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3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35화(135/190)
【135화 – 퍼펙트 타이밍?】
같은 시각,
광화문 근처 다른 식당.
“야- 축하해! 하버드 로스쿨이라니, 이야-, 우리 로스쿨에서는 처음 아니냐? 처음인 거 같은데? 동문회에 문자 돌려야겠는데.”
범상은 오랜만에 나무해운에 다니는 선배 무열을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무열은 후배의 유학 준비 상황이 궁금해 물었다.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서를 낼 것 같다는 말 이후로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범상이 정말 하버드에 합격했다.
무열은 본인보다 더 신이 나 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고, 1차만 합격했어요. 인터뷰 봐야 해요.”
“되겠지. LLM(법학석사 프로그램)이지”
“몰라요. 떨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될 거야. 내가 어디서 듣기론 200명 정도 뽑는데, 250에서 300명 정도 인터뷰 본다고 했던 거 같아.”
역시나 이것저것 아는 게 많은, 박학다식 이무열이다.
“서류에서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니가 인터뷰에 떨어질 일은 없다. 이야- 하버드 로스쿨이라니. 나 여렸을 때, 꿈의 대학이었는데.”
“그랬어요?”
“응, 나 어렸을 때, 공부 좀 한다는 애들 집에는 진짜 다 있었다, 홍종욱의 <7막 7장>.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드라마도 있었어. 김태희 나오는 거.”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요?”
“응, 그거. 김태희 씨 처음 나왔을 때는 진짜 쇼킹했는데, 너무 예뻐서··· 아무튼, 야- 축하한다. 부럽다.”
“아직 확정된 거 아니라니까요.”
“됐다니까. 네가 안 되면, 그건 말이 안 돼. 됐어. 축하해. 자, 짠.”
후배의 성공이 마냥 좋은 선배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주잔을 다시 한번 들어 올렸다.
민망한 후배는 고개를 숙였다. 마지못해 소주잔을 살며시 들어 올린다. 부끄러우면서도 좋다.
진심이 담긴 덕담은 원래 그런 거니까.
“야, 나중에 나 놀러 가면 학교 구경도 좀 시켜주고 그래, 알았지?”
“물론이죠.”
“하버드···캬! 듣기만 해도 설레네. 아참- 그분은 어떻게 됐어?”
“그분이요?”
“그 같이 지원하기로 했다던 같은 팀 변호사님. 이름이 도···.”
“도하영 변호사님이요?”
“아, 그래. 도하영 변호사님. 그분은 어떻게 됐어?”
“그분은 됐어요.”
“아, 그래? 그분도 됐어? 야- 역시 김앤강 변호사님들은 다르네. 다른 대형에도 똑똑하신 변호사님들 많지만, 하버드나 예일은 많지 않던데. 하긴, 그분이 원래 똑똑하신 분이라고 했지? 예일 나오셨다고 했던가?”
“네.”
“축하한다고 전해드려.”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인터뷰는 언제야? 다음 달 초에요.”
“얼마 안 남았네.”
“그럼, 그분 인터뷰가 그때쯤이겠네. 잘됐네. 같이 준비하게 되겠네.”
하영은 그때쯤이 아니다.
“아니에요. 도 변호사님은 최종 합격했어요.”
“응?”
“인터뷰 없이.”
능력자.
-*-
“헐-”
한남동,
도하영의 집,
동생 하석은 누나 하영을 괴물 쳐다보듯 보고 있다.
조금 전 누나가 하버드 LLM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봐?”
“뭘?”
“좋지? 막 자랑하고 싶지? ‘나 똑똑해. 하버드 들어간 여자야.’ 사방에 뽐내고 싶지?”
“애냐? 뽐내게.”
“아- 재수 없어. 이게 더 재수 없어.”
“죽을래?”
“차라리 잘난 척을 해. 너무 신이 나서 죽을 것처럼, 방방 뛰고 좀 그래. 하버드 로스쿨이라고! 무슨 어디 편의점 알바 된 것처럼, 그렇게 담담하게 요거트만 먹지 말고!”
하석은 질투가 난다.
