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47)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47화(47/190)
【047화 – 신세계】
‘어떤 문을 열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미 한번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었지만, 이번에는 둘이었다.
사실 둘이 아니었어도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어느 문이든 여는 순간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닫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매번 드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행방불명이 남긴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양쪽 문들을 보고 있던 나는 설레면서도, 동시에 두려웠다.
둘 중의 하나를 열 거라는 건 확실했다.
이미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문들이 나타나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에.
···
두 달 전, 기중이가 실수로 놓고 간 100돈짜리 금두꺼비를 비밀 금고에 넣어봤다.
그러고 아공간에 들어왔다.
예상대로 아공간이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기존 150평에 100돈을 넣었으니 250평이 되어있을 것이라 추측했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200평에서 멈춘 아공간은 30평이 되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더 커지지 않고 대신 문이 나타났다.
붉은색 문을 먼저 발견했다.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들어오면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방향이었다.
30평 때 나왔던 문하고 모양은 같았지만, 색이 달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열지 않고 돌아섰다.
그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엄마였다.
혹시라도 내가 사라지게 되면 그 이유를 아셔야 했기에.
그러려면 내가 겪은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든 남겨야 한다.
나는 편지를 선택했다.
지난번에 써둔 편지가 있지만, 그 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다시 써야 했다.
다른 이유는 100돈짜리 금두꺼비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중이의 물건을 함부로 걸 순 없었다.
아니, 기중이의 물건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타인의 물건이었어도 결정은 같았을 것.
나는 붉은색 문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바로 그때, 북쪽 경계에 나타난 푸른색 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행동하기 전 결정해야 할 또 다른 선택이 나타난 것이었다.
···
돌이켜보면 다행이다.
그 금두꺼비가 있었기에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해졌기에.
최재민 변호사님께서는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기념패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황금색 골프공을 움켜쥐고 있는 독수리 형상의 기념패.
근사했다.
감사했다.
중량과 순도만 표시된 네모난 골드바 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스토리가 있었다.
문득 기중이가 실수로 놓고 갔었던 금두꺼비에는 어떤 스토리가 얽혀있을지 궁금해졌다.
감상을 끝낸 나는 100돈짜리 홀인원 기념패를 비밀 금고에 놓고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엄마에게 쓴, 하지만 엄마가 영원히 보지 않아도 되기를 희망하는, 편지를 잘 보이는 책상 위에 놓아둔 채.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세계로.
남쪽의 빨간 문, 북쪽의 파란 문.
‘당신이라면 어떤 문을 선택할 건가요?’
‘아빠는 어떤 문을 선택했을까?’
나는 파란색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사방으로 아공간을 둘러싸고 있던 뿌연 경계들이 사라졌다.
팟!
같은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거대한 효과음이 울리고 있었다.
‘저건 뭐지? 산? 산맥?’
사실 이전에도 반투명 유리막 같았던 경계 너머로 다양한 색들이 보였었다.
다만 그것들이 무엇들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색들의 주인이 자연이었다니.
북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들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착각. 높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득히 멀리 있어서였다.
걸어서 한 달? 아니 몇 달이 걸릴 듯싶다.
꼭대기의 하얀색은 눈? 만약 그것이 눈이라면, 지금 아공간 세계 속은 여름이니까, 만년설이라는 가설을 해볼 수 있었다.
남쪽으로는 평원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저 끝에는 또 뭐가 있을까?
동쪽으로는 숲이 있었다.
마치 무엇이 살고 있을 것 같이 울창한 숲이.
수천 년은 되어 보이는 듯한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다.
서쪽으로는 바다 같이 커다란 물이 나타났다.
그것이 정말 바다인지 아니면 호수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었다.
바다라면 또 다른 대륙이 있을까?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채 멍하니 동서남북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내 별장처럼 익숙한 공간이었는데,
그 안에서 보낸 시간만 몇 년인데,
경계가 사라졌다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맞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공간이 아니라 세계였다.
두렵고, 동시에 설렜다.
