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68)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68화(68/190)
【068화 – 빨간 문】
‘금을 뺐다가 도로 넣으면 문이 다시 생길까?’
처음 아버지의 아공간을 발견했을 때 실험해 본 것 중 하나가 비밀 금고에 금을 넣었다가 빼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공간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한 돈에 한 평」이라는 규칙대로 넣으면 넣은 만큼 늘어났고, 빼면 뺀 만큼 줄어들었다.
그 규칙을 다시 실험해 본 건 아공간의 크기가 200평이 되었을 때였다.
파란색 문과 빨간색 문.
기중이가 실수로 놓고 간 100돈짜리 금두꺼비를 금고에 넣고 들어왔을 때 발견했던 문들.
내 금이 아니었기에 바로 열지 않았다.
금두꺼비를 뺐더니 공간은 다시 원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문들도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두 문을 다시 마주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 100돈이 생겼다.
최 변호사님으로부터 받은 홀인원 기념패.
석 달 뒤 나는 다시 파란색 문과 빨간색 문을 마주했고, 고심 끝에 파란색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공간은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뿌연 경계 막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 사방 어디에도 더 이상 인공(?)적인 벽이나 경계는 없다.
적어도 탐험해 본 지역 내에는.
세계가 완전히(?) 열린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빨간색 문도 사라졌다.
‘빨간색 문을 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간이란 참···
파란색 문을 연 지 몇 분도 안 돼 제일 궁금한 것이 바로 하지 못한 다른 선택의 결과라니.
나는 곧바로 넣었던 기념패를 빼봤다.
처음 확인했던 원칙대로라면 ?공간은 원래 크기로 줄어들 것이고, 도로 넣으면 다시 200평이 돼야 한다. 그랬을 때, 혹시 빨간 문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라는 가정을 실험해 보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공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원칙이 바뀌었다.
‘이러면···’
좋은 소식이었다.
이제 더는 금을 넣어둘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금을 더 넣는다고 해도 빨간색 문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시사했기에.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 계속해서 추가로 금을 넣어봤다.
금의 총량이 300돈을 넘어갈 때까지.
그러나, 빨간색 문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가정은 사실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확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뜬금없이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왜 다시 나타난 거지? 뭐가 바뀐 거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혹시라도 닿기 전에 사라질까,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하- 하-”
언제나처럼 설렘과 두려움에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두 발로 내달린 것도 아닌데, 숨이 가빠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잡이를 잡았다.
“야옹-”
“걱정 마. 너도 데려갈 거니까.”
두려웠는지, 나비가 내 옆에 바싹 붙어왔다.
녀석이 그래서 그랬을까, 더 용기가 났다.
용기를 냈다가 맞는 표현일지도.
나는 녀석을 안아 올렸다.
그러곤 문을 열었다.
딸깍,
끼이익···
‘응?’
문 너머의 세계는 캄캄했다.
‘또 다른 공간?’
맨 처음 아버지의 아공간을 발견했을 때가 떠올랐다.
다만, 한 평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컸다. 대형차 한 대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듯싶었다.
햇빛이 안을 비춰준다. 사방에 벽이 있고 천장도 있다.
그리고 천장 아래 백열등도 있다.
벽 쪽에는 그것을 켤 수 있는 듯한 스위치도 설치되어 있었다.
마주 보이는 반대쪽 벽은 우글거리는 모양이다.
“흐읍 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고는 문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어머니께 남기는 편지는 늘 내 책상 안쪽에 들어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돌아오지 못한다거나 현실 세계로 통하는 문이 닫힐 것 같은 걱정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 느낌은 맞았다.
돌아오지 못하지도 현실 세계에 문이 닫히지도 않았다.
더 신기한 건,
‘어!’
문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빨간 문 너머의 컨테이너 사이즈 공간을 탐험하고 돌아 나온 뒤에도 문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아공간 속 아공간’이 생긴 것 같은데, 그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이건 뭐지? 뭘 의미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3주 뒤 아일랜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
다음 날,
김앤강 사무실.
