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02)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02화(102/190)
【102화 – 호찌민, 휴스턴 그리고 밴쿠버】
“이게 얼마라고요?”
“780달러. 두 개 다 사면 1,500불까지 해줄게.”
미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전 세계에서 국경을 가장 삼엄하게 관리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불법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나라.
한쪽에서는 벽을 세우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총기 이슈도 비슷하다.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강력한 규제를 내놓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팔아댄다.
미연방법상 외국인, 관광객, 비거주자는 총기류를 구매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팔지 못하는 건 아니다.
총기류 판매 허가를 소지한 가게는 판매전에 구매인의 백그라운드를 꼭 검사해야 하고 구매인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웃기는 사실은, 그러면서 텍사스 같은 몇몇 주에서는 개인 간의 총기 거래에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개인끼리 총기를 사고팔 땐, 백그라운드 체크할 의무가 없다. 누구한테 팔았는지 기록할 필요도 없고.
“두 개 다 살게요.”
앤드류와의 미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나는 우버를 타고 휴스턴 외곽에 사는 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개인 간 총기 매매 사이트에서 찾은 분. 인상 좋게 생긴 그분한테서 새것 같은 권총 한 자루와 라이플총 한 자루를 1,500불에 샀다.
그러곤 근처 월마트에서 총알도 구매했다.
나가는 길에 마주친 경찰에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호텔 근처에 임대한 퍼블릭 셀프 스토리지에 먼저 들렀다.
지난번 출장 때 계약해 둔 곳이다.
A.K.A <텍사스, 휴스턴 포털>.
나는 구매한 총기들과 총알들을 들고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
포털을 열고 들어가자, 향긋한 블루베리 냄새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아공간 속 남쪽 평원에는 블루베리 이외에도 갖가지 식물들이 자란다.
옥수수, 고구마, 감자, 밀, 쌀,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토마토 등등등.
자연은 농사꾼이다.
처음에는 밭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많이 들여 구획을 정리하고 물길을 만들고 농사를 지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넓은 땅, 혼자 먹을 양은 그냥 씨만 뿌려놔도 되는 일이었다.
백 개 뿌린 씨앗 중 하나에만 결실이 열려도 충분했다.
오히려 너무 많으면 그게 더 골치였다.
남쪽 평원에 식물들을 심기 시작하면서, 벌과 나비, 우렁이, 지렁이를 데리고 들어왔었다.
그것들이 아공간 세계 안의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살짝 걱정되기는 했지만, 진화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내가 들여온 적이 없는 동식물들도 나타났다.
‘잠자리?’
미국의 저명한 해양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 박사는 말했다.
「자연에선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아공간 속 세계도 자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결론지었다.
식물이 자라고, 동물이 산다.
늑대가 존재한다는 건 늑대가 사냥하는 동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들 아래엔 또 다른 종의 사냥감이 존재할 확률이 높았다.
식물 역시 마찬가지.
햇빛과 물만 가지고는 번식할 수 없다.
곤충들뿐만 아니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이 안에 살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에는 분명히···
조금씩 선명해지는 그림처럼.
탕! 탕! 탕! 탕! 탕!
아일랜드 시얼샤한테서 받은 총은 레밍턴 모델 7이라는 기종의 사냥총이었다.
관리가 잘 안 되어 있었지만, 1983년부터 생산된 기종은 흔한 모델이어서 교체용 부품이나 정보를 얻기가 쉬웠다.
다만, 수렵용 총이다 보니 연사가 되지 않았고, 가볍다고 해도 소총이라 간편하지는 않았다.
타다다당! 타다다당!
인상 좋은 할아버지로부터 구매한 권총과 세미오토매틱 라이플총은, 말씀하신 대로, 훌륭한 상태였다.
시그 사우어 P227과 스미스앤드웨슨 M&P15.
비싸게 산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것, 저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거래였다.
할아버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돈을 받으셨고, 나 역시 시내 건 레인지에서 사용해 본 총들과 같은 기종들을 크게 발품 팔지 않고 얻을 수 있어서 만족이었다.
“멍멍! 멍멍!”
“야옹-”
늑대 한 마리를 죽였다.
그랬더니, 이제 보이지 않는다.
녀석들에게 총성은 무서운 소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소리가 장군이와 나비에게는 내가 나타났다는 반가운 신호와 같았다.
“잘 있었어?”
무기란 그런 물건이다.
“멍멍!”
“야옹-”
누구를 죽일 수도, 누구를 보호할 수도 있는.
늑대들은 숲으로 돌아갔다. 보이지만 않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레이철 카슨 박사님이 말씀하셨듯이, 자연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이 나타난 건 늑대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은 새우나 잡아서 쪄먹을까?”
이제 충전호에서는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잡혔다.
“멍멍!”
“야옹-”
-*-
며칠 뒤,
서울, 광화문 근처 주점.
“요새 바쁘지?”
“그렇죠, 뭐. 형은요?”
“나는 한참 바빴다가 이제 좀 한가해졌어.”
퇴근 후, 범상은 오랜만에 선배 무열을 만났다.
“그러셨구나.”
“현진상선이 운항하고 있던 북미 쪽 라인을 몇 개를 우리가 인수하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좀 안정 되어가고 있어. 이게 참 그래. 뱃길이라는 게 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또 조금씩 달라.”
