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83)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83화(183/190)
【183화 – 저스트 10 밀리언】
PIC 인슈어런스의 클레임 핸들러는 범상이 보낸 법률의견서를 검토하지 않았다.
그래도 매뉴얼대로 보고서는 올렸다.
보고서는 청구팀 매니저를 통해 법무팀으로 전달됐고, 법무팀 숀 존슨을 통해 다시 한번 조슈아 모리스의 책상 위에 올려졌다.
-팀장님이 이따가 오후 세 시에 <파크스 클린 세탁소> 클레임 관련해서 미팅하재.
조슈아 모리스는 범상의 법률의견서를 검토했다.
잘 썼다.
이슈 하나 빼먹지 않고 조목조목 전부 나열했고, PIC 인슈어런스 측에서 내놓을 만한 반대주장까지 미리 언급하면서 사전에 차단해 버렸다.
‘이걸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읽자마자 드는 생각이었다.
‘김앤강? 김앤강이 어디야? 프로 보노인데 젠장 왜 이렇게 열심히 한 거야.’
보고서에 포함되어 같이 올라온 명함을 확인한 그는 짜증이 났다.
들어보지도 못한, 그것도 외국인 변호사에게 허벅지를 물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어쩌지?’
의견서만을 보면 당연히 지금이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현명한 처사.
‘하지만, 이것들이 정말 소송을 할까?’
소송은 설득력 있는 의견서 하나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돈과 시간이 없으면 싸움을 끝까지 하기 쉽지 않다.
‘김앤강? 프로 보노 사건을 정말 그렇게까지 할까?’
똑똑-
“네.”
“뭐해? 미팅 안 들어가?”
조슈아 모리스가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동료 숀 존슨이 그의 방문을 노크했다.
벌써 오후 세 시였다.
.
PIC 인슈어런스 법무팀 회의실.
법무팀 팀장은 조슈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법무팀 팀장은 한범상의 법률의견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
사실 조금 긴 편이기는 했다.
“<파크스 클린 세탁소>라고 청구인의 세탁소에서 3년 전에 밸브 고장으로 홍수가 난 사고가 있었는데요······.”
조슈아 모리스는 팀장에게 배경과 법률 쟁점들을 설명했다.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듯해 보였지만, 잘못이 있는 그는 은연중에 사건 심각성을 축소하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클레임의 메리트가 낮아 보인다.
김앤강의 주장이 약한 것처럼 들렸다.
“그러면 그냥 거절하면 되겠네.”
“근데, 소송으로 가면 저희가 질 확률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해주는 것도···.”
팀장의 발언에 조슈아 모리스는 은근슬쩍 리스크를 끼워 넣었다.
사실 그가 가장 원하는 결과는 내부감사 없이 그냥 보험금을 지급하자는 결정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거 클레임 리저브도 없던데.”
“그렇기는 한데, 청구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얼만데?”
“이십사만 달러.”
“큰데.”
“이번에 프로 보노 변호사가 이자 및 비용 이것저것을 같이 청구해서 그렇지, 그전에 청구인이 재접수한 서류에는 십삼만 달러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충 칠만 달러 정도만 준다고 하면서 합의하자고 하면 합의가 될 것도 같은데요.”
조슈아는 옆에 있는 숀 존슨의 눈치를 보며 제안했다.
그는 법률의견서를 검토한 듯싶다.
칠만 달러에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슈아의 의견에 딱히 동의하지 못하는 눈초리다.
“숀, 너는 어떻게 생각해?”
“흠- 칠만 달러에 과연 합의한다고 할지···.”
“안 할 것 같아?”
“의견서 내용을 보면 꽤 집요하게 반박하고 있어서요.”
법무팀 팀장의 질문에 숀 존슨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조슈아 모리스는 곧바로 그의 의견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래 봤자, 프로 보노인데요, 뭐. 제가 보기에는 ‘그냥 의견서 내보고 아니면 말지!’ 생각으로 꼼꼼하게 쓴 것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쓴 거라면 뭐 하러 합의 제안으로 해.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어차피 소송을 할 것 아니라면.”
숀 존슨의 의견을 반박하느라 말이 꼬여버렸다.
조슈아 모리스는 얼른 다시 포지션을 바꾸었다.
“그렇기는 한데, 혹시 모르니까요. 숀 말대로 저쪽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아예 메리트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소송이 제기되면, 저희도 로펌을 선임해야 하고 이런저런 성가신 일들이 발생하니까, 비용 세이브 차원에서 칠만 불 정도면 괜찮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게···제 의견입니다.”
그러니 설득력이 없어진다.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3년 전 사고에 클레임 리저브도 없고···흠···꼭 그래야 하나? 이거 재접수 기한도 지나서 한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거부할 수 있는 거잖아.”
“아, 네, 뭐, 그렇기는 합니다.”
“3년 전에도 우리가 검토한 뒤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청구팀에 의견을 줬다면서. 칠만 달러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우리가 의견을 바꾸면 법무팀 꼴이 이상해질 것 같은데. 아니야?”
“네,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조슈아 모리스는 억지로 태연한 척을 했다.