문을 열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떨렸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기분.
콩닥콩닥 뛰던 가슴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경계가 가로막고 있었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이러면 더 이상 금을 넣지 않아도 되는 건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또 다른 경계가 있을까?’
‘여기는 평행 지구일까?’
‘나 말고 다른 존재도 살고 있을까?’
······
셀 수 없을 수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가방 하나 챙겨 무작정 걸어보는 것 밖에 없었다.
‘탈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할리 데이비드슨?’
‘그건 아직 무리일 것 같고···’
‘그래! 일단 전기 자전거가 있으면 괜찮겠다!’
그 순간, 확신 아닌 확신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안에서’ 할리 데이비드슨을 탈 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걸.
그걸 어떻게 이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정히 안 되면 분리해서 들여와 조립하지 뭐. 안 될 게 뭐가 있어! 홀인원도 한 사람인데. 캬하하하-’
새로운 세계. 두려움 따윈 자신감으로 극복하면 된다.
-*-
김앤강,
사직빌딩 9층.
국제중재팀 주니어 파트너 최재민이 KLS 에너지의 전무이사 그리고 MG사의 제너럴 카운슬과 함께하는 골프 자리에 강태산의 ‘낙하산’을 데리고 갔다는 보고를 들은 이정후는 생각에 잠겼다.
밑에 데리고(?) 있던 노태규가 나가고 난 이후, ‘낙하산’ 한범상에게 관심이 많아진 그였다.
‘그 중요한 자리에 그 새파랗게 어린 어쏘를 데리고 갔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진행이 그렇지 않다.
‘낙하산’의 정의는, 들어올 수 없는 자가 뇌물이나 인맥 등을 이용해 들어온 실력 미달의 인물.
그러니까 ‘낙하산’이면 ‘낙하산’답게 이 팀도 거절하고 저 팀도 거절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서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
그것도 별 볼 일 없는 팀의 파트너들이 데려가려는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강태산 라인을 타려나 보다 했을 것이다.
해상의 백인찬, 국제중재의 최재민, 거기에 특허분쟁의 함익철까지.
괴짜에, 야망꾼에, 교과서 같은 인물, 가지각색이라도 전부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었다.
‘설마 강태산 변호사하고 뭔가 얘기가 있었던 걸까?’
다른 변호사들이었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시나리오.
‘근데 저 셋이?’ 있을 수 없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격동의 시대를 지나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담합과 배신, 음모를 보고, 해봤던 그였다.
아무리 속을 알 수 없는 강태산이라고 해도, 백인찬-최재민-함익철 조합은 억지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조합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지? 왜 다들 그놈을 데려가려고 난리인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불러서 직접 얘기를 해보는 수밖에.’
원래는 한발 떨어져서 그냥 좀 더 지켜보려고 했다.
백인찬이 한범상의 아월리 레이트를 올린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범상이 해상 변호사가 되면 오히려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저력이 있어도 고작 4, 5명 되는 작은 팀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런데, 최재민이 KLS 에너지와 MG 중역들과 함께하는 골프 자리에 한범상을 데려갔다는 보고를 들었다.
MG는 지금 KLS 에너지뿐만 아니라 삼전 그룹과도 합작회사를 논의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
그렇게 큰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골프 실력과 언변술을 쏟아부어야 하는 자리에, 다른 사람들도 아닌 ‘야망꾼’ 최재민이가 고작 2년 차인 한범상을 데려갔다는 사실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띠리링- 띠리링-
-네, 변호사님.
“한범상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지금 좀 내 방으로 오라고 해.”
-국제중재팀 한범상 변호사님 말씀이신가요? 네, 알겠습니다.
딸깍.
비서에게 지시를 내린 이정후는 이제 한범상을 기다렸다.
-*-
“변호사님.”
“네, 정 대리님.”
“방금 이정후 변호사님 방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변호사님더러 지금 좀 오시래요.”
“이정후 변호사님이요?”
“네.”
“알겠습니다. 이정후 변호사님의 방이 사직빌딩 9층에 있는 거 맞죠?”
