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rt Student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70)
두 번 사는 미대생 70화(70/93)
*
기념비적인 첫 촬영 현장은 예상 외였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사람이 득실거렸다.
어느 프랜차이즈 미술 학원을 통째로 빌렸다고 하는데, 그 안으로는 수십 명의 사람들로 빽빽했다.
‘와, 장난 아니네.’
빈 공간이 있기는 할까 싶은 수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딱 봐도 저 사람들이 주연 배우겠네.’
흔히 연예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 있다.
아우라(Aura).
딱 느껴지는 포스부터 다르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촬영장이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외모 자체가 특별한 건지.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딱 눈에 박히게 만드는 포스가 있었다.
‘이름이 강동민이라고 했나.’
우리 쪽 동민이랑 이름이 거의 비슷해서 좀 신경 쓰인다.
인터넷에서 비율 깡패로 유명한 배우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깡패가 맞았다.
‘태어났는데 저런 몸이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장 PD가 내게 다가와서는 몹시 조용히 말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임 작가의 요청이니까 받긴 했지만, 최대한 눈으로만 봐 주시는 겁니다. 촬영 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개입하시면 안 돼요.”
“네.”
눈으로만 봐 달라니.
그럼 내가 만지기라도 할 것 같단 말인가.
하지만 장 PD가 굳이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나름의 노이로제가 있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럼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우글거리던 촬영진이 곧 각자 제 자리로 찾아갔다.
“레디, 액션.”
곧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했다.
주인공을 맡은 남자 배우가 학원 교실에 홀로 남아 멍하니 빈 도화지를 바라봤다.
그러기를 한참.
연필을 그 위에 천천히 가져다 대더니, 콱 하고 크게 그었다.
그림이라기보다는 성질풀이에 가까운 장면.
그렇게 부들부들 떠나 싶은 순간이었다.
“컷!”
장 PD가 크게 외쳤다.
“그거 아니야, 조금 더 짜증나는 감정을 살려야지. 주인공이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이잖아. 북 찢어. 시원하게, 북.”
“네, 알겠습니다.”
“다시 고해.”
배우가 이내 처음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나는, 생각보다 별 생각이 없었다.
‘뭐지? 아까 그게 그렇게 별로였나?’
그냥 적당히 짜증이 났던 것 같은데.
뭔가 큰 문제가 있었나 싶은데,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배우는 이 장면에서만 NG를 스무 번을 넘게 반복했다.
‘와, 이거 되게 힘들겠다.’
결국 나까지 일말의 피로감을 느끼다 못해 배우의 기분마저 신경 쓰이려는 찰나였다.
“안 되겠다. 하면 할수록 나빠지네. 잠깐만 쉬었다가 하자.”
장 PD가 외쳤다.
곧 직원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보니 나도 숨 쉬는 걸 잊고 있었다.
‘후, 긴장감이 장난 아니네.’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수십 명이서 한 명을 주시하며 압박을 넣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게 맞을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 촬영 현장이 그렇게 화기애애하지만은 않네. 인터넷에서 본 기사에서는 다 웃고 있었는데.’
그렇게 혼자 감상을 곱씹는 순간이었다.
장 PD가 내 어깨를 짚더니 말했다.
“자, 모두 인사들 해. 이번에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작품들 다 담당해 주신 이재하 작가님이셔.”
“······!”
날 바라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변화했다.
장 PD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전시전 하신 거 알지? 막 검색어 순위에 뜨고 그랬잖아. 우리 임 작가님이 이분 팬이셔서 어렵게 모신 거야.”
저건 좀 과장 같은데.
아무튼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자문과 미술품 제작을 맡은 이재하라고 합니다.”
촬영진들이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중에는 악수를 신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싸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뭔가 부담스럽네.’
연예인들 사이에서 연예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다.
막상 나는 이 사람들보다 유명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둘러쌓이기도 잠시, 곧 실내는 휴식 시간에 맞게 노곤히 풀어졌다.
내가 오기 한참 전부터 촬영이 한창이었는지 다들 피곤한 눈치.
그렇게 멀쭘하게 서 있기를 잠깐이었다.
