 못 가고 있어서.”
“아닙니다.”
“제가 참. 손님 앞에 두고 이러면 안 되는데.”
“큼. 요는,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도 어필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예. 맞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지금부터는, 내가 말을 할 차례다.
“그 부분을 제가 생각을 해 왔는데요.”
나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면서 말했다.
“우선, 저희는 두 가지 방식의 홍보물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음, 우선은 들어보겠습니다.”
“예.”
나는 스케치북을 펴며 말했다.
“첫 번째로, 서울의 여러 지역마다 소규모로 벽화를 그리는 겁니다.”
“저희가 원래 맡기려고 했던 그것이군요.”
“예. 커다랗게 한 작품을 그리는 것보다는, 여러 지역에 나눠 그리는 게 효과적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있는 한 방보다는, 노출 빈도 자체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번 벽화의 컨셉은 PD님의 말씀대로 철저하게 대중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대중 친화적이라면······ 어떤 말씀이신가요?”
“이겁니다.”
나는 그림을 그려둔 페이지를 펼쳐, 김상일 PD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게임 속 캐릭터들이 대중 사이에 섞여 돌아다니는 그림이 몇 장이고 그려져 있었다.
“······!”
“게임 속 캐릭터가 양복을 입고 출근하거나,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거나,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등 현실 친화적인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기존의 음침했던 이미지를 벗어나, 대중과 하나라는 이미지를 밀어붙이는 거지요.”
“재밌긴 하겠군요.”
“네. 이런 벽화를 전국적으로 열 개 장소, 혹은 그 이상을 그리는 겁니다.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음.”
김상일 PD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뭐죠?”
이게 진짜다.
나는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그 모든 과정을 촬영하는 겁니다.”
“촬영?”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가 벽화를 작업하는 모든 과정을 촬영한 뒤, 보기 좋게 편집해 영상으로 만드는 겁니다.”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보통 디자인은 그 결과물만 홍보가 된다고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요즘 서양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디자인하는 과정까지 합쳐서 마케팅으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가방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광고주는 그 가방을 광고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가방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를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대신, 그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직관적이지.’
옷감을 재단하고, 염료를 칠하고, 건조하고, 꿰매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마케팅이 된다.
‘따로 스토리 텔링을 찾을 필요 없어. 이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스토리 텔링이 된다.’
디자인이라는 게 그렇다.
잘 만든 디자인은, 그것 자체로 이미 좋은 쇼가 된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 영상을 촬영하는 데 있어서, 저희는 저희 대학생들이 가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대학생의 이미지라고 하면······?”
“이 사람을 보세요.”
나는 지훈 선배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잘 생기지 않았습니까?”
“······ 예?”
김상일 PD의 반쯤 감겼던 눈이 크게 뜨였다.
내 말이 뜬금없어서 그러는 것이리라.
이럴 때는 뻔뻔해지는 게 낫다.
“응?”
지훈 선배마저도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대충 봐도 공부 잘할 것 같고, 밝고, 상쾌하고, 인간성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네, 네······.”
김상일 PD는 그제야 제정신을 찾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그렇게 보이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건 왜······.”
“자, 이런 대학생이 흰색 티셔츠에 푸른 청바지를 입고 벽화를 그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니, 아예 머릿속으로 영상을 재생시켜 보는 거예요. 어쩐지 밝은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나요?”
“······.”
김상일 PD는 내 말에 따르는 듯 잠시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
“이 분 혼자서 작업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저희 측 다섯 명이 전부 같은 옷을 입고 다 함께 작업할 겁니다.”
이게 내가 생각한 이번 마케팅의 핵심이었다.
작품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작품 외적으로 시선을 돌려, 유쾌한 대학생들이 작업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지금은 2000년대 초반.
바야흐로 시트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대학생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된다.’
더욱이 그들이 미대생에 같은 선후배 관계라면 어떨까.
‘다소 상업적이긴 하지만, 가진 건 최대한 활용해야지.’
광고 영상에서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두 요소를 엮어도 양측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사랑과 초코파이가 그러하다.
대체 사랑과 초코 과자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모른다.
그래도 엮으면 말이 된다.
미대생과 게임도 그렇다.
“건전한 광고 영상을 통해, 게임이 건전한 취미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내 말에 김상일 PD는 잠시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촬영한 영상은 어떻게 쓸 겁니까?”
“대회 예고 영상으로 편집해, 방송에 올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과감하네요.”
내 말에 김상일 PD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눈을 깜박거리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학생들의 작업 모습을 매일 몇 번씩 방송에 올리고 싶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가 핵심을 찔러 들어왔다.