팀장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숀 존슨은 조슈아의 의도가 뭔지 안다.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자, 숀 존슨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제 생각에는 칠만 달러에 합의 제안을 해보는 것이 그렇게 나쁜 생각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 숀, 네 생각도 그래?”
“네. 그때 들어온 의견서는 형편없었는데, 이번에 들어온 의견서는 달라서요. 어찌 됐든, 청구인과의 불필요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대가로 칠만 달러 정도면 나쁘지 않을 딜 같습니다.”
“프로 보노 변호사가 정말 소송까지 할까? 한다고 해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데. 하겠어? 돈도 안 나오는 소송인데? 왜? 무슨 소비자 보호에 열혈적인 그런 변호사야? 외국인 유학생이라면서.”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고 있는 다른 사건이 없어서.”
범상이나 김앤강에 대해 정보다 전혀 없는 그들.
솔직히 관심도 없고.
숀 존슨의 개인적인 의견은 원 클레임 금액인 13만 달러를 주고라도 지금 시점에서 합의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다만, 깊게 개입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꼬인 케이스에 괜히 깊게 관여했다가 성가신 일만 많아질 수 있었다.
조슈아의 의견에 동조할 순 없었지만, 팀장이 합의 제안조차 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로 돌아가자, 숀 존슨은 조심스럽게 조슈아를 두둔하고 나섰다.
13만 달러가 안 된다면 7만 달러라도 합의 제안을 일단 해보는 것이 나으니까.
“흠···.”
모양새가 이상해서 원래 나갔던 의견을 유지하고 싶은데,
다른 부하직원인 숀 존슨까지 그렇게 말하니, 팀장은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 둘 다 그런 생각이야? 그러면, 2대1이니까, 그렇게 하지, 뭐. 칠만은 너무 많고, 오만에 해. 청구를 영원히 포기하는 조건으로 오만 달러에 합의 제안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고 청구팀에 의견서 보내.”
“네, 알겠습니다.”
“이유는 적당히 잘 둘러대. 전에 나갔던 거랑 상충되지 않게. 방금 말했던 것처럼 소송 비용 등이 나갈 수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만 달러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블라블라블라. 오케이?”
“예.”
PIC 법무팀의 결정은 그렇게 났고,
법무팀의 결정을 받은 청구팀은 박재홍 씨의 아내 윤금자 씨에게 보험 합의금 5만 달러를 제시했다.
-*-
뉴욕, 맨해튼,
‘아메리카의 대로’ 1300번지 11층,
김앤강의 사무실.
마음 같아서는 더 청구하고 싶었다. 법적으로도 그럴 수 있었고.
하지만, 의뢰인이 돈이 급해 보여서 정말 최소 금액을 요청한 것이었다. 정신적인 피해 및 2차 손해 등 증명이 쉽지 않은 그런 것은 완전히 배제한 체.
“네? 얼마를 제안 받으셨다고요? 오만 달러요?”
범상은 화가 났다.
초라한 금액도 금액이었지만, 본인을 통하지 않고 청구인에게 직접 연락한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관례상 매우 비도덕적인 행동이다.
상담하러 갔을 때 클레임 핸들러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매뉴얼대로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을 이해해 주려고 했다면, 이번 행동은 상식 밖의 것이었다.
이건 단순한 무시를 넘어서 위법이다.
“금액도 터무니없이 적고 아직도 정말 억울하기는 한데, 지금 이걸 안 받으면 나중에 얼마를 받을지도 모르는 거니···.”
윤금자 씨는 한탄이 섞인 억울함을 쏟아냈다.
박재홍 씨는 사고 이후로 화병을 얻어 쓰러지셨다.
세탁소는 헐값에 처분했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다른 일은 하지 못하고 계셨다.
“어머니, 조금만 더 싸우실 순 없으실 까요?”
“네?”
“어머님께서 조금만 더 버티시겠다면서 제가 꼭 올곧이 보상받으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겠는데···.”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꼭이요.”
범상은 화가 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변호사님만 믿을게요.”
“네. 일단 합의금은 거절하고, 청구 금액을 늘리죠.”
“얼마로···?”
“천만 달러로요.”
저스트. 텐. 밀리언 달러.
소송할 결심
“오퍼를 거절했다고? 의외네. 넙죽 받을 줄 알았더니. 네고를 하시겠다. 그래서, 얼마를 더 달라고 했대? 만 달러? 이만? 조슈아의 예측이 맞았네. 칠만 달러?”
“그게···.”
청구팀과 통화 한 부하직원 숀 존슨이 망설이자, 팀장은 다시 물었다.
“뭐야? 더 달래?”
“네.”
“얼마나? 설마 이번에 청구한 이십사만 달러를 전액 달라는 거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래,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래서 얼마를 카운터 오퍼했는데? 십삼만?”
“천···만···달러요.”
처음엔 잘못 들었다고 여겼다. 그래서 멀뚱히 쳐다봤다.
팀장이 말없이 자신을 쳐다만 보고 있자, 숀은 다시 또박또박 전했다.
“천만 달러를 달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