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46)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46화(46/190)
【046화 – 홀인원, 100돈 그리고 넥스트 진화】
정말 재미있었다.
남자라면 한 번쯤 꼭 빠진다는 당구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인 줄 몰랐다.
어쩌면 몸을 단련하여 신체적 기술을 익히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아무튼 아공간 속에서 오락하고 책 읽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골프는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오락거리이자 공부거리였다.
곧바로 <일만 시간을 투자해 마스터하고 싶은 100가지> 목록에 적어넣고 그날부터 매일 연습했다.
120평 아공간은 골프 연습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타석용 모조 잔디 하나를 들고 들어와 깔았더니 더 놓을 것도 없었다.
뿌연 아공간 벽에 스티커를 붙여 표적들을 만들어 놓고, 대충 비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높이도 표시해 두었다.
스윙- 딱!
탕!
도로록-
공을 치면 벽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주우러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정신없이 치다 보니 손이 아팠다.
쉬었다 다시 쳤다.
또 정신없이 치다 보니 손이 아팠다.
쉬었다 다시 쳤다.
또 정신없이 치다 보니 이번에는 장갑이 해져있었다.
새 장갑으로 갈아 끼고 다시 쳤다.
처음 해보는 운동에 푹 빠져버렸다.
시간이 안 가는 줄도 모르고 쳤다.
아, 그것도 재미있었다.
-변호사님, 하루 사이에 연습을 얼마나 하신 거예요! 하루 만에 이렇게 쉽게 때릴 수 있는 게 아닌데.
-변호사님, 정말 뭐 잠도 안 주무시고 치시는 거예요? 헤드가 벌써 이렇게··· 중고 사신 거 아니었죠? 새것 사신 거였죠?
-변호사님! 재능있으신데요. 이 정도 속도로 느시는 거면, 쇼트게임만 좀 더 집중해서 연습하고, 한 1, 2년 뒤에는 프로 시험 치셔도 될 것 같은데요. 대단하세요. 서른 넘어서 골프채 잡은 사람 중에서 이런 속도로 느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아요.
갈 때마다 눈의 휘둥그레지는 골프 레슨 선생님의 반응에 은근히 신이 났다.
처음이었다. 몸 쓰는 걸로 누군가에게 재능있다는 말을 들은 건.
비록 실상은 아공간에서 한 달씩 연습하고 나와서 그런 거였기는 했어도.
그리고 또 하나.
솔직히 목록에 세 번째로 적기는 했지만, ‘내가 정말 할리 데이비드슨을 탈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질문에 확신이 없었다.
50cc 스쿠터도 타 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그런데, 골프를 통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평생 운동이라고는 달리기랑 스트레칭 정도가 고작이었던 내가 해보고 싶은 스포츠가 많아졌다.
그렇게 일 년 같은 한 달을 골프에 매진했다.
이제 스크린 골프도 곧잘 쳤다.
동료 변호사들하고 쳐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는 데에는 또 다른 사건의 도움도 있었다.
-한 변호사, 골프매니아 국내 특허 소송을 좀 팔로우하는 게 좋겠어. 골프매니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특수 타격 매트와 비거리 감소율 보정 시뮬레이션 장치 기술 관련 특허권을 국내 경쟁 회사들이 침해한 사건인데, 조만간 판결이 날 것 같거든. 골프매니아가 승소하면, 해당 기술을 카피한 홍콩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건데, 한 변이 지금부터 팔로우하면 나중에 홍콩 소송할 때 도움이 될 거야.
특허팀 함익철 변호사님으로부터 신건을 배당받았다.
스크린 골프 회사 <골프매니아>의 특허 침해 소송이었다.
-변호사님, 저희 골프매니아는 R&D에 정말 많이 투자하거든요. 단순히 실내 골프 시뮬레이션 오락이 아니라, 나중에는 프로 선수들도 훈련에 이용하는 그런 전문 버추얼 리얼리티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사장님께서 연구진에 무한 지원을 하시고 계세요. 국내외 골프장들하고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서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이건 뭐 골프를 더 열심히 치라는 신의 계시 같은 거였다.
근데, 실내 스크린 골프가 실제 필드 골프에 도움이 되냐고?
된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특허팀 소송 때문에 만나게 된 골프매니아 측 담당자를 통해서 골프매니아의 신기술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송도 CC 가상 필드였다. 실제 코스와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된 18홀 가상 골프장.
물론, 실제와 완전히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코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방향으로 쳐야 하는지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최재민 변호사님을 따라 나간 송도 CC의 필드였다.
첫 타석. 살짝 긴장되기도 했지만, 일만 시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스윙- 딱!
“굿샷!”
잘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력 좋은 캐디가 이것저것 상세하게 코치해 주니, 비록 4명 중에 제일 못 치기는 했어도, 제법 잘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행운의 여신이 나를 축복해 주기도 했다.
17번, 파(par) 3홀.
스윙- 딱!
맞는 순간의 느낌이 좋았다.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한 번에 들어갈 줄은···
“들어간 거 같은데? 그렇지? 들어간 거 같지?”
“Is it in(들어갔어?)”
“변호사님, 들어간 거 같은데요?”
몰랐다.
짝짝짝짝짝!
“축하드려요! 홀인원하셨어요!”
황금 100돈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며칠 뒤,
김앤강, 국제중재팀 사무실.
최재민은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전에 그가 홀인원을 했을 때, 같이 골프를 쳤던 동기 중 한 명.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야, 뭐 하나 물어보자.”