똑똑-
“한 변호사.”
“네, 변호사님.”
해상팀 윤상호 변호사님께서 오후 느지막이 내 방에 찾아오셨다.
“한 변, 다음 달 초에 스케줄이 어떻게 돼? 비서하고 확인하니까, 정해진 미팅이나 출장은 없는 거 같던데.”
“다음 달 초요? 잠시만요. 없는 것 같은데, 캘린더 한 번만 더 확인하고요.”
없다.
“없습니다.”
“그래? 그럼, 백 변호사님이랑 나랑 영국에 같이 가는 거는 어때.”
“영국이요?”
“응. 원래 3, 4년마다 한 번씩 가는데, 이번에 현진상선 회생 사건도 있었고 해서, 재작년에 갔다 오기는 했지만 한번 또 가시자고 하시네.”
해상팀의 큰 클라이언트들은 ‘클럽’들이라고 부르는 해상선박 보험회사들이다.
클럽의 본사들은 주로 런던에 있었고, 그 외 해사 기구라든지 로펌들 등 해상팀과 자주 교류하는 조직들 역시 대부분 영국에 있었다.
그래서 해상팀은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3, 4년에 한 번씩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
“네, 저는 좋습니다.”
“그럼, 가는 걸로 알고 스케줄 비워놔. 다른 파트너 변호사님들한테는 한 변이 말해두고. 나는 그렇게 백 변호사님께 말씀드려 놓을 테니까.”
“넵.”
‘영국 출장이라···.’
살짝 들떴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목적이 무엇이 됐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가는 건 설레는 일이니까.
나는 보고 있던 기록을 잠시 미뤄두고, 런던에 대해 찾아봤다.
빅벤, 런던아이, 피커딜리 광장, 해리포터···
이런저런 것들을 찾는 일이 지겨워질 때쯤, 모니터 옆으로 집에서 가지고 온 우편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무서에 온 것과 아일랜드에서 날아온 우편.
영국이라서 그랬을까, 무심코 아일랜드에서 날아온 우편을 집어 들었다.
수취인은 불명이지만, 주소는 분명 우리 집.
발신인은 라는 스탬프가 찍혀있다.
단순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구글에 을 검색했다.
공식 웹사이트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전화번호와 함께 지도에 위치가 표시된다.
벨파스트 외곽에 위치한 사설 보관 창고.
다시 우편물을 집어 밝은 조명 아래 비춰봤다.
무게로도 느껴졌지만, 편지가 얇다. 한 장의 짧은 편지인 듯싶다.
얇은 봉투를 투과해 「Dear ···」이라는 시작되는 편지 첫 부분이 흐릿하게 보인다.
조명에 좀 더 가까이 대본다.
그러자, 「Dear」 뒷부분에 적힌 글자가 선명해진다.
「Dear Mr. Han,」
‘Mr. Han? 미스터 한?’
나는 곧바로 봉투를 열었다.
흔한 일은 아니나, 실수로 해외 우편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로 온 해외 우편의 수신자가 거주자의 성 씨와 같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Dear Mr. Han,
We really hope that this letter will find you···」
라고 시작되는 편지는 내 추측대로 누군가가 아버지에게 보낸 것이었다.
27년 전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에게 말이다.
나는 곧바로 수화기를 들어 <브레넌 셀프 스토리지>에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잠시 뒤 강렬한 아이리시 엑센트를 가진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이, 블렌난 세엘프 스토라우지. 썰쌰 스페이킹.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69화
아버지의 비밀창고
“How do you do, Mr. Baek? Welcome to England.”
(안녕하십니까, 백 변호사님? 영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How are you, Edward? You have met Yun. This is our new associate, Han.”
(잘 지냈어, 에드워드? 윤 변호사는 전에 만났고. 이쪽은 우리 해상팀의 새로운 어쏘, 한 변호사.)
생각했던 것보다 영국 출장 일정은 빡빡했다.
일주일 동안 방문해야 하는 클럽들과 로펌들이 서른 곳이 넘었다.
