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13)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13화(113/190)
113화 밀어붙인 결과
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장님, 지게차 배달 왔는데 어디다 놓을까요? 여기 그냥 놓을까요?“
“벌써 오셨어요? 내일 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받은 문자에는 오늘이라고 되어있는데.
“아, 그래요. 음···그럼, 그냥 거기 비닐하우스 앞에 적당한 데 내려놔 주시고, 사진 한 장만 찍어 보내주세요. 제가 판매하신 분하고 통화할게요.”
작은 중고 지게차 한 대를 구매했는데, 배송이 잘못됐다.
큰 게 와버린 것이었다.
【113화 – 밀어붙인 결과】
김한을 만나고 돌아온 최재민은 잠시 멍했다.
예전에 사무실하고 술자리에서 뵌 적은 있지만, 성북동 집에서 본 적은 없었다.
집에서 보는 그는 또 달랐다.
「“최 변호사, 최 변호사 얘기는 내가 듣고 있어. 국제중재팀을 맡았다면서? 잘 부탁해. 최 변호사처럼 젊은 친구들이 많이 치고 올라와 줘야 하는데 말이야.”」
만남은 짧았고, 대화는 별거 없었다.
사무실 돌아가는 상황과 최근 국제정세 그리고 아람코 베트남 프로젝트 관련해서 간단간단하게 질문을 주고받은 게 다였다.
하지만, 그를 그곳으로 불렀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같은 연차 급에서는 최재민이 처음이었다.
「“한범상, 그 친구는 어때? 우리 펌에 들어온 지 삼 년 됐나? 다재다능하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한범상에 관한 대화.
역시나 알맹이는 없었다.
그래도 그 짧은 대화 도중, 그의 밑으로 있는 1,500명의 변호사 중에서 3년밖에 안 된 어쏘 한 명을 콕 짚어서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시점에 대표가 자신을 부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재민은 잘 알고 있었다.
마침 오늘 저녁에 범상과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최재민은 겸사겸사 범상에게 오늘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민: 한 변, 이따 저녁때 시간 되나?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베트남 프로젝트 관련해서 할 얘기가 좀 있는데.] [범상: 네, 알겠습니다.]···
‘쩝, 하필이면···.’
최재민으로부터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저녁을 같이 먹자는 메시지가 들어왔을 때, 범상은 메신저 다른 창에서 하영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영: 그럼, 이따 저녁 7시에 밑에 로비에서 볼까요?]바로 조금 전, 저녁을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고 있던 참이었다.
사과와 함께 약속을 미뤄야겠다는 말을 타입하려던 범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옆방으로 향했다.
똑똑-
“도 변호사님.”
“깜짝이야! 한 변호사님?”
“죄송해요. 놀라셨어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방금 저랑 메시지하고 있었는데 나타나셔서···왜요?”
범상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하영은 짓고 있던 함박웃음을 서둘러 감췄다. 그 바람에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되어버렸다.
“다른 게 아니라, 방금 최 변호사님한테서 메시지가 들어왔는데, 오늘 저녁을 같이하자고 하시네요.”
“아, 그래요. 그럼, 저희는 다음에 하죠, 뭐. 내일 해도 되고.”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럼, 내일 저녁에 할까요?”
“네, 그것도 좋아요.”
마음이 편해진 범상은 하영에게 엄지를 추켜세우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재미있는 사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영의 얼굴에 서둘러 감췄던 함박웃음이 다시 피어오른다.
-*-
그날 저녁,
사무실 근처 참치 횟집
“수고했어.”
소고기와 구별하기 힘든 참다랑어 뱃살들 위로 재민이 술병을 기울였다.
범상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
“감사합니다.”
“진작에 이런 자리를 가지고 싶었는데 말이야. 미안해. 내가 정신이 좀 없었어.”
“괜찮습니다.”
재민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채웠다.
찰랑찰랑 가득 채워진 소주잔.
범상은 조심스레 가져와 자기 앞에 내려놓고, 재민으로부터 술병을 받아서 들었다.
“좋은 술로 하자니까. 이 집이 허름해 보여도 사장님이 술을 좋아하셔서 나름 비싼 위스키랑 사케들이 있어요. 메뉴판에 다 적어놓지 않았을 뿐이지. 어때? 지금이라도 바꿀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는 소주가 좋은데요.”
