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38)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38화(138/190)
【138화 – 셀프 스토리지를 좋아하는 양파 같은 남자】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
일요일 오후 4시.
“한!”
복잡한 공항에는 예상외로 앤드류가 나와 있었다.
“하이, 앤디. 공항에 마중 나와 있을 줄을 몰랐네.”
“갑자기 불렀음에도 한걸음에 달려와 준 변호사한테 이 정도는 해야지.”
한국 시각으로 금요일 밤, 사우디 아람코의 마디 앤드류 나세르로부터 연락이 왔다.
월요일 LA 다운타운 로펌 사무실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는 회의에 참석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범상은 부랴부랴 다음 날 비행기표를 구해 한걸음에 날아왔다.
“무슨 미팅인데 내가 필요한 거야? 이메일도 안 보내주고.”
“가는 길에 브리핑해 줄게. 타.”
몇 달 전에 언급한 딜이 있었다.
엘에이 근교 토랜스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 매입.
그것과 관련된 미팅이라고만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아직 듣지 못했다.
범상은 기사에게 가방을 넘기고 롤스로이스 컬리넌 뒷좌석에 올라탔다.
“와우- 나이스.”
“근사하지?”
“응. 장난이 아니네. 비행기보다 더 비행기 같네”
“한 대 사줘?”
“뭐라고?”
“말만 해. 베트남 딜을 너무나 멋지게 성사시켜 줘서, 회사에 얘기하면 차 한 대 정도야 선물로 줄 수도 있을 것도 같으니까.”
“됐어.”
“농담 아니야.”
“어디 보관할 데도 없어.”
라고 말하곤 범상은 차 안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정말 근사한 차다. 그런 것에 욕심 없음에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나저나 무슨 미팅인데 오라고 한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당장은 없어.”
“그런데?”
“그때 내가 말한 거 기억나? 토랜스에 있는 정유시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응, 기억나지.”
“일단 듀 딜리전스는 끝났고, 이제 밸류에이션 관련해서 협상 진행 중인데······”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기업 인수 혹은 합병 시, 기업의 재무 상태와 운영 현황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는 절차.
보통,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사전 조사.
사우디 아람코는 토랜스 정유공장 인수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었다.
내부적으로 인수 결정이 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달 전 앤드류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내부 평가 단계라고 들었는데, 벌써 듀 딜리전스가 끝났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았다.
“빠르네.”
“그런 감이 없지 않지. 아무튼, 이제 인수 조건들 관련해서 협상이 제대로 시작될 것 같아. 그래서 불렀어. 한, 네가 시작을 봐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로엡을 쓰는 거 아니었어?”
“로엡은 아람코 US가, 너는 내가.”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답.
아람코 US 법인과 앤드류가 다른 이해관계란 의미인가?
범상은 좀 더 설명해달라는 표정으로 앤드류를 쳐다봤다.
앤드류 나세르를 범상이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겠다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곤,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은 말이야······”
설명은 길지 않았다.
조만간 호텔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 줘서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앤드류 나세르를 아람코 내부 사정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담담하게 이야기하니 듣는 범상의 입장에서는 편안했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자칫 난감해할 수도 있었다.
클라이언트 내부의 분쟁.
“그러니까, 단순히 말하면, 아람코 US 법인의 대표랑 너랑 의견 차이가 있다는 거지?”
“단순히 말하면.”
돈과 권력이 있는 곳엔 언제나 알력 다툼이 있기 마련.
아람코라고 다르지 않다.
토랜스 정유시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재 아람코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몇 년 전, 토랜스 정유시설 인수 아이디어를 맨 처음 건의한 사람이 앤드류 나세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람코에 근무하고 있지 않았고, 외부 어드바이저로서 낸 건의.
그 후, 아람코에 입사한 앤드류는 동아시아 벤처 담당자가 되었고,
그사이 그가 처음 냈던 토랜스 정유시설 인수 아이디어는 아람코 US 법인을 통해 발전·진행되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건의한 사람으로서 좀 더 꼼꼼하게 실사하고 딜을 체결하고 싶은 것이 앤드류의 의견이었다.
