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31)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31화(131/190)
【131화 – 쌍방대리인 듯 쌍방대리 아닌 쌍방대리전】
딱!
“나이스샷!”
“최 변호사님, 자세가 좋으십니다.”
일본 가고시마,
골든팜 골프클럽,
최재민은 이성그룹의 부사장과 골프를 치는 중이다.
“최 변호사, 국제 변호사님이시니까 내가 뭐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중국 회사랑 붙은 소송 건이 하나 있는데, 돌아가는 꼴이 영- 시원치 않아서 말이야.”
“물론입니다.”
“도대체 변호사들은 왜 그렇게 말 바꾸기 좋아하는지···아아, 최 변호사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하는 소송에서 워낙 이랬다저랬다 하다 보니까, 내가 좀 답답해서.”
“하하- 네, 이해합니다. 어떤 분쟁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송이라는 게 워낙 변수도 많고 사소해 보이는 거 하나 놓친 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거라서요.”
“그래도 그렇지. 예상을 이렇게 못 하나?”
“특히 국제 소송이나 중재는 관련된 나라의 법들을 전반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해야지, 그렇지 않고 한쪽 법만 아는 변호사를 쓰시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처음부터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들어갔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답답해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지금 쓰는 로펌의 변호사는 당연히 쉽게 이길 것처럼 호언장담하고서는, 인제 와서 그거는 우리한테 제공된 정보가 아니라서 보지 못했다고 하니 참-”
“지금 변호사가 그렇게 얘기하던가요? 흠···실례가 안 된다면, 어디를 쓰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실례는 무슨. 김 실장, 골리앗 사건 관련해서 법무팀이 쓰는 데가 어디지?”
재민의 물음에 부사장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다시 물었다.
“DNA 파이퍼입니다.”
영국계 로펌으로 40여 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오천 명이 넘는 변호사가 소속된 초대형 국제 로펌이다.
“거기가 전 세계 몇 위라고?”
“매출 규모로 3위입니다.”
“그렇다는데 나는 영 시원치가 않아서···.”
“좋은 로펌입니다. 다만, 같은 로펌에서도 누가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진행이 달라져서요. 담당 변호사가 누군지가 중요합니다.”
“그래, 맞아! 자기 사건처럼 악착같이 해주는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 그 하워드인지 하위인지 하는 친구는 좀 그래.”
부사장의 푸념을 듣고 있던 최재민은 그가 다시 요청하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답답한 게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십시오. 사건 내용을 모르니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힘들겠지만, 중재 절차에 관련된 일반적인 것들이라든가, 국내 소송과의 차이점 등은 제가 설명해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사장은 그런 최재민이 마음에 든다.
사적인 자리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공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서로를 알아보기에 만든 자리였다.
“정말, 그래도 되나? 수임료도 안 주고? 하하하-”
“이렇게 멋진 코스에 초대도 해주셨는데요. 제가 답할 수 있는 것들이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개인적으로 답답한 거 몇 개만. 많이는 말고. 공도 쳐야 하니까.”
“홀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많이 물어보셔도 됩니다.”
“내가 현장에서 오래 일했어도 또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하하하.”
적당히 예의를 갖춘 부사장은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최 변호사, 우리가 지금 홍콩에서 <골리앗건설>이라는 중국 회사랑 국내하고 홍콩 중재원에서 싸움이 붙었는데······”
-*-
며칠 뒤,
센터게이트빌딩 5층,
국내소송팀 주니어 파트너 유장희는 진행 중인 사건들 관련해서 어쏘들과 회의하고 있었다.
“그 건은 너무 끌어봤자 도움 될 것 없어. 다음 기일에 종결해.”
“예.”
“장 변, 골리앗 건설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
하나씩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리던 중, 이성중공업과 골리앗건설 분쟁 차례가 왔다.
“그게, 상대방 변호사한테서 오전에 전화가 왔는데···.”
보고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안티 슈트 인정션?”
“네.”
“그거 안 하기로 했잖아. 상대방 변호사랑 그렇게 얘기된 거 아니었어?”
“그렇게 얘기됐는데, 의뢰인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이성에서?”
“네.”
“왜?”
“거기까지는 저도 잘···.”
상대방 변호사가 당연히 거기까지 얘기해주지는 않겠지.
더구나 어쏘한테는.
그래도 보고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쯧, 알았어.”
···
띠리링- 띠리링-
회의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유장희는 상대방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왜 전략을 바꿨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여보세요.
“박 변호사님, 김앤강의 유장희 변호사입니다.”
