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4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45화(45/190)
【045화 – 재능에 없는 것을 해야 할 때】
김앤강,
국제중재팀 탕비실.
변 마이클은 커피를 가지러 갔다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선배 어쏘 변호사와 마주쳤다.
“남 변호사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응? 아- 요새 공이 좀 잘 맞아서.”
“공? 혹시 필드 나가셨어요? 아직 필드 나가기는 좀 춥지 않나?”
“아니, 스크린 골프.”
“아-”
골프라면 변 마이클도 제법 쳤다.
“이제 좀 게임을 알 것 같아. 이게 타수를 줄이려면 쇼트게임을 잘해야 하는 거더라고.”
“그렇죠.”
“아, 근데 도 변호사가 잘 치더라.”
“도 변호사도 갔어요?”
“응. 뭐, 같이 간 거는 아니고 가서 우연히 만났는데, 잘 치더라고. 나한테는 싱글 친다고 했는데, 아닌 거 같아.”
“도 변이 자기가 싱글 친다고 했나요? 싱글 몇 타요?”
“몇 타인 거까지는 얘기 안 하고, 잘 칠 때 그렇게 쳤다고는 했는데, 폼도 장난 아니고 힘도 좋더라고. 키도 크잖아. 팔도 길고. 드라이버 치는데, 프로 느낌이 나던데.”
“아- 그래요?”
“응.”
변 마이클은 콧등을 찡긋거렸다. 믿지 못하는 눈치다.
“근데, 스크린하고 필드는 또 다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왜 스윙 휘두르는 거 보면 알잖아. 구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한 변호사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하하- 거기는 딱 첫 스윙 하는 데 알겠더라. ‘아, 이 친구 처음 잡았구나.’”
선배가 한 변호사를 언급하자, 이번엔 변 마이클의 두 눈이 찡긋거린다.
“한 변호사면···한범상 변호사요? 같이 가셨어요?”
“응. 도 변이랑 둘이 왔더라고.”
“둘이요?”
“응. 도 변이 가르쳐주기로 했나 봐. 작년에 KLS에너지 건으로 미시간 출장 다녀오고 둘이 꽤 친해진 거 같데. 그렇지, 젊은 남녀가 그렇게 오래 출장 다녀오면 친해지지.”
변 마이클은 못마땅하다. 그냥 다.
“변호사님, 다음번에는 저도 불러주세요.”
“변 변호사를? 지난번에 나한테 스크린 골프가 재미없다고 했잖아? 너무 오락 같다고.”
“제가 그랬나요?”
“어.”
“안 친 지 좀 돼서, 올해 필드 나가기 전에 몸 좀 풀기로는 좋을 것 같아서요. 불러 주십시오. 그리고 날씨 좋아지면 제가 웰링턴에 라운딩 예약 한번 잡겠습니다.”
“거기에 멤버십 있었어? 좋지. 그래, 그럼. 다음 주에 시간 돼?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 다시 치기로 했는데.”
“네.”
“오케이. 기대하겠어.”
“아, 남 변호사님.”
“응?”
“그날 한 변이랑 도 변도 오는 건가요?”
“응. 스케줄 되면 오기로 했어.”
변 마이클은 만족스러운 듯 방긋 웃었다.
다음 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
며칠 뒤.
무열이 형이 회사 근처로 찾아왔다.
안 그래도, 궁금한 게 있어서 주말에 연락하려 했는데 잘됐다.
예전에 도 변호사랑 갔던 적이 있는 일식집에서 형을 만났다.
광화문에 왜 왔는지, 요새 일은 어떤지 등의 인사를 묻고는 곧바로 골프 얘기로 들어갔다.
“근데, 그거 도움이 되는 거 맞아요? <골프천재 탄도>.”
“봤어? 재밌지?”
“주말에 봤는데, 조금 황당하던데. 나중에는 막 무슨 골프공이 미사일 속도로 날아가던데요.”
“크크큭- 맞아.”
“제가 골프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초등학생이 홀인원을 밥 먹듯이 하고요. 완전 판타지던데.”
“그래도 재미있지 않았어?”
‘재미?’ 그래, 재미는 있었다.
그렇기는 한데,
“골프 칠 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응. 도움 안 돼.”
“네?”
“골프를 어떻게 책으로 배워. 그냥, 입문용이지. 골프 룰 같은 거랑 채 잡는 법 같은 아주 기초적인 거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지. 솔직히 그렇게 따지면, <슬램덩크>는 안 그렇냐? 일본 고등학생들 농구 수준이 무슨 NBA야. 190cm도 안 되는 애들이 프리드로우 라인에서 조던 덩크를 때려. 그것도 판타지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분명 두 작품 다 판타지이다.
“그렇기는 하죠.”
“읽으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거고, 열정이 생기게 해주는 거지. 안 그러냐?”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네요. 사실 <해왕기>도 해상법하고는 관련이 없으니까.”
“그렇다니까. 근데,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야.”
“네? 도움이 된다고요? <탄도>가?”
“골프를 배워본 사람으로서, <탄도>에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그거야.”
