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7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75화(175/190)
【175화 – 마커스 혼비】
센터 스트리트 60번지,
뉴욕주 법원.
“인정합니다. 미스터 혼비, 증인의 성적 취향이 이 사건과 지금 무슨 관련이 있죠?”
재판장은 상대방 변호사의 의의에 공감하며 묻자, 마커스 혼비는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증인의 위증 가능성에 대해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재판장님.”
위증이라는 표현에 잠시 고민한 재판장은 마커스 혼비의 신문을 허락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좀 더 진행하세요. 하지만, 만약에 증인에게 수치심을 주려고 한다거나 정신적으로 압박할 목적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저지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재판장님.”
마커스 혼비는 심문을 이어갔다.
가뜩이나 긴장한 상대방 변호사의 미간에는 짜증 가득한 주름이 잡힌다.
“미스 슬레인, 성적 관계에 있어서 당신은 마조히스트적 성향의 사람입니까? 강간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나요?”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마커스 혼비는 묘한 재주가 있는 남자였다.
사람을 매혹하고 흔들 줄 안다.
특히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거나,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그의 재주는 빛을 발한다.
그의 그런 재주는 법정에서 아주 유용하다.
증인들을 흔들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재판장을 헷갈리게 해 일반적으로 잘 통하지 않는 기습 전략들이 먹힌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 변호사가 다시 한번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 보았지만, 재판장은 마커스 혼비의 재주에 이미 현혹된 듯했다.
“미스 슬레인, 미스터 앨런 피트를 두고 동료에게 ‘저런 남자가 나의 손발을 묶고 하루 종일 거짓을 해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기억이 잘···.”
“뭐라고요?”
“기억이 잘 나지···않아요.”
“그래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그한테 한번 당하고, 백만 달러쯤 받아낼 수 있으면, 할 만한 거 아니야?’ 이제 기억이 나나요? 아니면 당신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 좀 더 할까요?”
“그건···그건···입사 초기에 술자리에서 한 농담일 뿐···이에요.”
“아, 이제 기억이 나나 보네요. 미스 슬레인, 질문에만 대답하세요. 있습니까? 없습니까?”
“···.”
“아직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보네요. 좀 더 확실하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 당신이 했던 다른 말들도 얘기해 볼까요? ‘나의 판타지는 세 명의 남자랑···.’”
“그만! 그만···흑흑···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이···흑흑.”
결국 상대방이 공들여 준비한 증인은 관련도 없는 성적 판타지 이야기에 무너지고 말았다.
···
재판이 끝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대방 변호사는 법정 밖으로 나가는 마커스 혼비를 붙잡았다.
“이제 스물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애를 무너뜨려서 기분이 좋겠어. 저 아이가 이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걱정되지도 않아?”
“스물두 살짜리가 성관계 한 번에 인생을 피려고 하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지.”
“웃기지 마. 너도 알잖아. 사진 봤잖아. 그건 누가 봐도 강간이었어.”
“그러면 처음부터 경찰에 갔어야지. 왜 돈을 받고 합의서를 써.”
“니들이 협박했잖아.”
상대방 변호사의 발언 수위가 세지자, 그를 무시하고 가려던 마커스 혼비는 멈춰서 돌아섰다.
“마크, 왜 나는 들어왔는데, 성적도 나보다 좋았던 네가 우리 로펌에 못 들어온 줄 알아?”
“카이저 더튼에 지원한 적 없어.”
“오- 마크, 모두 가 다 알아, 네가 지원했다는 거.”
“한 적 없어.”
“알았어, 알았어. 그렇다고 해줄게.”
“나는. 잘난. 니네 로펌에. 지원한 적 없어, 이 새끼야.”
“그래, 그럼, 지원했다고 가정하고, 그 이유를 말해줄게. 너는 너무 감정적이야.”
“퍽유.”
마커스 혼비는 얼굴이 시뻘게진 예일대 로스쿨 동기생을 내려다보며,
“강간이었냐, 아니었냐가 문제가 아니야. 그녀가 돈을 받고도 입을 닫지 않은 게 문제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꼴랑 삼만 달러로 침묵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그 열 배를 준다고 했잖아. 그 딜을 받았어야 했어. 이 소송 때문에 우리 의뢰인 회사 주가가 얼마나 떨어진 줄 알아?”