예일대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무슨 다른 동네 대학에 들어간 것처럼.
왜 신은 누나에게 모든 지능을 몰아주었을까?
한 30%만 나누어주었어도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건 불공평하다.
“너 이력서 넣은 데서 또 떨어졌냐?”
“아이, 진짜!”
“그러니까 공부를 해.”
“공부했어! 그리고 무슨 이력서를 넣는데 공부를 해.”
“쯧쯧, 그러니까, 니가 안 되는 거야.”
“뭐가?”
“머리가 안 좋으면 노력을 해야지. 공부했다는 대답과 왜 공부를 해야 하냐는 질문이 같은 답변에 나오면 이상하다는 걸 못 느끼지?”
“그냥 하는 말이잖아. 누나, 너는 아냐? 너가 소시오패스인 거?”
“아닌데, 나는 변시패스인데.”
변시(辯試): 변호사시험의 줄임말.
하영은 기분이 좋다.
겉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
오늘은 동생이 무슨 말을 해도 타격감 제로다.
“와- 소름. 코비드 이후에 내가 들은 진짜 가장 서늘한 개그였다.”
“아이, 아쉽다. 사시패스였으면 말이 더 딱 맞았을 텐데. 히히.”
“뭐야- 혼잣말하고 웃지 말라고. 진짜 무서워. 미쳤냐?”
좋아하는 남자와 같은 대학원에 갈 기대와 행복으로 가득 찬 마음은, 동생의 ‘미쳤냐?’는 말 따위 우습게 튕겨버린다.
사실 잘 들리지도 않았다.
“뭘 미뤄?”
“미루긴 뭘 미뤄?”
“방금 미뤘냐고 안 그랬어?”
“헐- 이제 귀까지 멀었구나? 병원 가 봐.”
“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요새 재미있는 공연 뭐 있냐?”
“몰라.”
“왜 몰라? 너 호연이랑 맨날 보러 다니잖아. 뭐 있어?”
“모른다고.”
역시 동생들은 봐주면 안 된다.
하영은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
“뭐냐고.”
좀 전에는 농담 때문에 서늘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 때문에 서늘하다.
“···공연?”
“···.”
“음, 요새 본 거 중에는···.”
개길 때 개일지언정, 또 눈치 하나는 재빠르다.
하석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바로 알아챘다.
“그거 티켓 좀 구해줘.”
“내가 왜?”
“십만 원.”
심부름 값.
시킬 때 시키더라도 용돈은 제대로 주는 누나.
“언제? 몇 명? 당연히 VIP석이겠죠, 누님?”
-*-
며칠 뒤,
광화문 센터게이트빌딩 12층.
국제중재팀 사무실.
“변호사님.”
할 말 있는 도하영은 옆방 남자를 찾았다.
“아, 방금 말 걸려고 했는데.”
범상은 옆방 여자의 방문이 반갑다.
“굿 타이밍?”
“퍼펙트 타이밍.”
“왜요?”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어, 나도 같은 질문하려고 왔는데. 혹시 공연 좋아하세요?”
“공연이요?”
“네. 공짜 공연 티켓이 생겼는데, 같이 가실래요? 저번에 보칼리노에서 얻어먹은 것도 있고. 우리 같이 축하할 것도 있잖아요.”
얼마 전, 포시즌 이탈리안 식당에서 근사한 저녁을 함께했다.
와인도 주문하고 즐거운 식사였다.
“아, 좋죠.”
“토요일 저녁 7시 공연인데. 여기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제없습니다.”
“오케이. 그럼, 그날 회사 근처에서 보고 같이 가는 걸로?”
“콜!”
자연스럽게 데이트 픽스.
“아, 근데, 저한테 물어보려고 한 거는 뭐예요? 방금 주말에 뭐 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혹시 다른 스케줄이 있었어요?”
“아니요. 하버드 로스쿨 지원서 도와준 거 밥 사려고 했어요. 근데, 먼저 제안해 주셔서, 저는 고맙습니다.”
“밥 샀잖아요.”
“언제요?”
“지난달에 보칼리노에서.”
