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50)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50화(50/190)
【050화 – 가늠하기가 어렵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한 남자】
이성훈은 강남의 한 조용한 일식집에서 한범상의 전 사수, 법무법인 양아의 고민수 변호사를 만났다.
“그래서, 그 새끼는 김앤강에 어떻게 들어간 거야? 정말 빅 마운틴하고 아는 사이인 거야?”
밖이 무섭긴 한가 보다.
예전에도 거친 사람이기는 했지만, 대형에 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야생에서 살아남고 있는 사람의 티가 났다.
“저도 잘 몰라요.”
“에이- 그러지 말고 좀 풀어나 봐. 그 새끼 때문에 김앤강 사무실이 시끌시끌하다던데?”
업계가 좁다. 이런 이야기는 금세 퍼져나간다.
그래도 한범상과 같이 일했다고 강태산의 서자니 하는 터무니 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 소문을 진짜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
“진짜예요.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서···.”
“하긴, 떠들기 좋아하는 어쏘들이나 말이 많겠지, 파트너들이야 조용히 하겠지. 그래도? 양호락 변호사님한테 들은 거 없어?”
“없어요.”
“그래? 아쉽네. 재미있는 썰 좀 들어가나 했더니.”
하이에나 같은 양반. 어디 영업하러 가서 마치 김앤강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써먹으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그래서, 한범상 변호사는 어땠어요? 일은 잘했어요?”
“응? 한범상? 걔, 뭐. 별거 없어. 평범해. 근데, 이 변이 그걸 왜 물어? 설마 걔, 너네 팀 들어갔어?”
이성훈이 이 팀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게 있다면, 항시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거나, 아니면 그릇된 정보를 줘라.
“아니요. 국제중재팀에서 골칫덩어리라고 하길래 물어봤어요.”
“그러게, 홈페이지 보니까 국제중재팀에 들어갔더라. 해상도 하는 것 같고. 특허는 또 뭐야? 정말 걔가 특허도 해?”
“번역을 주로 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빌링하려면 소속 변호사로 표기해야 일일이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어지고.”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한데, 쓰읍··· 아, 맞다. 그건 또 왜 그렇게 됐어? 노태규 변호사님 로펌 나간 거. 이정후 변호사님의 눈 밖에 날 짓이라도 했어?”
이성훈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정보를 얻으려고 왔는데, 이건 뭐 자기 궁금한 것들 묻느라 정신이 없다.
“제가 알기론, 광종 김정훈 변호사님이 정말 오랫동안 자기 펌으로 오라고 러브콜을 보내셨다고 하던데요. 사실 이번에 현진 그룹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김정훈 변호사님이 다리를 놔주신 거라고.”
“오- 그래?”
“윗분들 말씀하시는 것을 얼핏 들었을 땐 그런 것 같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그때 술자리에서 뵀을 때만 해도 그렇게 안 보였는데. 노 변호사님이 생각보다 야망이 없네. 현진이 큰 물고기이기는 해도, 이정후 변호사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할 정도는 아닌데. 하긴, 양호락 변호사님한테 밀리지. 어쩜 현명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네.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자, 이만큼 답해줬으면 해줄 만큼 했다. 이성훈은 질문을 무시하고 자기가 궁금한 것으로 주제를 돌렸다.
“그런 거 나한테 묻지 마요. 모시고 있는 직속 파트너 변호사님 얘기잖아요. 그나저나, 진짜 한범상 변호사가 평범한 거 맞아요?”
“너야말로 걔 얘기를 왜 이렇게 묻냐?”
“국제중재팀에 있는 후배 어쏘가 그 친구 때문에 하도 골머리를 아파해서 그래요. 아주 내보내고 싶어서 죽으려고 그래요. 낙하산 주제에 턱 치들고 다닌다고.”
이성훈의 말에 고민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표정.
“걔가 그런다고?”
“아니에요? 양아에 있을 때는 안 그랬어요?”
“별 볼 일 없는 놈이었지, 턱을 치들고 다니는 놈은 아니었는데.”
