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4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45화(145/190)
145화 김앤강의 파트너들
점심시간,
광화문의 한 중식당.
도대기와 최재민.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야?”
LA 사무실 개소 관련해서 하는 말이었다.
동기의 의견에 최재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욕심부리는 것처럼 보여?”
“한범상 변호사랑 하영이 돌아와서 내도 되는 거잖아. 어차피 유학 중에 사건을 담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담당할 수야 없지. 대신 컨설턴트로 의견을 받을 수 있지.”
유학비자와 취업비자가 구분되어 있다.
유학비자로 체류 중엔 일을 할 수 없다.
임금을 받고 하는 일은.
“컨설턴트? 어차피 타임 쓰고 월급 주면, 명칭만 바뀐다고 다르지 않을 텐데. 현지 법을 알아는 본 거야?”
“타임을 안 쓰기로 했어.”
“응?”
“한 변이랑 얘기했어. 타임 안 쓰기로.”
“타임을 안 쓰기로 했다고?”
“응. 대신 학비는 물론 생활비, 교통비 전액 지원.”
보통은 학비와 최소 생활비의 반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 김앤강의 관례.
도대기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타임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사무실 비용을 감당하려고?”
“아람코에서 내주기로 했거든.”
“아람코에서?”
클라이언트가 사무실 운영 비용을 내준다?
그것도 LA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다.
평소 잘 놀라지 않는 도대기의 눈썹이 올라갔다.
“한범상의 매직.”
최재민은 특유의 장난기 섞인 표정과 말투로 답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 넘겼겠지만, 도대기는 아직 궁금한 게 남아있다.
“한범상 변호사가 동의했다고?”
“응. 그래야 유학 중에도 사건들을 볼 수 있으니까.”
작은 분소(分所)일지언정 사무실 운영 비용 전체를 아람코에서 내주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랄만한 일이었으나, 도대기가 더 놀란 건 한범상이 타임을 쓰지 않고 일하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최재민의 설명대로라면 아람코는 유학 중에도 한범상이 자신들의 일을 봐주기를 바라며 사무실 비용 처리에 동의한 건 같은데,
그렇다면 그것은 어찌 보면 한범상 변호사의 개인 매출이나 다름없는 것.
아무리 사무실에서 생활비까지 전액 지원해 준다고 했다고 해도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처리방식이었다.
도대기는 욕심부리는 거 아니냐고 물었던 걸 사과했다.
최재민도, 한범상도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었다.
양보를 하는 것이었다.
“아주 끈끈한 파트너십이네.”
도대기는 지난 1년간 10kg은 빠진 듯한 최재민을 보며 말했다.
지난 1년 월평균 250시간 이상을 쓴 변호사는 국제중재팀에 세 명 있었다.
최재민도 그중 하나였다.
“그 이상이지. 음 하하하-”
동기의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들어보니 자신감을 가져도 될만하다.
누구나 부러워할 성과이고 팀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진리를 상기시켜 주려던 도대기는 그만두었다.
재민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건강 챙겨.”
“대기,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야위어 보이는 재민을 위해서 진지하게 말하려던 도대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 장난기는 머리가 하얘져도 그대로일 듯하다.
“걱정하지 마. 강 변호사님처럼 도 변을 두고 나 먼저 이 사무실을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아참, 그나저나, 강 변호사님은 요새 어떠셔? 수술 후에 못 깨어나시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의식은 돌아오셨어.”
“진짜? 깨어나셨어?”
“응.”
“언제?”
“지난달에.”
“그러셨구나···근데, 도 변은 그걸 어떻게 알아?”
“병문안 갔다 왔어.”
“언제?”
“며칠 전에.”
최재민은 도대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 변, 강 변호사님한테 병문안도 가?”
“응, 종종.”
“종종?”
“왜? 최 변은 안 가?”
“안 가지. 아, 뭐, 입원하셨다는 소식 듣고 예의상 한번 찾아뵙기는 했지. 근데, 그 뒤로는···.”
“그랬구나.”
“도 변, 강 변호사님하고 친했어?”
“아니.”
“그럼, 왜?”
“그래도 사무실 대표님이신데 찾아뵈면 안 되는 건가?”
“사무실 대표님이셨던 분이지. 은퇴하셨잖아.”
“아닌데.”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경영에서 은퇴하시기는 했지. 근데, 지분은 여전히 갖고 계셔.”
“지분이 아직도 있다고?! 그거 정리된 거 아니었어?”
최재민의 질문에 도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짜? 그럼, 의식이 없는 동안에도 정리가 안 된 거였어? 난 김한 변호사님이 이미 정리하셨을 줄 알았는데.”
“아니.”
도대기는 위아래로 끄덕이던 고개를 이제 좌우로 흔들었다.
‘강태산 변호사님이 여전히 지분을 갖고 계신다라···
그런데 이번에 깨어나셨다라···’
최재민은 의외의 정보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미래들이 머릿속에 ‘뾱! 뾱!’ 떠올랐다.
하지만, 제일 궁금한 건,
“잠깐, 그런데, 도 변이 그걸 어떻게 알아?”
“직접 들었지.”
“누구한테서?”
“누구긴 누구야.”
강태산 변호사님한테서지.
【145화 – 김앤강의 파트너들】
고현대학병원,
VIP 병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변호사님, 검사 결과도 다 좋고, 처방한 약도 다 잘 듣는 것 같습니다. 이제 건강만 회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잘 드시고 짧게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일어나 걸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시죠?”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남의 간까지 받아 가며 목숨을 연장해야 게 과연 이치에 맞는 일인지,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분명히 기억은, 조금 전 의사가 들어와 내일이 수술이니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나갔는데,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였다.
수술 후 근 1년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눈을 뜬 직후에는 후회했다.