“네, 맞아요.”
김앤강 일곱 ‘신선’ 중에 한 분, 에퀴티 파트너 이정후 변호사님.
현대의 로펌에는 여러 직급(?)이 있다.
‘주니어 어쏘’, ‘시니어 어쏘’, ‘주니어 파트너’, ‘시니어 파트너’. 연차별로 차등을 두기 위해 여러 호칭이 생겨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로펌 변호사들의 직급은 딱 둘로 나뉜다. 파트너와 어쏘시어트. 그게 전통적인 구분 방식이다.
파트너는 로펌에 지분이 있는, 그래서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는 에퀴티 파트너(equity partner, 지분 파트너)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고,
어쏘시어트, 줄여서 ‘어쏘’라고도 부르는 변호사들은 영어 단어 뜻 그대로 소속 변호사이다. 소속 변호사는 지분이 없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이 로펌 역시 모든 권력은 지분에서 나온다.
김앤강에는 총 아홉 명의 에퀴티 파트너들이 존재했다.
단순히 명함에 박혀있는 타이틀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 변호사들. 김한과 강태산 두 창립변호사 외 7인.
다른 대형 로펌들과 달리, 법무법인이 아닌 공동 법률사무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김앤강이었기에, 지분이 밝혀진 공문서 따위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현재 김앤강의 지분 파트너들이라는 건 암암리에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 7인에게 ‘신선’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기도 했다.
똑똑-
“변호사님, 한범상 변호사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네. 변호사님, 들어가시죠.”
범상은 비서의 안내를 받아 이정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 역시 신세계였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48화
왜 거기 들어갔어?
김앤강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변호사들의 사진과 경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비단 김앤강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로펌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소속 변호사들의 정보를 자사 홈페이지에 제공한다.
이는 사칭을 막고 신뢰도를 높여준다.
해당 변호사의 사진이나 이름을 클릭하면, 변호사의 전문 분야나 소속 팀과 함께 그의 학력 및 경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백인찬을 김앤강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해상’이라는 태그와 함께 서울대 졸업, 사법연수원 졸업 등 학력 그리고 그가 했던 사건 중 중요한 수십 개가 나열되고.
도하영을 검색하면, ‘국제중재’, ‘국제소송’, ‘해외법무’ 태그들과 함께 서울대 졸업, 예일대 로스쿨 졸업 등 학력 그리고 몇 안 되지만 그녀가 참여했던 사건들이 표시된다.
파트너나 어쏘 모두 똑같다.
얼핏 보면 그렇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김앤강의 창립 파트너인 김한 변호사의 홈페이지 프로필에는 전문 분야 태그가 없다. 맡았던 사건들에 대한 정보도 없다.
뭐 그럴 수 있다. 소송이나 자문에서 손 떼고 경영에만 집중하신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셨으니까.
홈페이지를 보고 누가 그분의 경력을 확인하거나 사건 의뢰를 맡길 일도 없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분 이외에 또 한 명이 있다.
이정후 변호사.
그분 역시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수장으로 있는 팀이 어느 팀인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그분이 갖는 사무실 내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송도 CC에서 홀인원을 친 날, 나는 최재민 변호사로부터 그분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자, 솔직히 말해봐. 한 변, 그전에 골프 배운 적 있지? 여기 송도 CC에 온 적 있지? 솔직히 말해봐아- 있다고 해도 내가 약속한 100 돈 기념패를 해줄 테니까. 자, 남자답게 까봐. 있지? 응?”
라운딩 후, 최재민 변호사님과 나는 클라이언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독주가 오고 갔다.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 안, 최 변호사님은 술기운이 올라오시는 듯했다.
“아닙니다. 이번에 처음 배웠습니다.”
“그게 석달 한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야- 나도 한때 엄청나게 쳤던 사람이야. 그렇게 안 돼. 한 변이 골프 천재야?”
“진짜 아닌데요.”
