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79)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79화(179/190)
【179화 – 네트워크】
미시간, 디트로이트.
범상은 MG 빌딩을 방문했다.
“안녕하셨어요?”
“어느 때보다 더 안녕해. 자네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게 자네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
“토마스도 마찬가지인데요.”
“자네도 이 나이가 되어봐. 60살이나 70살이나 비슷해.”
“80살 아니셨나요?”
“아니네. 내가 틀렸네. 달라졌군. 넉살이 늙었어. 하하-”
MG 사(社)의 제너럴 카운슬(법무이사) 토마스 뮐러는 범상을 반갑게 맞이했다.
둘은 사무실 안 소파에 앉았다.
토마스 뮐러 이사는 방안 한쪽 코너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미니 바(bar)에서 위스키 두 잔을 따라 가지고 와서는 한 잔을 범상에게 권했다.
“고맙습니다.”
“보스턴은 어때? 학교생활이 심심하지 않아?”
“아니요. 재미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어. 자네는 왜 학교에 들어간 거야?”
미국에서는 안식년에 학교로 돌아가는 학위를 따는 문화가 그리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미국 변호사들도 있었지만, 한국 로펌 변호사들처럼 스펙을 위해 석사를 따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범상 같은 변호사가 학교에 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제대로 일해보려고요.”
“이미 제대로 일하고 있잖아.”
“뉴욕에서요.”
범상의 두 눈이 반짝였다.
토마스 뮐러는 범상의 인상이 좋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이럴 때면 비장함이 부각 된다.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몇 마디 나눠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똑똑한 사람인 것을. 그런 점이 너무 도드라지지 않아 거부감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더 호감이 간다.
“김앤강이 뉴욕하고 엘에이 사무실을 냈다고 했을 때, 그냥 연락 사무실 정도 내는 것인가 했는데, 아닌가 보네. 그럼, 졸업하고도 뉴욕에 있는 건가?”
“네. 아마도 몇 년간은 뉴욕 사무실에 있으면서 서울하고 엘에이 등 오가면서 일할 것 같아요.”
“반가운 소식이네.”
진심이었다.
게다가 아람코와 탄소 기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범상이 뉴욕에 있는 것이 서울에 있는 것보다는 편리했으니까.
토마스 뮐러는 축하의 의미로 위스키 잔을 들어 올렸다.
“반가운 손님에게만 내는 술이야.”
“정말 귀한 술이네요. 글렌파클라스 패밀리 캐스크 시리즈 1959 빈티지.”
“마셔봤어?”
“네.”
귀한 술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2007년에 친구 한 녀석을 도와주고 한 짝을 선물로 받았지. 그때는 술맛을 잘 알지 못했을 때라 이게 귀한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나눠주고 이젠 다섯 병도 안 남았어.”
“그러셨군요.”
“내가 알기로는 이 빈티지는 정식 발매도 안 됐다고 알고 있는데. 자네는 도대체 어디서 마셔본 거야?”
아? 그런가요?
아공간 속 도시, 캐피톨 빌딩 근처의 바에서···.
“아는 사람의 집에 놀러 갔다가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아무튼 자네는 참 수수께끼 같은 친구야. 아, 그렇지, 매사냥은 언제 배운 거야?”
“하하하- 앤디한테 들으셨나요?”
“덕분에 이야기가 쉽게 진행되겠어. 자네가 중간에서 잘 좀 조율해 주면 좋겠어.”
“네, 물론입니다.”
둘은 먼저 아람코와 MG 간의 진행될 탄소 프로젝트에 관해서 먼저 간략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나서, 범상은 전화로 물었던 로비 관련 질문을 던졌다.
“현재 MG는 어떤 식으로 로비를 하고 있나요?”
“인하우스(in-house, 사내) 팀이 있지. 로비만 담당하는데. 정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로비스트들도 고용하시고요?”
“물론이지. 섬세한 문제니까.”
“그러면 이번 아람코와 진행할 탄소 기술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지금 우리 회사 내부 기밀을 알려달라고 하는 거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실무 메커니즘을 알고 싶어서요.”
또 반짝이는 두 눈.
변호사의 일과 로비스트의 일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다른 성격의 업무이다.
특히나 네트워킹이 90%를 차지하는 후자를 과연 외국인인 범상이 잘 해낼 수······
“왠지 몇 잔을 더 마셔야 할 것 같군.”
있을 것 같다.
토마스 뮐러에게 한범상은 호감 가는 젊은 변호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나이로만 보면 한참 어린 그였지만, 대화하다 보면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히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삶은 대하는 태도라든지 통찰력 같은 부분에 있어서 칠순이 훌쩍 넘은 자신과도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건 못 마셔봤겠지. 이걸 자네를 위해서 오픈하게 될 줄이야.”
“달모어 50년산이네요.”
“설마 마셔봤어?”
네.
그것도 있더라고요.
그 고급스러운 아공간 속 도시의 바에.
-*-
아람코 US는 휴스턴, 보스턴, 디트로이트 등에 사무실이 있다.
리서치 센터 및 본사는 텍사스 휴스턴에 자리했다.
앤디 나세르는 휴스턴 본사를 찾았다.
오마르 사예드 케이스 관련해서 모하메드 대표가 그를 호출했다.
“그래서 대책은 있는 거야?”
오마르 사예드는 아람코 US의 인하우스 로비스트였다.
모하메드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그를 변호해 주지는 말자는 김앤강의 의견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딱히 오마르 사예드를 아끼거나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모하메드 대표는 그가 사라지면 공백이 생길 업무가 걱정이었다.
