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50)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50화(150/190)
【150화 – 뉴 게임】
드라마틱했다.
강태산 변호사님이 거기서 등장하실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똑똑-
“네.”
“변호사님.”
“왜?”
“<파이낸스코리아>의 주혜성 기자라는 분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기자?”
“네, 이번 미국 진출 관련해서 변호사님하고 인터뷰를 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인터뷰?”
법조계 쪽 언론사 기자와는 인터뷰를 해본 적은 있는데, 다른 주류 언론과는 해본 적이 없다.
성가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다음에 또 오면 관심 없다고···”
거절하려던 재민은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어디라고? 파이낸스코리아?”
“네. <파이낸스코리아>의 주혜성 기자요.”
“연락처는 받았어?”
“네.”
“내 스케줄로 보내 놔. 또 전화가 오면, 바쁘지 않을 때, 내가 연락하겠다고 해.”
“네, 알겠습니다.”
알아두면 혹시라도 나중에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보고 사항을 전한 비서가 나가고, 재민은 멈췄던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에퀴티 파트너들의 허가가 떨어졌으니, 박차를 가해야 할 일만 남았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동기의 등장으로 다시금 멈춘다.
“찾았다면서.”
“도 변!”
재민은 도대기를 찾았었다.
의논할 거리가 많다.
자리에 없길래 돌아오면 연락해달라고 비서에게 남겼더니, 지금 찾아왔다.
재민은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도 변호사는 알고 있었어?”
“뭘?”
“강태산 변호사님이 회의에 오실 줄.”
“아니.”
처음에는 그냥 오랜만에 사무실에 나오셨다가, 지분 파트너들이 회의실에 모여 있는 장면을 우연히 보시고 들어오신 줄 알았다.
아니었다.
회의 내용을 이미 다 알고 계셨다.
“그러면, 강태산 변호사님이 엘에이·뉴욕 사무실 오픈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 건데. 꽤 자세하게 알고 계시던데.”
“내가 보고드렸어.”
“그럼, 도 변은 알고 있었던 거 맞네! 그런데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어!”
“몰랐다니까.”
“방금 도 변이 보고드렸다면서.”
“엘에이와 뉴욕에 사무실을 여는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어. 회의가 있는 것도 내가 말씀드렸고. 근데, 회의에 오시는 것에 대해서 들은 것 없었어.”
완전히 코너에 몰려있었을 때였다.
그대로 회의가 끝났으면 이정후 앞에 가서 정말로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몰랐다.
구세주의 등장이었다.
“진짜야?”
“지금 그거 확인하려고 날 찾았던 거야?”
많이 야위셨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거동도 힘들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살아계셨다.
태산의 등장에 재민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
발표가 끝난 직후, 태산의 한 마디로 결정이 나버렸다.
「“계획이 괜찮네. 김 변호사님도 재가했다면서? 그럼, 진행해.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의 질문에 토를 다는 파트너는 아무도 없었다.
김앤강의 ‘김’과 ‘강’이 하겠다는데.
그전까지 부정적인 코멘트들을 날렸던 원로 중에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전세 역전.
최재민이 어떤 공신력 있는 자료를 내밀던, 어떤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던 설득할 수 없었던 것처럼,
태산이 하늘의 결정에 동의한 이상, 그 어떤 반박도 통할 리가 없었다.
그걸 잘 아는 신선들이었다.
조용히 했다.
이정후는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강태산의 건강에 관해서만 궁금해할 뿐이었다.
게임 끝. 꼬일 것 같았던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그래서, 돌아오시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도 변이 보고했다면서?”
“물으셔서 대답했을 뿐이야.”
“정말 몰라? 그러면 강태산 변호사님이 사무실에 복귀하시는지, 안 하지는 도 변도 모르는 거야?”
중요한 질문이다.
허가는 떨어졌지만, 돌아오시느냐, 돌아오시지 않느냐에 따라 실행 플랜이 달라져야 하니까.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여쭙지 그랬어?”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어.”
“그럼, 나중에 여쭈어봐.”
신기하게도 최재민은 강태산 대표를 대하는 게 김한 대표를 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뭐야, 빅 마운틴의 신뢰를 받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어?”