그래, 신기하게 소주가 편할 때가 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윗사람 입장에서도 이렇게 술병을 번갈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하면 좀 더 친밀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됐지, 뭐.”
“네.”
“자, 한잔하자고.”
재민은 방금 범상이 따른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범상은 작은 술병을 내려놓고 자기 잔을 들어 올렸다.
쨍.
가게주인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사실인 듯하다.
부딪치는 소리가 일반 잔들과 다르다.
아마도 최재민이 와서 내온 모양이었다.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소리.
누구 시키지도 않았지만, 둘 다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그러곤 다음 잔을 채웠다.
“오늘 김한 변호사님을 댁에서 뵙고 왔어.”
“김한 변호사님 댁에요?”
“가본 적 있어?”
“아니요.”
“으리으리하더구먼.”
무지하게 궁금한 건 아니었지만, 이름만으로도 솔깃하게 만드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법조인들에게는 전설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오래된 원래 연예인 같은 사람이다.
“한 변, 김 변호사님을 만나본 적 있어?”
“아니요.”
“입사했을 때도?”
“네.”
“그래? 내 때는 그래도 가끔 사무실에 나오셔서 순찰도 하시고 그랬는데.”
요새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셨어요?”
“응. 그러셨어.”
자연스레 상상되지는 않는다.
어색한 그림이다.
“아, 그리고, 오후에 안 고문님하고 통화했는데, 외교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고 하시네. 내가 일단 먼저 만나서 얘기해 보고, 한 변은 그다음에 같이 보든지 하자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계약, 자유무역협정.
단순히 말하면 특정 수출입품에 관세를 철폐하는 계약.
하지만, 단어 하나, 품목 하나에 자국 내 수많은 국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거래.
보고서 몇백 장으로 뚝딱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사람 몇 명의 추진으로 몇 달 만에 성사될 일도 아니다.
“네.”
“안 고문님이 FTA 경험이 많으셔서 다른 분이 없어도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국가 간의 협상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단순히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 마냐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감정과 제삼국과의 관계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물론 각 나라의 사정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에, 한국이 체결한 FTA들과는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했지만, 그러한 허들을 넘어본 사람의 경험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외교부 전 차관이었던 안재선의 적극적인 지원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네, 제 생각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께서도 유심히 보고 계신다는 뜻이지.”
김한 대표가 보고 있다라···
어쩌면 당연한 일.
사무실의 창립자이자 대표였으니.
그런데 어떨 때는 동떨어져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렇지. 어떤 일이든 그래야겠지만서도···아참, 안 고문님이 합류하면 아람코에도 알려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앤드류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한 변이 할래? 펌에서 공식적으로 먼저 통보하고 사적으로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 어느 쪽이 나겠어?”
“제가 먼저 언급을 하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특수한 상황이었다.
베트남페트로와 사우디 아람코 두 국영기업의 합자회사 설립 관련해서 협상을 하던 중,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당연히 양국 사이에는 유래가 없는 일이고, 다른 나라의 경우를 봐도 특별했다.
그렇다고 황당무계한 일은 아니었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의 계약이지만, 애초에 기업들의 요구나 지원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협의이기에.
이번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그 불씨를 일개 한국 변호사가 당겼다는 점이었을 뿐.
“그래, 그게 좋겠네. 그나저나, 이제 자세히 설명 좀 들어볼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보고를 듣기는 했지만, 뒷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는 재민은 매우 궁금했다. 범상이 무슨 생각으로 왜,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를 구해낼 수 있었는지가.
단순히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벌어진 것뿐만이 아니라 범상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아이디어가 궁금했고, 그 시작이 궁금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안 돼. 그런 거 없어. 내 앞에서까지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
“진짜인데요.”
“오케이. 그러면 왜 FTA 이야기를, 아니, 어떻게 FTA 같은 거대한 아이디어를 꺼낼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냥 넘어갈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게 아니다. 그렇게 나온다면, 재민은 하나, 하나 짚어가며 물을 생각이다.
“어떻게요? 어떻게 했냐고 물으시면···도 변호사님 덕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도 변호사님? 도대기?”
“아니요. 도하영 변호사요.”
