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62)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62화(62/190)
【062화 – 범상은 공부 중】
김앤강,
파이낸스팀 사무실.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 변호사는 자신을 대신해서 한범상을 면담한 주니어 파트너 공유찬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래서 얘기는 해봤어?”
“네.”
“어떻게 안대?”
“모른답니다.”
“모른다고?”
“네.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듣는다는데요.”
“그런데 왜 코너스톤 그룹의 CFO가 그 친구를 언급해?”
“그건 저도 잘······.”
<코너스톤 그룹>,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투자회사로 프라이빗 펀드로 운용 자금 기준,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큰 회사.
그런 대어(大魚)급 클라이언트가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현지 법률 관련 자문이 필요하다면서 연락해 왔다.
김앤강의 이름을 보고 연락해 온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의뢰에 레퍼런스 체크 없이 찾아올 리 없었다.
게다가 국내 파트너가 현진 그룹 (정확하게는 ㈜ 현진모터스).
누군가가 소개한 거라면 전화 한 통쯤 미리 받았을 텐데, 그런 거 하나 없이 정말 무슨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찾은 것처럼 연락이 왔다.
그것만으로도 평범치 않은데, 더 이상한 점은 어쏘 변호사 한 명을 콕 짚어 첫 미팅에 만나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
파이낸스팀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은 김앤강의 은행·파이낸스팀을 창시한 ‘신선’ 남영수 변호사를 찾아 물었다.
하지만, 그도 영문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코너스톤 그룹이 이번에 현진모터스와 국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이었다.
‘미래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중요한 산업.
국내외 여러 대기업과 ‘큰돈’들이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
대어(大魚) 중에서도 대어(大魚)였다.
그런 클라이언트가 영업 하나 없이 연락을 취해왔으니, 파이낸스팀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의 입꼬리가 실룩거릴 만했다.
게다가 남영수 변호사가 ‘하사한’ 클라이언트가 아니었다.
입꼬리만 실룩거릴 게 아니라 어깨춤이 나올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무작정 신명 나 할 수 없는 이유는···
“강태산 변호사님하고 뭐가 있는 건가?”
김창균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랬으면 그렇다고 미리 얘기하지 않았을까요?”
자기에게 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주니어 파트너 공유찬은 본인의 생각을 답해봤다.
“그랬을 것 같기는 한데···.”
한범상과 같은 스펙의 변호사가 이 사무실에 멀쩡히 다니는 사실 자체가 머리를 기울이게 만들기 충분하다.
게다가 그를 내려보낸 장본인은 다름이 아닌 창립 파트너 강태산.
어떤 관계인지, 무슨 연유인지 알려진 바 없다.
거기까지만 해도 이미 수수께끼 같은 일인데, 대뜸 싱가포르 <코너스톤 그룹>이 연락해 와서는 그를 찾았다.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감이 오질 않는다.
“최재민 변호사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실력은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해상팀 백 변호사님이 그렇게 칭찬을 하고 다닌다는데··· 쓰읍- 도무지 연결고리가 안 보이네. 아, 그 분석보고서는 봐 봤어? 해상팀에서 현진상선 회생절차 관리인에게 줬다는 보고서? 뭐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그 친구가 초안을 작성한 거라고 하던데.”
“네, 한번 훑어봤습니다.”
“어때?”
“아, 뭐, 잘 쓴 거 같던 데요.”
보기는 봤다. 앞에만 슬쩍.
본인 사건들 쳐내기도 바쁜 주니어 파트너에게 생소한 분야의 분석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맡아야 할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스터리한 어쏘의 실력이 어떤지 엿볼 목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냥 일 한번 시켜보면 되는 거 아닌가?’ 공유찬은 대충 둘러댔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혹시 그 친구가 상대 나왔던가? 아니면, MBA 학위가 있나? 요새 로스쿨에는 MBA 조인트 과정 같은 것도 있잖아.”
“아닌 거 같던데요. 영문과인지 그런 거 나왔던 거 같던데···.”
“그래, 나도 그렇게 본 거 같아, 흠······그럼 뭐야?”
얘기해 볼수록 궁금증만 늘어날 뿐이다.
“미팅을 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주니어 파트너의 관점과 시니어 파트너의 관점은 여기서 갈린다.
