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6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65화(65/190)
【065화 – 범상은 기억한다】
「한 시간 전,
진원그룹 전략실.
“정 사장, 내가 지적한 부분들 깔끔하게 다듬었지?”
현진모터스 사무실로 출발하기 전, 진원그룹 본사의 신기성 전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했다.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에서 그가 긴장했음을 알 수 있다.
“네, 말씀하신 부분들 다 수정했습니다.”
대답하는 진원테크노롤지 사장의 목소리도 살짝 올라갔다.
들어오기 전 여러 차례 체크한 사안이지만, 뒤에 서 있는 담당 이사와 다시 한번 눈짓으로 확인한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현진모터스하고는 이미 얘기가 된 거지만, 싱가포르 투자회사 측에서 온 분들의 반응을 보고 할지 말지 결정될 거야. 날 보고 있으라고, 사인을 줄 테니까. 발표는 오 팀장이 해. 그래야 프레시해 보이니까. 준비 잘 시켰지?”
“예, 전무님.”
“완벽해야 해. 거기 대표가 개리 터커라고 까다로운 양반이야. 회의 내내 분위기 파악 잘하고.”
“예.”
현재 한국 도심항공교통(K-UAM) 프로젝트에는 총 35개 회사, 7개의 컨소시엄이 참여 중이다.
그중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컨소시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소와 인천국제공항이 참여하는 태한 컨소시엄이었고, 그다음이 현진모터스가 이끄는 현진 UAM 컨소시엄이었다.
현진 컨소시엄에서 버티포트 설비 구축 및 eVTOL 기체 개발과 운항을 담당할 회사는 현진건설과 현진모터스였다.
자금 역시 60%는 현진 그룹에서 출자할 계획이다. 그중 반은 시중은행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현진 그룹의 이름으로 빌리게 된다.
나머지 40%를 싱가포르 코너스톤에서 투자하기로 MOA가 체결된 상황이었다.
진원그룹의 목표는 시스템 교통 관리회사로 현진 UAM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목표가 아니었다.
절실하다.
진원그룹 내부 문제인 경영권분쟁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금, 현(現) 대표 아래에서 이렇다 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호적이었던 지분들마저 달아날 판국이다.
신기성은 목이 탔다.
“가자고.”
“네, 전무님.”
그런 심정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그런데···?
-*-
“죄송하지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회의실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애송이 변호사가 그를 보고 말했다. 담담한 건지 거만한 건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음? 나?”
“네, 신기성 전무님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가 주시죠.”
신기성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누군지···?”
“김앤강 법률사무소의 한범상 변호사라고 합니다.”
‘한범상?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아! 그때 김앤강 기업법무팀 사무실에서 양호락 변호사와 함께 들어왔던···
근데 저 친구가 왜 여기에···?
뭐? 나더러 지금 나가라고!’
신기성은 그제야 기억났다.
조금 전 회의 시작하면서 인사를 나누기는 했는데, 평범하게 생겨서 알아보지 못했다.
순간 여러 생각이 한 번에 떠오르는 바람에 표정 관리를 못 하고 말았다.
한범상을 바라보는 신기성의 미간 위에 주름이 잡힌다.
“(한 변호사,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놀란 건 신기성뿐만 아니었다.
옆에 앉은 공유찬 변호사가 속삭이듯 물었다.
말로 대답할 형편이 아닌 범상은 앞에 있던 리걸패드를 살며시 공유찬 쪽으로 밀었다.
리걸패드에는 저 사람이 누구이며, 저들이 왜 이 미팅에 참석했는지 등에 관한 개리 터커의 질문들이 적혀있다.
아마도 방금 둘이 귓속말로 한 대화가 질문들에 관련된 대화인 듯싶다. 상황이 파악됐다. 개리 터커는 신기성 전무와 진원테크 담당자들의 참석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공유찬은 입을 다물고 현진모터스 측 반응을 살폈다.
결정은 이 미팅의 주최자인 현진모터스에 있었다.
신기성 역시 현진모터스를 바라봤다.
시작부터 어색한 공기가 맴돌게 된 회의실,
“한 변호사님, 회의 시작에 말씀드렸듯이 진원테크는 저희가 현재 UAM 시스템 관리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고, 신기성 전무님과 진원테크 임직원분들은 저희 초청으로 이 자리에 오신 분들입니다. 혹시 참석하는 데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현진모터스의 박성욱 상무가 대표해서 상황을 중재하러 나섰다.
