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188)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188화(188/190)
【188화 – 범상한 증인신문】
“뭐라고 했죠? 잘 못 들었습니다.”
증인석의 더그 풀만이 또 한 번 못 들은 척을 하자, 로이 샌더스는 그에게 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런 얕은수가 통할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발음에 엑센트가 있어서 놓쳤군요. 미안하지만, 질문을 다시 한번 해주겠어요?”
안타깝게도 더그 풀만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자신을 신문하고 있는 변호사를 여전히 로스쿨생 애송이 대하듯 대하고 있다.
도발을 목적으로 일부러 그러는 것인데,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증인석의 더그 풀만뿐이었다.
“증인이 클레임 파트 법무팀장이었던 7년 간의 세월 동안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건이 몇 건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법무팀장이었던 시절? 지금 나한테 그 오래전 시절에 관해 묻는 건가요?”
“네.”
“허허- 이거 참 곤란하네. 15년도 더 된 일을 물으면 누가 기억할까요?”
“모른다는 대답인가요?”
“그래요. 떠오르지 않습니다.”
더그 풀만은 자기 앞에 서 있는 원고 측 변호사에게 조소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변호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신문을 이어갔다.
“3,211건입니다. 그중 당시 법무팀에서 지급하지 말라고 의견을 낸 건은 몇 건인 줄 아십니까?”
“이미 알고 묻는 것 같은데, 당신이 제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클레임 핸들링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896건을 제외하고 나면 2,315건입니다. ”
“그런가요?”
“좀 많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잘 모르겠군요.”
“그러세요? 그러면 비교 수치를 말씀드리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지도 모르겠네요. 증인이 법무팀 팀장으로 재임했던 7년 동안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건의 수는 재임 직전 7년 동안의 지급 거절 사건 수보다는 820%가 늘었습니다.”
“그래요? 보험 사건들이 많았나 보군요.”
“한두 해 정도면 그럴 수 있겠지만, 7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좀 의아하지 않습니까?”
“아니요. 전혀.”
“여덟 배가 넘게 늘었는데도요?”
“당신이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요? PIC 인슈어런스가 지난 20여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정확한 퍼센티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법무팀장을 맡던 기간에 PIC 인슈어런스의 매출이 근 다섯 배 가까이 늘었을걸요. 보험 판매 건수가 많아졌으니, 클레임도 증가하는 게 당연하죠.”
더그 풀만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증인이 언더라이팅 부서로 옮긴 후 다음 7년 동안에도 클레임 지급 거절 수가 증가했어야 맞겠군요. PIC 인슈어런스의 매출은 그 후에도 계속 성장했으니까요.”
“···.”
“줄었습니다. 전체 클레임 수 대비 첫해에는 5% 정도 줄었고 그다음에는 15%나 줄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거의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통계 수치가 이 사건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보상 지급 거절 사유에는 여럿이 있을 수 있고, 통계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죠. 당신은 코로나 시기에 PIC가 받은 클레임 수가 얼마인지 아나요? 175만 건이에요. 일반적으로 1년에 받는 건수들의 열 배가 넘는 수치죠. 계산하실 때 그런 것도 고려하셨나요?”
증인신문 시, 질의할 사항들은 증인에게 미리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
이미 받을 줄 알고 있었던 질문들.
더그 풀만은 카이저 더튼 힐의 로이 샌더스와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저는 증인이 재임한 기간에 관해서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잖아요. 클레임 지급 거절 사유는 클레임마다 다르고 통계는 현상일 뿐이라고. 인과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수 있지요.”
여기까지는 로이 샌더스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클레임마다 다르고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수 있다.’ 방금 그렇게 대답하셨나요?”
“아, 내가 너무 빨리 말했나요? 다시 진술할까요? 좀 더 천천히? 알아들으실 수 있게?”
“확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급 거절 사유는 클레임마다 다르고 통계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게 말했어요.”
“재판장님, 증거 제출을 신청합니다. 증인이 클레임 파트 법무팀장으로 있었을 때 팀원들에게 보낸 공문입니다.”
소송법상, 재판 중에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신청하는 행위는 매복 재판(trial by ambush)이라 하여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소송 전 디스커버리 절차를 진행하는 목적을 무력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외 규정들은 존재한다.
능숙한 변호사들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규정들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교묘하게 만들어낸다.
조금 전 범상이 한 것처럼.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사전에 제출된 신문 사항에 없는 질문입니다.”
“증인이 방금 한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문서입니다.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했다면, 제출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지금 증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제출하는 증거 자료입니다.”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고려했다.
고려의 결론은 한범상의 승.
소송절차법상 예외 적용 대상이다.
“증거로 제출하려는 문서가 정확히 뭐죠?”
“증인이 클레임 파트 법무팀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직원들에게 ‘다양한 클레임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다섯 개의 지급 거절 사유로 전부 거절할 수 있다’라고 ‘교육’하는 공문서입니다.”
‘그런 서류가 있다고?’