“작가님.”
한참 연기하고 있던 남자 배우가 내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지난 번 전시전 잘 봤습니다.”
“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보는데, 머릿속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 내 전시를 기억하네.’
그러고 보니까 인증샷 대열에 끼어있던 것 같기도 했다.
대세 남우이니 뭐라니 하는 수식어와 함께.
그는 내 옆에 앉더니 말했다.
“미술하는 사람들은 쉽지 않겠어요.”
“그래요?”
좀 다짜고짜 튀어나온 말에 대충 대답하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게 미술 입시생 장면이잖아요. 촬영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됐는데, 하면 할수록, 음, 어렵겠다 싶어요.”
“입시생이 만만하지가 않죠.”
“네, 뭔가 제가 안 겪어본 일이라 더 어렵네요.”
그가 후후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뭔가 웃겼다.
초면인 사람한테 힘들다고 말할 정도라니.
‘보통 이런 말을 초면에는 안 하는 게 맞는데.’
어쩌면 이 사람 입장에서는 힘들다는 심경을 말할 사람이 없었던 거 아닐까.
촬영장에서 배우가 힘들다고 말을 해 봐야 들어줄 사람이 없을 테니.
문득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미대 입시생들은 같은 그림 하나만 몇 년씩 그리고는 해요.”
“······ 같은 그림이요?”
“네.”
나는 왠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라 말을 이었다.
“보통 적당히 잘 그리는 학생 기준으로 기본기는 고등학교 1학년이면 끝나거든요. 그때부터는 같은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계속 그리는 반복이에요. 채색 방식이나 패턴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건 똑같죠. 주제만 다르지 남이 시키는 건데. 하루에 몇 장씩, 그걸 몇 년 동안 반복하는 거예요.”
“지루하겠네요.”
“나중에는 아주 종이를 찢어 버리고 싶죠.”
나는 그게 우스워서 낄낄 웃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별로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림은 거의 독학했다 보니, 의외로 나 스스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때가 많았다.
같은 그림만 그리면서 지루해하는 광경이라.
오히려 학생들 가르치면서 많이 봤지.
‘보면서 내가 대신 고생하고 싶을 때도 많았고.’
학생들이 고생하는 만큼 강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강사도 많았다.
“미술 입시생이 먹을 걸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건 맞으면서도 틀린 말이에요. 누구든 그런 환경을 겪다 보면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하루종일 고생하고 남는 낙이라고는 음식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기껏 먹다가도 스트레스 쌓이면 막 화장실 가서 토하고 그래요. 그래도 연필은 다시 잡아야 하고요.”
고생이라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모두가 동민이처럼 입시 그림을 즐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힘들겠네요.”
“네, 울면서 그림 그리는 학생도 많아요.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감옥이죠. 학원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
“감옥이라······.”
강동민 배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뭔가 알 것도 같네요. 감사합니다. 확실히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요?”
“네. 들으니까 재밌는데 더 이야기가 있으면 해 주세요.”
강동민이 씨익 웃었다.
그렇게 몇 분 뒤.
휴식이 끝나고 재촬영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봐! 그렇게 하면 된다니까! 할 줄 아네!”
장 PD가 한 방에 오케이를 때려 버리는 광경이었다.
< 그렇게 하면 된다니까 > 끝
ⓒ 이한이™
< 두 명의 동민이 >
‘갑자기 연기력이 좋아지네?’
강동민의 연기력이 한순간 변화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NG만 수십 번이 난 상태에서, 나랑 이야기 몇 마디 나누고는 바로 오케이가 떨어지다니.
“봐, 할 수 있잖아!”
감독은 껄껄 웃는 눈치.
강동민은 환하게 웃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왜 나한테 감사 인사를 해?’
이상한 일이다.
내가 뭘 해 줬다고.
하지만 주는 감사 인사는 거부하지 않는다.
“자, 오늘 삘 받은 것 같은데 팍팍 끝내자고.”
장 PD는 언제 기분이 안 좋았냐는 듯 걸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그거 아니라니까!”
강동민 배우가 간혹 NG를 낸다.