온몸은 찢어지듯 아팠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와중에 제일 먼저 감각이 돌아온 얼굴 근육은 제멋대로 실룩거렸고, 너무 아픈 나머지 어금니를 세게 물었더니 이빨이 깨졌다.
차라리 그냥 죽을걸,
매일 밤 후회했다.
나이가 들었을망정 뚝심 하나는 젊은 시절 못지않다고 자부했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지 못하길 바랄 정도였다.
“변호사님! 뭐가 필요하십니까?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됐어. 의사가 걸으라고 했어.”
그랬던 것이 한 달만에 이렇게 변할 줄이야.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그래도, 아무도 없이 이렇게 혼자 일어나시면 위험합니다.”
“괜찮아. 어제도 자네 없을 때 한번 해봤어. 할만해.”
“아니, 그래도···.”
“공항에는 잘 다녀왔고?”
“네, 잘 모셔다드리고 왔습니다.”
1년 만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딸들이었다.
그 옆으로 아내도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매몰차게 밀어냈던 가족들이었는데,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겠다는 사람한테 화를 버럭 내서 밀어냈는데···
내심은 보고 싶었나 보다.
“사모님께서는 다음 달에 또 들어오실 거라고 하시고 가셨습니다.”
“뭘 또 들어와. 이제 괜찮으니까, 거기서 잘 살라고 해.”
강태산은 미안했다.
돈만 벌어다 준 것 외에는 남편 역할, 아버지 역할 제대로 해준 것이 없었다.
같이 찍은 졸업식 사진 한 장이 없다.
“그걸 왜 저한테···.”
“오지 말라고 해. 건강해지면 한번 찾아갈 테니까, 정히 궁금하면 전화나 하라고 해. 영상 통화도 되는 세상인데, 뭘 자꾸 와, 오기는. 회복한 거 봤으면 됐지.”
“그러니까 그걸 왜 저한테 자꾸···.”
김욱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모시는 분이 드디어 살아나셨다. 눈을 뜨시고 난 후에도 산송장 같았는데, 얼마 전부터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으으으-”
“변호사님,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해야지. 욱현이 자네는 그냥 지켜만 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겠나, 이 사람아. 1년 만에 쓰는 근육들인데. 그래도 해야지.”
살려면.
“으으으으-”
죽지 않는 고통은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강태산은 더 강해졌다.
“욱현이.”
“네, 변호사님.”
“언제 시간 되면 사무실에 좀 다녀와 줘야겠어.”
“네.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보고 싶어서.”
“알겠습니다. 그럼 늘 하던 대로 고 변호사님한테 가서 여쭈어볼까요?”
“흠···아니야. 고중석 변호사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해서 물을 거고. 도 변호사를 찾아가 봐.”
“도대기 변호사 말씀이십니까?”
“응.”
어쩌면 김앤강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개 더 남아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살펴볼 예정이다.
“으으으으-”
-*-
한동안은 숲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때 생긴 상처가 아직도 목뒤에 남아있다.
‘그때 나비가 내 입에 넣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분명 목뼈가 부러졌었는데, 난 그걸 먹고 살아난 걸까?’
‘그렇다면 나비는 어떻게 안 거지? 그걸 먹으면 치료가 된다는 것을.’
“한나비, 너 뭐야? 너, 솔직히 말해봐. 너, 내가 여기 아공간에서 나가도 너는 막 돌아다닐 수 있는 거지? 너는 안 멈추지?”
“야옹-”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너 내가 사실 말도 할 줄 알지?”
“야옹-”
“한나비 바보.”
“···.”
“한나비 멍청이.”
“···.”
“야, 또 어디가? 한나비!”
그날 내 입에 넣어준 것이 무언지도 궁금했고,
나비가 그걸 어디서 찾았는지도 궁금했고,
나비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숲을 찾아야 했다.
아우우우~
“멍멍! 웡웡!”
“괜찮아.”
신기하게도 두렵지는 않다.
상처는 다 아물었다.
이곳에 어떤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부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와는 다르다.
발을 헛디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자.”
“멍멍! 웡웡!”
단단해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녀석들도 노련해졌다.
더는 이상한 소리에 당황하지 않고, 처음 보는 동물을 쫓아가지도 않는다.
막힌 길을 찾아주고 내가 감지 하지 못하는 위험을 미리 경고해 준다.
처음에 데리고 들어왔을 때는 작은 강아지들이었는데, 어느새 늠름한 파트너들이 되어 있다.
“월월! 워프워프!”
가장 말썽꾸러기들이었던 삼준이랑 사준이도.
“월월! 워프워프!”
“왜, 삼준아, 사준아?”
“월월! 워프워프!”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는데.”
“월월! 워프워프!”
“와 보라고? 뭐가 있어서···우와-.”
철썩- 철썩-
‘바다?’
숲 너머에는 바다가 있었다.
이곳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
광화문 센터게이트빌딩 12층,
도하영의 방.
띠리링- 띠리링-
“네.”
-변호사님, 효경인더스트리 박 이사님이 전화하셨는데, 연결할까요?
“박진우 이사님이요?”
-네.
“네, 연결해 주세요.”
2년 전쯤 효경인더스트리 사건을 배당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퇴사하고 없는 주니어 파트너 이태오를 통해 받은 사건이었다.
이태오가 퇴사하면서 이태오를 따라갈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김앤강에 남았다.
하영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다.
자연스레 하영이 담당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게 1년 전이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도하영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네, 이사님도 안녕하시지요.”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안부를 물으려고 전화하는 클라이언트는 없다.
궁금한 것이 전화한 줄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큰 건을 의뢰하려고 연락했을 줄을 몰랐다.
-변호사님, 변호사님 혹시 미국 형사 소송 절차에 대해서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