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43)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43화(43/190)
【043화 – 또 다른 문 III】
원래 그렇게까지 늘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한 120평? 조금 더 욕심내면 150평 정도?
그 정도면 닭장을 좀 더 늘리고, 화장실을 좀 더 멀리 옮기고,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저 뿌연 경계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하지만, 금값이 싼 것도 아니고 무작정 크기를 늘리자고 버는 족족 금으로 바꿔 넣을 의도는 없었다.
적어도 당장은 그랬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
「며칠 전,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범상: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해?] [범상: 미경 씨 본가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기중: ㅇㅇ] [기중: 오전에 세공사님한테 다녀오면 오후에는 아무것도 없어] [기중: 왜?] [범상: 와라.] [범상: 보여줄 게 있다.]<아공간에 생명체가 들어가도 딱히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가설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든 나는 기중이에게 아공간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다.
그런데,
“어! 여기 이런 공간이 있었냐? 와 조낸 신기해!”
기중이에겐 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다가 금을 다 숨겨놨구먼! 이 금고에다 넣어놓은 거 맞지?”
“응? 어.”
‘나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문이 나타나지 않는 건가?’
그날 저녁, 기중이 돌아가고 난 뒤, 나는 엄마를 모시고 옥탑방에 올라왔다.
아공간의 문은 엄마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쉬웠다.
기중이와 아무런 걱정 없이 아공간에서 며칠씩 놀다가 나오는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
언젠가 엄마에게 아공간을 보여주면 그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행방불명에 대해 작은 설명이라도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엄마에게 공개하는 것은 좀 더 나중에 하려고 하기는 했었다.
괜히 엄마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아공간의 문이 기중이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바로 실험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특징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아공간에는 나 이외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멋진 공간을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다만, 그날 발견한 사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징징- 징징-
“여보세요.”
-범상아.
“어, 왜?”
-야, 니 옥탑방에 내가 가방 하나 두고 왔냐?
“가방? 혹시 이 허름한 검정색 가죽 가방 말이냐?”
-어, 맞아! 거기 있냐? 하아- 다행이다. 어디 다른 데 놓고 온 줄 알고 식겁했네. 야, 그 가방 열어봐.
“열었어.”
-거기 오늘 세공사님한테 받은 금두꺼비가 있어야 하거든. 있냐?
“없어.”
-뭐!!! 없어?!
“아니. 있어. 크크큭-”
-이 새끼가 진짜! 야! 나 지금 간 떨어질 뻔했다. 그런 걸로 장난치지 마라.
“크크큭- 야, 그러기에 이런 걸 왜 가지고 다녀?”
-니네 집에 들렀을 때 차에다 놔두기 뭐해서 들고 들어간 거였어.
“지금 가져다주랴.”
-아니, 이 밤에 그런 거 들고 다니는 거 아니다. 너 오늘 밤에 어디 안 나가지?
“응. 집에 있을 거야.”
-그럼, 내일 아침에 내가 가지러 갈게.
“알았다.”
-야, 그거 100 돈짜리다. 꼭 껴안고 자라. 아니다. 그래, 그 비밀금고에다 넣어두면 되겠네. 아무튼 잘 보관하고 있어. 내일 눈 뜨자마자 찾으러 갈 테니까.
“알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날 기중이 녀석이 가방 하나를 두고 갔다.
내가 부탁한 25 돈 골드바와 고전 게임 디스크 등 이것저것 주려고 가지고 왔다가 깜빡하고 놓고 갔는데, 그 안에는 다른 손님이 주문한 100 돈짜리 금두꺼비가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금두꺼비를 꺼내 확인했다.
생각보다 크고 예뻤다.
기중이가 자기네 세공사님을 칭찬했던 적이 있었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재주였다.
한 5분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걸 정말 금고 안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한 후 나는 100 돈 금두꺼비를 금고에 넣고 아공간으로 향했다.
“와우!”
넓었다.
기존 95평에 그날 받은 25 돈 골드바로 늘어난 추가 25평.
거기에 100 돈 금두꺼비까지.
두 배가 늘어난 땅은 확실히 훨씬 더 개방감이 좋았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랑 차는 작은 걸로 못 바꾼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보지 못했을 때는 몰랐는데, 순간 아공간이 200평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200평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든 이유는 단순히 넓어진 땅 때문이 아니었다.
‘저건 뭐지?’
200평으로 넓어진 경계 끝에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문이.」
···
그날 이후 엄마는 살짝 우울해하셨다.
티 내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보여드리지 말 걸 그랬나?
엄마는 옥탑방 책장 뒤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고, 새로이 알게 된 사실에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생각이 떠오르신 듯했다.
행방불명이라는 것이 그렇다.
끝을 모르는 애타는 이야기와도 같다.