“로비 업무야, 어차피 외부 펌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오마르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야. 그 친구의 단점을 감싸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가 여자들을 잘 다루는 방법을 알기에 되는 일이 있었다고.”
“잘 다룬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데요.”
“마디, 너랑 지금 말장난이나 하자고 부른 게 아니야.”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다.
서로 경쟁하는 관계.
한때는 그의 밑에 부하직원이었지만, 이제는 동아시아 벤처 담당자가 된 앤드류 마디 나세르.
그렇다고 모하메드가 나세르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토랜스 공장 인수 건도 그렇고 자꾸만 태클을 거는 듯한 모양새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고 해서 오마르 그 자식을 품기에는 하자가 너무 많은 놈이에요. 한이 적절한 시기에 제동을 걸었으니 망정이니, 안 그랬으면 더 큰 일 날뻔했어요.”
오마르 사예드의 두 번째 피해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카이저 더튼의 말로는 첫 번째 건을 빨리 해결했으면,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데.”
“카이저 더튼이야 그렇게 말하겠죠. 첫 번째 건을 합의한 다음에 두 번째가 나타났으면 더 큰 일로 번졌을 게 뻔해요. 세 번째, 네 번째가 안 나타날 보장도 없고. 새뮤엘 말이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던데, 좀 더 일찍 선을 그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하메드는 할 말이 없다.
오마르 사예드가 그런 인물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 때문에 가만히 덮어둔 것도 있었다.
“당장 다음 달에 있는 ESCRDI 관련 SEC 공청회는 어떻게 할 거야? 공청회 패널로 나오기로 한 피어슨 의원을 담당하고 있던 사람이 오마르였는데.”
ESCRDI(The Enhancement and Standardization of Climate-Related Disclosures for Investors): 투자자를 위한 기후 관련 공시 내실화 및 표준화 관련 법안.
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오마르 그 자식이 제대로 로비를 할 수나 있었을까요? 못했을걸요.”
받아치기는 했지만, 앤디 나세르는 모하메드의 우려에 마땅한 해답이 없었다.
ESCRDI가 제안대로 통과되면 이제 기업들은 기업의 영위하는 사업 전반에 걸쳐 배출되는 탄소량을 공개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시행 중인 법.
조만간 미국에서도 시행될 것은 분명했다.
결국 이런 종류의 규제들이 계속해서 제정되는 까닭은 환경문제. 석유 에너지 사업이 주인 아람코의 처지에서는 자신들의 목을 옥죄여 오는 규제들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것들이었고,
아람코 US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람코에 불리하게 적용될 미국 내 규제를 반대·축소·완화하는 것이었다.
로비를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답이 없다라는 거야? 알 자와위 부사장님한테 그 한국 변호사의 의견을 건의했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 설명은 했어?”
결국 모하메드 대표가 부른 이유는 이거였다.
「네가 하자는 대로 했으니까,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져.」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반박할 거리는 많았다.
진작에 쳐냈어야 할 ‘오마르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었던 사람은 당신이라고,
이번에 오마르를 내치지 않았어도 로비를 제대로 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지만, 앤디 나세르를 모하메드 대표랑 의미 없는 말싸움 따위 하고 싶지 않다.
중간에 끼어들어 훈수를 두었다 한들, 본인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예전 부하직원에게 전가하려는 그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에 해야 하는 일이지만, 부탁하시면 제가 알아보죠.”
라고 말하곤 앤디 나세르는 대표실을 나왔다.
···
휴스턴 아람코 US 본사 사무실을 나온 앤디 나세르는 누구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해 본다.
그의 학교 동기 중에도 로비스트 펌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하지만, 다들 분야가 다르다.
그들이 일하는 펌을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띠리링- 띠리링-
나세르는 옛 상사였던 토마스 뮐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냈나, 앤드류.”
“안녕하셨어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과 석유 에너지 산업은 공통 분모를 공유한다.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망정 분명 그는 길라잡이를 해줄 수 있다.
시간이 별로 없는 나세르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음 달 SEC에서 열리는 ESCRDI 공청회 관련해서 여쭈어볼 것이 좀 있어서요.”
-하하하, 한발 늦었네, 앤드류.
“네?”
-며칠 전에 한이 다녀갔지. 지금 자네가 물은 것과 같은 걸 물었어.
‘한이 다녀갔다고? 같은 걸 물었다고?’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는 순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한범상: 앤디, 지금 어디야?] [한범상: SEC 공청회 관련해서 피어슨 의원하고 약속을 잡았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뭐? 피어슨 의원하고 약속을 잡았다고?’
어떻게?
미래의 기록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을 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공간 속 도시는 워싱턴DC를 닮지 않았다.
다만, 캐피톨 빌딩과 주변 건물들만큼은 내가 기억하는 것들과 똑같았다.
현실이었다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건물들,
미국 국회의사당, 연방정부사무소, 연방대법원 등등.
그 안을 내 멋대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아공간 속 자연을 돌아다니는 기분과는 또 다른 희열이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안을 돌아다니다, 문득 머릿속에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국회의사당 옆 의회도서관으로 향했다.
캐피톨 힐(Capitol Hill)의 오래된 빌딩 중 하나로 미국의 기록이 보관되는 공간.
미국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의 기록보관소이자 국회의 기록들이 보관되는 곳.
인상 깊었던 장소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곳, 아공간 속 의회도서관에도 기록들이 있을지가.
그런데···
“2046?”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