-네, 유 변호사님.
“별일 없으시죠?”
-그렇죠, 뭐.
시작부터 퉁명스러운 게 분위기가 싸하다.
간략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유장희는 본론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요. 하이난 프로젝트 분쟁 건 관련해서 이성 쪽에서 안티 슈트 인정션을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확실한 건가요? 법원에는 아직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으셨던데.”
-저희도 이제 막 받아서요. 며칠 내로 법원에 제출할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또 진행이 그렇게···.”
-저희도 솔직히 좀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안티 슈트 인정션이 이성중공업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말씀인 거죠?”
-법무팀 통해 듣기로는 그룹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하네요.
“본사에서요?”
이성그룹 본사라는 말에 유장희의 눈썹이 한쪽으로 쓰윽 올라간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퉁명스럽지?’
“그런데, 이렇게 진행하면 사건이 훨씬 더 복잡해질 텐데···저희가 국내 소송 시작할 때 안티-슈트 인정션 관련해서 회의를 한차례 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국내법 이슈가 관련되어 있고, 막아봤자, 나중에는 국내 법원에서 다퉈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거면 아예 지금 국내에서 하는 게 좋다고. 그때 변호사님께서도 동의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아, 그러면, 또 뭣도 모르는 영국 변호사들이 지들 일거리를 만들겠다고 의뢰인을 들쑤셔 놨나 보네요. 이성이 선임한 홍콩 로펌이 DLA 파이퍼라고 했던가요?”
유장희는 슬쩍 떠 봤다. 이 시점에서 포럼(forum) 변경 같은 큰 전략 수정을 누가 이성그룹에 추천한 건지.
그런데,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유 변호사님이 자꾸 그렇게 물으시니까, 저도 오프-더-레코드로 들은 걸 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듣기로는 김앤강 국제중재팀에서 이성그룹 경영진에 그렇게 조언했다고 들었는데요.
“네?! 우리 사무실 국제중재팀이요?”
처음부터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던 상대방 변호사.
이제 좀 이해가 된다. ‘니들이 짜고 쳤으면 그걸 왜 나한테 묻지?’ 하는 말투였던 거였다.
한쪽으로 올라갔던 눈썹이 급격하게 내려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지만, ‘국제중재팀’이라는 단어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유장희의 두꺼운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생겼다.
-*-
센터게이트빌딩 12층,
최재민의 방.
띠리링- 띠리링-
-변호사님, 이성그룹 본사 법무팀 이사님이 전화하셨는데요.
“바꿔줘.”
-네, 그럼 연결하겠습니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사님. 최재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변호사님. 이성그룹 본사 법무팀 김세현 이사입니다.
골리앗건설 대(對) 이성중공업 사건.
전자는 중국기업, 후자는 국내 이성그룹의 자회사.
프로젝트는 하이난섬의 리조트 건설.
분쟁의 원인은 리조트 건설 관련 이성중공업의 계약 파기.
계약상 관할은 홍콩 중재, 준거법은 영국법.
법적 다툼은 계약상 관할에 따라 홍콩 중재원에서 시작됐다.
1차 결과는 이성중공업의 패(敗).
결과에 복종할 수 없는 이성중공업은 홍콩 중재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내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그에, 골리앗건설은 김앤강 국내소송팀 유장희를 선임해서 이성중공업이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에 응소한 상태.
별도 법인인 자회사의 소송이지만, 모회사인 이성그룹이 해당 소송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계약 과정에서 이성그룹이 제공한 채무보증장 때문이었다.
전투의 당사자들은 골리앗건설 대(對) 이성중공업이나, 사실상은 중국 골리앗건설 대(對) 이성그룹 간의 싸움이었다.
그걸 비집고 들어간 최재민이었다.
덜컥!
이성그룹 법무팀 이사와 통화 중,
방 밖에서 “변호사님 지금 통화 중이신데···”라는 김 과장의 목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앞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유장희가 서 있었다.
“네, 이사님.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홍콩 중재 관련해서 수임 계약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네- 들어가십시오.”
딸깍-
최재민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통화를 마치곤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놨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예의도 없이 남의 방을 벌컥 열고는.
“뭐하는 짓이야?”
“제가 워낙 하고 있는 ‘짓들’이 많아서···정확하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씀해 주셔야 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왔는지 알고 있잖아. 이성그룹! 골리앗건설!”
당연히 알고 있다.
“아, 그거요.”
“뭐 하자는 짓이야. 내가 하는 거 알고 그런 거야?”
