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71)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71화(71/190)
【071화 – 술자리】
비슷한 시각,
강남의 한 술집.
“상무님, 한잔 먼저 받으시죠.”
진원그룹 신기성은 두 손으로든 양주병을 기울였다.
“제가 먼저 따라드려야 하는 건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현진모터스 박성욱 상무는 당연한 듯 술잔을 들어 올렸다.
술잔이 가득 차자, 병을 받아 신기성의 잔에 따른다.
신기성이 두어 살 많아 보이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누가 위고 아래인지 확실하게 보인다.
“아이- 그런 게 어디 있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무님.”
신기성은 윗사람을 모시듯 깍듯하게 대했다.
“진원도 요새 바쁘죠? 보니까, 저쪽에서 세게 나오는 것 같던데.”
“발악이죠, 뭐.”
“우리 전무님, 신경 쓸 일이 많으시겠네.”
“아닙니다. 조만간 정리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나가는 말로 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말에 뼈가 있다.
술이나 먹자고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다.
업무의 연장이다.
“그래야죠. 저희 대표님이 고민이 많으십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저희가 잘 살리지 못해서.”
신기성은 바짝 엎드렸다.
나이가 더 많은 그였지만, 그런 건 통하지 않는 자리다.
대한민국 시총 3위의 현진 그룹.
진원 역시 한때 재계 15위까지 올라갔던 대기업이지만, 갭이 크다.
현진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기업이고, 진원은 사실상 국내 비즈니스뿐인 기업.
게다가 이번에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평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
신기성은 술을 마실 때 몸을 틀어 얼굴을 돌렸다.
살려달라는 뜻이었다.
알아들었다.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30년을 일한 박상욱이다. 같은 언어를 한다.
“저희가 코너스톤하고 좀 더 확실하게 정리했어야 했는데. 아무튼 그날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아- 아닙니다.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것만 해도 저희가 감지덕지죠.”
“개리 터커가 기가 센 인물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세게 나올 줄은···.”
“한 성깔 할 것 같던데요.”
“한 성깔 제대로 하는 놈이에요. 되놈들을 많이 상대해 봐서 그런지, 고집도 있고 성질도 부리고. MOA 체결하면 조금 나아질 듯싶더니만, 사사건건 토를 달고 나와서, 아- 골머리가 아파요.”
박성욱이 넋두리는 하는 사이, 신기성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잔을 채운다.
“가만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지들이 서울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돈 좀 낸다고 전주(錢主) 행사를 하겠다는 거겠죠.”
“차라리 그러면 편하겠죠. VVIP 급으로 접대해 주겠다는 대도 안 받아. 하도급 계약서들 다 달라고 하고, 일일이 하나하나 다 검토하겠다고 하고. 나도 JV, 컨소시엄, 여럿 해봤지만,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네.”
박성욱은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마신 뒤, 마신 술잔을 신기성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 대표님도 진원이랑 했으면 하시는 거고.”
“아, 감사합니다.”
“근데, 이게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네, 그렇죠.”
“우리 전무님이 잘 좀 해주세요.”
“네, 물론이죠. 그래야죠.”
그사이 다시 찬 술잔. 똑같이 단숨에 들이킨 신기성은 술잔을 옆에 있던 냅킨으로 깨끗하게 닦은 뒤 박성욱에게 돌려준다. 그러곤 술병을 든다.
현진모터스 박성욱은 품에서 준비해 온 USB 메모리스틱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어떻게? 그 뒤로 김앤강하고는 자리 한번 하셨어요?”
“그럼요.”
“김창균 변호사님이랑?”
“아니요. 김창균 변호사한테 바로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일단은 양호락 변호사라고 다른 팀에 있는 변호사랑 먼저 한잔했습니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좀 만들어달라고.”
“잘하셨네.”
“예.”
“이게 날씨가 좋으면 공 한번 치자고 하면서 좀 더 매끄럽게 할 수 있을 텐데, 겨울이라서 이건 원··· 아무튼 그건 전무님이 알아서 하시고. 그날 미팅에서 느끼셨겠지만, 김앤강을 잘 구워삶아야 개리 터커를 구슬리기가 쉬워질 겁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무님도 건설 쪽 프로젝트를 많이 하셔서 잘 아시겠죠. 그럼 잘 부탁하겠습니다.”
신기성의 눈은 USB 메모리스틱에 가 있는데, 박성욱은 술병을 대신 잡는다.
세 번째 잔.
도수가 높은 술이다 보니 술기운이 벌써 온다.
하지만, 한 병을 다 마셔도 취하면 안 되는 자리다.
박성욱은 세 번째 잔을 비우고 나서야, 탁자 위 USB 메모리스틱을 신기성 쪽으로 밀었다.
“LKT가 제출한 제안서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검토하시고 진원테크 제안서는 적절하게 수정해서 다시 내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기성은 가벼운 메모리스틱을 금처럼 집어 올려 지갑 안에 챙겨 넣었다.
그러곤, 옆에 있는 전화의 수화기를 들었다.
잠시 후, 젊은 여성들이 그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기싸움
나라 망하길 바라는 정치인 없고, 집안 망하길 바라는 형제도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싸워댄다.
패권이라는 것이 그렇다.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지만, 주도권을 쥐어야만 하는 것.
왜?
상대를 믿지 못하니까.
내가 더 많이 먹어야 하니까.
인간이니까.
똑똑-
“네.”
“변호사님, 싱가포르 코너스톤에서 손님들 오셨습니다.”
현진 UAM(도심항공교통) 컨소시엄의 시스템 교통 관리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현진모터스는 진원테크를 선정하고 싶어 하고, 코너스톤은 LKT를 선호했다.
이 사안을 두고 좀처럼 둘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건이 터졌다.
“LKT 분들도 오셨나요?”
LKT가 제출한 자료들을 아무래도 현진모터스 측에서 진원테크에 넘긴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진모터스와 코너스톤만 봐야 하는 민감한 자료들이었다.
아직 현진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LKT는 당연히 사안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었고 코너스톤에 직접 상의했다.
그 후 코너스톤의 개리 터커가 우리에게 연락해 왔다.
일주일 뒤 한국에 갈 테니, 그때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고.
“네, 같이 오셨어요.”
그게 오늘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범상은 리걸패드를 챙겨 파이낸스팀 회의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