“와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따위 썩어빠진 정신으로 밤에 잘 수 있는 거지?”
“마그네슘. 왜? 너 불면증 있니? 있으면 너도 먹어봐. 약국 카운터에서 파는 싸구려 말고. 내 의뢰인 중에서 이탈리아산 버섯에서 추출한 원료로만 만든 제품이 있는데, 원하면 내가 몇 개 구해줄까?”
“넌 이 상황에서도 그런 농담이 나오냐?”
“물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해. 마크, 너 배가 좀 나온 거 같다. 운동 좀 해야지.”
“그것만 기억해라. 저 애가 나중에 어떻게 되면 그 책임은 너에게도 있다는걸.”
마지막으로 말해주곤 법정을 떠났다.
“마크, 나야, 마커스 혼비. 그 애가 자살하면, 그건 전부 네 잘못이야. 내가 나올 줄 알았으면 애초에 증언대에 세우지를 말았어야지.”
···
법원 건물을 나온 마커스 혼비와 그의 어쏘는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차로 향했다.
“나는 약속이 있어서 갈 데가 있으니까, 사무실엔 따로 들어가.”
“아, 네.”
파트너 변호사의 지시에 어쏘는 바짝 얼어붙은 채로 대답했다.
평소에도 마커스 혼비 앞에 서면 긴장하는 어쏘였지만, 오늘 기일에서 그가 한 퍼포먼스를 보고 난 직후라 어쏘는 더 긴장했다.
“들어가서 클라이언트한테 연락해. 합의할 타이밍이라고 설명하고, 합의금은 백만 달러 정도면 가능할 거라고 얘기해.”
어쏘는 조금 전 있었던 기일에서 소송의 승기를 잡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클라이언트에게 이전에 제의했던 금액보다 높은 합의금에 대한 동의를 얻으라니.
파트너의 지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만 달러요? 그건 그전에 제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데···.”
어쏘의 순진한 질문에, 차에 오르려던 마커스 혼비는 그를 향해 돌아섰다.
“숀.”
“네, 변호사님.”
“조금 전에 내 동기 말이야. 마크.”
“네.”
“지원하지 않았어.”
“네?”
“카이저 더튼에 지원한 적이 없다고.”
‘지원한 적이 없다고?’
깜빡 속았다. 지원한 적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 말씀을 왜 하시는 거지?’
“아···네.”
“지원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참고로 저 친구가 나하고 같은 해 졸업한 학생 중에서 수석이었어. 다른 한 명이랑 공동으로.”
“혹시 그 다른 한 명이 변호사님이신가요?”
“아니. 여학생이야.”
어쏘가 주제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마커스 혼비가 대답을 기다린다는 눈초리로 계속 자신을 쳐다보자, 어쏘는 마지못해 조심스럽게 생각을 말했다.
“음···변호사님 말씀대로 들어오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아, 그럼 들어올 수 있는데, 아까는···.”
“모를 일이지.”
“네?”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아···네···그렇죠.”
“숀.”
“네, 변호사님.”
“앨런 피트가 슬레인 양을 강간했어?”
“네? 아···미스터 피트가 강압적인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강간은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으니까, 우리는 대리인으로서 그걸 믿고···.”
“삐— 오답. 틀렸어.”
“그러면, 변호사님께서는 법원이 강간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전략상 오늘 그렇게···.”
“삐— 여전히 오답.”
어쏘는 이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입을 다문 그에게 마커스 혼비는 자신의 철학을 말했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게 뭐야?”
“우리는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아니, 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야.”
“그러면···.”
“우리는 열린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다시 닫고 있는 거야.”
“···.”
“강간했냐, 안 했냐를 가리는 게 아니라, 그 질문의 답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하는 거라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게.
“소송 시작하고 클라이언트 회사 주식이 얼마나 떨어진 줄 알지? 저 정의감 넘치는 고집불통 마크 스웨인이 흔들리는 지금이 타이밍이야. 지가 세운 어린 여자애가 불쌍해서 어쩔 줄 모를 지금 합의해야지, 안 그러면 끝까지 가서 기어코 답을 확인할 놈이라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아, 네, 알겠습니다!”
마커스 혼비는 차에 올라탔다.
