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46)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46화(146/190)
146화 변호사 도하영
자꾸만 떨어지는 수익에 힘들어하던 한 대형식당이 있었다.
이용객의 수가 늘고 있지는 않았어도 오래된 가게라 단골손님도 제법 있고, 몫이 좋은 자리에 있어서 오다가다 들어오는 손님의 수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은 고민이 많았다.
주인은 도무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몰랐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 같은 직원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호세 이그나시오 로페스.
홀 직원으로 시작한 호세 로페스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건 아니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주인이 관심이 없었던 것이었다. 식당의 성공은 음식의 맛에서 판가름 난다고 믿고 있었던 주인이었다.
그랬던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열심히 일하던 호세 로페스가 근면·성실함을 인정받아 식자재 구매담당자가 되면서부터였다.
구매담당자가 된 호세 로페스는 식자재 납품업자들을 전부 호출했다.
그러곤 그들에게 가격을 제시했다.
평소 거래하던 가격보다 20~30%가 낮은 수치였다.
심지어 50%까지 낮은 것도 있었다.
호세 로페스는 자신이 제시한 가격에 맞추지 못하는 납품업자들과의 거래는 과감하게 끊어냈다.
끊어낼 수 없는 납품업자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격을 낮추게 했다.
그런 재주가 있었던 인물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다.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설립 때부터 함께 납품업자들도 있었고, 주방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요리에 ‘요’ 자도 모르는 홀 직원 출신 직원이 사업을 망치고 있다고 납품업자들은 물론 식당 안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로페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그런 비판들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수익률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호세 로페스의 능력을 경험한 식당 주인은 그를 중용했다.
그가 관리하던 식자재 품목을 늘렸고, 그가 가지고 있던 다른 가게들의 관리까지 맡기기 시작했다.
언젠간 총괄 매니저를 그에게 맡기겠노라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능력을 알아본 사람은 식당 주인만이 아니었다.
다른 대형식당의 주인 역시 그의 능력을 알아봤고, 그에게 ‘언젠가’가 아닌 ‘지금 당장’의 보상을 제시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호세 로페스는 식당을 나와 경쟁업체였던 다른 대형식당의 총괄 매니저로 취임한다.
그리고 그가 원 식당에 도입했던 방식과 똑같은 형태로 다른 대형식당의 납품업체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눈에 보이는 듯 뻔했다.
경쟁업체인 다른 대형식당의 수익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호세 로페스가 원래 몸담았던 식당의 주인은 분개했다.
배신감을 느꼈다.
그가 한 행동이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여겼고,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식당 주인은 호세 로페스와 경쟁업체 식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호세 로페스를 영업비밀 탈취죄로 고소했다.
1993년,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MG와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돈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민사소송이 양국에서 제기되었다. 형사 조사 또한 진행됐다.
이 사건의 파급력이 얼마나 컸냐 하면,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은 사업 스파이 행위의 심각성을 깨닫고 1996년 경제스파이방지법(Economic Espinage Act)을 제정해 발효했다.
“먼저 찾아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게 내부적으로도 워낙 사공들이 많은 상황이어서요. 이제 제가 핸들을 맡게 되었는데···도 변호사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다음 날 찾아온 효경인더스트리 법무팀 박진우 이사가 정중히 부탁했다.
어제 통화 후 미팅에 들어오기 전까지 고민했던 하영이었다.
“네, 이사님. 제가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영의 대답이었다.
【146화 – 변호사 도하영】
범상은 볼 일이 있어 광화문에 온 선배 무열과 근처 식당을 찾았다.
“으으- 덥다. 여기요, 시원한 사이다도 한 병 주시겠어요.”
음식 주문을 마친 무열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탄산음료를 추가로 주문했다.
“광화문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여기 을지로에 범흥해운 사무실이 있잖아. 거기 다녀왔어. 거기서 발주한 선박을 우리가 인도받을까, 고민 중이야.”
“나무해운 잘 나가네요. 보니까 선복(船腹)이 또 늘었던데.”
“응,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 이번에 영업팀에 새로 들어오신 이사님이 현진상선에 계셨던 분인데, 확실히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다른가 봐. 나야 뭐 법무팀이니까 잘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검토 계약 건들이 많이 올라와.”
나무해운도 점점 성장하고 있다.
무열의 근황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주문한 냉면이 나왔다.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도 바뀐다.
“그래서 유학 준비는 잘하고 있는 거야? 언제 가? 9월 학기 시작이면 금방 들어가겠네.”
“다음 달 중순에 들어갈 것 같아요.”
“그렇게 코 받혀서?”
“하고 있는 사건들 마무리도 해야 하고 해서요. 근데, 다들 그렇게 가시는 것 같아요. 오리엔테이션 하루 전날 들어가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래, 나도 얼핏 들은 것 같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거긴 신 건을 배당하고 그러지는 않지? 내가 아시는 국내 변호사님은 안식년 중에도 사무실에서 서면 초안 써서 보내라고 했다고 불만이 장난 아니시던데.”
“저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제 위로 계시는 파트너 변호사님들은 그러시지는 않으세요.”
당연히 그렇지 않겠지.
유학 중에 일하겠다고 LA 사무실을 내달라는 변호사에게 어느 파트너가 닦달하겠는가.
“범상이 좋은 분들이랑 일하네.”
“네.”
진심이다.
“아참, 하버드 로스쿨로 가는 거지? 합격했다고 했잖아.”
“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응? 그러면 그런 거지, ‘그렇게 될 것 같아요’는 또 뭐야? 확정 안 났어?”
“아니요, 확답 왔어요. 왔는데, 아직 다른 로스쿨들에 입학제의 거절 서신을 보내놓지는 않아서 말이 그렇게 나왔네요.”