“뭐요?”
“처음에 나오는 말.”
“처음에 나오는 말이요?”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스윙 연습을 계속한다면’”
기억난다.
야구부 소속 초등학생 주인공과 친구들이 전설의 골프 선수를 찾아가 골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골프 선수가 주인공 무리에게 내걸었던 조건.
“결국 모든 게 다 똑같아. 연습이야. 계속 휘두르는 거지. 될 때까지.”
그 말의 의미가 뭔지는 안다. 다만,
“며칠 전에 사무실 변호사님들하고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갔을 때는 또 그러시던데, 골프는 혼자 배우는 게 아니라고. 괜히 그랬다가 자세가 이상하게 굳어서 나중에 그거 고치려면 고생할 거라고.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게 좋다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프로가 될 것도 아니고, 폼 좀 이상하면 어떠냐? 치다 보면 자기한테 맞는 스윙이 나와. 프로 선수들도 스윙 이상한 사람들 많아. 매튜 울프라는 선수도 그렇고, 우리나라 최호성 선수도 그렇고.”
“그래요? 근데, 저는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야, 재능이 뭐가 필요해. 재능은 프로들이 경쟁할 때나 하는 얘기야. 아마추어들이 무슨 재능 이야기를 하냐. 그냥 빠져서 치다 보면, 백돌이 하다가 싱글 되는 거고, 싱글 하다가 이븐파 하는 거지. 그러다 어느 날 언더파도 치고 홀인원도 하고.”
나보다 두 살이 많은 무열이 형은 내가 서명대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 졸업하셨다.
그래서, 같이 학교에 다녀 본 적은 없다.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꽤 오래 찾으셨던 형이 나무해운에 취직하고 나서, 학교 후배들과 자리도 많이 갖고 자신의 구직활동 경험을 많이 공유해 주시면서 알게 되었다.
그땐 요새 유행하는 말로 MBTI ‘E’인 형과는 성향이 다르다고 느꼈었는데, 역시 사람과 공감하는 데에 있어 상대를 MBTI로 전부 판단할 수 없다는 걸 형과 친해지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형의 조언은 와닿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재능은 노력으로 닿을 수 없는 영역의 천재들에게나 관련된 이야기.
그 밑에 있는 범인들에겐 그저 노력하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
“어차피 초반에 골프 배울 땐 일주일에 30분 교정받고 한 주간 연습하고 오고, 30분 교정받고 또 일주일 연습하고 그래. 시간이 지나야 느는 거야.”
시간이 지나야 는다.
정답이다.
“형, 그러면 혹시 형이 아시는 분 중에 괜찮으신 분 있으세요?”
“코치? 있어. 교정 잘해주시는 레슨 프로. 소개해 줄까?”
나는 재능이 없다.
대신 시간이 많다.
“네! 소개해 주세요.”
-*-
한 달 뒤,
김앤강 국제중재팀 어쏘들은 회사 근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
드디어 이번에는 한범상도 참석했다.
벼르고 별렀던 날.
마이클 변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단조로운 게임에 긴장감 좀 불어넣어 볼까요? 타 당 십만 원 어떠세요?”
약이 오른 상태였다.
원래는 한 달 전에 치기로 했었는데, 당시 한범상이 쏙 빠져 버린 것이었다.
너무 못 쳐서 민폐가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은 빠지겠다고.
그래서 원래 다 그렇게 배우는 거라고, 압박까지 했는데, 한범상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다 잘하는 녀석에게, 모욕감을 준 녀석에게 작게나마 골프로 설욕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못하겠다고 내빼버리니 마이클은 약이 올랐다.
‘싫은데. 안 할 건데. 내가 왜?’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한 달간 회유도 하고 비꼬기도 해서 겨우 성사시킨 자리었다.
다음에는 또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변은 오늘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골프에서만큼은 자기가 위인 것을.
일에서는 안 되니까.
변변찮은 변 마이클이었다.
“십만 원은 좀 세지 않아?”
“에이- 남 변호사님, 동기분들하고 치실 때 타 당 십만 원으로 치시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한 변도 있고···.”
“어차피 뭐 딴 돈으로 술 먹는데, 진 사람이 한우 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원래 골프 그렇게 배우는 거지 않습니까?”
“그래. 나는 한 변만 오케이면 콜. 이런 거 강제하는 거는 아니니까.”
연차가 가장 높은 남 변호사가 그렇게 말하니, 같이 간 다른 변호사들도 아무 소리하지 않는다.
도하영만 빼고.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왜?”
“솔직히 골프채 잡은 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이랑 치면서 타 당 십만 원은 너무 속이 보이는데요.”
명확하게 콕 집어 말하니, 다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말을 꺼낸 변 마이클은 이대로 꼬리를 내릴 생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꺼낸다.
“도 변이야 말로 왜 그래? 한 변호사 실력을 무시하는 거야? 한 달 쳐도 잘 칠 수 있어.”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가 아는 동생이 그랬어. 정말 골프채 잡은 지 한 달 만에 주니어 골프 대회에서 준우승했다니까.”