그게 몇 번 반복되면 장 PD가 귀신같이 휴식 시간을 선포한다.
그러면 강동민 배우는 내게 와서 자문을 구했다.
“저······ 작가님.”
“네.”
몇 마디를 나누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촬영을 재개하는데, 그러고 나면 또 오케이가 떨어졌다.
정확히 똑같은 과정이 몇 번 반복됐다.
그러자 나도 이 과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내 캐릭터 분석이 대본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대충 그런 상황이었다.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나는 멀리서 자문하듯 말한 것밖에 없는데, 그런 내 의견이 작품 속에 완벽하게 반영되어 있다니.
범인이 누군지는 알 것도 같았다.
‘임 작가,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그녀의 범행이었다.
나와 대화를 나눈 게 작품 속에서 디테일로 들어간다고 했던가.
디테일을 살리다 못해, 아주 빼다 박으셨다.
슬슬 촬영장 스태프들도 나를 보는 눈빛이 은근히 변한 상태였다.
NG가 한두 번 떨어지고 나면 은근히 내게 시선을 보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잘 봐뒀다가 강동민 배우와 잘 소통하라는 듯한 눈치.
‘이거 어쩌지?’
장 PD는 내게 촬영에 개입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기 때문에 다소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저하는 순간이었다.
“작가님.”
장 PD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작가님께서 자주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일정이 조금 꼬였다.
*
이후로 내 일정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촬영장 업무였다.
주기적으로 촬영장에 방문하며 현장을 둘러보고, 필요할 때 개입했다.
자문 만이 아닌, 작품 속 작품 배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현장 PD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래도 되나.’
내가 소설 속에서 본 PD의 성격이라고 하면, 주로 성격이 더럽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모두를 갈구다가 인격이 우주로 날아가서 폭발해 버린 사람.
그게 PD 아니었던가.
‘그러는 와중에 주인공의 능력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드는 역할이었지.’
그래서 장 PD도 내게 불호령을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와는 조금 달랐다.
[작가님 의견이라면 뭐든 환영입니다.] [전 드라마 촬영은 잘 모르는데요.] [괜찮습니다. 그런 부분 조율하라고 제가 있는 겁니다. 작품만 잘 나오면 됩니다.]응.
대충 듣자 하니 작품만 잘 나오면 대충 영혼까지는 팔 수 있는 듯했다.
말로는 방영 전까지 전체 분량의 20% 정도는 촬영을 마치고 시작한다고 했는데, 현재 추세만 보면 그 이상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장 PD는 기뻐서 춤을 출 것만 같았고, 나는 바빠졌다.
‘회사에 사람 좀 뽑아서 여유로워지고 얼마나 됐다고, 이제 다시 또 바빠졌네.’
한숨이 푹푹 나왔다.
어쩌면 바쁘게 사는 건 이번 생의 내 운명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
그렇다고 촬영장 방문이 마냥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내 나름대로도 느끼는 게 많았다.
“강동민이라는 캐릭터라······.”
내 말에서 강동민이 연기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면, 반대로 나도 강동민이라는 사람에게서 작은 영감을 얻었다.
‘과연 강동민이 예술가였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까.’
내 머릿속에 또 하나의 if가 추가되었다.
기존 내 머릿속의 if는 임동민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였다.
또한, 내가 [아버지]라는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까도 있었다.
여기에 강동민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개입했다.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
그 말인즉슨, 작품의 깊이가 생겼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입체파를 추구하는 화가들이 피카소를 떠올리듯, 나도 다른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차라리 잘됐어. 뭐든 고민할 거리는 많을수록 좋아.’
고민하는 게 작가의 일 아니겠는가.
마침 슬슬 본격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왔다.
정확히는 씬이 왔다.
‘주인공이 대학에 붙었고, 이제 첫 번째 수업에 들어가는 씬이었나.’
이번 씬은 내게도 의미 깊은 장면이었다.
‘대학교 교수가 신입생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뜻 깊었던 장면을 그리라고 시켰는데, 주인공 혼자 사고가 마비되는 장면이었지.’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건 이종이 교수가 1학년 1학기 첫 수업 때 학생들에게 냈던 과제였다.