아무리 클라이언트가 언급한 어쏘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잘 모르는 2년 차 어쏘를 이런 중요한 미팅 자리에 덜컥 참석시키는 일은 조심스럽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직접 언급했으니, 참석시키기야 하겠지만, 어디까지 참여시킬지는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에게 달려있었다.
어떤 사유로 한범상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딸려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 특히 해당 어쏘가 창립 파트너의 ‘낙하산’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서 호사(好事)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코너스톤으로부터 받은 자료도 그 친구한테 줬어?”
“네, 미팅 전까지 검토하라고 줬습니다.”
“잘했어.”
어쩔 수 없다. 일단은 같이 미팅에 들어가 보는 수밖에.
-*-
금요일 저녁.
[무열: 한 변] [범상: 네, 형] [무열: 오늘 약속 있어? 없으면 간단하게 한잔할까?] [무열: 바쁘면 다음에 하고] [범상: 한잔 좋죠. 광화문 근처면 아홉 시 가능하고요. 강남이면 열 시요.] [무열: 내가 그쪽으로 갈게.] [범상: 네. 그럼, 술은 제가 사겠습니다.]오랜만에 나무해운의 무열이 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공간 생활에 익숙해지고 난 뒤부터는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술자리나 식사 등을 미루지 않게 됐다.
그리고 다름 아닌 무열이 형이었다. 내게 <탄도>와 <해황기>를 알려준.
집에 가서 봐야 할 서류들이 제법 됐지만, 그것들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퇴근 후, 아홉 시쯤 사무실 근처 한우집에서 형을 만났다.
“야, 그 가방은 또 뭐야? 너 어디 출장가?”
“아, 아니요. 이것저것 서류들이랑 교과서도 좀 있고요.”
“서류?”
“네, 집에 가서 좀 보려고요.”
“그 여행 가방 안에 있는 게 다 서류라고? 야, 거기 있는 거 다 보려면 몇 달은 걸리겠는데.”
그럴 듯싶다.
“천천히 보려고요.”
“너 집에서도 일하니?”
“네.”
“하아? 진짜 대한민국 최고 로펌은 다르구나. 저녁도 못 먹었다면서? 밥도 못 먹고, 이 시간에 퇴근하면서 저 많은 서류를 집에 가지고 가서 봐야 한다고? 하아? 나는 못 할 것 같다. 들어갈 수도 없겠지만. ”
밥은 오늘 형 만난다고 일부러 안 먹은 거기는 한데···
“야, 그래도 웬만하면 집에 일 가지고 가지는 마. 어쩔 수 없으면 그래야겠지만, 이게 집에 일 가지고 가기 시작하면 몸 망가지는 거 금방이더라.”
“네.”
“근데, 그렇게 일 많이 하는 것치곤 얼굴이 좋아 보인다?”
“네. 좋아요.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얘도 일벌레네. 아- 나는 지난 몇 달 죽는 줄 알았는데.”
나무해운 법무팀에 있는 형도 현진상선 회생 사건 일로 바빴던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국내 2위 선사가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으니까.
나무해운도 회생절차에 신고할 채권들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경쟁사가 그렇게 되면서 생기는 비즈니스 기회들을 잡아보려고 바빴던 듯했다.
“나는 몰랐는데, 관리인 회생계획안을 김앤강에서 만들어 준 거라며?”
“만들어 준 것까지는 아니고요. 우리 쪽에서 준 분석보고서를 많이 참고하기는 했어요.”
몇천억 원씩이 넘게 물린 은행권이나 아는 정보였다. 채권액이 100억 원이 안 되는 나무해운 법무팀 급에는 다 끝나고 나서야 알려진 내용이었다.
“역시 백인찬 변호사님이 저력이 있으시네. 아무튼 대단하다. 네가 그런 팀에 있고.”
“존경스러운 분인 거 같아요. 나무해운은 그래도 채권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죠? 회생채권 목록 보니까 구상채권, 손해배상채권 다 합해서 한 95억 원 정도이던데.”
“응, 우리는 그렇게 크게 물리진 않았어. 다행이지 뭐. 그것보다도 나는 다른 일 때문에 바빴어.”
“다른 일이요?”
