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80)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80화(180/190)
【180화 – 미래의 기록】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시(市).
민주당 국회의원 조이스 피어슨의 오피스.
“추진하고 계시는 암호화폐 규제법안 관련해서 의원님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몇 가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범상은 준비해 간 서류를 조이스 피어슨 의원에게 내밀었다.
그가 내민 서류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그녀는 매우 궁금하다.
이틀 전, 이미 범상과 통화를 한 그녀.
조이스 피어슨은 받기가 무섭게 서류철을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들이 담겨있다.
발의하게 된다면, 그녀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줄 만한 공화당 의원들 예상 명단까지.
그녀는 재빨리 명단을 훑어봤다.
흠칫 놀라는 그녀.
그녀의 팀이 뽑아 놓은 예상 명단과 80% 이상 일치한다.
더 신기한 것은 아직 발의한 전이라는 점.
조이스 피어슨은 호감과 주의가 섞인 눈빛으로 범상을 바라봤다.
“전화할 때 물었지만, 다시 물을게요. 내가 암호화폐 규제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지난 삼 년간 의원님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 정도쯤은 누구나 추측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조이스 피어슨은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발행에 반대해 왔다.
증권거래법을 넓게 해석하여 그러한 투자 모집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높여왔고, 그것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규제법안을 발의 준비 중이었다.
범상의 대답대로 그것은 가능했지만, 그가 가지고 온 자료들을 보면 그냥 살핀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가 팀과 3년을 준비한 것들이 그 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극비자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변호사라고 했죠?”
“미국에서는 학생 신분입니다.”
“하버드 로스쿨?”
“예.”
“석사 학위 논문용 프로젝트인가요?”
“음- 정확하게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는 합니다만.”
“연구 분야도 아니고, 단순히 관심이 있는 분야일 뿐인데, 공화당 의원들 명단과 그들이 왜 이 법안에 관심이 있는지까지 정리를 해봤다?”
“네.”
“왜 믿기 어렵죠?”
“의원님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통화했을 때, 부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막상 가지고 온 자료를 보고 난 후에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로비(lobby)의 열쇠가 ‘기브-앤-테이크(Give-and-take)’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로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게다가 유학생 신분? 한국인 변호사? 사우디 아람코?
‘뭐지, 이 이상한 조합은?’
“아람코에서 고용한 사람인가요?”
조이스 피어슨은 함께 온 앤디 나세르에게 물었다.
외모나 차림새만 본다면, 그가 좀 더 로비스트(lobbyist) 같다.
“아람코의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대답은 ‘예, 그렇습니다.’ 아람코가 고용한 로비스트냐는 질문이라면,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앤디 역시 지금 상황이 얼떨떨했다.
들어오기 전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뭐가 됐든, 범상이 피어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확실히 보였다.
온 힘을 다해, 그의 사이드킥(sidekick, 조수) 역할을 하고 있다.
조이스 피어슨의 시선은 다시 범상에게로 향한다.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왜’도 있지만, ‘어떻게’도 있다.
그런 의문점들을 범상에게 느낀 사람은 많다.
그녀가 처음이었을 뿐.
신중하게 자신 앞에 놓인 ‘선물’을 고민한 조이스 피어슨은 범상이 원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다음 달 SEC에서 열리는 ESCRDI 공청회에서 아람코가 원하는 질문들을 해달라는 건가요?”
기브-앤-테이크를 할 생각이다.
“고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너마저 깔끔하다.
-*-
조이스 피어슨 의원의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올라탄 앤디 나세르와 한범상.
차가 출발하기도 앤디는 질문을 쏟아냈다.
“언제 그것들을 다 리서치 한 거야?
설마 오마르 사예드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부터 여기까지 내다본 거야?
암호화폐 규제법?
정말 관심이 있었던 분야야?
나야 봐도 모르는 것이지만, 눈치를 보니까 조이스 피어슨 의원은 상당히 놀란 듯한 눈치던데.
너는···도대체···이···뭐···어···”
말하면서도 스스로 당황스럽다.
부사장님이 성추행 사건 하나 봐달라고 했을 뿐인데···
다란에서 얘기했을 때는 전개가 이렇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보내준 자료를 검토해 보니까, 알 자와위 부사장님 말씀대로 MG와 진행하게 될 탄소 기술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더라고. ESCRDI(투자자를 위한 기후 관련 공시 내실화 및 표준화 관련 법)가 발효되면 많이 부담될 것이 뻔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너한테 부탁한 적도 없고,
아니, 설명해 준 적도 없고,
그저 오마르 사예드가 관장하고 있던 로비 파일 몇 개를 보내준 것밖에 없는데···
앤디 나세르는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여기까지라고? 우리가 피어슨 의원의 마음을 얻으려고 오마르, 그 자식에게 얼마를 주고 있었는 줄 알아?”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정말이지 당장 학교 때려치우게 만들고 싶네. 얼마야? 얼마면 돼?”
“십억 달러를 줘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하버드 로스쿨에 집착하는 건데.”
“하버드 로스쿨에 집착?”
“아니야? 그럼, 왜?”
옆집 변호사, 아니 이제는 같은 집에 사는 변호사라고 해야 하나?
“있어, 그럴 이유가.”
“보스턴에?”