현진모터스의 CEO도 앉아있었지만, 그가 실무진 대표였다.
한범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고 말했다. 정중하다. 그리고 다부지다.
“그 질문에 대한 설명 역시 신기성 전무님과 진원테크 분들이 나가셔야만 자세히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전에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늘 이 자리는 현진모터스와 코너스톤의 프라이빗한 미팅으로 스케줄 된 모임이며, 두 파티 사이에 체결된 계약 관련해서 민감한 기밀들이 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UAM 시스템 관리자를 선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진원테크의 의견이 필요할 것 같으면, 참석하더라도 회의 끝나고 들어오는 것이 맞을 듯싶습니다.”
똑 부러지는 답.
하지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
‘그걸 왜 저 처음 보는 애송이 변호사가 왈가왈부하는 거지?’
박성욱은 개리 터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저 친구가 하는 말이 맞는 겁니까?’라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비서의 통역을 통해 듣고 있던 개리 터커가 논란을 종결지었다.
“You heard him. That’s our lawyer.”
(들으셨죠. 저희 변호사입니다.)
짧게 대답한 개리 터커의 입에는 커다란 미소가 걸렸다.
바로 이런 장면이 보고 싶었던 그였다.
‘운영과 팀 구성 등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는 돈이나 줘.’ 하는 현진모터스의 태도.
그들은 MOA(합의각서) 체결할 때부터 저런 태도를 보여왔다.
60% 지분을 가졌으니, 자신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건 회사가 아니다. 지분으로 의사가 결정되지 않는다.
코너스톤은 그렇게 끌려갈 생각이 없다.
한배를 타기로 이미 결정된 상황. 앞으로 이런 주도권 싸움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어느 나라, 어떤 컨소시엄이든 이런 식의 기싸움은 존재한다.
그걸 뚫고, 조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프로젝트’다.
어제 김앤강 사무실에서 본 한범상의 프레젠테이션은 마음에 들었다. 필요한 덕목인 준비성에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미팅에 참석하라고 했다.
다만, 선임을 확정하기 전에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과연 김앤강이 자국 내 초대형 기업인 현진 그룹을 상대로 코너스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수 있느냐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외국인인 개리 터커에 관점에서는 심히 우려되는 점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그가 깨달은 실상은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일수록 저러한 이해 관계적 요인, 정치적인 요인들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김앤강이 큰 프로젝트들을 자문한 경험이 많다는 건 장점이지만, 그 경험 중 현진 그룹을 대리했던 적도 있다는 건 그를 불편하게 하는 포인트였다.
날 대리하라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내 변호사가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굽신거리는 것만큼 황당한 것도 없으니까.
근데, 의외로 그런 경우가 있다.
“He is your lawyer? Him?”
(저 친구가 당신들 변호사라고요? 저 친구가?)
한범상의 스펙을 기억한 신기성이 끼어들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너무 황당한 나머지 본성이 튀어나와 버렸다.
개리 터커는 그런 그를 냉철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Yes, he is our lawyer. So, leave······please.”
(네, 이 친구가 우리 변호사입니다. 그러니까, 나가······주세요.)
테스트 합격이다.
노트 몇 줄에 한범상이 자신의 마음을 읽었다.
감이 좋은 건 둘째 치고, 2년 차 어쏘가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대차게 굴 수 있다면, 더 볼 필요도 없다.
김앤강 선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범상을 선임하기로 한 순간이었다.
무거워진 회의실 분위기.
신기성은 도와달라는 표정으로 현진모터스 박성욱 상무를 바라봤다.
박성욱은 자기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대표는 눈짓으로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게임 끝이다.
“신 전무님, 일단 잠시 나가 주시죠.”
얼굴이 새빨개진 신기성은 경직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회의실 밖으로 향했다.
무시당했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절실한 건 그였으니까.
-*-
김앤강,
센터게이트빌딩 18층,
파이낸스팀 사무실.
“변호사님, 공 변호사님이 미팅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래? 바로 들어오라고 해.”
미팅에 참석하지 못한 김창균은 회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전 현진모터스 법무팀장한테서 전화를 받았는데,
-선배님, 한범상 변호사라는 친구가 당차던데요. 파이낸스팀에 새로 들어온 변호사인가요? 그 친구가 그 강태산 변호사님이 추천한 변호사라고 하던데, 맞나요?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모호한 말을 들었다.
