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51)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51화(151/190)
【151화 – 김앤강 헤르미온느】
듀혼 사(社)측 대리인인 화이트 앤 체이스 변호사들과의 미팅은 30분도 안 걸려서 끝이 났다.
최 변호사님 말씀대로 탐색전이었다.
솔직히 다음 주에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조사 절차)를 시작하면서 만나도 될 법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더니, 사무실을 나오며 최 변호사님이 한 말씀 하셨다.
“자식들, 합의할 마음도 없었으면서 안타깝기는 뭐가 안타까워.”
고작 30분짜리 미팅에 참석하라고 보스턴에 있는 사람을 불러서 미안하신 듯했다.
“그래도, 상대방 변호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해. 이게 전화랑 이메일로 주고받을 때랑은 확실히 달라요.”
다음 주부터 미국 민사 소송절차의 독특한 제도인 디스커버리가 시작된다.
미국 민사 소송의 95% 이상이 이 단계에서 해결된다.
그만큼 중요한 단계.
판사나 배심원들이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들끼리 서로 치고받아 보는, 즉 힘겨루기를 해보는 절차.
삼십 분짜리 짧은 미팅에서 상대를 전부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 어떤 타입의 변호사들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시작부터 세게 나올 것 같은데요.”
“그럴 거 같아. 솔직히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강하게 압박하고 나올 것 같아.”
다른 변호사들은 몰라도 상대방 팀 수장을 맡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 태너 카일은 상대하기 쉬워 보이지 않았다.
미팅 내내 웃고 있기는 했어도 친절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뭐, 준비를 잘해야겠지.”
“네.”
“아참- 그나저나 어떻게 온 거야? 혹시 이것 때문에 교수 미팅을 미룬 거야?”
“아니요, 잘하고 왔습니다.”
“아, 맞다. 잘 끝내고 왔다고 했지. 그러면, 오전에 미팅하고 곧바로 달려온 거야?”
조금 달리기는 했지만, 미팅으로 오전으로 미루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금 달리기는 했는데,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뭐 하러 그랬어? 스케줄이 없으면 겸사겸사 금요일에 내려왔다가, 나랑 주말에 라운딩이나 하고 가라고 하려고 부른 거였는데.”
“좋습니다.”
“괜찮겠어? 바쁜 거 없어?”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일요일에 같이 나가자고. 마일로 알지?”
“네, 커크랜드 마일로 변호사님이요?”
“응. 나랑 시카고대 동기. 그 친구가 누구를 좀 소개해 준다고 해서 나가는 건데, 재미있을 거야. 여기 온 이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지.”
“넵.”
징징-
[앤드류: 헤이, 한, 다음 주 월요일에 뭐 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LA로 좀 날아와 줘야겠어. 아람코 전략기획실을 담당하는 부사장님 방문 일정이 갑자기 잡혔어.]“누구?”
“아람코의 앤드류 나세르 문자인데요.”
[앤드류: 보스턴이지? 일요일 오전에 거기 로건 국제공항으로 전세기를 보낼 테니까. 그거 타고 와. 부사장님이 일정이 빠듯해서 화요일에는 사우디 본사로 돌아가셔야 하니까, 힘들어도 와줬으면 좋겠어.]“급한 일?”
“그런 거 같습니다.”
“바쁘면 골프는 나 혼자 가도 되고.”
“아닙니다. 갈 수 있습니다.”
“진짜 괜찮겠어?”
“네.”
[범상: 전세기 안 보내도 돼. 내가 알아서 갈게. 월요일 아침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돼?]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도 ‘포털’용 아파트들을 구했다.
-*-
서울,
화요일 밤.
강남의 한 식당.
“네사야! 버네사!”
“언니!”
하영은 앨런 앤 폴의 선배 수연을 만났다.
“미팅은 잘했어?”
“그럭저럭요.”
“뭐래?”
“검토하고 답변해 주겠대요.”
“그런 거면 메일로 주고받으면 되지, 아니면 팀스로 하든가. 굳이 뭐 하러 보스턴에 있는 사람을 불러서 회의를 하자고 해.”
