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30)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30화(30/190)
【030화 – 이놈은 유니콘이다】
“변호사님 안에 계셔?”
“네.”
자그마치 800억 원이 걸린 분쟁이다.
제아무리 똘똘한 어쏘가 공들여 쓴 것이라고 해도, 해외 로펌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국내 로스쿨 1년 차 미국 변호사의 의견서만 믿고 사건을 진행할 순 없다.
재민은 믿을 만한 친구이자 12년 차 미국 변호사인 마일로 캠벨에게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했다.
똑똑-
“변호사님, 말씀드릴 게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어, 최 프로, 괜찮아. 들어와.”
김앤강에는 200명이 넘는 외국 변호사가 있다.
그들의 정식 명칭은 ‘외국법 자문사’다. 이것도 사실은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 법률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지만, 받을 수 있는 자격이다.
김앤강에 있는 200명이 넘는 외국 변호사 중에서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변호사는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엄밀히 말하면, 반 정도는 외국 변호사이지만 외국법 자문을 할 자격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외국 변호사를 왜 뽑냐고?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급. 로펌이야 당연히 실력 좋고, 경력 많은 외국 변호사를 뽑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지원자가 많지는 않다.
그렇다는 건 그 나라에서도 잘한다는 건데, 굳이 다른 나라에 와서 일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언어와 문화다.
어쩌면 이게 더 큰 이유일 수도.
김앤강의 급여 수준은 다른 대형 해외 로펌과 비교해도 절대 낮지 않다.
하지만, 김앤강에서 일하려면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200명이 넘는 외국 변호사 중 150명 가까이가 한국 국적이거나 한국계 외국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실력이 낮거나 자격 미달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적응할 생각 없는 외국인 변호사들이 더 쓸모없다.
아무리 국내 최고라고 해도, 이 작은 나라의 로펌에서 전 세계 수십 개 사무실들을 갖고 있는 영미계 초대형 로펌들 수준의 급여를 소속 변호사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치열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DNA’가 있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왜? 무슨 일이야?”
“한범상 변호사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한범상?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요. 문제는 아니고요. 올 연말에 성과급 지급할 때, 아무래도 한범상 변호사에게도 지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응? 이제 막 팀에 들어온 친구에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어?”
솔직히 범상이 특허팀 사건을 받았다고 했을 때, 살짝 빈정이 상했다.
지난 8개월 동안 녀석의 자질과 실력을 지켜봤다.
맘에 들었다.
아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부터 시작해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움켜쥐는 모습까지.
단순히 그런 자질적인 부분만이 아니었다.
KLS 에너지 출장 때 녀석이 보여준 업무 수행 능력은 재민에게 확신을 주었다.
운이 좋아서, 눈치가 빨라서 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두 팔 벌려 품었다.
딱히 관심 없는 시니어 파트너를 설득해 자기 팀으로 받았다. 여전히 로펌 내에서 말이 많은 낙하산을.
그런데 ‘네, 고맙습니다, 재민 님.’하고 품으로 당장 날아 들어오는 것도 모자란 판국에 ‘저는 아직 다른 곳들도 보고 싶어요.’ 하면서 도도하게 구는 것이 아닌가!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분명 실력을 봤는데,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옆에서 봤음에도, 처음 봤던 스펙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흥. 그래. 니가 복을 제 발로 차는구나. 여기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 아니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런 심술이 튀어나왔다.
‘한 번쯤 삐끗하기를 기다렸다가 버릇을 고쳐놓은 다음, 확실히 내 사람으로 부려야겠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놈은 유니콘이다.
“1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만한 기여를 했습니다.”
“흠, 시간을 많이 쓰기는 썼던데··· 그래도··· 보는 눈이 많아서 그렇게까지 하기는 좀 껄끄러워. 알잖아, 내가 그 친구를 받아서 파트너들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거.”
확실히 돈 얘기가 나오면 달라진다.
팀으로 받겠다고 요청했을 때만 해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던 시니어 파트너의 표정이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수익을 나눠주는 일은 그런 것이니까.
그렇다고 성일용이 다른 파트너들보다 딱히 더 욕심 많은 건 아니다.
한범상의 활약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하니까 시니어 파트너들 사이에 공기가 달라졌다.
년 매출 1조 원이 넘는 조직.
사내 정치가 없을 수 없다.
별 볼 일 없을 거로 기대했던 강태산의 ‘낙하산’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나도니, 조용히 하던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슬슬 말들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성일용은 자기가 강태산 라인을 탄 것처럼 보일까 부담스러웠다.
“특별히 더 많이 챙겨주시라는 말씀은 아니고요. 쓴 시간만큼, 다른 어쏘들과 똑같이 대우하는 게 어떨지 해서요.”
팀 내 에이스가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재민이 KLS 에너지 사건을 잘 해결해 주지 않았으면 망신살 톡톡히 뻗칠 뻔했기에.
성일용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 처리하라고 일러둘게.”
“고맙습니다.”
“근데, 최 프로.”
“네.”
“그 정도야? 그렇게 괜찮은 놈이야?”
뭐든 군말 없이 궁둥이 붙이고 앉아 끝까지 해내는 성실한 놈들도 있고,
언변과 기지가 뛰어나 급한 상황에서 반짝이는 놈들도 있다.
잘 쓴 법률 의견서? 뉴욕 대형 로펌에서 12년 일한 파트너 변호사만큼이나 통찰력 있게 사건을 보고 승소율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어쏘들? 믿기 어렵겠지만 있다. 그런 괴물 같은 어쏘들이. 도대기가 그랬다.
하지만 그 셋을 모두 다 갖춘 어쏘?
드물다.
그런데 거기에 기다릴 줄 아는 상황 판단력까지?
본 적 없다.
“네.”
이 치열한 곳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절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끌어주는 선배가 있어야 하고 밀어주는 후배가 있어야 한다.
끌어주는 선배는 생겼다.
12년 차 최재민은 이제 쓸만한 후배들을 모아야 한다.
위로 올라가려면 말이다.
“그래? 최 변호사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니까, 궁금해지네.”
“투자할 가치가 있는 친구입니다. 잡아야 합니다.”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도록.
-*-
특허팀 주니어 파트너 함익철은 한범상이 정리해 온 판례들을 검토했다.
지식재산권 분야는 ‘신세계’다.
물론 지식재산권이라는 권리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개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잡해진 건 불과 50년도 되지 않는다.
굳이 역사를 따지자면 15세기 이탈리아의 베네치안 특허법부터 시작해서 17세기, 18세기 영국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법 등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21세기 지식재산권법은 그 어느 법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이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그렇기에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항상 관심 있게 보고 있어야 하고, 그 사건들과 내가 맡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구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흠.”
함익철의 코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완벽하다곤 할 수 없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1년차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은 분석이다.
그리고 검토 분량이다.
‘그 짧은 시간에 이걸 다 봤다고?’
도대기가 그랬듯이,
최재민이 그랬듯이,
함익철은 한범상의 이력서를 찾아 클릭했다.
실험, 친구 그리고 구름
잠시 쉬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곳에서.
까톡, 까톡-
[기중: 집?] [기중: 이따 뭐해? 출근해?] [범상: 아니] [범상: 집에 있을 듯] [기중: 이따 잠깐 들를게] [기중: 한 네 시쯤?] [범상: 그러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