“그 말은 다른 대학에 미련이 있다라는 거야?”
“그런 거는 아닌데···사실 UCLA 로스쿨을 마지막까지 고려했었거든요.”
“에엥? UCLA 로스쿨? 왜?! 아, 뭐, UCLA도 좋은 대학이기는 하지. 그렇기는 한데, 하버드하고 비교하기에는 좀···.”
지원한 여러 로스쿨 중에는 UCLA 로스쿨도 포함되어 있다.
아람코가 LA 사무실을 언급했을 때부터 생각해 둔 옵션.
당시에는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지원을 해둔 것이었는데, LA 사무실 오픈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니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차피 스펙이라는 건 일을 위한 것이지 않은가.
아람코 같은 인터내셔널 기업의 일을 맡아서 해 보는 기회가 그 어떤 대학의 가르침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설사 그것이 하버드 로스쿨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것이 범상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하버드로 가려고요.”
100% 솔직한 답변은 아닌.
그래서 하버드로 정한 건 아니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일도 물론 중요하지, 중요한데···사람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더 좋은 기회가 생겨서, 혹은 사람 관계가 틀어져서 퇴사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잖아? 살아보니까, 학벌을 무시할 수 없겠더라고. 아니, 무시라기보다는,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구차한 설명이나 불필요한 증명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주는 것 같더라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도 많이 가고. 그래서 내 생각에는, 멀리 봤을 때, 하버드 로스쿨이 나은 선택인 거 같아.”
무열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다.
다만, 한편으로 조금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 있기는 했다.
무열의 말이 틀렸다가 아니라, ‘과연 멀리 봤을 때, 하버드 로스쿨이 아람코 같은 회사와의 업무 기회보다 정말로 더 나은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범상은 논쟁하지 않았다.
“네.”
할 수 없었다.
명문 대학에서 공부, 진귀한 실무 경험, 증명, 기회 등은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도하영과 같은 대학으로 가겠다고.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그 옆방 변호사님하고 같이 가는 거야?”
“네.”
“좋겠네.”
“네.”
“그래, 친한 사람이랑 같이 가면 좋지. 재미있고······잠깐. 범상이, 너 표정이 이상하다. 그냥 좋은 게 아닌 거 같은데?”
“네?”
“혹시···너 그 변호사님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야?”
들켰다.
범상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본인보다 더 들떠버린 선배.
로맨스 장르도 좋아하는 무열이다.
“이거 완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네. 야, 가서 잘해봐. 이참에 결혼하자, 범상아.”
솔직히 그런 상상해 본 적 있다.
“형이랑요?”
“아- 이 자식, 말 돌리는 거 보니까 진짜네. 너 진짜지? 마음에 있는 거지?”
같은 캠퍼스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같이 공부도 하는 상상.
“아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형, 저 이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핑계는, 크큭. 도망치지 마라, 한범상.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인마!”
쟁취까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칠 생각은 없다.
다만, 모든 일이 우리가 상상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무열이 원했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일어나지···.
-*-
센터게이트빌딩 12층,
국제중재팀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한참을 고민한 최재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 변호사, 이 건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유학을 준비하던 어쏘가 찾아왔다.
1년을 미루었다가 가는 것이었고,
입학한 학교 역시 세계적 명문 하버드 로스쿨이었다.
학기 시작은 다음 달 말이었고,
가기 전에 파트너 타이틀을 달아주려고 준비 중이었다.
최재민은 하영을 말렸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결심을 내린 모양이다.
“하고 싶습니다.”
다 좋다.
그런 것들이야, 선배로서 아끼는 후배에게,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조언이니까.
솔직히 한편으론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권리와도 같은 안식년과 다이아몬드 스펙을 쌓을 기회를 버리고, 사건을 선택하는 후배 변호사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단지,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선택하는 케이스가, 좀 더 확실하게 그녀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는 마음일 뿐.
최재민이 보기엔 효경인더스트리 사건은 그것들을 포기할 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산업 스파이 소송.
민사에 형사 소송까지 걸려있었고,
미국 로펌이 두 번이나 바뀌었으며,
무엇보다도 효경인더스트리 내부에서조차 정리가 안 된 듯했다.
그 말뜻은 선임했다가도 의뢰인이 중간에 로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사건 자체만 본다면야 변호사라면 당연히 해 보고 싶은 일.
욕심이 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타이밍에 그런 변수들을 알고 떠안으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최재민은 다시 한번 말려본다.
“도 변이 꼭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사건···이기기 어려운 사건이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답하는 하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최재민이 우려하는 것들이 뭔지 모르는 그녀가 아니다.
이미 다 고려했고, 이미 충분히 고민한 후에 찾아와 허가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 방법도 있어. 일단 사무실에서 수임하고, 도 변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필요할 때만 들어오는 방법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조사가 많이 진척된 사건이고, 다급해서 저를 찾아온 클라이언트인데, 수임만 하고 공부하러 가버리면 신뢰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뉴욕주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잖아. 보스턴이랑은 그리 멀지도 않고···.”
바뀌지 않는 하영의 표정.
재민은 하던 말을 멈췄다.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사건을 맡겠다는 열정적인 후배에게 하지 말고 유학이나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최재민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후회하지 않겠어? 말했듯이, 이 사건, 이기기 쉽지 않은 케이스야.”
“···네.”
도하영은 변호사다.
승률 따위를 위해 어려운 사건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도 변이 안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어. 조금이라도 망설여지면 하지 않아도 돼.”
그녀가 망설인 이유는 사건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단지 타이밍이 아쉬웠을 뿐.
“아닙니다. 제가 수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