“하아- 분명히 배운 적이 있는데. 한 변,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내숭쟁이네. 그런 남자였어? 시험 전에 공부 열심히 해놓고 안 한 척하고, 실력이 있으면서, 어! 일부러 못 하는 척하는.”
“변호사님, 저 서명대 로스쿨 나왔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변호사가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한편 우스웠다.
서명대 로스쿨을 나왔다고 상기시켜 드리자, 최 변호사님은 잠시 술주정을 멈추고 나를 끔뻑끔뻑 쳐다봤다.
“아, 그렇지···너 서명대 출신이었지···왜?”
“예?”
“왜 니가 서면대 로스쿨 출신인 거지?”
“변호사님, 서면대가 아니고, 서명대요.”
“아, 그니까, 니가 왜 서명대를 나왔냐 말이야.”
“거길 들어갔으니까, 거기를 나오지 않았을까요?”
“집안 사정이 안 좋았어?”
“뭐,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막 궁핍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서울대에 안 갔어?”
“변호사님, 그 질문은 좀 이상한 데요.”
“이상하기는 니가 더 이상해, 인마. 배운 지 석 달밖에 안 된 놈이 송도 CC에서 싱글을 치고. 너 왜 변호사 하냐? 그냥 프로 데뷔해. 진짜 솔직하게 말해봐, 몇 년 쳤어?”
그 뒤로도 골프 관련해서 한참을 중얼거리시던 최 변호사님은 서울에 도착할 때쯤 돼서 이정후 변호사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야, 너, 내가 너 연봉 협상 때 성 변호사님을 설득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냐? 너 그거 알아야 해.”
“넵, 고맙습니다.”
“그럼, 고마워해야지. 우리 성 변호사님이 LJH의 눈치를 얼마나 보는데. 그런 걸 내가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어? 응! 한범상이 쓸만한 놈이라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근데, 변호사님, LJH가 누구인가요?”
“응? LJH? 이정후 변호사님. 몰라?”
“성함은 지나가다 얼핏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하하하- 너 이상한 놈 맞다니까.”
“···.”
“노태규 변호사님이 어떻게 나갔는데, 정작 본인은 LJH가 누군지도 모르고···하하하. 하긴 뭐 모를 수도 있지. 들어온 지 2년도 안 된 놈이 시니어들의 알력 관계에 대해 잘 아는 게 더 이상하지. 한 변은 그것만 알고 있어, 한 변이 LJH의 레이더망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
“제가요?”
“LJH하고 BIC(백인찬 변호사) 사이가 별로 좋지는 않아.”
“아···.”
그렇다고 왜 나를?
“아닌가? 어쩌면 그분들 다 이미 보고 계시는지도.”
그분들? 신선들?
“저를요?”
“우리 한 변이 눈치가 없지는 않아. 그렇지? 맘에 들어. 야, 너 나한테 잘해, 인마.”
“예.”
“그래서, 한 변은 꿈이 뭐야?”
“꿈이요?”
“그래, 꿈. 프로 골퍼가 되는 거야?”
“아니요. 골프는 그냥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그럼, 꿈이 뭐야? 우리 펌에서 한 몇 년 하다가 워라밸 찾아서 적당한 곳으로 옮길 생각이야?”
1년 전 만 해도 그것도 하나의 옵션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서 저도 파트너 명함 달고 싶습니다.”
“그래? 그 말 믿어 돼?”
“네.”
“좋아. 그럼 내가 팁 하나 줄까?”
“예.”
술기운에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혀는 살짝 꼬였지만, 다음 말씀을 하는 최 변호사님은,
“여기서 살아남고 싶으면 웬만하면 그분의 눈밖에는 나지 않도록 해.”
“이정후 변호사님 말씀이신가요?”
“무서운 분이시니까.”
조금 전 농담을 하던 때와는 달리 사뭇 진지했다.
무서운 분···
사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조언이었다.
‘조인한 지 2년도 안 되는 내가 그렇게 높은 분의 눈에 나고 말고 할 일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일단은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취중에 하신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 나는 그 무서운 분께 불리어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