“재판장님, 설사 그런 서류가 있다고 하더라고, 출처를 먼저 확인하지 않고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피고는 증거 인증을 반대합니다.”
로이 샌더스가 다시 한번 반박해 본다.
하지만,
“재판장님,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상대방 측 변호사인 카이저 더튼 힐에서 제공한 자료들에 포함되어 있던 서류입니다.”
‘뭐! 그런 서류가 거기 있었다고!!’
한범상은 마치 항의해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인정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피고 측 대리인, 여전히 이의가 있나요?”
로이 샌더슨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전 증거 교환 절차에서 그가 제공하라고 지시했던 서류였다.
“···.”
“그럼, 원고 측 대리인의 증거 제출 신청을 허락하겠습니다. 피고는 오늘 기일 후에 확인하시고 주장과 다른 점이 있으면 반박하세요. 미스터 한, 신문 계속하세요.”
재판은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증인, 이 서류를 기억하시나요? 증인이 작성해서 팀원들에게 보라고 돌린 서류인데요. 기억이 안 나실지 모르니까, 꼼꼼하게 읽어보시죠. ‘클레임은 다양할지 모르지만 지급 거절 사유는 다섯 개만 있으면 된다.’ 굉장한 발언입니다. 아닌가요?”
더그 풀만은 입사 전부터 악명 높았던 보험 전문 변호사였다.
그리고, 그의 입사와 PIC 인슈어런스의 성장에는 분명히 연관성이 존재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울망정 그가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도입해 온 PIC의 클레임 핸들링 매뉴얼은 PIC가 쉽게(?) 보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가 입사 12년 만에 PIC 인슈어런스의 총괄 법무이사 자리에 올라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문서를 돌렸던 것 같기도 하네요. 내용 자체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법무팀장으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약관설계(언더라이팅)부서의 부서장으로 승진했다.
약관설계부서장으로 취임한 그는 좀 더 수월하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독소조항들을 넣었고, 약관을 복잡하게 꼬아서 경험 없는 어설픈 변호사들은 헷갈리도록 설계했다.
그의 주도하에 PIC 손해보험 약관은 수차례 수정되었고, 그리하여 다른 보험회사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 교과서 같은 지금의 약관이 탄생하였다.
더그 풀만은 자신의 성과물을 자랑스러워했다.
그것이 그의 약점이었다.
“돌렸던 것 같다고 하셨나요?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요? 이상하네요. 작년 보험협회 세미나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연설을 하셨던데.”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재판장님,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증인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증인이 원한다면, 연설 내용이 담긴 브로셔와 당신 세미나에 같이 참가했던 패널의 진술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하겠습니다.”
재판장은 이의를 외친 로이 샌더스를 바라봤다.
로이 샌더스는 고개를 숙였다.
상대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들어왔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미스터 한.”
“네, 증인.”
“로펌 시절까지 합하면 보험업계에만 30년이 넘게 종사했어요. 1년에 참석하는 세미나만 네다섯 개가 넘고, 그중 한두 번 패널로 참석해 연설을 합니다. 서너 번을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작년에 하신 연설 내용을 기억하시지 못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하는 순간.
시종일관 여유로운 척을 했던 더그 풀만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대충은 기억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았나요?”
“돌렸던 것 같다고 하셨고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조금 이상하네요. 비슷한 내용으로 작년까지 세미나 연설을 하셨다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돌렸던 것은 기억나지 않아도, 내용은 기억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더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
“그래서, 당신이 확인하고 싶은 게 뭐죠? 내가 기억하느냐, 못 하느냐가 궁금한 건가요? 못 하지만, 기억한다고 칩시다. 그게 지금,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죠?”
더그 풀만의 질문에 범상은 방긋 웃음을 지었다.
원하는 질문을 해주었다.
“증인, 증인은 정말로 기억을 못 하는 군요.”
“?”
“증인이 해당 문서를 법무팀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지시한 내용이 또 하나 있습니다.”
“···.”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보험자 관점에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PIC 손해보험 약관 역시 오랜 세월 수십 차례를 거친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보험자 측 변호사로 명망 높은 더그 풀만 역시 마찬가지.
성과를 내기 위해 그 역시 초장기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이 종종 있었다.
“할당량을 정해주셨죠, 직원당 매달 인정할 수 있는 클레임 수를. 클레임들 각각의 타당성이나 허용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를 위해서.”
“그런 적은 없어! 없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곧바로 부인하는 증인석의 더그 풀만.
동시에 로이 샌더스도 이의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억이 나지 않으시면 상기시켜 드리죠.”
반면에 담담한 한범상.
자리로 돌아가 아까 내려놓았던 문서를 들고 다시 증인석으로 다가갔다.
그가 문서를 더그 풀만에게 보여주려고 할 때, 로이 샌더스가 또 한 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원고 측 대리인은 기억 상기를 핑계로 자꾸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증거를 제출하려고 합니다! 이는 엄연히 매복 재판입니다. 재판장님께서 이번에도 저희 측 동의 없이 인정하신다면, 피고는 재판 중단을 신청하고 재심 신청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강하게 나갔다.
