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72)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72화(72/190)
【072화 – 기싸움】
“분명합니다. 진원테크 쪽에서 며칠 전에 제출한 자료를 검토했는데, 저희 쪽에서 사용한 알고리즘이랑 너무 비슷합니다! 그냥 사실상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추정치도 비슷하게 나오고, 비용이나 소모 예산도 그렇고,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보지 않고는 이렇게 교묘하게 하나씩 더 유리하게 항목들을 작성해서 제안할 수 없습니다.”
LKT 담당자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코너스톤 CFO 개리 터커는 세부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LKT가 그에게 먼저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가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을 바라보자, 상대편에 앉은 모든 이의 시선이 김창균에게 집중됐다.
“흠···.”
현진모터스가 진원테크를 밀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
그러나, 이런 식의 더티 플레이는 다른 이야기.
그렇다고 무작정 불러 놓고 추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창균은 오랫동안 답을 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개리 터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그래서, 미스터 터커,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현진에 제기하고 싶은 건가요?”
“당신 생각은 어떤 가요, 미스터 킴? 더 나은 방법이 있나요?”
민감한 사안이었다.
당장 제기했는데, 저쪽에서 ‘그러는 LKT는 어떻게 진원테크 자료를 봤는데?’라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자료 제출 기한이 끝난 상황에서 봐도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항변해 볼 수는 있지만, 그러면 시작부터 진흙탕 싸움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물음을 어찌저찌 넘겨도 가장 큰 숙제가 남아있다. 물증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야 LKT를 신뢰하니 그들의 설명을 믿지만, 상대가 ‘아- 그렇습니까? 그래 보이네요’라고 할 가능성은 제로.
진원테크가 발뺌하고 현진이 억측이라고 해버리면, 갈등만 커질 뿐 해결되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면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개리 터커가 굳이 한 달 만에 다시 한국에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황을 심각하게 여긴다는 의미.
“미스터 터커, 오늘 자세한 사정을 듣게 되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저희가 고민해 보고 내일 다시 미팅을 잡는 건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그러죠. 그럼, 내일 오전에 다시 모이는 걸로 하죠.”
개리 터커는 오늘 미팅이 이렇게 끝날 줄 예상이라도 한 듯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앤강 파이낸스팀 변호사들은 그와 다른 손님들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또 다른 회의가 시작된다.
···
“이것만 가지고 공식적으로 제기해봤자, 진원테크는 절대 아니라고 발뺌할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현진모터스도 오히려 LKT가 진원테크 자료를 본 걸로 트집을 잡으려고 할 거 같은데.”
“나도 사실 그게 우려돼.”
“근데, 진원테크가 낸 제안서가 더 유리한 거는 사실이 아닌가요? 어찌 됐든 제안서만 본다면 LKT가 낸 것보다 나은 조건인데, 코너스톤이 굳이 끝까지 LKT를 고수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주도권 싸움이지. 신뢰의 문제고.”
“제일 궁금한 거는 코너스톤이 이 문제를 두고 어디까지 현진하고 싸울 생각이냐는 거야. 이걸로 컨소시엄을 깨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지.”
“그래도 아까 미팅 때 표정은 거의 딜브레이커(deal breaker, 계약 파기 요인)처럼 여기는 것 같던데요.”
“그럴 것처럼 싸워도, 그건 아닐 거야.”
파이낸스팀 변호사들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확실히 할 수 있다.
주니어 파트너와 시니어 어쏘들의 생각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창균은 생각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갈 때쯤 답을 내놓았다.
“LKT가 안 되는 거면 진원테크도 안 되는 거야.”
조용히 듣고만 있던 범상은 그 말에 이 상황이 완전히 이해됐다.
이건 컨소시엄의 주도권을 두고 하는 현진과 코너스톤의 신경전.
꼭 LKT가 선정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주 아쉽기는 하겠지만, 딜브레이커는 아니라는.
그러나, LKT 제치고 진원테크가 선정되면 곤란하다.
코너스톤이?
‘아니, 우리가 곤란해진다.’
시작부터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코너스톤은 당연히 찜찜한 기분일 것이다.
그래도 이걸로 컨소시엄을 깰 수는 없다. 물증도 없이 이 상태로 깼다가는 자칫 손해배상 클레임이 들어올 수도 있고,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도 못 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 진원테크가 선정되면 제안서대로 관리·감독하면 된다.
개리 터커는 이참에 김앤강의 역량을 테스트해 보려는 것이다.
참, 신임을 얻기 쉽지 않은 사람이다.
시니어 파트너가 내놓은 정답에 이제 다들 공식을 생각 중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안서를 낸 진원테크를 제외시킬 수 있을까?
“변호사님.”
“응, 공 변호사.”
조용해진 회의실, 주니어 파트너 공유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래보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
“지금 받은 제안서 양식은 초기 3년, 5년, 7년, 10년 단위로 끊어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관리 비용을 산정했는데, 조건들을 바꿔서 2차 제안서를 요구하는 건 어떨까요?”
