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34)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34화(34/190)
【034화 – 알람 신호】
[익철: 도 변, 저녁에 스케줄 있어?] [익철: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대기: 오늘?] [익철: 바쁘면 나중에 하고] [대기: 아니야. 괜찮아. 7시 어때?] [익철: 나도 괜찮아. 7시. 그때 그 참치집 어때?] [대기: 좋지.]함익철은 도대기와 식사 자리를 잡았다.
한범상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둘은 늘 가는 회사 근처 참치전문점을 찾았다.
“이거 함 변이 사는 거야?”
“아쉬운 쪽이 나니까, 내가 사는 게 맞겠지.”
“농담이야. 내가 사. 저번에 얻어먹었잖아.”
어차피 둘 다 한도 무제한의 회사 카드가 있지만, 그 지출 역시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라는 걸 잘 아는 연차들이다.
“그래서, 물어볼 거라는 게 뭐야?”
“아, 다른 건 아니고, 한범상 변호사는 뭐하던 친구야?”
“그때 말해줬잖아. 강태산 변호사님이 내려보낸 친구라고. 그것밖에 모른다고.”
“정말 그게 다야?”
“다들 왜 그래? 내가 강 변호사님 사주를 받고 뭐라도 숨기고 있다는 식으로.”
“그런 거는 아니고. 자네가 제일 잘 알 것 같아서 그런 거야.”
“그럼, 뭔데? 뭐가 궁금한 건데?”
도대기의 질문에 함익철은 잠시 말을 멈추고 적당한 대답을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력서 스펙하고 매치가 안 돼서 그래.”
도대기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자신도 당했으니까. 하지만 물었다.
“뭐가?”
“잘해.”
“번역을?”
“사건을.”
“그 정도야? 이렇게 따로 식사하면서 물어봐야 할 정도로?”
“응.”
김앤강의 거대한 존재인 강태산 변호사가 뜬금없이 낙하산을, 그것도 신입 외국 변호사를 떨어뜨렸다.
다들 수군거렸지만, 함익철은 별 관심 없었다.
애초에 그런 사내 정치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 없고, 들어오는 사건들 공부하기도 바쁜데, 신입 변호사에게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도대기가 그를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자질이 없는 친구는 아니다”라고 했단다.
도대기를 아는 그가 봤을 때, 그 정도면 극찬.
게다가 검사 시절 청탁 문제로 검사장을 들이박고 나온 그였기에, 그런 존재를 뼛속까지 혐오해도 모자랄 판에 칭찬이라니.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함익철은 도대기의 실력을 누구보다 높이 샀다.
어쏘 시절 그와 사건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특허 관련 분쟁이었는데, 자기가 몇 달을 걸려 이해한 사실관계를 도대기는 단 며칠 만에 파악해 버렸다.
세부적인 것들까지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법률적으로 분쟁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것들을 해당 분야를 모르는 비전문가에게 쉽게 설명해 냈다.
나중에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해왔다.
황당했다.
그는 그런 변호사였다, 어떤 분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관련 지식이 불필요한 변호사.
익철의 관점에서 도대기는 천부적 리걸마인드를 가진 변호사였다.
그런 동료가 ‘극찬’한 신입 변호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범상에게 일을 줘봤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대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까 유 변호사님한테 건의하기 전에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이 있으면 알려줘. 괜히 나중에 얼굴 붉히는 일이 있으면 안 되잖아.”
“유 변호사님한테 뭘 건의하겠다는 거야?”
“정식으로 우리 팀 외국 변호사로 등록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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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철과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도대기는 마지막에 나눴던 대화를 상기했다.
「“내가 관여할 건 아닌데, 국제중재팀에서 이미 데려간 거는 알고 있지?”
“들었어.”
“주는 사건 받는 거야 변호사 당사자가 결정할 일이기는 하지만, 국제중재팀에 들어간 신입 변호사를 굳이 특허팀에서 데려가려고 할 필요는 없잖아?”
“너도 그랬잖아.”
“응?”
“너도 그랬다고. 이제 막 펌에 들어온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서로 데려가고 싶어서 파트너들이 매일 술 사주고 중요 사건들 다 몰아주고.”
“그랬던가?”