더 이상 끌려갈 수는 없었다.
설사 방금 그가 한 주장이 사실일지라도 이렇게 무너질 수 없었다.
하지만···
“좀 전에 제출한 문서입니다.”
“?”
“오해하신 것 같은데, 좀 전에 재판부에서 증거로 인정한 문서의 뒷부분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
“그리고, 그 문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디스커버리 절차 중에 카이저 더튼 힐이 보내준 자료들 속에 있었던 것이고요.”
로이 샌더스는 두 눈을 감고 싶었다.
감았다가 떴을 때 석달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석달 전 한범상이 클레임 서류들을 요청했을 때, 30년 치가 아닌 10년 치를 보냈으면···
그때 꼼꼼하게 내용들을 검수했었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테지.
당연히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겠지만···
풀 플레이트 갑옷에 단단한 방패를 들고 안장에 올랐는데, 상대의 일격에 말 위에서 떨어져 버렸다.
샌더스는 창을 제대로 내뻗어볼 기회도 없었다.
“재판장님, 당시 법무팀장으로 있던 더그 풀만이 타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거나 강제·협박 등의 수법으로 합의한 134건을 증거로 신청하고자 합니다. 이 증거들 또한 이미 디스커버리 자료들에 포함되어 제공된 자료였으나, 자료들이 워낙 방대하여 이제야 비로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피고 측 대리인이 증거 제출에 동의하기 전에 검토할 권리를 주장하시겠다면, 원고 측은 그래도 상관없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졌다.
로이 샌더스는 두 눈을 감았다.
돌아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기에.
건방졌던 더그 풀만의 늙은 얼굴은 이제 푸른빛을 띠었다.
한때는 날카로웠던 그였지만, 감을 잃은 사실을 망각한 채 나섰다가 이룬 것들을 모두 잃게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상대가 범상 한이었다.
뉴욕에 괴물이 나타났다
「“수십 년에 걸쳐 행해진 대형 보험사의 사기”
by 톰 브랜트 <맨해튼 보이스>, NY
-지난주 화요일, 맨해튼 센터 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주 법원에서 폭로된 사건이다. 미국 내 손해배상 보험 판매 No. 1 보험사인 PIC 인슈어런스가 적어도 이십삼 년간 시스템적으로 고객들의 보험금을 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 청구인 재홍 박의 프로 보노 변호사인 범상 한에 따르면······」
<맨해튼 보이스> 지(紙)를 포함해 메이저 신문사들에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PIC 인슈어런스 본사 꼭대기에 있는 회의실에서는 이사진 회의가 열렸다.
“어떻게 된 거야, 더그?”
대표이사의 질문에 법무이사 더그 풀만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도대체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자네는?”
대답이 없자, 부사장이 그를 다그쳤다.
이번에 밝혀진 비리에 그들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발전되게 만든 책임은 법무이사인 더그 풀만에게 있었다.
“클레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달되지 말아야 하는 서류가 상대방 변호사에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전달되지 말아야 하는 서류가 전달되었다는 게. 카이저 더튼 힐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거야?”
그렇다고만 할 수 없다.
로이 샌더스의 전략이기는 했어도, 어찌 됐든 기록을 준비한 것은 PIC 인슈어런스 직원들이었으니까.
“PIC 내부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카이저 더튼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지. 몇십억 원씩 주고 쓰는 로펌이 그런 식으로 일하면서 실수를 저질러!”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부사장은 자꾸 책임자를 가려내려 했으나, 노련한 대표는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아? 패소 가능성이 높은 건가?”
법무이사 더그 풀만에게 물었다.
“이대로 끝까지 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950만 달러를 내라고 할 것 같다는 거야? ”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문제가 아니면?”
“리코법으로 조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리코 법(RICO Act): 부패 및 조직범죄 처벌법.
기업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해당 법에 따라 경영진들이 처벌받을 수 있음.
“그렇다는 말은, SEC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또 부사장이 끼어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SEC와 NYDFS 조사는 거의 확정적이고, DOJ나 FBI가 사건을 열 수도 있어요.”
SEC: 미 증권거래위원회
NYDFS: 뉴욕주 금융산업부
DOJ: 미 법무부
FBI: 미 연방수사부
더그 풀만은 부사장을 보며 대답했다.
“뭐?!”
두 눈이 동그래진 부사장.
그의 리액션이 과했을 뿐, 다들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럼, 합의해야겠네.”
대표의 말에 더그 풀만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에 대한 승인을 얻고자 소집한 이사회였지만, 대답하려니 입술이 안 떨어진다.
그는 안다.
대답하는 순간, 그의 목도 같이 떨어지는 것을.
그가 쌓아 올린 지난 이십여 년 간의 커리어가 끝나는 순간이다.
그래도 고개를 숙이고 고분고분 떠나야 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법무이사인 그는 조사받게 될 것이었기에.
그 고된 조사와 형사소송의 비용을 보장받으려면,
“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책임을 지고 물러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