“아, 그래요?”
“응. 오히려 고개를 너무 숙이고 다녀서 답답했지. 걔가 학폭 당한 경험이 있든가 그래. 그래서 그런지 애가 좀 음흉한 구석이 있어.”
“음흉이요?”
“그, 왜, 생각이 잘 안 읽히는 애들이 있잖아. 앞에서 화를 내도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너는 짖어라, 나는 내 할 일 한다.’ 그런 표정 짓는 애들.”
“일은요? 일은 어땠어요?”
“일? 진득하니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다 했지.”
“일은 잘했나 보네요?”
“아니. 잘하기는 뭘. 특출난 거 없었어. 그냥 하는 거지. 꼼꼼하게 하기는 하는데, 굼떠.”
“굼뜨다고요?”
“왜 이렇게 놀라? 왜 걔는 굼뜨면 안 돼?”
깜짝 놀랐다. 이성훈이 본 기록상, 한범상은 굼뜨다는 평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생긴 건 재빨라 보여서요.”
“재빠르긴 그게 무슨, 병약해 보이는 거지. 아무튼 일하는 스타일이 아주 비효율적이야. 대충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것도 붙들고 앉아서 일일이 체크하고 앉아 있고. 바빠 죽겠는데, 숫자들 확인하고 있고. 생긴 거만 안 그렇지 곰 같은 구석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
“아···.”
기대했던 대답과 전혀 다른 정보. 이성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근데, 정말 강태산이랑 무슨 관계인 거야, 도대체? 혹시 거기 모친이랑 무슨 섬씽 스페셜 같은 건가?”
“네에?”
“아니, 뭐, 등산 갔다가···왜, 요새 어르신들 등산 가셔서 그런 거 많이 하시잖아.”
이성훈은 고민수를 한심한 듯 쳐다봤다.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남의 어머니에 대해 저렇게 얘기하다니.
하나는 확실하다. 이런 상사 밑에서 1년을 버틴 건 높이 살만하다.
후배 이성훈이 그리 바라보자, 민망했는지 고민수도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아, 근데, 걔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 왜, 곰 같은 애들이 그런 성향이 있잖아. 꾹꾹 참고 있다가 총 들고 갈겨 버리는. 내 밑에서 나갈 때 아주 제대로 본성을 보여줬지.”
“······.”
고민수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이성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무지 들어맞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사이가 틀어져 나간 어쏘 변호사를 나쁘게 말할 수는 있다고 해도, 굼뜨다니. 차라리 일만 빨리 했지 실수 투성이었다고 했으면 신뢰가 갔을 텐데.
뭔가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다.
“아, 진짜 양 변호사님한테 뭐라고 보고한다. 아무리 봐도, 양호락 변호사님의 의도는 일로 치이게 하시려는 건 같은데···.”
그 의도대로 밑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으면 그 화살은 주니어 파트너인 자신에게 돌아오기에, 이성훈은 골치가 아프다.
한범상이 어떤 놈인지 전혀 감이 안 온다.
-*-
김앤강,
양호락 변호사의 방.
“다 했다고?”
“네.”
양호락의 질문에 이성훈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검토는 해봤고?”
“네, 잘 된 거 같습니다.”
“그래? 번역 잘한다는 소리가 들리더구먼, 정말인가 보네. 그럼, 더 줘. 잘하는데.”
“번역을요?”
“없나?”
“네, 저희 파트에서는 더는 시킬 번역이 없습니다. 혹시 다른 파트에 한 번 물어볼까요?”
“아냐, 됐어. 뭘 그렇게까지. 그러면, 그런 거 시켜. 회계팀에서 넘어온 자료들 숫자 일치하는지 검토시키고, 파산절차에 채권 신권 들어오는 것들 계산해 보라고 해. 이 변이 알아서 줘.”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가 마지막에 보기는 할 건데. 혹시 모르니까, 이 변이 한범상 타임시트에서 번역이나 검토한 데에 쓴 시간은 다 빼고 올려.”
