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8)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8화(18/190)
【018화 – 압도적으로 여유로운 파장의 시작】
일반 회사는 수익 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부서들끼리 힘을 합친다.
제품을 만드는 부서는 제품을 잘 만들고, 제품을 파는 부서는 잘 팔고. 유기적으로 협동하여 공동의 목적을 이뤄야지만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 그래서 손해가 나면, 모든 부서가 그 손해를 나눠 분담하는 방식.
그런 면에 있어서, 당장 오늘 사표 쓰고 나가 개인 사무실을 차릴 수 있는 변호사들이 모여 만든 로펌은 그 생리가 조금 다르다.
별산제 로펌은 더욱더.
실적을 내지 못한 팀이 구조조정을 당하는 와중에도 실적이 좋은 팀은 보너스가 지급되는 곳이다.
같은 지붕 아래 있는 협력사 같다고 얘기했던가?
이게 더 치열해지는 이유는 같은 로펌 안에서도 한 팀이 다른 팀의 일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의사가 정형외과 환자를 볼 수는 없다. 산부인과 의사가 비뇨기과 환자를 볼 수도 없고.
변호사는 아니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분야를 나누기는 했지만, 형사 전문 변호사가 민사 사건을 맡을 수도 있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기업 합병 사건을 맡을 수도 있다.
당장 서초동에 있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에 가면 형사부터 회생, 이혼, 상속, 민사 등 다 한다고 붙어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럼, 로펌 안에서도 팀들끼리 사건을 빼앗기도 하냐고?
물론이다. 빼앗는다는 표현이 조금은 과격할 수 있겠지만.
당장 김앤강 국제중재팀만 봐도 총 120명의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다.
당연히 사건 하나 들어왔다고 120명의 변호사 전부가 달라붙어서 처리하지 않는다.
김앤강의 국제중재팀에는 두 명의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가 있고, 열두 명의 ‘주니어 파트너’ 변호사가 있다.
‘주니어 파트너’ 정도 되면 그를 보고 오는 클라이언트들이 있기는 해도, 굵직한 사건들은 대부분 김앤강의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것들이다.
혼자 나가서 사무실을 차려도 지금 받는 연봉 정도는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로펌에 남아야 한다.
로펌에 남으려면 ‘시니어 파트너’로부터 사건을 받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사건은 다른 주니어 파트너도 할 수 있다.
고로, 국제중재팀 열두 명의 주니어 파트너들은 사건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건을 받기 위해 시니어 파트너에게 영업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조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기는 하지만.)
오직 실력. 오직 사건을 처리하는 실력으로 경쟁한다.
“변 변호사, 한범상 변호사가 맘에 안 들어?”
어떤 주니어 파트너가 얼마나 더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사건을 처리하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당연히 시니어 파트너는 그런 주니어 파트너에게 사건을 몰아준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은 어쏘 변호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떤 어쏘 변호사가 업무를 더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하는지가 크리티컬하다.
“아니면, 배당을 바꾼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아닙니다.”
“뭐가 아냐?”
“그런 거 아닙니다. 마음에 안 드는 거 없습니다.”
사실 심플하다.
실력 있는 놈이 살아남는 구조.
왜 김앤강은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인 건가?
선점의 효과? 규모의 장점? 그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해도 실력이 없었으면 진작에 2위에 먹혔을 것이다.
김앤강이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결국 가장 심플한 룰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쌍욕을 하든, 모함을 하든 상관없는데, 내가 준 사건 가지고는 장난치지 마.”
파트너 변호사의 눈빛이 살벌하다.
‘네?’라고 반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 자리에서 ‘나가’라고 할 것 같았다.
“···네.”
변 마이클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정확하게 알았기에.
그의 책상 위에는 GL 디스플레이 기록파일이 놓여있었다.
“가.”
“···네.”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한 뒤 돌아섰다.
최재민은 그런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
“잠깐. 이거 가지고 가.”
“네?”
“가져가 보라고.”
“···네.”
“변 변호사.”
“네.”
“떨어진 낙하산이 실력까지 좋으면, 그땐 진짜 긴장해야지.”
그딴 유치한 짓거리할 시간에.
“······.”
국제중재팀 주니어 파트너 최재민 변호사가 팀원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보는 건 딱 하나다.
지들끼리 혐오하든, 사랑하든 상관없다.
자신이 시니어 변호사로부터 받은 사건들을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처리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그거 하나만 본다.
그래서 도움이 안 되면?
“나가서 사무실 차릴 생각이야?”
“···아니요.”
그게 그가 120명 변호사가 소속된 국제중재팀의 열두 명 ‘주니어 파트너’ 중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받는 이유였다.
“가서 일 봐.”
“네.”
-*-
“강태산 변호사가 꽂았다는 외국 변호사 있잖아. 국제중재팀 최 프로가 데려갈 모양이던데.”
“최 프로? 최재민 변호사?”
“응.”