외주를 이용해, 우리들의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했다.
‘방송 탈 기횐데, 할 수 있으면 무조건 하는 게 맞지.’
나는 다음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스타트업 창업 지원에 응모할 거다.
방송에 탔다는 것만큼 좋은 커리어가 어딨겠는가.
나는 부인하지 않고 말했다.
“윈윈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일 PD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뒤.
김상일 PD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영상을 만든다면, 배경음악도 필요하겠군요.”
“······!”
사실상의 승낙과도 같은 말이었다.
김상일 PD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선은 제 나름대로 알아보기는 하겠습니다만, 적임자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알아봐 둔 사람이 있습니다.”
“알아봐 둔 사람이요?”
“네. 이야기를 나눠 봐야 알 것 같기는 한데······.”
“음······.”
김상일 PD는 이번 미팅에서 벌써 여섯 번째로 눈을 비비더니 말했다.
“음악이 좋다고 아무나 쓸 수는 없습니다. 적당히 인지도가 있어야 하고, 저희 광고와 이미지도 맞아야 합니다.”
“아,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는 말했다.
“저희를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보셨다고 하셨죠?”
*
며칠이 지났다.
2월 중순이라 그런지 슬슬 겨울 추위도 걷혀가고 봄이 오고 있는 시기.
그래도 적당히 춥긴 춥다.
‘이번 작업 끝나면 딱 개학이겠네.’
딱 좋다.
나는 우리가 작업하기로 정해진 벽 앞에 서서 기지개를 한 번 켜며 말했다.
“거, 작업하기 딱 좋은 날씨네.”
그런데, 옆에서 규태가 중얼거렸다.
“······ 춥다.”
“에이. 이 정도 추위 가지고 엄살은.”
“아니, 진짜로 추워.”
규태가 오들오들 떨었다.
그야, 어쩔 수 없었다.
“이, 이 날씨에 티셔츠만 입고 작업하는 놈이 어딨어. 미, 미친놈아······.”
그렇다.
이번 광고 촬영을 위해서는 셔츠만 입고 작업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규태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규태야.”
“왜.”
“자취방 구하려면 돈 벌어야지.”
“······.”
< 거, 작업하기 딱 좋은 날씨네 > 끝
ⓒ 이한이™
< 아트 테러리스트 >
드로잉 쇼.
말 그대로 드로잉을 쇼로 만든 것.
그런데, 어째서 드로잉이 쇼가 될 수 있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림 구경이란 게 원래 재밌기 때문이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상황이 있다.
[야, 저기 도찬이 그림 그린다.] [어떤 그림?] [막 만화 캐릭터 같은 거 그리는데?] [나도 볼래! 나도!] [오, 잘 그린다.]바로, 학교에서 혼자 낙서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는 것.
‘나름 재밌지.’
그린 그림을 자기한테 달라고 하거나, 다른 무언가를 그려달라며 주문할 때도 있었다.
그래.
그림이라는 건 본디 구경하는 것 자체가 재밌는 행위였다.
미래에는 아예 그림 작업 방송까지 수백 수천 개가 생길 정도로.
그리고.
벽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디 보자, 대충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저거 아니야?”
“오, 저거 맞아요.”
혜화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
그곳에는 ‘벽’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큼지막하네.”
인게임넷에서 이번 캠페인을 위해 마련한 벽화용 벽이었다.
그것을 보고 지훈 선배와 한설 선배가 중얼거렸다.
“와, 진짜 뜬금없다. 무슨 스톤헨지도 아니고 대뜸 한복판에.”
“그냥 건물 벽에 그려도 될 것 같은데, 건물주들이 싫어해서 이렇게 했나?”
지금부터, 우리 다섯은 이 벽에 그림을 그릴 예정이었다.
그것도 난데없이, 그리고 뜬금없이.
‘게릴라 페인팅을 한다.’
그것 아는가.
영국에는 뱅크시라는 벽화 전문 아티스트가 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나타나서, 슬쩍 벽화를 그리고 사라지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런 그의 최대 특징은, 신출귀몰한다는 것이었다.
‘무려 30년 넘게 활동하면서도 대중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았을 정도로 용의주도하지.’
그런 그이니만큼 정체에 대해서도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사회운동가다.
단순히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
온갖 설이 난무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의 강점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는 거야.’
대중에게 호기심을 준다.
그 호기심이 그의 값어치를 올려주었다.
이번에는, 우리도 그와 같은 일을 해볼 생각이었다.
