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44)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44화(44/190)
【044화 – 재능에 없는 것을 해야 하는 곳】
다음 날,
한남동, 도하영의 집.
“흠흠흠흐흐~”
아침부터 분주한 누나 하영의 코에서 콧노래가 흘러나오자, 식탁에 앉아 있던 남동생 하석은 못 볼 꼴을 본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신이 났어? 출근하는 거 아니야?”
“남 이사. 신경 꺼.”
무엇을 찾고 있는지 말을 시킨 동생을 무시하곤 계속해서 자기 방과 옷 방을 오고 가는 하영.
하석은 대화의 상대를 주방에 서 있는 엄마에게로 돌렸다.
“엄마, 김앤강이 빡세기는 빡센가 봐.”
“왜?”
“드디어 미쳤잖아.”
“얘, 너는 누나한테 미쳤다가 뭐니.”
“봐 봐. 출근하는데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일이 재미있나 보지.”
“일이 재미있어서 콧노래를 부르는 상태가 바로 미친 상태야, 엄마.”
“얘! 너는 몇 개월 만에 누나를 보면서 자꾸 ‘미쳤다’가 뭐니, ‘미쳤다’가.”
“아니야, 아무리 봐도. 누나 이상해진 거 같아.”
아들의 말에 딸을 보는 엄마.
그러고 보니 조금 과도하게 즐거워 보이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게, 어제 아침에만 해도 힘들다고 하더니,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게 조울증의 시작이라니까, 엄마.”
“시끄러워! 조울증은 무슨. 밥이나 먹어, 얘.”
헛소리의 정도가 심해지자, 엄마는 아들 하석에게 면박을 주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건 좀 너무 갔다고 생각했는지, 하석은 추리의 방향을 바꿨다.
“그럼, 뭐, 혹시 누나 연애해?”
“연애? 제발 연애 좀 했으면 좋겠다. 맨날 밤에 들어오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애가 연애를 어떻게 하니. 엄마 친구 아들 중에 진짜 괜찮은 애가 있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아우, 아무튼 저러다 시집은 갈 수 있을는지···.”
“혹시 또 알아? 같은 회사 사람일지. 그래서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가는 건지도 모르잖아.”
“그렇다고?”
엄마와 아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딸을 관찰한다.
“아니다.”
“그렇지?”
“응. 절대 법조인하고 결혼 안 한다고 선언했잖아.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뱉은 말은 지키는 여자지, 우리 누나가.”
“으이그 저 똥고집쟁이. 얘! 너는 아까부터 뭘 그렇게 찾고 있어? 정신 사납게.”
엄마는 분주한 딸을 불러세웠다.
“엄마, 내 골프채 가방 어디 있어?”
“골프채들 다 드레스룸 안쪽에 있잖아.”
“그거 말고. 작은 거. 하프백.”
“그것도 거기 있어.”
“없던데.”
“거기 있어.”
보다 못한 엄마가 드디어 직접 나선다.
골프가방으로 찾아주러 드레스룸으로 향한다.
하영은 그제야 아까부터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동생에게 말을 건다.
“야, 근데 너는 왜 여기 있냐?”
“봄방학이야.”
애틋함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지극히 정상적인(?) 누나와 동생의 대화.
믿기 어렵겠지만 둘은 서로를 아낀다.
“쯧쯧. 이 중요한 시점에 봄방학이라고 나와서 이러고 있는 너도 참···.”
“‘참’ 뭐? 어쩌라고?”
“엄마, 얘 학비는 왜 대주는 거야?”
“야! 도하영!”
뭐든 잘했던 누나. 대학교는 물론 심지어 로스쿨도 장학금 받고 다닌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면, 동생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누나가 야속하다.
“이 새끼가 어디서 누나한테 반말을···야, 너 호연이 때문에 나왔지?”
“아니거든.”
“맞네. 그래, 불안하겠지. 너 같은 애가 그렇게 예쁜 애랑 롱디(long distance relationship, 장거리 연애)를 하려면.”
“안 불안하거든.”
“그래? 아님, 말고.”
“뭐래.”
놀려먹는 재미가 있는 동생이다.
다행히도 엄마가 나와 누나의 놀림으로부터 동생을 구해준다.
“여기 있잖아, 네 하프백.”
“아! 땡큐, 엄마.”
엄마가 찾아준 하프백을 들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하영.
그녀가 사라지자, 동생은 엄마에게 울분을 토해냈다.
“엄마, 포기해. 쟤 결혼 못 해.”
“얘! 얘는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짝!
선을 넘었다.
돌아오는 건 엄마의 등짝 스매싱.
살짝 억울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하석도 인정한다, 선을 넘은 것을.
그리고,
“야, 이거 받아.”
“뭐야?”
“뭐긴 뭐야, 카드지. 가서 호연이 맛있는 거 사줘.”
“오! 진짜?”
미안해진다.
“적당히 써라. 저번처럼 후쿠오카 여행 패키지 같은 거 끊으면 죽는다.”
“그럼, 한 이백?”
“야!”
“오키, 오키. 이백 언더.”
“백 언더.”
“땡큐, 누나.”
놀려도 해줄 건 해주는 누나다.
-*-
김앤강,
도하영의 방.
“도 변, 그 지화 케미컬 케이스 있잖아.”
“네.”
“그거 클라이언트가 합의서 초안을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방금 전화 왔거든.”
“그거 지금 하고 있어요. 두 시간 내로 보낼게요.”