“도하영 변호사?”
사실 이곳저곳에 힌트는 많았다.
앤드류 나세르는 이 일을 맡겼을 때부터 베트남 정유시설은 수익을 낼 생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베트남페트로 대표 역시 이번 프로젝트가 양국 간의 교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었고.
양쪽 다 그냥 하는 말들이 아니었다.
공산당체제 사회주의 국가의 국영기업과 절대군주제 왕정 통치 국가의 국영기업 간에 체결되는 합자회사.
국제관계가 다 그런 거 아닌가 하고 보면 이상할 게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한 조합이다.
기름은 사우디에도 많다.
베트남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도 많고.
그 둘이 왜 같이 사업을 하려는 걸까?
결국 미래를 위한 포석들.
“도 변호사 덕이라고? 도 변이 뭘 도와줬는데?”
“팜반카이 대표가 막무가내식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도 변호사가 만들어 준 자료를 보고 양쪽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감이 왔던 거 같습니다.”
“뭘 만들어줬는데?”
“사우디하고 베트남 사이의 지난 10년간 수출입 동향과 경제 협력 관계들을 정리해서 줬습니다.”
“아, 그래, 그랬다고 했지. 근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고?”
“네. 확실히 숫자를 보다 보니까 명확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숫자를 보다 보니까 명확해졌다고? 참나- 나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아무튼 그래? 도 변도 일조했다고? 하긴, 도 변도 몫이 있지. 본인 유학 준비 때문에 바쁠 텐데, 그 와중에 큰 사건들도 잘해 내주고 있고. 같이 했으면 좋았겠네. 내가 잠깐 잊고 있었네. 다음에는 같이 한번 먹자고.”
재민은 범상이 동료와 공을 나누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다고 여겼지만, 범상은 진심이었다. 하영이 만들어 준 자료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
“네.”
든든하다. 이런 후배들이 있어서.
재민은 둘이 주니어 파트너가 되는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자, 한 잔 더 할까?”
“넵.”
“그나저나, 도 변은 유학 준비를 잘하고 있나 모르겠네, 왜 어디 지원했다고 아직도 말을 안 하지. 이미 원서는 넣었을 텐데.”
···
11시가 다 된 시각.
재민과 저녁 식사 후, 범상은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냥 퇴근하려 했는데, 미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다급한 건 아니었지만, 주말 시작 전에 간단하게나마 답해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들어왔다.
그런데, 옆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다.
“어, 도 변호사님, 아직 퇴근 안 했어요?”
“네.”
“최 변호사님하고 식사는요? 잘했어요?”
“네. 도 변호사님은 식사하셨어요?”
“간단하게 먹었어요.”
“그러셨구나···안 그래도, 최 변호사님하고 도 변호사님 얘기했는데.”
“제 얘기요? 무슨 얘기요?”
“다음번에는 도 변호사님도 같이 식사하면 좋겠다고.”
“그게 다예요?”
“네? 아, 아니, 그거 말고도 도 변호사님이···.”
말하다 멈춘 범상은 핸드폰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도 변호사님 언제 끝나세요?”
“우리 일에 끝이 있나요?”
피식-
범상은 하영이 대답이 맘에 든다.
“오늘은 언제 퇴근하실 수 있으세요?”
“요거만 하고 퇴근할 생각이었어요. 왜요?”
“저도 메일 하나만 짧게 쓰면 되는데, 혹시 끝나고 그때 그 바에 가실래요? 한 잔만?”
“아니요.”
“아···.”
“두 잔이요. 한잔으로 늘 부족해서.”
“콜!”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범상의 두 볼이 발그스레하다.
-*-
다음 날, 범상은 배달된 지게차를 아공간으로 이동하러 경기도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분명 2톤 지게차를 주문했는데, 동일한 디자인의 4톤짜리 지게차가 놓여 있었다.
일단 배송 실수를 리포트하고, 4톤짜리 지게차를 보고 있는데, 아쉽다.
‘저게 들어갈 수만 있다면 진짜 좋을 텐데···.’
수치를 다 재봐도 절대 통과할 수 없는 크기.
한참 동안 멍하니 보고 있으니, 문득 밀고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한번 해봤다.
근데,
“어!!!”
문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