반면, 아람코 US 법인 대표는 딜을 빨리 성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단순히 좋은 결과를 위해 의견 교환을 주고받자는 취지였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아람코 US 법인 대표는 앤드류 나세르가 자기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국 내 로펌 선임에서부터 논쟁이 오갔고,
내부적으로 그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와중에 듀 딜리전스를 해야 하니,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몇 개월 전, 앤드류가 토랜스 정유시설 딜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앤강 LA 오피스를 슬쩍 문의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범상을 부른 것도 같은 이유였다.
“미팅에서 딱히 네가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야.”
“증인으로서 분위기를 보라는 거지?”
“빙고.”
“나중에 딜을 엎거나 할 생각은 아닌 거지?”
“아직은 그런 의도는 없어.”
“아직은?”
“듀 딜리전스가 너무 날림으로 진행됐어. 꼼꼼하게 확인해 보고 싶어. 내가 건의한 건이라서 그래.”
“잘못될 경우, 네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런 거는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이 낸 아이디어.
물론 잘못되었을 때 책임질 일은 없다.
아람코 US 법인이 핸들을 잡은 지금,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만, 책임보다 더 두려운 건 자질에 대한 평가.
형편없는 진행으로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 앤드류 나세르의 심정이었다.
“그나저나 동아시아 벤처 담당자 아니었어?”
“흐음- 후- 너도 이 회사에 들어와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능력 있는 사람은 타이틀에 제한받지 않는다는 건가.
근 1년 만에 보는 앤드류는 피곤해 보였다.
“근데, 너는 얼굴에 왜 이렇게 좋아 보이는 건데?”
“나?”
“바쁜 거 아니었어?”
“바빠.”
“바쁜 얼굴이 아닌데.”
“내 타임 시트라도 보여줘?”
“바쁘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거야? 하긴, 넌 늘 그랬어. 처음 봤을 때도, 베트남에서 일이 터졌을 때도. 도대체 비결이 뭐야?”
아공간.
“충분한 잠과 건강한 식사.”
“오마이갓.”
“왜? 진짜라고.”
“내 개인 치료사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하지만, 사실인걸.
“자, 여기, 호텔 키.”
“땡큐.”
“나하고 같은 층이야. 짐은 산딥이 올려다 놓을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는 누구 좀 만나야 해서 저녁은 혼자 해야 할 거야. 대신 밤에 라운지나 내 방에서 한잔 어때? 너무 피곤한가?”
“아냐, 좋아.”
“나는 그동안에 파일이나 좀 봐두지, 뭐.”
“파일? 무슨 파일?”
“듀 딜리전스 끝났다면서? 그럼, 보고서가 나왔을 거 아니야. 아무리 그냥 참석해서 보는 거라고 해도, 백그라운드 정도는 알아야지. 보내줄 수 있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오케이, 올라가 있으면, 비서한테 방으로 가져다주라고 할게.”
호텔 입구에서 앤드류와 헤어진 범상은 방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퍼블릭 스토리지부터 찾았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139화
열심히 하면 운도 따른다
띠리링- 띠리링-
-헬로.
“하이, 마일로.”
그런 사건들이 있다.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단순해서 쉬운 승리를 예측했는데, 사건이 진행되면서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문제들이 툭툭 튀어나와 마지막에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되어 있는 케이스.
판도라의 상자 같은 케이스.
-한?
“이 시각에 웬일이야? 한국은 새벽 한 시잖아? 설마 해리슨 케이스 결과 때문에 아직까지 안 자고 있었던 거야? 방금 막 이메일 쓰려고 했는데.”
해리슨 케이스가 그런 사건이었다.
-해리슨 케이스 때문에 전화한 거는 맞지만, 한국은 아니에요.
“그럼, 어디서 전화하는 건데?”
-LA예요. 다른 사건 관련해서 출장 왔어요.
“그렇구나.”
“오늘 선고기일이죠? 어떻게 됐어요? 패소했나요?”
변호사에게 가장 긴장되는 날은 판결이 나오는 날이다.
이길 것 같은 소송도, 질 것 같은 소송도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가장 긴장되는 소송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상황이 좀 복잡하게 됐어.
“복잡이요?”
선고기일 날 복잡해질 게 뭐가 있지?
-미스터 해리슨이 깨어났어.
“네? 누가 깨어났다고요?”
-미스터 해리슨 시니어가 어젯밤에 깨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