효경인더스트리-듀혼 분쟁 관련으로 하영은 서울에 나왔다.
효경인더스트리와 임원책임배상보험을 체결한 보험사가 요청한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효경인더스트리 사건은 복잡한 사건이었다.
다양한 이슈가 걸려있고, 여러 상대와 동시에 분쟁 중이었다.
하나씩 해결하고 싶지만, 우리 쪽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일단은 각개전투 중이다.
하영은 보험사 측을 맡았다.
“클라이언트 담당자와 미팅할 것도 있고 해서 나왔어요. 어차피 다음 달쯤 나오려고 계획 중이었던 거라.”
“학업이랑 병행하기 버겁지는 않아?”
“괜찮아요. 조급하게 먹지 않으려고요. 어차피 S.J.D. 따려면 2, 3년은 걸릴 거니까, 일단 올해는 필수 크레딧부터 따놓고, 천천히 리서치 시작하려고요.”
S.J.D.(Scientiae Juridicate Doctor),
‘법학박사’로 번역될 수 있는 학위로 미국 로스쿨들은 일반 학문의 최고 권위 학위로 여겨지는 ‘철학박사(Ph.D.)’ 타이틀 대신 ‘법학전문박사(S.J.D.)’ 타이틀을 줌.
일반적으로 변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법무박사(J.D.)’ 학위나 ‘법학석사(LL.M.)’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음.
“그래 놓고 또 1년 만에 ‘언니, 저 S.J.D 땄어요’ 이러는 거 아니야.”
“하하. 아니에요. 정말 그럴 시간이 없어요.”
“너, 로스쿨 다닐 때도 그랬잖아. 시간 없다고 해놓고, 110 크레딧 이수했잖아. 그래서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네 별명이 ‘예일대 헤르미온느’였잖아.”
과목당 보통 3 크레딧(credit: 학점).
학기당 보통 16-18 크레딧 이수.
법무박사 학위에 필요한 미니멈 크레딧 수: 83.
하영은 남들보다 27 크레딧이나 더 이수했다.
“하하하- 예일대 헤르미온느 하하-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그 별명.”
“진짜 그때 너 어떻게 한 거야? 듣고 싶어도 원래 그렇게 못 듣잖아.”
“학장님한테 찾아가서 허락받았죠.”
“진짜 대단하다, 너도. 그걸 허락까지 받고 들은 것도 대단하지만, 그 과목들을 다 아너(Honors, 우수 성적) 받은 너는 진짜···.”
똑똑이. 체력 괴물. 천재.
숨마쿰라우데.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효경인더스트리 사건이 S.J.D. 논문 주제랑 상통하는 게 있어서 일하면서 리서치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제가 뭔데?”
“EEA요.”
“경제스파이방지법?”
“네.”
“1년 안에 논문 나오겠구먼.”
“하하하- 아니에요.”
“아무튼 욕심쟁이. 그럼, 오늘은 더 없고 내일 비행기 타고 미국 들어가는 거지?”
“네.”
“그럼, 2차 가자, 우리.”
“아, 언니.”
“왜?”
“잊기 전에 그거부터요. 효경인더스트리 임직원들 FBI 조사 받는 거 있잖아요. 해당 단계를 형사절차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소 전인데도?”
“일 얘기하자고 만나자고 한 거야? 그럼, 나 타임 써도 돼?”
“이건 논문 리서치 관련해서 묻는 건데···그냥 이거랑 2차 사는 거로 퉁치면 안 될까요?”
“진짜 너도 못 말린다.”
“플리즈.”
“그건 말이지···”
징징-
[범상: 어디예요?]“잠깐만요, 언니. 같이 사건 하는 변호사님한테 문자가 와서요.”
“응.”
[하영: BMP 파리바 측이랑 미팅 끝나고 아는 언니랑 식사하러 왔어요.] [하영: 왜요?] [범상: 아, 그러면 끝나면 전화 좀 주실래요?] [하영: 무슨 일 있나요?] [하영: 급한 거면 지금 통화해도 되는데.]“언니, 저 잠깐만 통화하고 올게요. 좀 급한 거 같아요.”