“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들을 위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고, 제안된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
공청회는 그런 자리이다. 증권거래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발의된 규제를 검토하고 찬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
민주당 국회의원 조이스 피어슨은 그날 공청회에 참석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게 스케줄 되어 있었다.
아람코 측 변호인단도 참석한다.
그날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이런 공청회는 주장하고 싶은 변론이 있다고, 맘껏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떤 식으로 위원회에 의견이 전달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질문자 중에 우리 ‘편’이 있다면 프레젠테이션이 훨씬 수월해진다.
조금 전 미팅에서 범상은 조이스 피어슨 의원을 아람코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거.”
“이건 또 뭔데?”
범상은 서류 가방에서 USB 메모리를 꺼내 앤디 나세르에게 건넸다.
“그날 공청회에서 나올 질문들과 답변들을 한번 정리해 봤어.”
“뭐?”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 같지만, 오마르 사예드가 그렇게 돼서 어떨지 몰라서. 한번 검토해 보라고.”
그 순간, 앤디 나세르를 결심했다.
한범상과 끝까지 간다.
“얼마라고? 십억 달러라고 했어?”
-*-
‘이곳은 미래의 누군가가 만든 도시일까?’
아공간 속 의회도서관에는 2046년까지의 기록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2046년까지 미국에서 발의·발효된 법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날짜를 보고는 얼떨떨했다.
정말 이것들이 미래의 기록일까?
일단 현재까지의 기록들을 확인했다.
현실 세계의 기록과 일치한다면 미래의 기록일 확률이 높아지니까.
일치했다.
‘누가?’, ‘어떻게?’ 또다시 드는 질문들.
하지만, 당장은 보류해야 하는 질문들.
그 안의 자료들이 미래의 기록이라고 가정하고 살펴봤다.
정말 흥미롭고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비록 앞으로 20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안에 기록된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대해 볼 만했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 관련된 것 위주로 읽었고,
다음에는 미국에 관련된 것을 읽었다.
그렇게 하나씩 넓혀갔다.
다행히 세계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였지만, 지구가 황폐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지도 나와 있었다.
지금 치러지고 있는 전쟁의 끝도.
물론 좋은 사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쁜 사건들에 관한 기록도 있었다.
‘정말 여기에 기록된 사건들이 모두 일어날까?’
한참을 그 안에 빠져서 읽고 난 뒤에 든 생각들이었다.
‘나는 여기 기록된 미래에 존재했을까?’
‘존재했다면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
역시나 지금 당장은 답을 알 수가 없는 질문들.
일단은 내 앞에 주어진 숙제에 이 정보들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조이스 피어슨 의원에 대해 찾아봤다.
그녀가 발의한 법안들과 발의할 법안들.
그녀의 과거와 미래.
통했다.
아공간 속 의회도서관에 있는 미래의 정보는 유용했다.
조이스 피어슨 의원은 실제로 암호화폐 규제법 발의를 준비 중이었다.
‘미래의 기록’대로라면 그녀는 이 법안을 내년에 발의하게 될 것이고, 법안은 통과하게 된다.
ESCRDI(투자자를 위한 기후 관련 공시 내실화 및 표준화 관련 법)에 관련된 기록도 찾아봤다.
‘미래의 기록’에 따르면 이번에는 통과하지 못한다.
삼 년 후에 발효된다.
고작(?) 20년도 안 되는 미래의 기록이었지만,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인류의 역사.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그중에서 한 권을 뽑아 있는다고 전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얼마나 그 안에 있었을까.
나는 읽고 있던 기록을 놓고 나왔다.
신선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현실로 돌아가기 전, 근처 바(bar) 들렀다.
지난번 희귀한 위스키들을 마셨던 그곳.
진열된 와인 중에서 이름을 들어본 하나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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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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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비컨 힐 아파트.
“하영 씨, 우리 와인 마실래요?”
“오- 좋다! 우리 어제 먹다 남은 피자도 있잖아요. 아, 근데 집에 와인이 있었던가?”
범상은 아공간에서 가지고 온 와인을 꺼냈다.
“여기.”
“사 왔어요?”
하영은 범상이 냉장고에서 꺼낸 와인을 무심결에 들었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로마네 꽁띠 그랑 크뤼! 이거···이거를 지금 마시자고요?”
“응.”
“먹다 남은 피자에?”
“뭐 어때요.”
나는 지금 마시고 싶은데.
나중이 아닌 지금, 이 순간.
김앤강 복덩이
미국 독립 전 1770년 3월 5일,
보스턴시 킹 스트리트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다.
영국군 병사들이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발포를 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 땅에서는 영국 의회의 식민지 조세 강화 법안 통과에 불만이 극도에 달하고 있었는데,
관세 감독관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이 심해지자, 영국 정부는 보스턴에 정규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보수가 적었던 영국 병사들은 부업을 갖기 시작했고, 이는 일자리를 두고 식민지 노동자들과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충돌을 일으켰다.
1770년 3월 5일 추운 밤, 불만 가득한 부두 노동자들 몇 명이 관세청 보초들을 향해 돌이 든 눈 뭉치를 던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시작은 확실하지 않다.
누구는 부두 노동자들이 시비를 걸었다고 했고, 또 누구는 군인들이 먼저 폭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의 발발이 명확하지 않을지언정, 그 배경에 깔린 원인은 명백했다.
본국과 식민지 간의 갈등. 영국의 경제적 착취에 대해 쌓인 미국인들의 불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