“조건들을 바꿔서?”
“네, 지금은 잠정적으로 울산을 테스팅베드로 가정해서 제안서를 받았는데, 테스팅베드를 울산에서 차선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인천으로 바꾸고, 기간도 3년, 5년, 7년, 10년 단위가 아니라 5년, 10년, 15년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뭘 볼 수 있는데?”
“만약 LKT 자료를 보고 대충 숫자만 유리하게 바꾼 거라면 변경된 조건에서 산정해 다시 내라고 하면, 베낀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는데···현진이 자료를 또 줘버리지 않겠어? 그러면 그만이잖아. 진원더러 먼저 내라고 하나? 그래봤자지. 어차피 검토 기간에 수정본을 내면 알 길이 없잖아. 아니야? 마지막까지 안 내고 있다가 데드라인에 제출한다? 어차피 현진 측에서 제안서를 받는 거라 실용적이지 못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제안서 제출 형식이 아닌, 그냥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같은 날에.”
“프레젠테이션?”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다만, 문제는···
“그랬다가, 진원테크 쪽 프레젠테이션이 더 나으면?”
“그러면···그때는 진원테크로 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아니다. 이제는 진원테크가 더 나은 제안을 해도 진원테크는 아웃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이 싸움의 답이다.
범상은 제대로 이해했다. 공유찬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가 생각한 안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되면 안 돼.”
김창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주니어 파트너가 말한다.
“세계시스템을 참여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세계시스템?”
“처음에 코너스톤 측이 언급한 우선 협상자 중 하나인 세계시스템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아보자고 해서, 자연스레 삼파전을 만들면, 진원테크를 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아지지 않을까요?”
“흠-”
짧은 한숨을 내쉰 김창균은 이번에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역시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방법.
그러나, 확실하지 않다.
정히 다른 방법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뭔가 좀 더 명확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진원테크를 제외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의뢰인인 코너스톤에 당신의 의중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릴 방법.
“한 변호사.”
“네.”
“한 변호사는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눈치 보지 말고 떠오르는 거 있으면 얘기해 봐.”
후배들의 얼굴들을 훑어보던 김창균은 한범상의 두 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봤다.
“진원그룹 경영권분쟁을 문제 삼으면 어떨까요?”
“진원그룹 경영권분쟁? 어떻게? 뭐 아는 거 있어?”
한범상의 발언에 반사적으로 되물은 김창균은 한범상이 입을 열기 전 재빨리 그를 제지했다.
“잠깐. 말하지 마. 혹시 한 변호사, 진원그룹 경영권분쟁 사건을 한 적 있어?”
했다면 까다로워질 수도 있는 일. 김창균은 시니어 파트너답게 그것부터 확인했다.
“정식으로 배당받은 적은 없습니다.”
“그러면 비공식으로는 파일을 봤단 말이야?”
“비공식이라는 표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는 필리핀 법인 파산절차에 제출된 자료들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어? 내가 왜 몰랐지?”
처음 듣는 정보. 김창균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당된 적도 없고, 제가 한 번역 관련해서 비용도 클라이언트에게 청구된 적이 없어서, 기록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팅은? 미팅은 참석했었어?”
“아니요.”
참석했다가 퇴출당했다.
순간 걱정이 몰려왔던 김창균의 미간이 다시 펴진다.
“그렇다면 뭐 문제 될 거는 없겠네. 비용도 청구된 적 없고, 자료들도 법원 제출 자료면 공식자료들이라고 할 수 있겠고···그건 그렇고, 경영권분쟁을 어떻게 문제 삼자는 말이야? 국내 공시자료에는 진원테크 관련해서 그런 정보가 없었잖아. 진원테크에 진원호텔(진원그룹 회장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지분은 없던데. 그렇지, 공 변호사?”
“네, 확인했을 때, 없었습니다.”
“국내 공시자료에는 없는데, 필리핀 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진원그룹 현(現) 회장이 필리핀 리조트 회사를 통해서 자회사들의 지분으로 개인적으로 취득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진원테크가 포함되어 있어?”
“네, 한 줄 뿐이지만요.”
한 줄 뿐이라도 상관없다.
있기만 하면 된다.
지금 코너스톤과 현진은 법정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기싸움 중이지.
“확실하지?”
“네.”
“지금 바로 그 한 변호사가 번역했다는 자료 사본을 구할 수 있어?”
“예.”
“오케이. 그럼, 그거 지금 바로 가지고 오고. 공 변호사.”
“네, 변호사님.”
“공 변호사는 아까 말한 제안서를 프레젠테이션으로 받자는 안(案) 있잖아. 그거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해서 올려봐.”
“네, 알겠습니다.”
“나는 개리 터커하고 통화를 해볼 테니까.”
내부 미팅은 그렇게 끝이 나고, 공유찬과 한범상은 각자 지시받은 업무를 처리하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김창균은 개리 터커와 통화를 했다. 내일 오전 LKT와 함께하는 미팅 전에 별도로 변호사-의뢰인만의 회의를 가지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개리 터커는 일단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김창균이 이 싸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었기에.