잡일을 시켜놓고 청구하지 않겠다는 말.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
이성훈은 다시 한번 확신했다, 양호락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수 같은 상사를 버텨낸 건 높이 산다.
하지만, 양호락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정후를 버텨낼 수 있을까?
자기 사람이 아닌 사람한테는 다들 차가운 곳이지만, 고민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구석이 있는 양반들이다.
그들에게는 더 큰 권력이 있다.
“네,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고 시니어 파트너의 방을 나왔다.
-*-
한편, 그 시각,
김앤강 빌딩, 한범상의 방.
똑똑-
“네.”
“변호사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이요?”
“예, 거래할 물건을 가지고 오셨다고.”
“거래할 물건이요? 거래할 물건이···아! 네! 전기 오토바이!”
“전기 오토바이요?”
“아, 네, 당근으로 주문한 게 있어서···근데 점심때 오신다고 했는데. 알겠습니다. 제가 나가볼게요.”
주문한 삼륜 전기 오토바이가 왔다.
신이 난 범상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방을 뛰어나갔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51화
아주 비효율적으로 일을 잘하는 남자
바퀴가 세 개 달린 전기 오토바이를 구매했다.
오토바이라고 하기에는 외형은 세발자전거에 가깝다.
앞뒤로 바스켓이 달려있어 물통 같은 짐을 싣고 다니기가 간편하다.
왜 이런 초라한(?) 것을 구매했냐고?
처음 생각한 탈 것은 당연히 이륜 오토바이였다.
훗날 할리 데이비드슨을 타고 질주할 날을 그리며, 다양한 기종의 오토바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분명히 입문자용에서 시작했던 어느새 나는 결국 전문가용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50cc 스쿠터조차 제대로 타본 적이 없는 나.
혼다 CB125R, 많은 전문가가 추천하는 입문자용 바이크.
내구성도 좋고 연비도 좋단다.
나는 당장 쇼핑몰들을 검색했다. 중고도 많았다.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며 가격을 비교해 보던 와중 문득!
아공간에는 포장도로가 없다는 사실이 내 뇌리를 스쳤다.
적어도 내가 발로 탐험한 구역 안에는 없다.
검색의 대상이 달라진다.
산악용 바이크.
그렇게 한참을 또 산악용 바이크를 검색했다.
그러다 ATV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타고 돌아다니면 자갈밭도 두렵지 않을 듯싶었다.
그렇게 또 로망은 사라지고 실용주의로 넘어간다.
요구 사항이 추가된다.
‘비포장도로에서도 문제없이 잘 달려야 하고, 짐 싣는 공간도 있어야 하고, 연비도 좋아야 하고, 내구성도 좋아야 하고······.’
그런 건 없었다.
ATV가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가까운 탈 것이었지만, 그 육중한 물건을 옥탑으로 올린 뒤 방을 통과해 아공간으로 옮길 방법이 없었다. 옥탑방 벽을 뜯는다고 해도 아공간의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이즈였다.
크기를 제일 먼저 고려했어야 했는데···
멍청한 짓을 했다.
그래도 검색하며 지낸 며칠간은 행복했다.
‘인터넷 검색’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는 시간이다.
“야호! 달려! 달려!”
당근 마켓에서 삼륜 전기 오토바이를 싼값에 구매했다.
사표 쓰고 귀농하신 분이 밭에서 타려고 구매했다가 1년 만에 재취업하고 내놓은 물건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아주 적당했다. 뒤에 큰 물통도 두 개나 실린다.
타기도 쉽고.
“유후—”
아공간 안에서 한참을 타고 놀다가 시계를 봤다.
정말이지 이 하루 일하고 하루 노는 시스템은 너무나 나에게 맞다.
누구는 비효율적이지 않냐고 할 수도···
‘누가?’
비효율은 한정된 자원에만 해당하는 단어이다.
‘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 뭐가 있더라··· 아니다, 일단 조금 더 타다가 하련다.’
작은 삼륜 스쿠터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할리 데이비드슨 팻보이는 얼마나 끝내줄까?
드림 바이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