일주일이라고 해 봤자, 주말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잡을 수 없었기에, 하루에 여섯 군데를 도는 꼴이었다.
그나마 운이 좋았던 건 마지막 미팅이 더 노스 오브 잉글랜드 P&I 클럽이 있는 뉴캐슬에 잡혔다는 점과 저녁 술자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거기서 출장이 끝이 났다는 점이었다.
“아우, 고되다.”
“피곤하시죠?”
노스 P&I 클럽 사람들과 늦게까지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나는 윤상호 변호사님과 라운지에서 한잔 더 기울였다.
일종의 우리끼리 하는 출장의 마무리였다.
“한 변은 괜찮아?”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제 좀 시차가 적응되는 거 같아서···.”
“젊음이 좋기는 좋네.”
백인찬 변호사님은 피곤하시다고 먼저 방으로 올라가셨다.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윤 변호사님하고 따로 이야기할 수 있어도 편한 점도 있었다.
“근데,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다 백 변호사님을 존경하는 것 같네요.”
“왜? 신기해?”
“신기하다기보다는, 오늘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제가 대단하신 분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런, 벅차오르는 감정이 막 생겨서···.”
“하하하- 야- 우리 한 변호사가 해상변호사가 다 됐네.”
“네, 뭐, 그렇죠, 아닌가요?”
“맞지. 우리 한 변호사는 이제 해상변호사 맞지. 하하.”
“영업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다들 손님처럼 환대해 줘서 좀 놀랐습니다. 누가 와도 이렇게 해주는 거 아니죠?”
“아니야, 백 변호사님이랑 같이 왔으니까, 이런 대접을 받는 거지. 아까도 봤지? 노스 P&I 클럽 대표가 한 잔 더하고 가라고 붙잡는 거, 그분이 동아시아 클레임 핸들러 시절에 백 변호사님하고 한국 항구는 다 돌아다니면서 사건 조사했던 분이야.”
“아, 그렇구나. 그분은 와인 잔을 두 손으로 받으시던데요.”
“하하하. 그분이 백 변호사님을 많이 좋아하지. 한국도 좋아하고.”
노스 P&I 클럽뿐만 아니었다.
다른 클럽들과 로펌들에서 비슷한 대접들을 받았다.
정말이지 영업이 아니라 사절단 방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리 백 변호사님이 레전드이시지.”
그런 듯했다. 같이 일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망정, 해외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는 존경받는 변호사셨다.
“아, 한 변, 여행하고 런던은 일요일에 내려온다고?”
“네.”
“뭐 어디 가볼 데라도 있어?”
“네, 여기까지 온 김에 아일랜드에도 한번 가보려고요.”
“어디? 더블린?”
“네, 겸사겸사 거기도 가보고···”
벨파스트도 가봐야 하기에.
“좀 멀 텐데.”
“그래도 꼭 가보고 싶어서요.”
“왜? 현지에서 오리지널 기네스를 마시는 게 꿈이야? 내가 아는 한 후배가 그런 친구가 있어. 전 세계 유명한 맥주를 다 마셔보는 게 꿈인 친구. 아무튼 그 친구는 유럽 여행 와서도 맥주 공장들이 있는 도시 위주로 루트를 짜더라고.”
“그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 거 같은데요.”
“나도 그 친구랑 몇 군데 돌아다녔었지. 야- 그게 벌써 언제냐. 세월 참 빠르다. 아일랜드 좋지. 좀 특별해. 같은 영국이라도 말이야. 그래, 한 주간 나이 든 사람들 수행하느라 고생했어. 하루라도 편히 놀다 오라고.”
“아닙니다.”
“아니긴, 얼굴에 쓰여있는데 내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게.”
“그것 때문은 아닌데···.”
“자, 그럼 들어가자고. 아참, 한 변은 아침 먹고 가? 아니면 그냥 바로 체크아웃?”
“일찍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요.”
“좋을 때다. 그래, 그럼, 잘 놀고 일요일에 런던에서 봐.”
“네, 들어가십시오.”
공식 일정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서울로 돌아가기 전 48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