“신뢰는 최 변이 받고 있는 거 아니야?”
“응?”
“어찌 됐든 됐잖아, 최 변이 계획한 대로.”
됐다.
LA 사무실도,
NY 사무실도.
도하영의 유학도,
한범상의 유학도.
“도 변이 책임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책임을 져.”
“도 변이 처음 꺼낸 얘기잖아.”
“내가?”
“그래, 뉴욕에 사무실 내주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 잘 좀 도와줘. 튕기지 말고. 나는 이번에 내 커리어를 걸었으니까.”
농담처럼 꺼낸 말이었지만, 마지막 문장은 진심이었다.
커리어를 걸었다.
“최 변은 언제 간다고 했지?”
“다다음 달 초.”
“그럼, 이 방은 비는 건가?”
“왜 이래? 나, 왔다 갔다 할 거야.”
“한 3년 거기 있다가 오는 거 아니었고?”
“이 사람이 누굴 밀어내려고···.”
“잘 다녀와.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도대기 역시 마지막 문장은 진심이었다.
리크루트팀에 반쯤 걸쳐있던 발을 뺐다.
오늘부로 국제중재팀의 또 다른 시니어 파트너가 된다.
-*-
사직빌딩 9층.
지끈거리는 이마를 어찌나 세게 누르고 있었더니, 손가락을 뗀 자리가 움푹 파인 채 다시 솟아오르지 않는다.
‘거기서 강태산이 들어올 줄이야···.’
이정후는 좀처럼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
간이식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까지만 들었는데.
그대로 명을 달리할 줄 알았던 사람이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마치 다시 사무실에 나올 것처럼 굴었다.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응, 괜찮아. 아직은 숨 쉴 만해.”
“오늘은 무슨 일로···?”
“왜? 은퇴하면 사무실도 못 나와?”
“그런 뜻으로 물은 건 아니었습니다.”
“답답해서 나와 봤어. 병원에서 자꾸 걸으라고 해서 말이야.”
“그러십니까?”
“내가 타이밍이 좋았네. 마침 이런 중요한 회의가 열렸을 때 방문하고.”」
죽다 살아서 그런가, 예전답지 않게 능청까지 떨고.
이정후는 복잡해진 상황에 심기가 불편했다.
휙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선배가 두려운 건 아니었지만, 눈빛이 걸린다.
조만간 강을 건널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속 이런 식으로 사무실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지도 모른다는 건데···
‘그나저나 최재민이, 그놈은 강태산까지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역시 한범상이랑 강태산이랑 뭔가 끈끈한 것이 있는 건가?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최재민이···’
실력이 있는 줄은 알고 있었다.
감도 좋고, 운도 좋은 놈.
얕보다가 한번 물려서 제법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다음번에 기회가 오면 확실히 밑에 두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만 말도 안 되는 수를 두고 있는 최재민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품어야 할 놈이 아닐지도···
내보는 내는 것이 훨씬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띠리링- 띠리링-
이제 혼자는 안 될 것 같다.
국내소송팀의 고중석은 백인찬 같은 인물이고, 그렇다면,
-여보세요.
“박 변호사님, 이정후입니다.”
이정후는 금융규제·국제통상팀의 박재록에게 전화를 걸었다.
-*-
“도 변호사님, 여기요!”
“한 변호사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드디어 가네요.”
“그러네요. 못 갈 줄 알았는데.”
“가야죠. 1년을 기다린 건데.”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요. 같이 갈 수 있어서?”
“고마운 사람은 전데. 아! 맞다.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요?”
“사무실에서 차도 해주겠데요.”
“네? 진짜요?”
“네! 제가 가면 차를 살 거 같다고 했더니, 어차피 급여를 줄 수 없어서, 보상을 경비 처리 형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가서 차 사래요. 어차피 뉴욕 보스턴 왔다, 갔다 하려면 필요할 것 같다고.”
“진짜요?”
“네.”
“와!”
“우리 뭐로 살까요? 새 차를 사도 될 것 같은데.”
“우리···요?”
범상과 도영은 드디어 보스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