-뭐?
“니들 그때 나 가평CC에서 홀인원 했을 때, 이 기념패를 얼마 주고 했다고 했지?”
-기념패? 아, 그 골프공 위에 독수리 형상 있는 거? 100돈짜리?
“그래, 그거.”
-그거 그때 천오백 줬지? 나하고 영수하고 형식이가 오백씩 냈으니까.
벌써 7년도 더 된 일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금값이 두 배나 올랐다.
“그럼, 지금은 한 삼천만 원쯤 하겠네.”
-더 줘야 할 걸. 그때 영수가 아는 사람한테 해서 세공비만 내고 금값은 싸게 했던 거야. 지금은 일반 금은방에서 하면 한 삼천오백은 줘야 할 것 같은데. 왜 누가 홀인원 했어?
“응. 같이 친 어쏘 변호사. 아무튼 알았어. 내가 영수한테 전화해 볼게. 끊어.”
-그려, 수고.
딸깍.
전화를 끊은 최재민은 자기 방 책장에 전시된 황금 기념패를 쳐다봤다.
허투루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날이 이렇게나 빨리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운도 좋은 놈.’
원래 홀인원을 하면 같이 친 사람들이 이런 기념패를 만들어 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아니면 그보다 더한 턱을 홀인원 당사자가 쏘는 게 관습이라고 하면 관습이다.
술도 쏴야 하고, 캐디 팁도 줘야 하고, 기념품도 만들어 돌리고 등등등, 아무튼 해야 하는 게 많다.
오죽하면 홀인원 보험이라는 게 존재하겠나.
최재민 역시 천오백만짜리 기념패를 받으면서 술값, 그린피, 기념품 등으로 천오백만 넘게 썼었다.
그런데, 한범상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홀인원을 만들어 냈다.
같이 친 사람 중 한 명은 나이가 좀 있는 클라이언트 회사의 전무였고, 다른 한 명은 나이 많은 외국인, 그리고 최재민이었다.
마흔도 안 되는 새파란 어쏘한테 얻어먹겠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도 오지게 좋은 놈이네.”
푸념처럼 내뱉은 최재민은,
띠리링- 띠리링-
-네, 변호사님.
“잠깐 내방으로.”
한범상을 호출했다.
···
“부르셨습니까.”
“어, 다른 게 아니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어떻게, 내 거랑 같은 모양으로 해줄까? 아니면 생각해 둔 게 있어? 홀인원 기념패 말이야.”
“아, 저렇게 제작하면 세공비가 많이 드니까, 저는 그냥 골드바 형태여도 괜찮습니다.”
“골드바? 그냥 네모난 패를 말하는 거야? 이름하고 글자만 써서?”
“네. 아니면 진짜 그냥 골드바도 좋습니다.”
“뭐라는 거야. 기념패를 해준다니까, 왜 자꾸 골드바를 찾아. 알았어. 그럼, 내가 동기한테 물어볼게.”
“저기, 변호사님.”
“응?”
“제 친구 중에 금은방을 하는 애가 있는데요. 그 친구 집에서 제작하면 아무래도 시중에 하는 것보다 싸게 할 수 있습니다.”
“한 변한테 그런 친구가 있었어? 음···그래, 그럼, 그 친구한테 부탁하지 뭐. 한 변이 주문 넣어. 돈은 내가 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일 봐. 그게 다야.”
“변호사님.”
“응?”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가 밥 사겠습니다.”
“됐어. 밥은 무슨. 내 사건이나 열심히 해. 해상이나 특허 사건 뒤로 미루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한범상이 나가자, 최재민은 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냈다.
다 내기는 좀 그렇지만, 반 정도는 법인카드로 해도 될 것 같은데, 괜히 한 변호사 친구한테 한다고 했나 후회가 든다.
“아니다. 모양 빠진다. 사비로 하자.”
최재민은 법인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덕분에 MG라는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생겼기에.
그리고 그건 시니어 파트너 성일용의 클라이언트가 아닌, 주니어 파트너 최재민의 클라이언트였다.
어찌 보면 한범상 덕에 얻은 클라이언트이기도 했다.
-*-
2주일 뒤,
범상은 최재민으로부터 받은 황금 100돈짜리 홀인원 기념패를 비밀 금고에 넣고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파란색과 빨간색 문이 북쪽과 남쪽에 각각 하나씩 생겼다.
범상은 북쪽 경계에 생긴 파란색 문을 열었다.
그러자 뿌연 유리막 같던 아공간의 경계들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멀리 높고 푸른 것이 보인다.
‘산?’
남쪽의 빨간색 문도 사라졌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47화
신세계
‘해’가 나고 ‘달’이 나타났을 때, 나는 나침반을 가지고 아공간에 들어와 봤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북쪽을 가리키고 있던 붉은 침이 180도 회전하여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나침반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면, 바깥 현실 세계의 방위와 아공간 세계의 방위는 정반대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다른 나침반들을 가지고 들어와 확인했고, 실험했던 나침반들을 다시 밖으로 가지고 나와 재확인해 봤다.
가설은 꽤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 된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나는 아공간의 동쪽과 서쪽을 정했다.
이곳에선 ‘해’와 ‘달’이 서쪽에서 떠 동쪽으로 진다.
파란색 문은 200평이 된 아공간 북쪽 경계에 나타났었다.
그리고 빨간색 문은 남쪽 경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