무열이 다니는 나무해운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있는 항구들을 오가는 정기선을 운영했다.
약 2년 전 현진상선이 회생에 들어가면서,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비즈니스를 많이 정리했는데, 그중 몇 개를 나무해운이 인수했다.
간혹 북남미에 부정기선을 댄 적이 있었지만, 북미 정기선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서 적응이 필요했다.
“화주들 마인드도 다르고, 항구들 커스텀도 조금씩 다 다르고. 동남아시아 쪽으로 그래도 좀 샤바샤바가 통하는데, 북미 항구들은 아우 얄짤없어. 한 1년 경험하고 나니 이제 좀 제대로 돌아가는 듯해. 처음에는 하루가 멀다고 영업팀에서 전화가 오는데, 노이로제가 걸리겠더라.”
“그래도 보니까, 나무해운 선복도 두 배나 늘었고, 이제 클럽들도 영업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
“확실히 커지기는 했지. 그래서 우리도 내년에는 신입 변호사 한두 명 정도 더 뽑으려고 계획 중이야.”
“그럼, 이제 팀장님 되시는 거예요? 제가 영업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어차피 김앤강은 클럽 초이스잖아. 선주 영업 같은 거 할 필요 없는.”
국내 10위 밖에 있던 무열의 회사는 2년 만에 5위 안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3, 4, 5위 회사들의 간의 차이가 얼마 되지 않아 사실상 TOP 2를 제외하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현진상선의 회생이 나무해운을 포함 밑에 있던 회사들에는 큰 기회가 된 것이었다.
“사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열과 성을 다해 변호하겠습니다.”
“야, 잠깐, 근데 김앤강 같은 로펌을 쓸 사건이 안 일어나야, 우리는 좋은 거 아니냐? 열과 성이고 뭐고, 김앤강 해상팀이 들어와야 할 정도면 큰일이 터졌다는 건데. 내가 말을 잘못했는데, 영원히 그런 날이 안 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그러지 않으면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그런 날이 오면,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죠.”
“부득이하게도 안 왔음 좋겠다, 야.”
“알겠어요. 정정. 저도 안 하면 좋겠네요.”
“흐흐흐- 자, 한잔해.”
“넵.”
정말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이래서 옛 어르신들이 입조심하라고 하셨던 건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이 벌어졌다.
“그나저나, 사무실 분위기가 요새 어때? 많이들 나갔다고 들었는데.”
“뭐, 그렇기는 한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
“네. 변화가 있기는 한데, 제가 있는 팀들은···.”
징징- 징징-
탁자 위 전화기가 울렸다.
“잠시만.”
무열은 범상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이사님. 네, 네. 아···네,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다급한 사건이 터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끊는 무열의 표정이 심각하다.
“범상아, 미안한데, 나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
“괜찮아요. 심각한 일이에요?”
“우리 회사 선박 하나가 밴쿠버에서 다리를 들이받았대.”
김앤강의 위치
구글 검색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이라 타입하면 이렇게 나온다.
1위 – Kirkland & Alice (미국)
변호사 수: 3,250명 매출: $6,514,300,000
2위 – Adam & Watkins (미국)
변호사 수: 3,780명 매출: $5,321,007,000
3위 – DLC Piper (영국)
변호사 수: 4,280명 매출: $3,685,295,000
···
5위 – Denton & Decheng (중국)
변호사 수: 12,640명 매출: $3,100,000,000
···
55위 – Kim & Kang (한국)
변호사 수: 1,210명 매출: $1,390,883,000
지난 연도 매출 기준으로 나열된 이 순위에는 미국계 로펌이 70개, 영국, 캐나다, 호주를 포함한 영국계가 22개, 중국계 로펌이 7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계 로펌이 하나 포함되었다.
55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대단해 보일 수도, 시시해 보일 수도 있는 순위.
그게 김앤강의 현 위치다.
띠리링- 띠리링-
“헤이, 로라.”
-하이, 제임스.
“그래서, 우리 측 변호사는 언제 오는 거야?”
-내일 도착할 거야?
“오케이. 알았어.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타고 오는 건가? 런던에서 오는 거면 오후 3시나 돼야 나오겠네. 그럼, 저녁때 우리끼리 전략 회의 좀 하고, 조인트 서베이는 모레 오전쯤으로 스케줄 하면 되겠네. 영국에서 누가 와? DLC Piper 아서 랜달?”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Norton Rose의 샘 폴락?”
-아니.
“그럼, 누구?”
나무해운 선박보험회사(P&I Club)의 북미 클레임 담당자 제임스 매닝은 주로 선임하는 로펌 변호사들의 이름들을 읊었다.
하지만, 수화기 반대편에 있는 아시아 클레임 담당자 로라 브라이트는 처음 듣는 이름을 언급했다.
-김앤강에서 갈 거야?
“김앤강?”
그는 김앤강이 로펌인 줄도 몰랐다.
“김앤강이 뭔데?”
-코리안 로펌.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미 선박 사고에 왜 한국 로펌 변호사가 오는 거지?’
흔치 않은 일이다.
“멤버가 강력하게 추천했어.”
-맙소사.
제임스 매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