벽화를 재빠르게 그리고, 사라진다.
정체는 밝히지 않는다.
‘아직 우리가 그리 유명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일이지.’
마침 인근에는 캠코더를 든 사람이 서 있었다.
방송국에서 보낸 사람인데, 우리의 작업을 영상으로 촬영해 줄 사람이었다.
“이제 그리면 되나?”
가영이가 나를 보고 묻는데,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가라. 가영몬.”
“가영가영.”
윤가영은 내 승낙이 떨어짐과 동시에 손에 든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사삭.
얼핏 보기에는 애꿎은 벽에 낙서하는 게 아닌가 싶은 광경.
“저 사람들 뭐지?”
몇몇 지나가던 행인이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는 티끌만큼도 개의치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역시 윤가영이 캐릭터는 잘 그려.’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스케치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캐릭터에 국한해서라면 아마 또래 중 손에 꼽는 수준이겠지.
유능하다.
우리 팀은 캐릭터 드로잉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윤가영이 훌륭한 해소제가 되어 주었다.
물론, 우리라고 놀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형은 왼쪽 그려주세요.”
“그 스케치대로만 그리면 되지?”
“네.”
지훈 선배, 그리고 한설 선배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윤가영보다는 못할지언정, 평소 캐릭터 드로잉을 안 하는 사람들치고는 꽤 그럴듯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대 입시 해본 사람들이 암기는 잘하지.’
외워왔다.
우리는 어제 벽화에 쓸 스케치를 미리 준비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암기했다.
아예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거라면 어렵겠다만, 미리 외워둔 그림을 꺼내는 정도라면 어려울 게 없었다.
‘이만하면 퍼포먼스용으로는 충분하겠지.’
하물며 속도도 걸출했다.
‘게릴라 페인팅이라는 컨셉을 최대한 살리려면,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질 필요가 있어.’
느리면 루즈해진다.
빨라야 보는 맛이 있다.
이건 쇼다.
다섯 명의 미대생이 일제히 달라붙어서 팔을 놀리자, 가로로 4m 남짓한 벽에 순식간에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쯤 되었을 때였다.
“뭐 그리는 거지?”
슬슬 구경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낙서?”
“저게 그래피티인가 뭔가 하는 건가.”
“그래피티는 보통 스프레이로 그리지 않나?”
그렇게 몇몇 사람이 추론을 던지는 와중이었다.
“아, 나 저거 알아.”
한 사람이 그럴듯한 의견을 꺼냈다.
“저거 게임 캐릭터들 아니야?”
“게임?”
“있잖아. 스X.”
“아, 저게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이야?”
우리가 그린 스케치를 보고 저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 정답이다.
우리가 그린 건 게임 속 캐릭터들.
그 캐릭터들이 광장에서 현대인과도 같은 옷을 입은 채 저마다 돌아다니는 광경이었다.
‘데이트하고,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놀고.’
마로니에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할 법한 행동을, 게임 캐릭터들이 그대로 재현했다.
직관적이다.
알기 쉽다.
한편,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점점 불어났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그들은 곧 그림을 넘어, 우리에게 호기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네.”
“저 남자 잘생겼다.”
“어? 저기 찍는 사람도 있는데?”
처음에는 몇 명에 불과했던 것이, 점점 불어나더니 어느덧 스무 명을 넘겼다.
명백했다.
지금 이 게릴라 페인트는, 하나의 쇼가 되었다.
‘그래, 더 몰려들어라.’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우리의 행동은 화제가 될 거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는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마침 그때쯤 대강 작업이 끝났다.
“형, 누나.”
“갈까?”
“가죠.”
우리는 슬쩍 서로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언제 여기서 그림을 그렸냐는 듯 산산이 흩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합류했다.
그곳에는 승합차 한 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인게임넷에서 마련해 준 차량이었다.
“흐으으어.”
차에 탄 규태가 긴장에 가득 찬 한숨을 내쉬는데, 운전석에 앉은 직원분이 웃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땠어요?”
“······ 재밌었어요.”
곧 게릴라 페인팅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흥분이 자리 잡았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
우리는 저마다 키득키득 웃으며 떠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는 앞이라 그런지 팔이 막 덜덜 떨리더라.”
“유독 오빠 보는 사람 엄청 많던데요.”
“추, 추워요.”
신나서 한창 떠들고 있는데, 곧 운전석의 직원분이 말했다.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식사나 할까요?”
“좋죠.”
“뭐 드실래요?”
“음. 오늘은 날씨가 추웠으니까.”