그리고 대부분은 영원히 끝을 알 수 없기에 더욱 아련하다.
“엄마, 괜찮아?”
“왜?”
“아니, 그냥.”
“뭐? 그 책장 뒤에 공간 때문에? 참, 네 아빠도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이야. 어쩜 나 몰래 그런 공간을 만들어 놓고서 감쪽같이 나한테 숨길 수가 있니.”
“엄마도 몰랐어?”
“몰랐어, 얘. 가끔 어딜 가도 찾을 수 없었더니, 거기 숨어있었던 거네.”
거기 숨어있었다고?
아니지. 아공간에 들어가면 밖에 시간은 흐르지 않았을 테니까, 거기 들어가 있으셨다고 해도 엄마가 아빠를 찾으러 다녔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너는 그걸 어떻게 찾았니? 청소하러 몇 번을 올라갔는데도 나는 그런 게 거기 있는 줄도 몰랐는데.”
“책장이 있는 책들을 이것저것 빼보다가 찾았어.”
성경책.
빛바랜 성경책 뒤에서 스위치를 발견했다.
그러는 나는 왜 성경책을 꺼내봤을까?
모르겠다.
그냥 성경책이 거기 있는 것이 이상했다.
따지고 보면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기는 했다.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네 아빠? 네 아빠는 스마트하고 재치 있고 상냥하고······.”
아차차, 이렇게 질문하면 안 됐는데.
엄마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얼른 질문을 바꾸었다. 엉뚱하면서도 구체적이게.
“혹시 아빠가 금을 좋아했어?”
“금? 갑자기 금은 왜?”
“아니, 책장을 뒤지다가 금도 나왔어서.”
“금이 나왔다고?”
“많이는 아니고. 작은 거 하나. 한 돈짜리.”
“어디 봐 봐.”
“지금? 뭐 특별하게 생긴 거는 아니었어, 정말 아무런 세공도 안 된 작은 버튼같이 생긴 조각이었어. 사무실에 가져다 놨는데, 보고 싶으면 월요일 퇴근할 때 가지고 올게.”
“아니야. 됐어. 너 해.”
엄마는 순간 그 금이 무슨 중요한 단서라도 되는 것쯤으로 생각하셨다가 곧바로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가지고 올게.”
“됐어. 그런다고 사라진 사람이 돌아오겠니.”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엄마를 보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큰 충격이고 가시지 않는 슬픔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자라면서 아빠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렸던 나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엄마는 아닌 듯했다. 아들 때문에 티 안 내려고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오셨지만, 그 일로 생긴 가슴 한구석의 커다란 구멍은 무엇으로도 메꿔지지 않는 것 같았다.
“네 아빠는 책을 좋아했지, 금 같은 거 안 좋아했어.”
“그래? 금을 모으고 그러지 않았어?”
“금을 모아? 얘, 그런 거 모을 돈이 어디 있니? 과외 해서 먹고살기도 빠듯했는데.”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는 큰 학원의 국어 강사이셨다고 들었다.
재미있게 잘 가르치셔서 돈도 제법 버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지금의 집을 지으셨단다.
집을 생기자, 아버지는 원래 꿈이었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학원을 그만두시고 과외를 하시면서 옥탑방에서 글을 쓰셨단다.
이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래, 아빠는 늘 옥탑에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니면 무엇을 쓰고 계셨던지.
엄마하고 대화를 마치고 옥탑방에 올라온 나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봤다.
소설책에서부터 여행안내서, 세계 도시들 지도, 요리책, 집 짓는 책 등 정말 다양한 주제에 관련된 책들이 두서없이 꽂혀있었다.
성경책도 그 가운데 꽂혀있었다.
사실 아버지가 금을 넣고 아공간을 발견하셨다고 했어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때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배터리가 지금처럼 상용화되어 있지 않았을 때다.
그렇다는 말은, 설사 금을 모아 공간을 늘리셨다고 해도, 당시 기술로는 전기를 많이 가져다 쓸 수가 없을 테니까 아공간 안에 오래 계시는 것이 불가능했을 듯싶다.
물론 촛불이나 기름 등을 이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만으로는 내가 지금 만들어 놓은 사이즈의 공간은커녕 30평까지 늘리는 것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버지가 이 미지의 세계 어딘 가에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설렘이자 두려움이기도 했다.
-*-
김앤강,
센터게이트 빌딩 12층.
국제중재팀 사무실.
점심시간, 하영은 범상의 방을 노크했다.
똑똑-
“식사 가죠.”
“아, 잠깐만요.”
“그게 뭐예요? 골프채?”
“네. 오전에 받았는데, 제대로 온 건지 잠깐 확인 좀 하려고요.”
“한 변님, 골프 치세요?”