“그래.”
하영은 전화기를 들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변호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어, 아닌데. 그냥 일정대로 잘 끝났는지 확인하려고 했을 뿐인데.
“잘 끝났어요.”
-BMP 쪽에서는 뭐래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대요.”
-역시 한 번에 답은 안 주네요.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그러면, 예정대로 내일 9시 반 보스턴행 대한항공 비행기 타시는 거 맞죠?”
“네.”
별 이야기 아니었지만, 범상의 전화가 반갑다.
자연스럽게 살짝 들뜨는 목소리.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범상의 다음 말에 더 올라간다.
-언니분 잘 만나고, 그러면 내일 인천공항에서 봬요.
“네, 언니 만나고···네?! 어디서 봐요?
-저도 지금 한국이에요.
“네에?! 한국이요? 어떻게요?”
-그게 사연이 좀 긴데···.
하영은 한국이라는 말에 이미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중이다.
-어차피 내일 같은 비행기 타고 가니까, 내일 만나서···
“범상 씨, 잠깐만요.”
가게 안으로 들어온 하영은 가방을 챙겼다.
수연에게 양해를 구한 뒤,
“언니, 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2차는 다음에 들어오면 살게요. 미안해요.”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그녀는 손에 꼭 쥔 휴대폰에 대고 물었다.
“한 변호사님, 지금 어디 계세요?”
-저요? 인천공항이요.
.
.
.
[헤이, 한,너 도대체 비행기 안에서 우리 부사장님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야?
너한테 완전히 푹 빠지셨는데. 네가 매사냥에 대해 전문가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튼 한국에서 돌아오면 나랑 얘기 좀 해.
아참, 다음 달에 뉴욕에 가게 될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때 보자고.
앤드류
-sent from my iPhone-]
로스쿨 천재가 되었다
몇 년 전에 TV에서 우연히 그런 장면을 봤다.
유명 밴드 리드보컬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한 치과의사분이 나와서는 서울대를 만화책 때문에 갔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본고사 생물 문제에 틀리라고 낸 문제예요. 이건 맞출 수가 없어요. 호르몬 관련된 임상 문제인데. 그 문제가 제가 만화책에서 본 내용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받아보니까. 딱 느낌이 나서, 적어 썼는데, 맞은 거죠. 그 만화책 제목이 <슈퍼 닥터K>라는 만화인데. 면접을 본 교수님이 저한테 ‘아니, 이거는 틀리라고 낸 임상 문제인데 어떻게 맞췄나? 누구한테 배웠나?’ 딱 그러시길래. 제가 슈퍼 닥터K한테 배웠다고 얘기했더니. 교수님이 누구신지 모르시니까, ‘아- 아주 훌륭한 스승을 두었구나’라고 하셨죠.”」
그런 일이 나한테도 벌어질 줄이야.
“거기, 강의 시작하고 들어온 친구.”
늦게까지 확정을 못 짓는 바람에 캠퍼스 내에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보스턴 시내 근처 비컨 힐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구했다.
아파트에서 캠퍼스까지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지만, 이 도시, 저 도시를 오가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끔, 아주 가끔 늦을 때가 있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교통이 살짝 복잡했다.
나는 재빨리 주차하고 전속력으로 강의실로 달렸다.
안타깝게도, 수업이 이미 시작한 상황.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 강의실 끝자리에 그림자처럼 앉았다.
열띤 토론 중이었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한 줄 알았는데,
저요?
“그래요. 자네. 응, 자네. 뒤에 모자를 쓰고 있는 친구. 이름이 뭐예요?”
토론 끝 무렵 교수님께서는 나를 지목하셨다.
“한입니다.”
“오케이, 한. 자네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는 아주 중요한 주제를 두고 토론하고 있었어요. 자네가 늦은 바람에 아주 중요한 토론의 반을 놓쳤으니, 자네의 의견으로 토론을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자, 그럼, 자네의 의견을 들어볼까? 질문은 그거였어요. 미국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무엇인가.”
잠깐, 이 질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