“그래, 부탁해.”
“넵.”
사건 관련해서 지시를 내리고 나가려던 선배 어쏘의 눈에 하영이 집에서 가져온 상아색 하프백이 들어왔다.
“어, 골프채네? 도 변 거야?”
“네.”
“도 변, 골프 쳤어?”
하영은 골프를 잘한다.
어렸을 때 배웠고, 대학 시절부터 가족들과 함께 라운딩을 다녀왔다.
누가 들으면 그런 것치고는 못 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골프는 그냥 놀이였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심심할 때 치는 거지, 경쟁적으로 열심히 해서 잘해야 하는 스펙이 아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지금까지 말한 적이 없었다.
“네.”
“잘해?”
“한동안 바빠서 못 했는데, 다시 연습해 보려고요.”
“아, 그래? 그럼, 필드 나간 적도 있고?”
“네.”
“그럼, 좀 치나 보네. 왜 말 안 했어? 몇 타 쳐?”
“아, 뭐···한창 다닐 때는 싱글 정도였어요.”
겸손이다. 잘 칠 때는 1, 2타 언더였다.
“오- 잘 치네. 아침 잘됐다. 오늘 저녁에 끝나고, 김 변이랑 우 변이랑 해서 요 근처에 있는 스크린 골프에 가기로 했거든. 골프매니아라고. 괜찮으면 도 변도 가지.”
“아···.”
“왜? 바쁜 일 있어?”
“우리도 늦게 갈 건데. 한 10시쯤.”
“아니요. 저는 다른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대신 다음에 한번 같이 가자.”
“네.”
-*-
그날 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스크린 골프장.
“어? 도 변, 선약이 있다고 하더니···.”
도하영과 한범상은 동료 변호사들을 만났다.
“둘이 뭐야? 둘이 설마···?”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일부러 먼 곳으로 왔는데···
방이 없었는지 골프매니아에 간다고 하던 사람들이 이리로 왔다.
이런 농담에 꿈쩍하지 않는 도하영이었지만,
“아! 아닙니다, 남 변호사님! 제가 이제 막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서요. 도 변호사님한테 레슨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범상이 손사래까지 치며 부인하자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 정말 그게 다야?”
“네!”
“하하하, 농담이야. 오해받기 엄청 싫나 보네. 한 변호사 혹시 여자친구 있어?”
“네? 아니요.”
여자친구는 없다. 그럴 것 같기는 했는데, 공식화됐다.
“골프 배우기 시작했다고?”
“네.”
“잘됐네. 이왕 이렇게 만난 거 같이 치지.”
“아, 저는 아직 스윙도 제대로 못 해서요. 치시면 저는 관람하겠습니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럼, 재미없지.”
“제가 치면 더 재미없을 텐데요.”
“다 그렇게 배우는 거야. 그래야 빨리 는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범상은 더 확실히 거절해야 하는지 아니면 같이 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영을 표정을 살짝 살펴봤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범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네. 그럼, 한 수 배우겠습니다.”
“오케이. 자, 그럼, 늘 하던 대로 ‘타 당 만원’으로. 콜?”
“네? 그게 뭔가요?”
“치면서 가르쳐 줄게.”
불안감이 급습했지만, 이미 빼기는 늦었다. 범상은 조심스럽게 하영의 표정을 다시 살폈다.
실망한 건지, 대수롭지 않은 건지, 아무튼 아까와는 표정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한 변이 1번으로 할래?”
범상은 처음 잡아보는 드라이버를 들고 타석 위로 올라갔다.
‘힘을 빼고 허리를 돌려서······.’
끼익- 끼익- 끼익-
“헛!”
스윙~
머리에 생각이 많아지면 더 안 된다.
딱히 골프에 재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45화
재능에 없는 것을 해야 할 때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학창 시절, 원체 작고 말라서 그러기도 했지만, 딱히 소질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습게 보일까, 놀림감이 될까 두려워, 못 하고 안 했다.
돌이켜보면 살짝 후회된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두려움 때문에 아예 시작도 안 해본 것들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띠리링- 띠리링-
사무실 어쏘 변호사님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고 온 다음 날, 나는 나무해운에 다니는 무열이 형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형, 저 범상이요.”
해상 관련해서 내게 조언을 해주었던 선배.
그 뒤로 문자도 주고받기 시작했고 가끔 만나 식사도 했다.
식사 자리에서 얘기가 나왔던 적이 있었다.
“형, 골프 치신다고 했죠?”
-그럼, 치지. 왜? 뭐, 골프 칠 일 생겼어?
“네, 여기 변호사님께서 지금부터 배워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하셔서, 이제부터 쳐 보려고요.”
-내가 말했잖아. 골프 쳐야 한다고. 맞아. 일찍 배워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골프채는? 골프채는 샀고?
“옆방에 골프를 잘 치는 변호사님이 계셔서 조언받아서 초보자용으로 구매했어요.”
-그래? 그럼, 왜? 골프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 질문하려고 전화했는지를.”
-야, 이제 네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집에서 혼자 연습해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영상 보고 따라 하는 데도, 영 이게 맞는 건지··· 혹시 비법 같은 거 있으세요?”
-있지.
“뭐예요?”
-일단 <탄도>를 사서 읽어.
“네? 탄도요?”
-응. <골프천재 탄도>. 읽어.
형의 조언대로 나는 <골프천재 탄도> 전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단숨에 <탄도>를 읽어 내려갔다.
‘이게 도움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