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5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55화(55/190)
【055화 – 고양이, 물고기 그리고 새로운 취미】
「몇 달 전.
응애- 응애-
엄마와 있을 때, 아기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옆집에 애기가 이사 왔어?”
“아니.”
“그럼, 이건 무슨 소리야?”
“응? 아- 고양이 소리네.”
“고양이?”
“발정기인가? 왜 저렇게 울어대냐.”
울음소리는 며칠 뒤 사라졌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퇴근하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골목 쓰레기 더미 옆에 쓰러져있다시피 웅크리고 있던 녀석은 힘겨운 소리를 냈다.
야옹-
평소 같았으면 노랫소리에 듣지 못했을 텐데, 그날은 이어폰을 꽂지 않은 채 걷고 있었다.
나를 보고 낸 소리는 아닌 듯했다.
녀석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날따라 감성적이었는지, 죄책감이 몰려왔다.
‘죽었을까?’
내가 구해주지 않으면 녀석은 죽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미 죽어있었다면 별생각 하지 않았을 텐데, 아직 살아있었기에···.
집에 도착한 나는 빈 상자 하나와 수건을 들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그러는 내가 나도 어색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돌아갔을 때도 녀석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을 수건으로 감싸 종이 상자 안에 담았다.
순간 공격이라도 하면 어쩌나, 그래서 감염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겁이 났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녀석은 내가 들어 올리자마자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렇게 난 옥탑방으로 녀석을 데려왔다.
‘아, 이제 어쩐다.’
막상 데려와 밝은 조명 아래서 보니, 녀석의 상태는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봤을 때보다 심각했다.
바싹 말라 갈비뼈가 드러나 있었고, 군데군데 상처도 나 있었다.
솔직히 괜히 데리고 왔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곧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그래도 숨을 쉬고 있었다.
밤새 죽을지도 모른다고 각오했는데, 녀석은 여덟 시간을 버텨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녀석을 가장 일찍 여는 동네 동물병원에 맡기고 출근했다.
여전히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퇴근해 돌아왔을 때, 녀석은 깨끗해져 있었다.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래도 볼품없기는 매한가지였다.
“한 3달? 많아야 4달? 정도 되어 보이는데, 영양상태가 이렇게 안 좋은 거 보면 아마도 일찍 어미한테 버림받았거나 아니면 엄마한테 문제가 생겨서 혼자 다닌 것 같아요.”
영양실조에, 감염에, 상처까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은 ‘종합병원세트’였다.
“다른 것들은 다 치료가 가능한데, 지금 제일 걱정은 먹지를 않는다는 거네요.”
입양할 의사는 없었다.
그 정도면 내가 할 도리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병원비를 지불한 후, 유기묘 보호센터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대신 해주실 수 있는지 등을 묻고는 병원을 나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내내, 녀석의 앙상한 몰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함부로 생명을 거두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신 건가?’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노란색에 흰색 발을 가진 녀석이 계속 떠올랐다.
파란 눈이 조금 예쁘기는 했어도···
내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나는 녀석을 품에 안은 채 동물병원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제가 데려가 키울게요.”
“정말요? 아- 정말 착하신 분이시네요. 사실, 유기묘 보호센터에 가도 입양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거든요. 게다가 장애가 있는 애들은···.”
“장애요?”
“아,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청각장애가 있어요. 아마 두고 가셨을 때는 저희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이지 종합세트였다.」
···
고민 끝에 녀석을 아공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회사에 가야 했고, 엄마는 엄마의 일이 있었다.
가둬놓고 키우기에 옥탑방은 작았다.
풀어놨다가는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녀석도 아버지의 아공간이 맘에 드는 듯했다.
살기 위해 겨우 먹던 녀석이 이 안에 들어와서는 잘 먹기 시작했다.
안전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맨 처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이 ‘아늑함’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땅이 아늑했다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힘든 시기였으니까.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호기심도 있었고. 설렘도 느꼈다.
하지만, 가장 처음 느꼈던 감정은 아늑함이었다.
‘아늑함’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공간이 나를 환영해 주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녀석도 같은 기분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도 않던 녀석이 아공간 흙바닥으로 발을 내디뎠다.
나는 녀석에게 ‘나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쿵! 쿵! 쿵!
“나비야- 나비야-”
녀석은 평생 모르겠지만.
쿵! 쿵! 쿵!
“나비야- 나비야-”
듣지 못한 녀석을 찾으려면 이렇게 발을 굴러야 한다.
보통은 내 시야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 익숙해졌다고 요새는 이렇게 사라질 때가 있다.
그래봤자, 발을 구르면 물통 뒤에서, 혹은 오토바이 바스켓 안에서 고개를 쏙 내민다.
“어! 얘 어디 갔지?”
근데 그날은 발을 몇 번이나 굴렀는데도 나타나질 않았다.
쿵! 쿵! 쿵!
“나비야? 나비야!”
쿵쿵쿵쿵쿵!
“나비야! 한나비!”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숨을 데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가지고 온 물통들 뒤, 오토바이 뒤, 주변에 있는 나무들 위아래까지 싹 찾아봤는데도 없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혹시···?’
아니다. 조심성이 없는 아이가 아니다.
세상이 두려운 아이다.
닭장 근처에 가는 데까지 한 달이 걸린 녀석인데, 그럴 리가······
나는 곧장 물가로 다가갔다.
멈칫.
깨끗한 물임을 안다.