“아니요. 이제부터 배워보려고요.”
“아-”
“왜요?”
“그냥 좀 의외래서.”
“뭐가요?”
“운동보다는 책이나 문화생활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저번에 디트로이트 출장 갔을 때도 그렇고.”
정확히 봤다. 범상은 책이나 영화, 음악 같은 문화생활을 더 좋아한다.
근데, 동기가 생겼다.
“최 변호사님이 골프를 배워두는 게 좋다고 하셔서요.”
“배워두면 좋긴 하죠.”
“혹시 도 변호사님도 골프 치시나요?”
“저요? 네.”
“잘 치세요?”
“싱글 정도.”
“그게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아예 몰라서···.”
“그냥 보통 정도예요. 그럼, 골프채 잡는 법은 아세요?”
“아니요. 그래서 이따가 점심 먹고 교보문고에 골프 교재 사러 가려고요.”
도하영은 범상을 쳐다봤다.
골프책을 무슨 야구방망이 잡듯 쥐길래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모른단다.
‘그런데 골프를 책으로 배우겠다고?’
농담이 아닌 듯하다.
하긴 이 사람이 농담인 적이 있었던가.
“그럼, 퇴근하고 근처에 스크린 골프 치러 가실래요? 잡는 법이랑 기초 스윙 정도는 가르쳐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짜요?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네, 그 정도야 뭐.”
“고맙습니다!”
“그럼, 한 아홉 시쯤?”
“좋습니다!”
재능에 없는 것을 해야 하는 곳
“헛!”
스윙~
“풉!”
회사 근처 스크린 골프장,
범상의 뻣뻣한 스윙을 본 도하영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이게 보기보다 어렵네요. 하하.”
지난 1년 남짓 옆에서 관찰한 범상은 ‘힘을 숨긴 진짜’ 능력자였다.
서울대, 하버드대, 옥스퍼드대 등 세계에서 제일 좋다는 로스쿨 출신 주니어 어쏘들 사이에서도 그는 독보적이었다.
모든 사건을 척척 해냈다. 국제중재팀 사건들은 물론이거니와 해상팀 사건들, 특허팀 사건들까지.
더 놀라운 건 각 팀의 파트너들이 마구잡이로 던져대는 사건들을 불평 한번 없이 처리해 내는 것이었다.
사실 그녀도 여러 파트너로부터 사건을 받았고 받는 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이 꼬일 때가 있고, 쌓이는 업무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니었다.
언제나 여유롭다.
마치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사람처럼.
마치 ‘후훗, 너희들의 선입견쯤은 우습게 깨줄게’라는 것처럼.
업무량으로 압살하고 있다.
그런 남자가 이리도 엉성한 자세로 헛스윙 질을 계속해 대는 게 그녀의 눈에는,
“원래 처음에는 다 어려워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귀여웠다.
“그래서, 몇 년씩 친 사람들도 자세 교정 받고 그래요.”
“그래요?”
처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스윙할 때 몸에서 힘을 최대한 빼고 치려고 해보세요. 채를 들어 올렸다가 툭 치겠다는 생각으로.”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끼익 끼익 끼익- 헛! 스윙.
“하아-”
“괜찮아요.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진짜요?”
“네. 진짜요. 잠시만요. 제가 한번 해볼게요.”
범상은 하영이 칠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타석에 올라선 하영. 자세가 범상치 않다.
“지금 너무 태엽 감듯이 어깨를 돌렸는데, 초보자들은 이 동작 자체가 어색해서 그렇게 너무 돌리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그러지 말고. 이렇게. 이렇게. 허리만 돌리는 느낌으로 올렸다가···.”
슈욱-
딱!
경쾌하게 맞은 공이 스크린 상단 중앙에 정확하게 맞고 떨어진다.
“와!”
짝짝짝.
“보셨어요?”
“네!”
“그럼, 한 변호사님이 다시 한번 해보시겠어요?”
“네. 다시 해볼게요.”
범상은 하영이 비켜준 자리에 올라 다시 자세를 잡는다.
그런데, 서 있는 자세부터가 여전히 엉성하다.
끼이이익- 슝!
휑…
또 한 번의 헛스윙.
하영은 올라가려는 양쪽 입꼬리를 힘껏 눌렀다.
그러다 보니 입술이 빼죽 튀어나온다.
“죄송해요, 도 변호사님. 저 때문에 게임도 못 하시고···.”
이 남자가 어설픈 것이 왜 이렇게 흐뭇한지.
쩔쩔매는 모습이 그냥 귀여울 뿐이다.
“아니에요. 자, 지금 약간 채 잡는 것부터 어색한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잡아보시겠어요?”
그녀는 즐거웠다. 파고들 수 있는 틈을 발견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