“에이- 그건 그냥 산 거죠. 그리고 이건 또 다르죠. 공연을 보여주시면 그날 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좋다!”
“그럼, 저녁은 공연 전에 먹을까요? 아니면 후에 먹을까요?”
“음······둘 다? 공연 전에는 간단히 먹고, 끝나고 나서 식사할까요?”
“좋아요.”
“그럼, 공연 전에는 제가 사고, 끝나고는 한 변님이 사고.”
“아니요. 둘 다 제가 살게요.”
“그럴 순 없죠.”
“그럴 건데요.”
“싫은데요.”
“공연 전 식사는 공연 티켓 값에 대한 감사. 공연 후 식사는 입학 지원서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
“노노. 공연 전은 제가, 공연 후에는 한 변님.”
“노노, 공연 전에도 제가, 공연 후에도···.”
쓰윽- 쓰윽-
범상과 하영이 풋풋한 논쟁을 벌이고 있던 바로 그때,
범상의 모니터에 파트너 변호사들이 보내는 메시지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최재민: 한 변호사, 삼전 법무팀에서 급한 사건이 하나 들어왔거든. LA항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인데, 지금 잠깐 회의실에서 볼까.] [백인찬: 한 변호사, LA항에서 선박 사고가 난 모양이야. 클럽에서 메일이 하나 들어왔으니까, 확인하고 10분 뒤에 내 방에서 보자고.]안타깝게도, 그 주말, 범상은 하영과 함께 공연도, 식사도 할 수 없었다.
LA에 가게 되었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136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센터게이트빌딩 9층 해상팀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최재민 변호사였다.
“이번만은 해상팀에서 양보해 주시죠, 백 변호사님.”
“안 돼. 양보고 뭐고 할 사안이 아니야.”
평소 같았으면 절절맬 최재민이었지만, 이번은 아니다.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걸린 문제.
하지만, 백인찬이 최재민의 사정을 고려해 줄 리가 없었다.
해상팀 역시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걸려있다.
“원칙대로 하면 삼전에서 저희 팀에 먼저 의뢰를 해왔습니다.”
“그런 말 말아. 먼저라니? 그깟 몇 분 차이로.”
“몇 분 차이도 먼저는 먼저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전화는 내가 먼저 받았어.”
“무슨 사건인지도 말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컨플릭트 체크만 한 걸로 의뢰라고 할 수는 없지요.”
컨플릭트란,
컨플릭트 오브 인터레스트(conflict of interest)의 준말로 이해충돌로 의미한다.
쌍방대리와 같은 어색한 상황을 처음부터 피하기 위해, 사건 의뢰를 정식으로 맡기기 전, 잠재적 클라이언트는 변호사에게 사건의 상대방만 먼저 밝히고 변호사가 상대방을 대리하고 있는 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컨플릭트 체크라 한다.
“최 변호사, 내가 해상만 35년이야. 척하면 척이지. 그리고, 웨스트 오브 잉글랜드 클럽이야. 한 변호사가 데리고 온.”
‘퍼스트 컴 퍼스트 서브(First Come, First Served, 선입선처리)’가 원칙인 것은 맞지만, 기존 클라이언트가 있을 경우는 달라진다.
조금 늦게 의뢰했더라도 아직 정식 수임 전이면 기존 클라이언트가 우선한다.
물론, 이 원칙도 뉴 클라이언트가 ‘큰 클라이언트’면 깨진다.
“삼전입니다.”
“삼전 디스플레이잖아.”
“삼전 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변호사를 찾아서요.”
최재민은 왜 당연한 걸 가지고 고집을 피우시냐는 표정으로 백인찬을 바라봤다.
하지만, 백인찬은 고개를 돌린다. 그의 표정이 마치 회의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어탁 속 물고기 같다.
또다시 시작된 어색한 침묵.
이번에 침묵을 깬 사람은 백인찬이었다.
“그럼, 그렇게 해.”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최재민의 질문에 백인찬은 회의 시작부터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범상을 보며 말했다.
“한 변이 선택해.”
!!
“어떤 사건을 할 건지. 클럽이야? 삼전이야?”
그러자, 최재민도 한범상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일이 왜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