어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 사건만 마무리되면 내보내든 다른 팀으로 보내버려야겠다.
“어디로 모실까요, 변호사님?”
“트라이베카.”
마커스는 트라이베카에 있는 한식당으로 향했다.
보고 싶었던 동기를 만나러 간다.
마크 스웨인 말고 다른 한 명의 수석 졸업생
징징-
[글로리아: 어디야? 오고 있는 거지?] [마커스: 가고 있어. 식당 이름이 ‘수라’라고?] [글로리아: 응.] [마커스: 오늘 버네사도 오는 거지?]-*-
봄방학.
맨해튼, 트라이베카,
한식당 <수라>.
“네사야!”
“언니!”
하영은 <앨런 앤 폴>의 수연을 만났다.
“얘! 너는 왜 날이 갈수록 더 예쁘지는 거야! 셈나게!”
“언니는 맨날 나만 보면 그렇게 얘기하더라.”
“사실이니까 그렇지. 쉬니까 좋아?”
“쉬는 것 같지도 않아요.”
“일 많아?”
“네.”
“일 많은 사람치고는 얼굴이 너무 좋아 보이는데, 너 혹시 연애하니?”
“어! 어떻게 알았어요?”
“뭐야? 진짜?”
“네. 히히.”
밝게 웃는 하영.
그 모습이 살짝 당황스러운 수연. 물은 건 그녀였지만, 평소처럼 아니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이었다.
“어쩌지?”
“뭐가요?”
“나는 니가 당연히 연애하는 중이 아닌 줄 알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말했다고?
“누구한테요?”
“어? 그게···.”
하영의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계획대로 서프라이즈로 남겨둘지 고민하는 찰나, 바로 그 ‘누구’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왔다.
“헤이, 글로리아.”
“하이, 마커스.”
예일대 로스쿨 동기 마커스 혼비였다.
.
.
.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지구 반대편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있던 범상도 그의 이름을 듣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담당 변호사의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마커스 혼비입니다. <카이저 더튼 힐> 소송팀의 마커스 혼비.”
다란, 오마르 일 그리고 카이저 더튼
“그래서 이 나라의 느낌이 어땠나요?”
사우디 일정 마지막 날, 알 자와위 아람코 부사장님이 물으셨다.
지난 5일간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한두 시간도 가능했으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어 물으시는 것 같아서 한 문장으로 줄여 답했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내 추측이 맞았다.
“훌륭한 대답이에요. 내가 들은 대답 중에 제일 멋진, 완벽한 대답이었습니다, 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 아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종교적이고 편향적이고 꽉 막혔다고들 생각하죠.
한도 느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우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해도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가치가 다를 뿐이에요. 오래된 역사를 기리고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과거에만 얽매여 살고 있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살고 있어요.
왕세자님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역시 그런 일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난 5일간 딱히 말씀이 많지는 않으셨는데, 아마 이렇게 나중에 하시려고 기다리셨던 듯 보였다.
“···우리도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다만, 화석연료를 마치 악의 근원으로 치부하고 대체 에너지만이 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구원자처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우리가 아는 어떤 전쟁과 그 형태 묘하게 닮아있어 씁쓸해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나요, 한?”
이해한다. 그의 위치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대체 에너지 산업을 우리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물리쳐야 할 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탄소 포집 기술같이 화석연료의 효율적인 소비를 위한 연구 또한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사업에 포함되어야 해요.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풀려는 시도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이번 여행에 MG 사의 메시지를 들고 와주어서 고마워요.
한은 늘 나를 놀라게 하는군요. 돌아가서, 토마스 뮐러 씨에게 우리 아람코는 MG와 이번 프로젝트를 같이 할 의사가 있다고 전해주세요.”
MG가 아람코에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탄소 포집을 포함한 탄소 관리 기술 연구 파트너십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캠페인 ‘RE100’에 가입된 MG의 고민 역시 아람코와 비슷했다.
그들 역시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연기관차 시장의 순조로운 퇴장을 마련해야 했다. 퇴장해야 한다면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공식 일정이 끝날 줄만 알았다.
아니었다.
알 자와위 부사장님의 부탁은 하나가 더 있었다.
“아, 그 사건도 한이 맡아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한이 가지고 온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디, 오마르 일을 한에게 의뢰하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