임겨울 작가가 내게 이야기를 듣고는 그대로 작품 속에 반영했다.
‘결국에는 작품이 내 이야기로 흐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착각이겠지.
어찌 되었든 이번 장면은 심히 중요했다.
주인공의 입시생 시절 그림에서 색깔을 최대한 빼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부터는 역으로 색깔을 조금씩 넣을 차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지금부터가 진짜 작품 활동의 시작이었다.
‘차라리 작품을 미리 만들어 두고 끼워넣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된단 말이지.’
임겨울 작가에 의하면, 작품을 미리 만들어 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당장 촬영 사정이나 언론의 선택, PPL에 따라서는 스토리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냥 시간을 두고 즉석에서 그리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사실상 마감이 딸린 기분이네. 난 환영이다만.’
마감에 쫓기듯 작업했던 시간이 좀 길다 보니, 마감이 있어야 작품이 잘 나오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슥.
나는 손에 연필을 든 채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종이 교수님의 과제라······.”
이번 생의 나는 좀 너무 잘 그려 버렸다.
오죽하면 과에서 가장 좋은 작품이라는 평까지 받아 버렸다.
어마어마하다.
전생의 내가 거침없는 혹평을 들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때는 좀 끔찍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그때는 어떤 그림을 그렸더라.’
인생에서 좋았던 순간은 잠깐 기억나고 잊혀지는 반면, 끔찍했던 일은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때 나는 워낙에 참담하게 실패했던 터라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나는 도화지를 다 못 채웠었다.
“으음, 반 정도 채웠었나.”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한예원에 입학한 초기라서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어떻게든 잘 그리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상 그린 그림이 잘그린 그림이었던 것조차 아니었다.
어설프게 독창적으로 그렸다.
“그리다가 만 그림이라.”
나는 생각이 가는 대로 손을 움직였다.
대충 그려놓고 보니까 나쁘지 않은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고 싶다.
내 작품 아닌가.
그것도 잘하면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 물건이었다.
여기에 하나만 더 넣어 보자.
그래.
강동민이 연기한 주인공이라면 여기에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
안 떠오른다.
기가 막히게 안 떠올랐다.
“아, 모르겠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형, 왜 그래요?”
“창작의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단다.”
“고통이요?”
“응. 물리적으로 머리가 아파. 너는 이런 거 하지 마라.”
“······.”
원래 안 떠오를 때는 작정하고 쉬는 게 낫다.
나는 작업실에 마련해 둔 야전 침대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고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으려는데,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강동민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예전에 이종이 교수님에게 들었던 말이 있었다.
‘작가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었나.’
그 말인즉슨, 연기자 강동민에게 의견을 들으면 또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핸드폰을 키고 보니, 그 안에 강동민의 연락처가 있기는 했다.
질러 볼까.
연예인에게 연락을 해도 되는 걸까.
휴일이라고 쉬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야.
연예인은 프리랜서잖아. 프리랜서는 휴일이 없어.
주말에는 주말이니까 일하고, 추석에는 추석 대목이니까 일해야지.
갑자기 연락하면 실례 아닐까.
차라리 임겨울 작가님한테 연락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핸드폰에 적힌 연락처만 바라보고 있는 찰나였다.
부우웅.
“왁!”
“으앗! 형, 왜 그래요!”
갑작스럽게 핸드폰이 울려서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동민이의 기겁한 반응에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잠깐. 잠깐만. 누구한테 연락와서 그래.”
“누군데요.”
“너랑 동명이인.”
그렇다.
강동민한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
잠시 뒤.
정말로 배우 강동민이 내 작업실에 찾아왔다.
“주말에 죄송합니다. 사실 작가님에게 감사한 게 많아서 밥이라도 살까 했어요.”
“아, 그럴 수 있죠. 저도 밥 좋아합니다.”
“혹시 좋아하시는 메뉴라도······.”
“밥 들어간 건 대체로 좋아합니다.”
뭔가 어중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과 독대하기는 내 인생 처음이군.’
전생을 통틀어서 처음이었다.