.
.
.
그날 밤,
그렇게 만들어진 개리 터커와의 2차 회의.
“멋진 전략이네요.”
김앤강의 안(案)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전략이었다.
사실 그 역시 세계시스템을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 프레젠테이션 정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김앤강이 가져온 아이디어는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개리 터커는 내심 탄복했다.
“그렇게 진행하시죠, 미스터 킴.”
일단 하나는 넘었다. 김창균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범상 쪽으로 향했다.
김창균도 안다. 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사실상 한범상이 원맨쇼로 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김창균은 공을 자격 있는 어쏘에게 돌렸다.
“여기 있는 한 변호사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그가 자애로운 시니어 파트너여서가 아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여기서 진짜 잡아야 하는 건 한범상이 아닐까?’ 하는.
순간 스친 생각이었지만, 그냥 떠오른 건 아니었다.
진행 중인 또 다른 싸움에 관한 것이었다.
김앤강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여유로운 자와 다급해진 자
“엄마, 아빠는 진짜 해외에 나간 적 없어?”
“없어.”
“단 한 번도?”
“결혼하고 나서는 집 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해외에 나갈 돈이 어디 있어.”
“신혼여행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갔어? 혹시 영국?”
“영국 같은 소리하고 있네. 경주로 갔어, 경주.”
“아, 그래? 아! 그럼, 결혼 전에는?”
“얘, 그때 해외여행 한번 가려면 얼마나 큰마음을 먹어야 했는데. 요즘처럼 해외여행이 흔했던 줄 아니?”
“그럼, 영어는? 아빠가 영어는 할 줄 아셨어?”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영어는 무슨 영어야. 한국말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아버지는 어떻게 아일랜드에 창고를 임대하셨을까?
-*-
아버지의 여권 발급기록 증명을 떼봤다.
행방불명 사망간주 처리된 경우라서 살짝 까다로웠다.
엄마 말이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여권을 발급받은 기록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저 문으로 통하는 아일랜드 창고에 자물쇠를 채우고 어떻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실 수 있었을까?’
밖에서만 채울 수 있는 자물쇠.
‘그렇다는 말은 다른 장소에 저런 문이 또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하나만 나타나고 다른 문은 나타나지 않은 거지?’
빨간색 문은 아공간이 200평이 되었을 때 파란색 문과 함께 처음 나타났다.
내가 파란색 문을 열자, 사라졌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빨간색 문은 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브레넌 스토리지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 다시 나타났다.
‘내가 인지할 수 있어야지만 나타나는 건가?’
그렇게 가정해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유산을 내가 알아챈 순간, 그것이 정확하게 뭔지 몰랐어도, 그곳과 연결된 문이 아들인 내 앞에 나타난 것이라고.
크게 설득력이 있는 가정은 아니었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300 돈 넘게 금을 넣어도 나타나지 않았던 빨간색 문의 재등장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남쪽 평원이 시작되는 지점에 나타난 문은 이제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조형물처럼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다.
뒤로 돌아가 보면 아무것도 없으나, 문을 열면 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창고 안이다.
“그나저나 정말 비현실적이네.”
하긴, 아공간 속에 존재하는 이런 세계 자체가 비현실적인 거지. 이 안에서 오래 생활한 내가 익숙해졌기에 저 빨간색 문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을 뿐.
“야옹-”
“너도 그렇구나?”
사실 빨간 문 외에도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 집을 짓느라 해외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아버지는 도대체 어디서 돈이 나서 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창고를 100년씩이나 장기 임대를 하신 걸까?’
‘애초에 금이 어디서 나서 이 공간을 이렇게 늘릴 수 있으셨을까?’
‘이렇게 진화하는 데까지 몇 년이 걸렸는데, 상용 태양광 배터리 같은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아버지는 어떻게 이 안에 오래 계실 수 있었을까?’
······
‘아버지는 무책임한 분이셨을까? 엄마나 내 생각은 하지 않으신 걸까?’
답을 알고 싶지 않은 질문들까지.
어쩌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들어가셨던 곳과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다.
기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이 공간을 이렇게 만드는 데까지 내가 충족해했던 조건들을 그 시절의 아버지는 하실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버지가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을,
어쩌면 이 세계 어딘가에 아직 살아계실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아빠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나는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게 내가 이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띠띠띠띠-
맞춰놓았던 타이머.
불멍만큼이나 중독적인 것이 물멍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다.
그래서 망각의 호수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지었다가 바꿨다.
그랬다가는 정말 잃어버릴 것 같아서.
충전호라고 지었다.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충전호(充電湖)’를 바라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이 맑아진다.
시간이 좀 걸릴 때도 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조각모음처럼 불필요한 생각들을 버리고, 당장 답할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구분해 재배열한다.
상쾌해진다.
일이 하고 싶어진다.
“현진 UAM 기록부터 볼까나?”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