사실이다. 그 동생은 16세 프로 데뷔했다.
“그런 사람들이야···.”
“도 변호사님, 괜찮아요. 고기 한번 사면 되죠.”
목소리가 높아지기 전에 범상이 끼어들었다.
도하영은 화가 났다.
변 마이클의 수가 너무나도 빤히 보여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 당사자가 이렇게 나오니 더 말하면 우습게 보일 수 있었다.
그래도 그냥 물러설 순 없다.
“그럼, 한 변호사님은 AI 캐디 기능 키고 하고 우린 끄고 하기로 해요. 그 정도는 해야 공평하죠.”
“그래, 그 정도는 해야겠다.”
남 변호사가 도 변호사를 거들고 나섰다.
변 마이클은 마치 그러려고 했다는 것처럼 호탕하게 “콜!”을 외쳤고, 경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범상이 1번으로 정해졌고, 헌 것처럼 보이는 최신 드라이버를 들고 그가 타석에 올라가자, 도하영을 제외한 모두가 똑같은 장면을 기대했다.
기대를 한 것만 아니었을 뿐, 도하영 역시 우려 섞인 표정으로 같은 장면을 예상했다.
그런데,
슈욱-
딱!
“어!!!”
“뭐야, 한 변!”
경쾌하게 맞은 공이 스크린 상단 중앙에 정확하게 맞았고, 그대로 이어진 스크린 속 공은 AI 캐디가 알려준 방향으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슈욱-
딱!
슈욱-
딱!
첫 타가 우연이었을 거라는 ‘기대’ 따위는 곧바로 부숴 버렸다.
“와! 한 달 만에 무슨 프로가 되어 왔어? 한 변, 골프에 재능이 있네.”
그 날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변 마이클은 치는 족족 훅이 났고, 쇼트게임까지 망쳐버렸다.
그렇게 게임이 끝났다.
“마이클, 한우 잘 먹을게.”
“하필이면 오늘 ‘타 당 십만 원’으로 올려서. 덕분에 재미있게 쳤어.”
-*-
같은 시각,
최재민은 강남의 한 고급 일식집에서 국제중재팀 시니어 파트너 성일용과 함께 KLS 에너지 대표 그리고 법무팀 전무와 식사를 가지는 중이었다.
“최 변호사님은 골프 좀 치세요?”
“네, 한 10년 쳤습니다.”
“아우- 그럼, 뭐 베테랑이시겠네. 다음 달에 MG 제너럴 카운슬(General counsel, 법무이사)이 한국에 나오거든요. 그때 같이 한번 라운딩 가시죠? 변호사님 하고 자리 한번 하고 싶다고 얘기를 여러 번 해서.”
“토마스 뮐러가 오나요?”
“네, 이번에 그 백악관에서 전기 배터리 관련해서 발표한 것도 있고, 지난번 일도 마무리를 지을 겸 해서 오거든요.”
“네. 불러만 주십시오. 스케줄 빼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비서 통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아, 그 토마스 뮐러가 다른 변호사님도 얘기했는데, 미스터 한? 국제중재팀에 한 변호사님이라고 계시죠?”
“네, 있습니다.”
“그때 미팅에 함께 오셨던 그 젊은 분 맞죠?”
“네.”
“토마스 뮐러가 그 변호사님 얘기도 하더라고요. 괜찮으시면, 그때 같이 보시죠.”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46화
홀인원, 100돈 그리고 넥스트 진화
인천,
송도 CC.
스윙- 딱!
“굿샷!”
원래는 안 데리고 오려고 했다.
스크린 골프를 곧잘 친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채 잡은 지 이제 석달도 안 된 후배를 이런 중요한 자리에 데리고 오는 건 분위기를 망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자고로 비즈니스 골프란 상대와 보조를 맞춰가면서 나아가는 댄스와 같은 법.
너무 앞서가도, 너무 뒤처져도 안 된다.
가장 이상적인 건 영업해야 하는 상대의 공에 적당히 붙여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언젠간 가르쳐야 했지만, 재민은 아직은 이르다고 여겼다.
그런데, MG 제너널 카운슬 토마스 뮐러가 범상을 콕 짚어서 보고 싶다고 했단다.
자기의 전략을 간파하는 데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운 상대방 변호사가 고작 2년차 어쏘라는 사실을 알아버리곤 관심이 많아진 모양이었다.
골프 후 저녁 자리에 부르겠다고 했는데도 극구 오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다.
그런데···
스윙- 딱!
‘뭐지, 이놈.’
“한 변호사님, 나이스!”
“그레이트 샷, 미스터 한!”
‘도대체 이 녀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범상이 예상 밖으로 잘 따라와 줘서 한편으로는 안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정말 골프 3개월 친 사람의 실력이라고?’
최재민은 당최 믿을 수가 없다.
“한 변호사, 솔직히 말해봐. 전에 여기서 친 적 있지?”
“실제로요?”
‘응? ‘실제로요’는 또 뭐야? 실제가 아니면, 뭐? 꿈에서 쳐봤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