물론 연예인 만난 적은 몇 번 있다.
전생에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단체로 업무 회의를 나눈 적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와, 이게 그 한류 스타 강동민 맞냐.’
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지경.
강동민이라고 하면, 이번 드라마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차차 개척하더니 끝내 헐리우드까지 진출하는 명배우였다.
아직은 젊다 못해 어린 기색까지 완연했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런 사람이 지금 내 눈치를 보고 있다.
“동민아.”
“네?”
강동민이 반응했다.
나는 다른 동민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뇨, 이쪽 동민이요. 이름이 같거든요. 임동민.”
“아, 그렇군요.”
강동민이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마저 동민이에게, 그러니까 임동민에게 말을 이었다.
“인사해. 이쪽은 이번에 그 드라마 촬영하는 강동민 배우님이셔.”
“안녕하세요. 임동민입니다. 미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동민입니다.”
사실 동민이는 강동민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듯했다.
원래부터 연예계 사정에 별 관심이 없는 것에 더불어, 강동민이 아직 특별히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는 점도 그 요인이었다.
하지만 뭐.
‘기왕 왔으면 잘 써먹어야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저기 배우님.”
“동민 씨라고 부르세요.”
“네, 동민 씨. 제가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뭐든 물어보세요.”
긍정적이네.
또 묘하게 공손하다.
나는 그리다 만 내 작품에 손을 돌리면서 말했다.
“저희 그 다음에 촬영할 씬 있잖아요. 주인공이 학교 강의에서 그림을 그려서 내놓는 장면이요.”
“네.”
“거기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혹시 동민 씨라면 어떤 그림을 그리실 것 같나요?”
“제가요?”
“정확히는 동민 씨가 연기하는 주인공이라면요.”
“으음.”
강동민은 당장 답이 떠오르지는 않는 듯했다.
아니면 신중하게 답하려는 걸 수도 있고.
그렇게 가만히 있기를 한참.
강동민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잘 안 떠오르네요.”
“안 떠올라요?”
“네. 제가 이쪽으로 막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까 안 떠올라요.”
그럴 수 있다.
어차피 나도 가능성에 걸었던 참이고, 본인이 저렇다는 데 뭐 어떻겠는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서 쥐꼬리만 한 단서라도 잡을 수 있으면 이득이다.
그렇게 다른 답을 유도해 보려는 순간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예요. 그래도 수업인데 백지로 내는 건 말도 안 되겠죠?”
백지?
백지를 작품으로 낸다라.
그거 참.
‘나쁘지 않은 발상인데?’
뭔가 떠올랐다.
< 두 명의 동민이 > 끝
ⓒ 이한이™
< 끝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
흔히 현대 미술이라고 하면 따라붙는 말이 있다.
‘대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비싸?’
가격
특히 작품의 값어치가 가격과 일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는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임과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였다.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는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유화가 앞설 수 있다.
딱 봐도 잘 그렸다.
그런데 왜 요즘 시대의 현대 미술이라는 것들은 그렇게도 비싼가.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현대 미술에 이르러 기술이라는 것은 그 가치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좀 잘 그린다고 눈에 띄기에는 세상에 작가가 너무 많지.’
그 대신, 컬렉터들은 작품 외적인 가치를 보게 되었다.
‘운동화가 그 좋은 예시지.’
같은 운동화라도 단순 공산품과 유명 축구 선수가 신은 건 다르기 마련.
더욱이 해당 축구 선수가 그 신발을 신고 월드컵에서 골이라도 넣었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팬들도 이 신발을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정가의 수십 배에서 백 배가 넘는 돈을 기꺼이 꺼내고는 했다.
작품 외적인 가치가 작품 내적인 가치를 이겨버린 것.
이러하듯 현대 미술에서 미술품은 거기에 따라붙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변했다.
내 생각도 비슷했다.
“백지를 제출하는 거예요.”
해외로 수출되어 대박을 친 드라마.
자기 색깔을 모르는 미대생의 고뇌가 담은 백지.
이만하면 나름대로 작품 흉내는 낼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렇게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강동민의 걱정이 담긴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예 쌩 백지는 아니에요. 나름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실패한 백지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면.”