“어찌 됐든 현진상선이 국내 2위였잖아. 선복 규모로는 세계에서 10위 안에 들고. 이번에 신용이 많이 떨어지면서 경쟁 선사들에게 기회가 많이 왔지. 우리 회사는 그래서 100억 물린 거에 크게 손해 봤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야.”
그렇게 누구의 실패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중고 선박들도 매입하고, 신조선도 2척이나 발주 주문 넣고. 요 한 6개월이 입사 이래 제일 바빴던 것 같다.”
“정신없으셨겠네요.”
“야, 그래도 너만큼 바빴겠냐. 니네 신고 채권 수만 800건이 넘었지? 채권액도 천이백억 원인가 그랬잖아?”
“네, 829건.”
“네가 진짜 정신없었겠네.”
“네.”
조금···
“그런 것치곤 얼굴이 너무 평온해 보이는데? 연말 보너스 받을 생각에 하나도 안 힘든가 보다, 너.”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죠.
“아무튼 큰 사건은 큰 사건이었어.”
“네.”
“아, 범상아, 너 선박금융에 대해서 좀 아는 거 있니?”
“선박금융이요?”
“해상팀에서 선박금융도 하던가?”
“아니요. 선박금융은 파이낸스팀에 따로 파트가 있어요.”
“아, 맞다. 그렇지. 어떤 데는 같이 하기도 해서 잠깐 헷갈렸다.”
“선박금융은 왜요?”
“우리가 신조선 2척 발주하면서 중국리스금융을 사용했거든, 근데 환율 리스크 헤징을 하면서 조선사하고 분쟁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약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말이야.”
중국리스금융? 환율 리스크 헤징?
“혹시 중국교통은행 보콤 리싱(Bocomm Leasing) 사용하신 거예요?”
“어? 너 좀 아는구나! 응, 보콤이랑 했어.”
“최근에 PF 관련해서 사건 하나 맡은 게 있어서, 파이낸스 분야도 좀 공부하고 있어요. 해상 쪽으로 이미 하고 있으니까, 선박금융도 조금 봐봤는데, 혹시 문제가 조선사 선물환 매도 헤징 관련인가요?”
“어, 맞아!”
“제가 배경을 몰라서 정확하게 조언을 해드릴 수는 없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제가 아는 일반적인 것만 말씀드리면······”
파이낸스 관련 서적을 집에 가지고 가는 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오, 고마워!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야, 오늘 술값은 내가 내야겠는데.”
이번 주 내내 공부 중이다.
다음 주 미팅을 위해.
“술값은 제가 낼게요.”
“아니야, 내가 낼게. 내가 내야 해.”
“아니에요. 제가 낼게요. 대신, 만화책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아이- 내가 낸다니까···만화책?”
아공간에서 혼자 공부하다 보면 지겨워질 때가 있어서···
“머리 좀 식힐 때 보려고요.”
“그런 거야 내가 또 빠삭하지. 어떤 거? 말만 해? 테니스? 농구? 아이돌?”
“금융 관련 만화는 없나요?”
이왕이면 관련 분야로.
“금융 관련 만화? 음, 있지.”
“아, 있어요? 혹시 <사채꾼 우시지마> 얘기하시려는 거 아니죠? 그건 이미 다 봐서.”
“아니. 그거 말고.”
“오, 그거 말고 있어요? 뭐요?”
“나니와 금융도.”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63화
스펙 파괴자, 미팅 캔슬자
똑똑-
“변호사님, 싱가포르 손님들 오셨습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비서가 들어와 보고했겠지만, 손님이 손님인 만큼 주니어 파트너 공유찬이 직접 알리러 왔다.
세계 8위 프라이빗 펀드 <코너스톤 그룹>.
그만한 손님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지금 참여하려는 프로젝트는 향후 10~20년 뒤 서울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초대형 사업.
선임된다면 앞으로 5년~10년간 파이낸스팀의 10%+ 매출을 담당해 줄 것이다.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던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은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네.”
“몇 명이나 왔어?”
방을 나가기 직전, 책상 위 명함을 챙기며 김창균이 물었다.
“두 분이 오셨습니다.”
“둘?”
“네.”
예상 밖이다.