회의에서 돌아오면 당연히 들어와 보고하겠지만, 혹시라도 다른 일을 먼저 보고 들어올까, 김창균은 비서를 보냈다.
똑똑-
“변호사님, 다녀왔습니다.”
“아, 그래, 공 변호사. 회의는 어땠어? 무슨 일 없었어?”
원래는 김창균도 같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출발 직전,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기존에 하던 사건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클라이언트가 그를 찾았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새 클라이언트를 잡겠다고 기존 클라이언트를 소홀히 대할 수는 없는 노릇. 김창균은 고민 끝에 개리 터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유찬과 한범상만을 보냈다.
걱정이 아예 안 된 건 아니었지만, 진원 측 사람들이 참석하는 줄 몰랐던 김창균은 그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거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뭐? 한범상 변호사가 신기성 전무한테 나가라고 했다고?”
“아, 독단적으로 행동한 거는 아니었고, 개리 터커와 논의 끝에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미스터 터커도 그게 코너스톤의 의견이라고 밝혔고요.”
이제야 왜 현진모터스 법무팀장이 그런 전화를 한 건지 이해가 간다.
김창균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어떻게 된 건지 세세하게 물었다.
“자세하게 설명해 봐. 한범상 변호사가 왜 개리 터커 옆에 앉게 된 건지부터.”
“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은요······”
공유찬은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김창균은 솔직히 한범상의 행동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개리 터커가 편을 들어줬다고는 하지만, 공유찬의 설명만으로는 그게 만족스러워서 그렇게 한 건지, 아니면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까다로운 사람임은 분명하다.
어제 미팅 때도 그랬지만, 싱가포르에서 데려온 비서가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데 굳이 한범상을 옆에 앉혀서 통역을 시켰다.
테스트였겠지.
김창균은 역시나 자신이 가야 했었나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나, 직접 보지 못한 상황이라 답답했다.
띠리링- 띠리링-
바로 그때,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비서다. 김창균은 스피커폰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해.”
-변호사님, 코너스톤의 개리 터커 씨라고 하시는데요.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할까요?
개리 터커?
“아니야. 개리 터커면 바로 돌려.”
-네, 그럼, 전화 돌리겠습니다.
1초간의 정적 후, 수화기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리 터커다.
-헬로우, 미스터 킴.
“하이, 미스터 터커. 그래서 현진모터스와의 미팅은 어땠습니까? 지금 공 변호사에게서 보고를 듣고 있기는 했는데.”
-미팅은 좋았어요.
“그래요?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뭐, 문제는 없었나요?”
-문제요? 아니요. 없었어요. 아, 회의 시작에 사소한 트러블이 있기는 했는데, 한 변호사가 프로페셔널하게 잘 핸들해 주었어요.”
“아, 그랬나요?”
-미스터 킴, 당신은 아주 훌륭한 팀을 꾸리고 있는 것 같네요. 어제, 오늘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이 없는데도 이 정도라면 김앤강에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사인해 보낼 테니, 선임계약서를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럼, 다음 달 초에 또 서울에 올 일이 있는데, 그때 뵙겠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네, 그럼.
딸깍.
25년 가까이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2년 차 어쏘 덕에 체면이 서다니.
그것도 내세울 만한 학벌이나 경력 하나 없는 낙하산 덕에.
‘그냥 낙하산이 아니라 강태산의 낙하산이다, 이 건가?’
한범상에 가졌던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개리 터커에게 선임계약서를 보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홈페이지에 한범상의 이름과 사진을 올려야 한다.
파이낸스팀 어쏘 변호사로.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66화
이래저래 아쉽게 만드는 남자
진원그룹 전무실.
“네. 네, 상무님.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딸깍.
연신 “네, 네” 대답만 하다 통화가 끝났다.
신기성은 두 눈을 감았다.
꽉 문 어금니로 인해 양쪽 턱이 두꺼비처럼 뽈록 튀어나왔다.
이마에는 짙은 주름이 잡혀있다.
“하아?”
사무실 바닥이 꺼질 듯 내쉬는 한숨.
쉽지 않을 듯싶다.
똑똑-
“들어와.”