나는 생각난 김에 이젤과 화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위에 도화지를 얹은 다음 적당히 연필을 놀렸다.
마치 이런저런 밑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흔적을 남겼다.
“어때요. 나름대로 그럴듯하죠?”
“음.”
“어디 한 번 동민 씨도 해 보세요.”
나는 그를 위해 이젤을 세팅해 주다가 문득 또 다른 동민이가 생각나서 말했다.
“잠깐, 동민이도 한번 해 볼래?”
“저도요?”
“오래 그렸으니까 잠깐 숨 좀 돌리자.”
동민이도 마침 피곤하던 참이었는지 재빨리 옆에 붙었다.
내친김에 이젤을 하나 더 깔았다.
“아무거나 좋으니까 그리다가 실패한 느낌으로 뭘 하나 그려 봐요.”
그렇게 우리 셋은 작업실에서 실패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그리다가 뭐가 안 떠올라서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한 점.
그걸 천천히 계속 그렸다.
그리다가 아니다 싶으면 도화지를 갈아서 다시.
셋이서 몇십 분쯤 촌극을 벌이고 있으려니 곧 백지가 수십 점은 쌓였다.
“음.”
나는 그것들을 바닥에 펴놓은 채 둘러보다가 말했다.
“뭐가 제일 그리다가 만 것 같아요?”
“저는 저거요.”
“저도 저쪽에 저거.”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점을 가리켰다.
그 작품은, 내가 처음에 잠깐 끼적이다가 만 그 한 점이었다.
‘진짜 그리다가 만 게 걸렸네.’
*
셋이서 한예원 인근 곰탕집에 방문했다.
화산 곰탕.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차린 국밥집이었다.
“한예원 인근에서는 여기 곰탕이 제일 맛있어요. 제가 보증합니다.”
“기대되네요.”
강동민이 어딘가 긴장한 눈치로 중얼거렸다.
적당히 자리에 앉고서는 수저를 돌리는데, 강동민이 입을 열었다.
“예술 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네요.”
“그런가요?”
“네.”
무슨 말을 또 하려고.
석박지를 꺼내 담고 있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저도 연기자니까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작가님께서는 보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음.”
“저희는 어떤 잣대가 있거든요. 연기적인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크게 따지죠. 직관적이고요. 그런데 미술은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인데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
모순된 말이지만 일정 부분 공감하는 말이기도 했다.
미술품이라는 건 제대로 이해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걸 볼 수 있어야 하니.
‘그런 걸 소양이라고 하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그래도 연기도 미술도 뭐든 많이 알면 알수록 좋은 것 같아요.”
“그런가요?”
“네. 뭐든지 살짝이라도 알면 그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배어 나오는 법이잖아요. 예를 들자면.”
메뉴판을 보아하니 이 가게에서는 설렁탕도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떠오른 바가 있어서 입을 열었다.
“혹시 동민 씨는 곰탕이랑 설렁탕이랑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곰탕이랑 설렁탕이요?”
“네. 둘 다 소고기 국이지만 다르잖아요.”
“글쎄요······.”
강동민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부위 차이 아닌가요?”
오.
바로 정답이 나왔다.
기대감에 차서 뭐라고 말하려는 참이었다.
“설렁탕은 뼈로 끓이는데, 곰탕은 꼬리뼈로 끓이잖아요. 거기가 곰이라고 배웠어요.”
“······.”
정답이 아니다.
틀렸다.
기대했더니마는.
나는 조금 시무룩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사실 그거 그냥 낭설입니다.”
“진짜요?”
“네. 소꼬리랑 곰탕의 곰은 별 연관성이 없어요. 감자탕에 들어가는 감자 만큼이나요.”
“아.”
강동민은 다시 뭐가 떠올랐는 듯 말했다.
“저 그거는 알아요. 감자탕에 들어가는 게 감자가 아니라 사실 돼지등뼈를 말하는 감자라면서요?”
“그것도 낭설입니다. 밝혀진 바가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어떤 가게가 감자탕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감자탕이라고 퍼졌다는 정도.”