조사 결과 마실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밭에도 길어서 뿌리고, 독수리 오형제(닭들)랑 블루(하프문베타 물고기)에게도 줘봤다.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왜?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언젠가는 들어가 볼 생각도 있었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왜?
위험하니까.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 녀석이 정말 호수에 들어갔나?’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그간 몇 번이나 데리고 왔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들어갈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야옹-
녀석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야! 한나비! 너 어디에 갔······?”
순간 어찌나 걱정됐는지, 듣지 못하는 애에게 고함을 쳤다.
하지만, 느낌표로 끝맺으려던 시작한 고함은 물음표로 끝났다.
홀딱 젖은 몰골.
녀석은 분명히 물에 들어갔다 왔다.
내가 녀석을 과소평가했다.
과대평가한 것일 수도.
그것만이었다면 듣지 못하는 녀석에게 계속 소리를 쳤을 것이다.
듣지 못해도 화를 내는 걸 볼 수는 있는 녀석이니까.
그런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바로,
“물고기?”
녀석의 발 앞에 살아있는 작은 물고기가 팔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1.2km 떨어진 집에 있는 블루가 아니었다.
“너···이거 어디서 났어?”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답이 당연한 질문을 녀석에게 했다.
듣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말이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고양이에게 말이다.
그런데, 녀석은 마치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호수를 바라봤다.
“너 저기 들어갔어? 저기에 물고기가 살아? 많아?”
녀석은 호들갑스러운 나와 달리 한 발 한 발 천천히 물기를 털어냈다.
그러곤 우아한 걸음걸이로 모래 위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로 올라가더니만,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녀석은 고양잇과에서는 귀하다는 수(水) 속성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공간 세계에서 발견한 첫 생명체에 나는 온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게 특별한 사실인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물고기? 이 호수에 물고기가 산다고?’
나는 반사적으로 동쪽의 숲을 바라봤다.
‘그럼, 저기엔?’
또 하나의 커다란 발견이었다.
어쩌면 변화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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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김앤강, 국제중재팀,
똑똑-
도하영은 한범상의 방문을 노크했다. 퇴근 후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갈 생각이 있냐고 물을 의도였다.
“변호사님, 이따가···이건 또 뭐예요?”
한범상은 제법 큰 택배 상자를 뜯고 있다.
“아, 낚시 세트요.”
“낚시요?”
“네.”
“변호사님, 낚시하세요?”
“아니요.”
“그럼, 왜···?”
“이제부터 해보려고요.”
도하영은 아이처럼 신이 난 얼굴로 낚시 채를 만져보고 있는 한범상을 바라봤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참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남자다.
“아, 무슨 할 말이 있으셔서 오셨어요?”
“네? 아, 아니요. 이따 2시에 하기로 한 회의가 4시로 변경됐으니까, 잊지 마시라고요.”
지금 표정을 봐선 끝나고 당장 어디 실내 낚시터라도 달려갈 사람이다.
“넵, 잊지 않겠습니다.”
뭔가 같이 공유할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는 또 다른 세계로 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하영은 하려던 골프 이야기를 그만뒀다.
“도 변호사님, 지금 식사 가시나요?”
“그러려고요.”
“약속 없으시면 같이 하실래요?”
“좋아요. 근데, 제가 30분밖에 시간이 없어서 그냥 샌드위치 사 먹으려고 했는데.”
“저도 샌드위치 좋아요. 써브웨이?”
“써브웨이.”
“그럼, 가죠.”
“괜히 저 때문에 샌드위치 드시는 건 아니죠?”
“아니에요. 저도 빨리 먹고 들어와서 일하기 전에 저거 좀 더 만져보려고요. 헤헤.”
“아···하하. 그런데요, 한 변호사님.”
“네, 도 변호사님.”
“낚시 같은 건 어디서 배워요?”
저도 한번 배워볼까 해서요.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56화
낚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프로리그 선수들이다.
소속 펌이 바뀌었다고, 사건에서 졌다고,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털고 일어나 다음 사건을 준비한다.
“어때? 이 정도면 낚일 것 같아?”
“이 정도면 저쪽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 같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물어야 해.”
“네, 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일에 감정이 실릴 때가 있다.
‘방출’된 노태규는 이번 현진상선 회생 사건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백인찬에게 대들었다가 졌다는 둥, 이정후에게 내쳐졌다는 둥 하는 소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 전무님은 뭐래?”
“오 전무님도 우리 쪽 제안서에 나온 레벨 정도로만 마무리 지어지면 회장님이 만족스러워하실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
“네.”
어렵게 유치한 현진 그룹의 의뢰.
본질만 놓고 보면 이 모든 사건의 근원이었다.
이정후에게 삼전 그룹이 있는 것처럼, 노태규는 현진 그룹을 자신의 충성스러운 클라이언트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직도 그 목표는 변함없다.
단지, 김앤강 소속으로 그 목표를 이뤘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을 뿐.
아니, 새로운 로펌에 둥지를 튼 지금, 그 목표는 더 간절하다.
김앤강을 나와 들어간 광종. 아무리 친한 선배가 있다고 해도, 결국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들어갈 때 김앤강에서 받았던 대우를 보전해 주는 것이 전부이다.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현진가(家)을 꽉 잡아야 했다.
그리고, 현진가(家)을 잡으려면, 이번 현진상선 회생 사건에서 현진 그룹의 가주(家主)가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했다.
“오케이. 그러면 관리인한테 연락해서 이번 주 내로 우리가 준 초안대로 법원에 리포트 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채권단 반응 보고 측에 연락해.”
“네.”
노태규에게 이번 사건은 그의 커리어가 달린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