“뭐야. 겸손한 척하는 거야, 진짜 기억 못 하는 거야. 윤진환 변호사님이 널 얼마나 특허팀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는데. 야, 나를 들들 볶았어, 너 꼬셔오라고.”
“그때야, 펌이 한창 사이즈 키우려고 하는 상황이라서 서로 어쏘들 데려가려고 했던 시절이고.”
“지금은 아니고?”
“그때하고는 다르지.”
“똑똑한 어쏘 데려가고 싶은 거는 똑같아.”
“그래, 그건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굳이? 최 변호사가 찜했어. 올해 성과급도 줄 거래.”
“보는 눈은 다 비슷하네. 그러니 더 정식으로 공표해야겠네. 빼앗기지 않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괜찮은 놈이길래 백 변호사님부터 최 변호사, 함 변호사까지 다들 이렇게 탐내하는 거야?”
“그러는 도 변은 왜 ‘자질이 있다’고 이성헌 변호사 앞에서 한 변호사 극찬을 한 건데?”
“극찬? 그게 무슨 극찬이야. 자질이 있다고 한 거지. 이성헌 변호사님이 하도 받으면 안 될 친구를 받은 것처럼 말씀하시길래, 그냥 한 말이야.”
“그래서? 도 변이 보기에는 아니야?”」
며칠 전엔 최재민한테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
요새 같이 쓸만한 어쏘 찾기 힘든 시대에 괜찮은 놈이 들어왔다고.
좋게 보고는 있었지만, 사실 기대치가 워낙 낮았었기에, 상대적으로 조금만 잘해도 괜찮아 보이는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들 이렇게 나오니, 정말 이렇게까지 탐낼 만한 자질인지 궁금해진다.
아니 아쉽기까지 하다.
번역만 시키지 말고 사건을 맡겨볼 걸 그랬다.
이제는 늦었다.
더 이상 리크루트팀에서 관리할 신입이 아니다.
고작 1년 만에 다들 무시하는 ‘낙하산’에서 이곳저곳에서 데려가고 싶어 하는 ‘핫’한 신입이 되어버렸다.
다만, 동시에 우려가 된다.
‘낙하산’이 일을 못 하고 적응하지 못할수록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낙하산’에게 거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기대를 충족하면 모두가 만족스럽다.
어쏘들끼리야 말이 많겠지만 파트너들은 실력 없는 ‘낙하산’ 하나쯤 들어왔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국제중재팀 불륜 얘기같이 술자리 안줏거리일 뿐.
하지만, 기대가 빗나가면, 알람 신호가 뜬다.
특허팀에서 데려가려고 한다는 게 공식화되면, 이제 다들 한범상이 진짜 어떤 인물인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로펌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왕좌의 게임’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차라리 그냥 해상팀에 들어가는 것이 나았을지도.
두 세계를 오가며 산다는 것
“엄마, 택배 온 거 어디 있어?”
“어머, 얘! 너는 한겨울에 반팔을! 옷 입어. 감기 걸려!”
“전기장판 안에 있다가 잠깐 내려온 거야. 걱정 마.”
“아우, 그래도 그렇지, 이 12월에···.”
“택배는?”
“택배? 어제 온 거 말하는 거야? 그거 문 앞에 큰 게 서 있는 게 눈에 걸려서 내가 지붕 밑에 담 쪽으로 빼놨어. 근데 그게 뭐니?”
“응? 아, 있어. 지붕 밑 담이면 지하 내려가는 옆에 말하는 거지?”
“그래, 거기. 얘! 너 근데 돈은 잘 저금하고 있니? 캠핑용품이니 뭐니 맨날 뭘 시켜. 엄마 걱정돼. 우리 아들 안 그랬는데.”
“걱정 붙들어 매세요. 쓸데없는 것들 사는 거 아니니까요. 다 일할 때 필요한 거야.”
“일?”
“응. 나 올라갈게.”
“아우- 보기만 해도 춥게, 왜 이 겨울에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녀.”
두 세계를 오가며 사는 건 흥미롭다.
한곳 겨울인데, 다른 곳은 여름이다.
여름.
아, 내가 말 안 했던가?
아공간 세상에 기후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