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66)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66화(166/190)
【166화 – 인간 대 신선】
광화문,
사직빌딩 9층.
“변호사님, 지금 전화하고 계셔서 들어가시면 안 됩···.”
문밖에서 비서의 외침이 들려왔다.
덜컥.
곧바로 문이 열리고 석윤재가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심기가 불편한 불청객.
통화 중이었던 방주인은 석윤재 뒤로 따라 들어온 비서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곤 석윤재엔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이정후는 아무 일 없는 듯, 티 내지 않고 통화를 마쳤다.
“네, 알겠습니다. 언제든지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네,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의원님.”
딸깍.
통화를 마친 이정후는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고, 비서를 호출했다.
그러곤 차를 주문했다.
석윤재의 표정에서 불만이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차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묻지 않았다.
대신 좀 전에 한 통화에 대해 말해준다.
“심상현 의원님.”
“···.”
“뵌 적이 있던가?”
“···네.”
비서가 차를 두고 나가기 전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으려던 석윤재는 심상현이라는 이름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LK 회장님이랑 언제 한번 식사하자고 하시네.”
“···.”
“아마도 석 프로가 돌아오고 나서 일지 싶은데, 괜찮으면 같이 나가지.”
“!”
석윤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가 무슨 꿍꿍인지를 모르겠다.
때마침, 비서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고, 석윤재는 비서가 나가기까지 꾹 기다렸다고 참고 있던 질문을 쏟아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정후는 성을 내는 석윤재를 빤히 쳐다봤다.
합병 조건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 사람아, 화를 낼 때 내더라도 이유를 설명해 주고 내야지.”
석윤재는 탐색전 같은 것 따위 할 생각 없다.
이 상황에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런 식의 게임에선 이정후를 당해낼 수도 없다.
“게이트웨이 딜이요. 언제는 합병 전에 LK와의 딜을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압박을 넣으시더니. 알파빗한테 의뢰가 들어오고 나서는 마음이 바뀌셨나요? 원하시는 게 도대체 뭡니까?”
알파빗한테 의뢰?
“우리가 케이스에서 손 떼기를 원하시는 거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될 것을···설마 이제 와서 이따위 걸로 그간 합병 협상을 파투 내려고 그런 겁니까? 왜요? 다시 생각해 보니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아니면, 김한 변호사님이 막판에 트셨습니까?”
이정후에게 버림당한 적이 있는 석윤재는 감정에 북받쳤다.
애초에 상대도 안 하려고 했었는데, 화해의 손짓을 몇 번이나 내밀길래 믿고 받아들였던 그였다.
솔직히 이런 짓을 해서 얻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트라우마가 있는 석윤재는 그저 화가 날 뿐이다.
“진정해. 박사님이 뭐라고 하신 것도 아니고, 내가 다른 마음이 생긴 것도 아니니까.”
반대로 이정후는 차분했다.
짧은 항의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었다.
여전히 석윤재가 왜 이러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하나는 눈치챘다.
알파빗.
최재민이 뭔 짓을 했다.
“그러면, 왜 김앤강의 변호사가 게이트웨이 대표를 만나서 알파빗의 오퍼를 받아보고 결정하라고 설득하냐고요. 설명해 보시죠.”
“우리 사무실 변호사가 게이트웨이 대표를 만났다고?”
“네.”
“언제?”
“지금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LK와의 협상에 긍정적이었던 클라이언트가 김앤강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 태도가 바뀌었다는 거지.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양 변호사를 보내서는 LK와의 딜을 조속히 마무리 지으라고 닦달하시고는, 뒤로는 또 다른 변호사를 보내서 클라이언트를 꼬드기고. 정말로 변호사님이 원하시는 게 뭐냐고요. 말씀 좀 해보세요.”
이정후는 이제 감이 왔다.
최재민이 기어이 알파빗의 의뢰를 수락한 모양이다.
‘이 사건으로 나랑 붙어보겠다?’
“석 프로, 진정하고, 내 말 들어. 바뀐 거 없어.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내가 해결할 테니까, 내가 석 프로한테 약속한 것들은 그대로 진행될 거야.”
“오해요?”
“석 프로도 한 10년 대표해 봤으니, 알 것 아니야. 아무리 잘해줘도, 말 안 듣는 놈들이 있는 거. 사무실을 위해서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제 클라이언트만 지키겠다고 욕심부리는 것들.”
“지금, 그러면, 게이트웨이를 만난 변호사가 변호사님의 뜻을 거스르고 제멋대로 행동했다는 말씀인 건가요?”
“내 지시도 내 지시지만, 더 큰 걸 거슬렀지.”
‘더 큰 거? 김한 변호사님···?’
석윤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정후에게 당한 게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정후는 석윤재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고마워, 석 변호사. 일 터지고 바로 나한테 찾아와 줘서. 괜히 사람 마음 의심해서 일이 틀어졌으면, 곤란할 뻔했는데.”
“으흠···.”
“내가 정리할 테니까, 석 프로는 걱정하지 말고 나랑 이야기한 대로 하면 돼. 내가 뭐 더 해줘야 할 말이 있나?”
“아닙니다. ···제가 좀 성급했던 것 같네요.”
석윤재는 이정후를 바라봤다.
본다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이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올곧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는 듯이, 이정후가 또 하나를 추가했다.
“아, 다음 주에 나랑 같이 성북동에 가자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박사님을 뵙고 인사드려야지.”
성북동,
김앤강의 ‘하늘’이 계신 곳.
드디어 만난다.
석윤재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선배님만 믿고 진행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죄송합니다. 예의없게 굴어서.”
“아니야, 그럴 수 있지. 게이트웨이 일이나 잘 마무리해. 김앤강 내부 일은 내가 정리할 테니까.”
“네.”
···
석윤재가 돌아가고, 이정후는 상황을 곰곰이 곱씹었다.
최재민이 힘겨루기를 해보겠다고 들어왔다.
최재민은 석윤재 같은 부류가 아니다.
나름 자로 재보고 계산 다 해본 뒤에 내린 결정이었을 테지.
이정후의 왼쪽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아람코와 삼전의 오 상무를 믿고 한 베팅이겠지.
이제 알파빗까지 얻으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겠지.
애송이.
고작 매출 규모로 사무실 권력이 정해질 거로 알았다면, 아직 배울 게 많다.
실력은 있는 놈이다.
그러고 돌아간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게이트웨이 협상을 흔들어 놓다니.
말만 들으면 참 좋은 것인데···
하지만, 이렇게 나온 이상.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낼 생각이다.
싸움을 잘못 골랐다.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기대하고 벌인 판이다.
[이정후: 선배님, 이정후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런데, 언제 사무실에 나오시나요? 조금 급한 일이라서, 아무래도 제가 찾아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싶은데. 이 문자를 보시면, 연락해 주십시오.]이정후는 강태산에게 문자를 넣었다.
‘하늘’을 만나기 전, ‘산’을 먼저 밟을 예정이다.
지난번처럼 뒤통수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문 IV
내가 임의로 정한 숲의 입구를 지나서 한 시간쯤 걸어 들어가면 큰 나무가 한그루 나온다.
둘레가 다른 나무들보다 세 배쯤 두껍고,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나무.
여기서 얼마 지나지 않은 지점에서는 나는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었다.
회색빛의 문은 그 나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