“거기야 뭐 유명하잖아, 야망 크기로. 능글능글하다가도 자기 밥그릇 누가 건드리면 선배고 후배고 안 가리지.”
“근데, 낙하산은 오래 데리고 있으면 문제가 심각할 텐데. 그 밑에 어쏘들이 가만히 있겠어? 실력 없으면 사건을 안 줘야 하는데, 데리고 있으면 억지로라도 줘야 할 거 아니야. 한두 건이야, 가만히 보고 있는다고 해도, 파이 나눠 먹는 느낌 들기 시작하면, 시끄러워질 텐데.”
김앤강 주니어 파트너들의 술자리.
동기들이다.
회사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니 한범상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괜찮다는 소문이 있던데.”
“뭐가?”
“그 외국 변호사를 백인찬 변호사님이 해상으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말이 있어.”
“백 변호사님이? 진짜?”
“응. 리크루트팀에 제법 강하게 어필했다고 하던데.”
“의외네. 혹시 해대 출신이야?”
“아닐걸.”
“그런데 왜? 서명대 로스쿨이라며. 무늬만 외국 변호사. 아! 그전에 있던 사무실에서 해상을 좀 했었나?”
“그건 아닐 거야. 양아 고민수 변호사 밑에 있었다는 것 같더라고.”
“뭐야, 박 프로. 왜 이렇게 잘 알아? 혹시 박 프로가 데려가려고 했던 거 아니야?”
“아이, 들켰네. 이참에 빅 마운틴 눈에 좀 들 기회가 생겼나 싶었는데.”
사십 대 중반 로펌의 주니어 파트너들.
클라이언트 회사의 실무자들이 가장 같이 일하기 편해하는 층이다.
노련함에 있어서 선배들과 맞먹을 수 있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두터운 클라이언트 리스트가 없어도 아직은 실력만으로 어딜 가나 대우받을 수 있는 마지막 연차.
그래서 경영에 관심이 많다.
이 위로 올라가려면 플러스가 있어야 한다.
피라미드의 위층에 모두를 위한 자리는 없다.
“고민수 변호사는 어때? 대서양에서 나온 지 한 5년 됐나? 요새도 사건 좀 들어오나?”
“나름 알짜배기인 거 같던데. 대서양 나갈 때, 클라이언트 하나 제대로 물고 나갔을걸. 거기도 영업 엄청나게 뛸 거야. 보험 쪽에서는 알아주잖아.”
“그나저나 고 프로 밑에서 일했으면 고생 좀 했겠네. 2년 전인가? 나 봤어. 서부지원 앞에서 사무장 조인트 까는 거.”
“하하하- 그치가 성질이 좀 더럽기는 하지.”
“그런 걸 배운 건가?”
“뭘 배워? 성질 더러운 거?”
“아니, 영업 같은 걸 많이 따라다녔으면 그것도 도움이 되긴 하잖아. 국제중재팀도 국내 회사들하고 술 많이 먹잖아. 골프도 많이 치고. 외국에서 공부한 애들은 그런 걸 잘 못하니까, 그런 자리 데리고 다니려고, 최 프로가 낙하산을 데려간 건가 해서.”
딱히 한범상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재민이 무슨 꿍꿍이로 한범상을 데리고 있는 건지가 더 궁금하다.
사실 그것도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다.
그냥 술자리에서 회사 얘기를 하다 보니까 거기까지 나왔을 뿐.
특허팀 주니어 파트너 함익철도 그랬다.
딱히 한범상에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 프로가 이성헌 변호사님한테 그랬대. 자질이 없는 친구는 아니라고.”
이성헌 변호사는 김앤강의 시니어 파트너로, 김한 변호사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왕좌의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마도 강태산 변호사가 누구를 꽂았다고 하니 민감하게 반응한 모양이었다.
함익철은 그보다 도대기의 평가가 의외였다.
“도 변이 정말 그렇게 얘기했대?”
“그렇대. 이 변호사님이 그러시더라고. 도 프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없었던 관심이 생긴다.
진화하는 공간
[기중: 부탁한 골드바 준비됐다] [기중: 언제 가지러 올겨] [기중: 퇴근 몇 시에 해?] [범상: 늦을 텐데] [범상: 한 아홉 시] [범상: 주말에 갈게] [기중: 아냐. 기다릴게] [범상: 괜찮겠어? 아홉 시 끝나서 가면 아무리 빨라도 9시 반일 텐데] [기중: 와. 괜찮아]옥탑방 비밀 금고에 금(金)을 넣으면 아공간의 문(門)이 열린다.
금을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아공간의 크기가 넓어진다.
「한 돈에 한 평.」
그렇다고 한 평씩 커지는 시스템은 아니다.
반 돈을 넣으면 반 평이 넓어지고, 1/10돈을 넣으면 1/10평이 넓어지는 방식.
나는 얼마 전 이 방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공간이 익숙해질 때쯤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