“그게 지금 중요한 건 아닌 거 같고. 방금, 이성그룹 법무팀 이사님하고 통화했는데, 아무래도 홍콩에서 진행 중인 중재 관련해서 업무를 저희 팀에 맡게 될 것 같습니다.”
“최재민!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이성중공업이 아니라 이성그룹을 대리하게 되는 거니까, 표면적으로 쌍방대리 이슈는 없는데, 그래도 계열사 문제이니, 유 변호사님 입장에서는 골리앗건설의 허락을 받으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성그룹 쪽에서는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조금 전 유장희가 한 질문에 대답이 된다.
알고 그랬다.
붙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SJ 플랜트 건에서 했던 것과 같은 시시한(?) 도발이 아니었다.
클라이언트를 두고 벌이는 전투.
현진상선 회생사건을 두고 구조조정팀 노태규가 백인찬을 밀어내려다가 지고는 광종으로 이직했다.
아람코를 두고 성일용이 이정후에게 싸움을 붙었다가 이재로 나갔다.
최재민은 지금 유장희에게 같은 종류의 도발을 건 것이었다.
파트너의 자존심이 걸린 일.
씩씩거렸던 유장희는 화를 누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앉아있는 최재민을 노려봤다.
“최 프로, 자신 있어?”
“자신 없는 싸움은 절대 안 하죠.”
“나도 그래.”
“그런 분이 왜 그러셨을까요?”
툭툭 끊기는 대화 속에서도,
“잘못 골랐어.”
“사건을요?”
“상대를.”
“그건 제가 해야 하는 말 같은데.”
둘의 시선은 끊어지지 않는다.
“중간에 도망치지나 마. 이 건은 특별히 내가 직접 맡아서 변론하지.”
“네, 골리앗건설을 설득하셔서 꼭 그래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건방진 새끼.”
“지난번도 느껴졌지만, 인성 하나는 정말···.”
최재민은 거친 말로 맞받아칠까 하다가 그보다 더 통쾌한 엔딩을 위해 그만둔다.
대신, 돌아서 나가는 유장희의 등 뒤에다 이 싸움의 선봉장이 누가 될지 알려주었다.
“참, 이 사건은 한범상 변호사가 맡아서 변론할 겁니다. 시니어가 되고 나니까 하는 ‘짓거리들’이 많아져서.”
“!”
“도망치지 마십시오, 유 변호사님.”
.
유장희가 나간 뒤,
재민은 범상을 불렀다.
[재민: 한 변호사, 신건 관련해서 회의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바쁜가?]132화. 고민이 더 필요할 땐
당신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으려는 집에 들어갈 철재들을 구하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늘 거래하는 곳에서 구매했을 텐데, 시장가보다 싸게 팔겠다고 하는 업체가 나타났다.
당신은 고민에 빠진다.
‘조금 비싸도 늘 거래하던 곳에서 살까? 그게 안전하니까.’
‘그래도 원가를 줄이면 이윤이 좀 더 남을 텐데. 새로운 업체랑 거래를 터볼까?’
이렇게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신생 업체는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품질을 살피고 물건을 가져오는 거래가 아닌, 샘플만 보고 계약한 후 물건을 나중에 받는 식의 거래이고,
과연 원하는 양을 제날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생산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도 우려된다. 신생 업체의 경우 지켜야 할 이름 따위가 없기에 손해가 크면 폐업이나 파산신청 등 ‘배째!’라고 나올 수가 있다.
안전이냐, 이윤이냐.
쉽지 않은 문제.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신생 업체의 사장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과연 계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가 걱정되는 거지? 이해해. 그래서 준비했어. 자, 여기, 우리 지주회사의 이행보증장이야.”
“이행보증장?”
“그래, 이행보증장! 우리가 만약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파기하면, 그로 인한 손해는 이 이행보증장을 사용해서 우리 지주회사에 청구할 수 있어. 혹시 이성그룹이라고 들어봤어?”
“들어봤지.”
“그게 우리 지주회사야.”
“아, 진짜?”
이행보증장(Performance Guarantee):
제삼자가 계약당사자의 이행을 보증해 주는 서약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대신 이행하겠다는 약속이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담겨있음.
큰 모(母)회사의 이행보증장도 제공해 준다고 했겠다, 당신은 이제 안심하고 신생 업체랑 계약을 한다.
당연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혹시라도 철재 공급에 문제가 생겨도 끝까지 책임져 줄 만한 능력이 있는 모(母)회사가 나타났기에.
골리앗건설은 이성그룹의 이행보증장을 받고 이성중공업과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