한범상에 대해 알아보라고 보낸 법무팀 이사가 들어왔다.
김앤강은 아니지만 대형 로펌에서 주니어 파트너까지 하고 입사한 변호사였다.
“전무님.”
“그래서 좀 알아봤어?”
“네, 김앤강에 있는 후배에게 물어봤는데요.”
“뭐래? 뭐하는 놈이래? 왜 조인한 지 2년도 안 된, 그것도 국내 국제로스쿨 출신 하빠리 변호사가 이리저리 겁대가리 없이 설치고 다니는 거래?”
“그게···강태산 변호사가 꽂은 외국 변호사라고 합니다.”
“강태산 변호사? 김앤강에 ‘강’?”
“네.”
강태산이라는 이름에 신기성은 순간 당황했다.
누군지는 안다.
다만 지난 10년간 거의 들리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은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확실해? 강태산 변호사가 꽂은 변호사라고?”
“네, 확실하답니다.”
누군가 ‘백’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반년 전쯤인가 기업법무팀 양호락이 회의에 데리고 들어왔었다. 그때도 살짝 이상하기는 했다. 그런 어쏘 변호사를 양호락이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이.
하지만, 무시해도 가만히 두길래 별 볼 일 없는 라인일 거라 예상했는데···
그게 강태산일 줄이야.
“근데, 왜 그 친구가 오늘 현진모터스 미팅에 코너스톤하고 들어온 거야? 양호락 변호사 파트에 있는 변호사가 아니었어?”
“기업법무팀에 소속된 건 아니고, 국제중재랑 해상 사건을 주로 하는 거 같습니다.”
“국제중재랑 해상? 기업법무팀이 아니고?”
“네.”
“근데, 또, 홈페이지를 보면 특허분쟁이랑 파이낸스 분야도 한다고 되어 있기는 합니다.”
“뭐야, 그건 또?”
“간혹 외국 변호사 중에 그렇게 다양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그런 게 아닌가···.”
들으면 들을수록 더 아리송해질 뿐이다.
20년, 30년씩 일한 변호사도 아니고 이제 고작 3년밖에 안 된 (김앤강 조인한 지는 2년 차) 어쏘가 무슨 국제중재도 하고 해상도 하고 특허에 파이낸스까지 한다는 말인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 그래서? 김창균 변호사가 이번에 코너스톤 대리를 수임하면서 그놈을 자기 팀에 넣었다는 거야?”
“예, 그런 거 같습니다.”
“허! 김앤강도 이제 한물갔구먼! 아무리 대표가 꽂은 변호사라고 해도 그렇지, 그런 자격 미달인 친구를 서로 데리고 가려고, 쯧쯧쯧. 실정 모르는 외국 클라이언트한테나 통할 짓을 어디서···.”
신기성은 어디서 할 때 없는 분풀이를 법무팀 이사에게 쏟아냈다.
그 바람에 이사는 김앤강의 후배에게 더 들은 말을 전하지 못했다. 실력이 꽤 좋다는 평이 돈다는 말을.
“어디 감히 그딴 게 주제넘게 나한테 나가라, 마라···낙하산 주제에···에이씨!”
“···.”
“그거 말고는 더 없어? 강태산하고는 무슨 사이인지는 알아봤고?”
“그걸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숨겨놨던 자식이거나, 아끼는 조카 같은 거겠지.”
“강태산 변호사님한테 형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숨겨놨던 자식이라고 하기에는 생긴 게 워낙 달라서···.”
“외탁했나 보지. 아는 사람이 없다며? 그럼, 그거밖에 없지 뭐. 예전에 법무법인 한해도 대표 변호사가 혼외자를 몰래 데리고 들어오려고 깨진 거잖아. 허리 아래 일은 모르는 거야.”
제 분을 못 이겨 목소리가 계속 높아진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안 들린다.
법무팀 이사는 입을 다물었다.
신기성은 그 뒤로도 대한민국 1위 로펌의 수치라는 둥, 저런 변호사를 데려다 쓰면서 몇백 불씩 차지하는 건 사기라는 둥,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하지만, 5분도 채 안 돼, 잠시나마 잊어보려 했던 현실이 돌아온다.
“가서, 양호락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식사 한번 하자고 해.”
“네, 알겠습니다.”
빌어야 하는 쪽이 자신이라는 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