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76)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76화(76/190)
【076화 – 또 다른 문 III】
휴가 다음 날, 김창균 변호사님이 부르셔 방으로 올라갔다.
“어제 휴가 썼다며?”
“네.”
“어제 LKT 김대영 이사가 전화해서는 한 변 칭찬을 그렇게 하대. 그 말도 전해주고 겸사겸사 다른 이야기도 할 겸해서 찾았는데, 자리에 없더라고. 그래서 물었어.”
“아, 네. 어디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
“그래, 가끔 충전도 해가면서 일해야지. 안 그러면 번아웃이 온다고. 한 변 타임 시트를 봤는데, 시간을 아주 빡빡히도 썼던데. 사건도 많고. 그렇게 일만 하고도 괜찮아? 연애는? 연애할 시간도 없을 거 같던데.”
“네, 괜찮습니다.”
“허허- 일벌레구먼. 하긴, 나도 한때는 그랬지. 돈 버는 게 제일 재미있을 때가 있지. 아, 말이 샜는데, 부른 이유는 다른 건 아니고, 올해 성과금 지급 관련해서 얘기해줄 것이 좀 있어서.”
“성과금이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응. 공 변호사하고도 얘기를 해봤는데, 한 변이 파이낸스팀에 들어온 지 반년밖에 안 돼서 원칙적으로는 성과금을 주기가 조금 곤란한 점이 있어. 아, 오해하지 말라고, 한 변이 못 하거나 자격이 안 된다기보다는 다른 어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해서 말이야. 근데, 사실 코너스톤도 그렇고 이번에 LKT도 그렇고 한 변호사가 잘해줘서 된 거는 나도 알아.”
“아, 아닙니다.”
“아니야. 인정할 거는 인정해야지. LKT 건은 한 변호사 판단이 옳았어. 도대체 UAM 프로젝트 관련 공부는 언제 그렇게 한 거야? 혹시 뭐 그쪽에 관심이 많았어?”
“드론 쪽에 관심이 좀 있기는 합니다.”
“아, 그래? 그래도 대단하네.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한 변이 만든 자료를 보고 극찬하는 거 보면. 아무튼, 이번 현진 UAM 프로젝트는 한 변이 잘해줘서 된 거니까,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지. 공 변호사도 나랑 같은 생각이고.”
“감사합니다!”
“기대 안 했나 보네.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네, 안 했습니다. 파이낸스팀 사건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방금 말씀하신 대로 반년밖에 안 되어서 상여금은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그래?”
“네.”
“그래도, 자격이 있어. 원래 한국 어쏘 변호사의 경우, 자기 사건은 20~30% 정도 인센티브를 받는 게 관례이기는 해. 한 변이 외국 변호사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주는 게 맞는 거 같아. 그래서, 일단 20% 인센티브를 주려고 해. 아, 매출은 아니고 수익에서.”
“네?!”
“왜 적어?”
“아니요. 많아서요.”
“그래? 허허. 다행이네. 난 또 적다고 협상하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농담이고. 그 까다로운 양반을 나 대신 한 변이 잘 좀 상대해 줘.”
“개리 터커 말씀이신가요?”
“아- 까다로워. 어제저녁에도 전화가 와서는 한 변이 검토했냐고 묻는데. 아니, 시니어 파트너한테 어쏘가 검토했냐고 묻는 게 그게 맞는 거야?”
“아, 그러게요. 그분이 참···왜 그러시는지···.”
“한 변호사가 제대로 신임을 얻어서 그런 거겠지. 한 변호사.”
“예.”
“내년에도 잘해보자고.”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새로운 사건들 배당 갈 거야. 스케줄 조정은 알아서 잘하라고. 다른 팀 사건은 내 알 바 아니니까.”
“네, 잘 조정하겠습니다.”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18층으로 이사를 오던지···.”
“아닙니다. 절대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차질 없게 하겠습니다!”
“일벌레 맞네. 알았어. 가 봐.”
“네, 고맙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이었다.
솔직히 그게 얼마나 되는 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에 일정 퍼센티지를 받는다는 것은 다르게 느껴졌다.
사건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파트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니어 파트너의 방에서 돌아온 나는 잠시간 멍하니 앉아있었다.
‘수임료 수익의 20%라니···.’
어제 보고 온 의정부 땅이 생각났다.
마음에 무척 들었지만, 내가 가진 돈만으로는 매입할 수 없어서 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하면 그러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다.