“으음. 어렵네요.”
두 번이나 오류가 나왔다.
강동민이 눈가를 찌푸리는 사이 나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곰탕의 곰은 꼬리를 의미하는 곰이 아니에요. 살코기랑 내장 등의 부위를 푹 고아서 만들었으니까 곰탕인 거죠. 뼈는 보통 안 들어가요. 뼈가 들어가면 국물이 흐려지거든요.”
“그럼 설렁탕은요?”
“설렁탕은 보통 잡고기나 뼈를 고아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색이 흐리죠. 고기가 들어간다고 해도 양지가 조금 들어가는 정도예요. 반대로 곰탕에는 부위가 좀 다양하게 들어가죠?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이래요.”
“오······.”
강동민은 조금 감탄한 눈치였다.
나는 내친김에 말을 더 이었다.
“소머리국밥은 소머리를 위시한 잡뼈와 머리 부위가 많이 들어갔고, 지역에 따라서는 뭇국 베이스로 만들어서 소고기국밥이라고 팔기도 해요. 음식의 역사가 이렇게 다양합니다.”
“재하 씨는 음식에 해박하시네요.”
“국밥만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아무튼, 음식의 역사가 이렇잖아요. 말하자면 곰국은 국밥 중에서는 나름대로 프리미엄 국밥이다, 이 말이에요. 재료부터가 남다르잖아요. 괜히 가격대가 높은 게 아닌 거죠.”
“아하.”
“아시겠죠? 제가 동민 씨를 여기에 데려온 것도 이만큼 제가 동민 씨를 우대하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동민이 피식 웃었다.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며 말했다.
“봐요. 이 곰탕의 역사를 좀 알고 먹으니까 더 맛있을 것 같죠?”
“······ 아.”
“사장님은 무협지 마니아에, 곰탕은 태생부터 고급에, 여기는 제가 손님들 접대할 때 특별히 오는 가게에요. 그냥 집 앞에서 먹는 음식이랑은 다르겠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배경지식의 힘입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거.”
말을 빙빙 돌려서 했지만, 내가 강동민에게 하려던 말이 원래 이거였다.
“전 연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뭐든 관련 분야를 열심히 조사해 두면 알게 모르게 녹아든다고 생각해요. 임겨울 작가님 대본도 그렇고요. 그분도 자료 조사 엄청 열심히 하시거든요.”
“음, 확실히 느낌이 올 것 같아요.”
강동민은 어딘가 감명을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저도 내일부터는 여기에 자주 놀러 와야겠습니다.”
“네?”
아니.
지금까지 이야기 잘 했으면서 이게 무슨 말이야.
강동민은 해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작가님 말씀을 듣고 생각난 건데. 저도 그냥 연기 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캐릭터에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네요. 제가 겪었던 문제의 원인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
지금 뭐라는 거야.
가서 자기 연기나 열심히 연습하지.
대체 내 말을 뭘로 들었기에 여기에 열심히 놀러 온다는 결론이 나오는가.
‘아니야, 오지 마, 나 내 할 일 하기에도 정신없어.’
입안으로 말이 맴도는데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또 애매했다.
강동민 이 사람, 지금은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자주 지적을 받는 신예지만 미래에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니까.
자각 없는 갑질이란 이리도 잔인했다.
그렇게 우두커니 있는데 곧 식사가 나왔다.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강동민은 국물 한 숟갈을 뜨더니 말했다.
“음, 확실히 알고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자주 와야겠습니다.”
다 좋은데, 뒤에 한 마디만 안 붙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게 나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수저를 놀리는 순간이었다.
저벅.
주방에 계시던 사장님이 우리 자리로 걸어오시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학생 또 왔어?”
“네.”
“학생은 거의 매일 오는 것 같네. 오늘 아침에도 오지 않았어?”
“······?”
그 순간이었다.
강동민은 나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저, 작가님, 아까는 분명 특별히 오는 가게라고······.”
아 그거.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기 만 한 곳이 없더라고요. 특별히 매일 오고 있어요.”
아아.
이건 원효대사 해골물이라고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