적어도 네 명 정도는 올 줄 알았는데.
시니어 파트너의 표정이 불편해지는 것을 감지한 공유찬이 먼저 물었다.
“주니어 어쏘들은 들어올 필요 없다고 할까요?”
보통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맞이할 때는 해당 사건을 담당할 팀원들을 다 데리고 들어가 소개하는 것이 의례이기는 했다.
그래서,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은 공유찬을 포함해 자기가 데리고 있는 주니어 파트너와 어쏘 변호사 열네 명을 대기시킨 것이었다.
그의 밑으로 총 서른두 명의 변호사가 있다.
그중에서, 일을 맡겨준다면, 일단 이들이 투입될 인원이라는 의미였고, 그들은 고르고 고른 인물들이었다. 저쪽에서 지목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둘 밖에 안 왔다고?”
“네.”
코너스톤 그룹의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이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세계 대도시들이 앓고 있는 교통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최첨단 사업.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1조 5,000억 달러에 이를 거라고 발표했다. 한화로 2,000조 원에 달하는 산업이 될 거라는 전망.
뚜껑을 까봐야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미래는 와봐야 어떻게 될지 알겠지만, 허황된 전망은 아닌 듯싶다.
코너스톤 그룹이 검토해 보라고 준 기초자료를 보면 그들이 서울 UAM 구축에 고려하고 있는 초기 투자금만 6,000억 원이었다.
초대형 프로젝트임은 틀림없었다.
“개리 터커는 왔고?”
“예.”
초기 투자 규모만을 본다면, 그리 긴장되는 일은 아니다. 이만한 크기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자문해 본 경험은 충분했다.
UAE 원전, 베트남 반도체 공장, 사우디 고속도로, 터키 교각 등 대한민국 일류기업들이 진행하는 수조 억 원 단위의 해외 프로젝트들에 (대부분) 어김 없이 참여하는 김앤강이었으니까.
부동의 대한민국 1위 로펌.
그럼에도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이 살짝 긴장한 이유는, 이 프로젝트의 잠재적 가치가 그가 해봤던 그 어떤 사건보다 높아서였다.
도심항공교통 서비스.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 아무도 해보지 못한 프로젝트.
이런 사건들이 김앤강의 브랜드를 지속케 해주는 것이다.
최첨단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얻는 경험은 당장에 들어오는 법률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
‘신선’은 이런 사건을 해야지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였다.
“주니어 어쏘들은 돌려보내.”
모든 건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두 명이 왔는데 열네 명은 너무 많다.
네다섯 명의 손님을 열네 명이 맞이하는 건 성대하게 보이지만, 두 명을 열네 명이 맞이하는 건 오히려 없어 보인다.
김창균은 마음을 바꾸었다. 시니어 어쏘급까지만 데리고 미팅에 들어갈 생각이다.
그런데, 그러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덟인가?”
“네.”
“둘에 여덟···그 정도면 괜찮아. 그렇게 들어가자고.”
“네. 근데, 변호사님.”
“응?”
“그러면 한범상 변호사는 어떻게 할까요?”
아차, 그래, 맞다. 한범상이 있었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모든 게 첫인상에서 시작되는데···.’
심사숙고해서 뽑은 열네 명이었다.
하버드 로스쿨, 스탠퍼드 로스쿨, 케임브리지 법대, 거기에 와튼스쿨을 졸업한 MBA 학위 겸비자까지.
초호화 스펙들.
누가 봐도 ‘와-’할만 한 학벌의 변호사들.
그래야 했다.
해외 클라이언트니까?
그런 점도 물론 있다.
아직도 한국을 낮게 보는 코쟁이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파이낸스 섹터이기 때문이다.
평균 담당자 연봉이 변호사 연봉보다 높은 유일한 섹터.
대형 로펌들이 파이낸스팀 사무실을 가장 화려하고 세련되게 꾸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MBA 학위 겸비자를 빼고 한범상을 넣는다고?’
센터게이트빌딩에서 가장 세련된 18층 대회의실 앞,
수백만 원짜리 명품 정장을 갖춰 입은 변호사들이 시니어 파트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였던 김창균은,
“가서, 한범상 변호사는 다시 오라고 해.”
‘강태산의 낙하산’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