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73)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73화(73/190)
【073화 – 여유로운 자와 다급해진 자】
현진모터스 경영전략실,
박성욱 상무는 진원그룹 신기성 전무를 소환했다.
명확하게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신 전무님, 확실하죠? 분명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아우- 상무님, 그건 그쪽에서 하는 주장일 뿐이고,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투자사 코너스톤 측에서 진원테크의 결격사유로 진원그룹 경영권분쟁을 거론했다.
경영권 싸움에 휘말릴 수 있는 회사를 중요한 컨소시엄 파트너로 선정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의였다.
박성욱의 추궁에 신기성은 손짓까지 해가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딱히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대표님께서 불편해하십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진원호텔(진원그룹 회장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 측이 다급해져서 이것저것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주장을 제기하는 것 중 하나일 뿐이지. 우려하시는 일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확실한 거죠?”
“네, 그럼요. 제 직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까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진원호텔 신 사장이랑 JW아트 갤러리 신 관장이랑도 그 안에서 또 알력 다툼이 생겨서 소송 제대로 진행 못 할 겁니다. 진원테크는 절대 못 건드립니다. 확신합니다.”
진원그룹의 경영권분쟁을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현진모터스도 알고 진원테크를 파트너로 추천한 것이었다.
왜? 자기네 말을 잘 들을 테니까.
그렇지만, 경영권분쟁이 진원테크까지 번져 혹여 경영권이 넘어간다거나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면 그건 곤란해진다.
뭐, 주인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다시 길들일 힘이 있는 현진 그룹이었어도, 그렇게까지 성가신 상황을 감수해 가면서 진원테크를 선정해야 할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코너스톤이 이렇게까지 콕 짚어서 제기한 문제를 밀어붙였다가 괜히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게 진짜 더 성가신 일이었다.
현진은 보험이 필요했다.
“그럼, 확약서를 하나 써 주시죠.”
“확약서요?”
“네, 문제가 생겼을 때 진원그룹 본사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
그래서 신기성을 부른 것이었다.
“아···알겠습니다. 그건 내부적으로 회의를 해보고···.”
“방금 직을 거신다고 하셨으니,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닌가요?”
“네? 아, 그럼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요구하신 거라면, 이 자리에서 당장 써 드릴 수도 있는데, 어찌 됐든 회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니까. 확약서 문구도 생각해 봐야 하고···돌아가서, 신 회장이랑 상의한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아, 근데, 전무님, 결정을 빨리하셔야 할 겁니다. 코너스톤 측에서 이번 달 말에 인천시를 테스팅베드로 변경해서 LKT 제안을 다시 한번 보자고, 연락을 해왔어요. 우리가 진원테크 것도 함께 보자고 코너스톤을 설득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확약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술자리에서 으쌰으쌰 잘해보자고 했던 이야기는 전혀 의미 없는 것이었다.
배반감 같은 건 없다. 신기성도 알고 있다. 그런 건 다 잘 되었을 때나 추억처럼 회상하는 야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상황이 바뀌면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네, 알겠습니다. 신속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우리도 다시 한번 코너스톤에 말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기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꾸만 경직되는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하니 표정이 거북하다.
정중히 인사를 건넨 신기성은 나가기 전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슬며시 던졌다.
“아, 상무님.”
“?”
“코너스톤 측에서 정확하게 뭐라고 하면서 이의를 제기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필리핀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언급했어요. 거기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필리핀 법원이요?”
“필리핀 법인 파산 신청 건. 저희가 어떤 기록인지까지 자세하게 짚어드려야 할까요?”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신기성은 더 묻지 않고 현진모터스 경영전략팀 상무실을 나왔다.
···
돌아가는 차 안,
신기성은 조금 전 현진모터스 박성욱이랑 나눴던 대화를 상기했다.
확약서를 달라니···
그건 제법 리스크가 큰 요구였다.
“쯧.”
짜증이 정수리까지 올라온 신기성은 혀끝을 찼다.
‘분명 김앤강에서 찾아낸 것일 텐데···.’
코너스톤이 직접 찾아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진원테크가 못마땅하다 하다고 하더라도, 진원그룹 필리핀 법인 파산 소송까지 뒷조사했을 리가 만무했다.
‘설마 양호락 변호사가···?’
그럴 리 없다.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그런 정보를 파이낸스팀에 준단 말인가.
같은 회사라서? 아니, 양호락은 절대 그럴 인물이 아니다. 김앤강 역시 그렇게 돌아가는 로펌이 아니고.
“김앤강을 쓰면 이게 문제야.”
그래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필리핀 법인이 진원테크와 별개 법인이기는 해도 같은 그룹 내 계열사.
정보 보안이 내부 팀끼리도 아무리 철통같이 지켜진다고 해도, 민감한 정보가 같은 로펌 안에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고 마땅히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
현진 UAM 컨소시엄 관련해서 코너스톤의 대리를 맡은 건 엄연히 김앤강이 먼저이니까.
진원테크는 아직 참여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생각할수록 기분만 나빠질 뿐이었다.
‘이걸 어쩐다···’
신기성이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진원그룹 경영권분쟁으로부터 진원테크 역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파산 신청 중인 필리핀 리조트 회사를 통해서 신 회장이 자회사들의 지분을 개인적으로 취득한 적이 있었다.
증거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확신이 있어도, 확약서를 제공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이번 UAM 컨소시엄의 시스템 관리 파트너 자리를 획득해야 경영권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자리를 얻으려면 LKT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LKT와 경쟁을 해볼 수 있으려면 확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확약서를 제공해야겠지.
문제는 확약서까지 제공하고 경쟁에 참여했는데, 지게 되면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상황. 시스템 관리사 자리를 따내지 못한 뒤 경영권분쟁에서 지면, 훗날 확약서를 제공하게 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임. 사기 등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빠득-
턱이 아플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문 신기성은,
띠리링- 띠리링-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걸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안녕하십니까, 한범상 변호사님. 진원그룹 신기성 전무입니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김앤강 기업법무팀,
시니어 파트너 사무실.
똑똑-
“네.”
“변호사님, 잠깐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한범상이 찾아왔다.
‘무슨 용건이 있어서 기별도 없이 날 찾아온 거지?’
“들어와.”
양호락은 갑작스레 찾아온 어쏘 변호사를 방으로 들였다.
“무슨 일이야?”
“진원그룹 관련 일인데요. 아무래도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뭔데?”
“사실은 어제 신기성 전무님께서······.”
그런 이야기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한범상으로부터 사정을 들은 양호락의 두 눈에 힘이 들어간다.
“그게 사실이야? 신기성 전무님이 한 변호사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네.”
자신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어쏘 변호사의 담담한 표정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건 시니어 파트너 쪽이었다.
“알았어. 나가 봐.”
“예.”
양호락은 한범상을 내보냈다.
그러곤,
띠리링- 띠리링-
진원그룹 신기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변호사님, 안 그래도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혹시 현진모터스에 주려는 확약서 때문인가요?”
-어, 양 변호사님이 벌써 그걸 어떻게···?
한심한 양반.
다급해졌다고 2년밖에 안 된 어쏘에게 협박질이나 하고.
수가 다 읽혔다.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지금 어디시죠?”
딸깍.
통화를 마친 양호락은 곧바로 진원그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