나는 진득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추어탕이요.”
“······ 입맛이 좀 어른스러우시네요.”
직원이 머쓱하게 웃는데, 규태가 동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
우리는 혜화역 이후로도 서울의 각지를 돌며 게릴라 페인팅을 진행했다.
혜화역.
홍대 앞.
건대 앞.
성신여대 앞.
노량진.
서울 주요 상권을 따라 분주하게 돌았다.
방문하는 곳에는 언제나 인게임넷에서 준비해 둔 벽이 있었고, 또 도구가 있었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그림을 그렸다.
그리는 그림은 모두 같았다.
‘이 주변 사람들이 할 법한 행동을, 게임 캐릭터들의 몸을 빌려서 그린다.’
클럽 앞이라면 클럽에서 춤추는 캐릭터들을.
놀이공원이라면 그네 타는 캐릭터들을.
저마다의 장소에 맞게 그렸다.
그리고, 봉사하는 캐릭터도 그렸다.
“후후. 역시 내 아이디어가 걸출하다니까.”
지훈 선배가 오만하게 웃는데, 한설 선배가 질색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휠체어 밀어주는 외계인이라니······.”
“병원 앞이잖아요.”
그리고, 모든 벽화에는 두 가지 마크를 남겼다.
하나는 [JH].
우리를 상징하는 마크였다.
나머지 하나는.
[2gether we win]이번 홍보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재하야.”
한설 선배는 그 뜻이 궁금한지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 캐치프레이즈, 무슨 뜻이더라?”
“음, 두 개의 리그가 몸을 합친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리고 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중과 게임이 함께한다는 뜻도 있죠.”
“끼워 맞추기네. 이래도 되나?”
“마케팅이 다 그런 것 같아요.”
한설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도, 계속 보다 보면 서서히 머릿속에 박히는 거예요. 나중에는 그게 정설이 되고요.”
“아, 나 그거 알아.”
한설 선배가 무릎을 치고는 말했다.
“대학교 서열.”
“······ 비슷하죠.”
참으로 대학생다운 비유다.
아무튼, 추운 날씨에 분주하게 돌아다닌 보람이 있을까.
약 사흘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슬슬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노량진에 아트 테러리스트 등장해.]그래.
기사가 올라왔다.
[도심의 벽에 게임 캐릭터를 그려놓고 도망가.] [그들이 벌이는 행위예술의 진실은?] [예술인가, 낙서인가. 그것조차 아니라면 마케팅인가.] [홍대를 비롯해 각지의 가게에서도 같은 로고가 발견돼.] [인기 가수 송주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리빙 포인트: 날씨가 추울 때는 옷을 두껍게 입으면 좋다.]화제가 되고 있다.
이게 우리가 바라는 효과였다.
기사 밑에 달린 댓글창에도 우리의 정체를 유추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ㅇㅇ- 나 노량진에 사는데 여기에도 나타났음.
ㅇㅇ- 여기 종로인데 여기서도 봤다.
ㅇㅇ- 난 아예 그림 그리는 모습 봤음 ㅋㅋㅋㅋ
ㅇㅇ- 저거 다 관심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님?
ㅇㅇ- 게임 회사 마케팅이라는 데 건다
ㅇㅇ- 난 저렇게 막 예술 한다고 남의 벽에 낙서하는 애들이 싫더라
ㅇㅇ- 그래? 나는 볼만한데
–
좋다.
긍정적인 사람도 있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저 모든 게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다.
기사를 읽고 있는데, 규태가 질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으······ 여기 우리 욕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지?”
소시민 규태다운 반응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진정해라 박규태.”
“아니, 어떻게 진정을 해.”
“괜찮아. 원래 고등학교 반 40명 중에도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 1명은 있잖아. 인터넷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의견이 유독 눈에 띌 뿐이야.”
“그런가?”
“아님 말고.”
“······.”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해서 일단 이름을 알려 놓으면 그게 마케팅이다.
“지금이야 당장 우리가 테러리스트로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인게임넷과의 계약 하에 진행되는 행위다.
“며칠만 더 참아봐. 분위기가 바뀔 테니까.”
“으으.”
“규태야. 정 부담스러우면 방법이 있긴 있다.”
“뭔데?”
나는 확고한 자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통장을 봐.”
“······.”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다.
우리는 서울 주요 상권 약 열두 곳에 작업을 마쳤다.
그렇게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우리는 한 가지 연락을 받았다.
“누나, 영상 편집 작업 끝났데요.”
“그럼?”
나는 키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발표만 남았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