정신이 돌아온 나는 부동산 중개인 아주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범상: 사장님, 그 땅 제가 계약할게요. 이번 주 주말에 가능할까요?]똑똑-
“네.”
“변호사님.”
“네, 대리님.”
“백 변호사님이 찾으세요.”
“지금요?”
“네, 해상팀 회의실로 오시래요.”
“어떤 사건인지는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고요?”
“네.”
‘무슨 일이지?’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리걸패드를 챙겨 해상팀 회의실로 향했다.
똑똑-
“부르셨다고···.”
“어, 한 변호사, 들어와.”
해상팀 회의실에는 윤상호 변호사님도 함께 기다리고 계셨다.
어, 근데 이 광경 익숙하다.
사건 파일이나 리걸패드도 없고. 책상 위에는 프린트물 하나만 덜렁 놓여있다. 내 타임 시트였다.
“다름이 아니라, 내년 아월리 레이트 조정 관련해서 한 변호사랑 상의 좀 하려고.”
“아, 네.”
“그리고 올해 보너스 얘기도 좀 하고.”
그 시즌이었다.
“한 변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올 초에 회생 사건 하면서 우리가 타임 차지로 안 하고 건당 차지하기로 했잖아···.”
-*-
2주 뒤,
나는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자리한 200평 규모의 토지를 대출 없이 샀다.
“변호사님, 진짜 좋은 땅이에요. 서울 근교에 이 가격에 이런 땅 사기 진짜 힘들어요. 투자 잘하시는 거예요.”
중개인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말하셨지만,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조건들이 모두 갖춰진 땅이었다.
일단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 있었고, 도로가 잘 닦여있어서 큰 차가 들어올 수도 있었다.
사람이 살았던 적이 있어 잘 관리된 비닐하우스도 세워져 있었고, 지하수 공사랑 간이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
실험이 실패하면 바로 되팔 수도 있어야 했기에, 너무 싼 토지보다는 그래도 매매가 쉽게 될 수 있는, 용도변경이 수월한 땅이어야 했다.
딱 그런 땅이었다.
작은 빌라나 오피스텔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실험에 성공했을 시, 유용성이 별로 없었다.
바로 되팔아야 할 게 뻔했다.
실험에 성공한다면 넓은 땅이 내게는 훨씬 더 유용했고, 사람들이 적은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구입했다.
[범상: 법무사님, 소유권 등기는 언제까지 되나요?] [법무사: 필요한 서류는 매도인으로부터 다 받았고 내일 중으로 하면, 늦어도 다다음주에는 소유권 변경된 거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범상: 네, 감사합니다.]왜 그랬을까?
아마도 내가 변호사라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타나더라도 소유권 등기가 완료되어야 나타날 거로 예상했는데···
“어!”
아니었다.
계약을 완료하고 잔금을 치르고 돌아온 날, 아공간 속 남쪽 경계에 빨간 문 하나가 더 나타났다.
‘역시!!’
내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문이 하나 더 나타났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77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두 개의 빨간 문,
두 개의 포털.
하나는 아일랜드 창고로 통했고, 다른 하나는 의정부 비닐하우스로 통했다.
가정해 본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내가 소유한 땅에 아공간 포털들이 생긴다.」
아직 ‘포털’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어느 포털로 나가든, 나가는 순간 현실 세계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는 것이었다.
다만, 복잡한 생각 없이 제일 먼저 떠오른 하나는,
‘그렇다는 말은, 회사 옆에 오피스텔을 하나 구하면, 점심때 굳이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최근에는 근무 중 당장 아공간이 필요했던 적은 없다.
그래도, 묘한 짜릿함에 괜히 킥킥거리게 만드는 생각이었다.
‘아, 그럼, 이제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이 가능하게 되는 건가? 크크큭.’
어쩌면 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기한이 100년이기는 했어도 아버지의 아일랜드 창고는 임대였으니까.
몇 년을 임대해야 아공간이 소유권을 인정해 줄지는 아직 미지수. 하나, 이론적으로 전 세계 곳곳에 저런 포털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다.
‘근데 왜 하필이면 아일랜드의 창고였을까?’
전자의 이유를 알아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후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공간 세계는 여전히 진화 중이었고 실험해 봐야 하는 것들은 많았다.
까톡-
[무열: 범상아, 내일 점심에 바빠? 나 내일 광화문 쪽에 갈 일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밥이나 먹을래?]무심코 답장을 타입하던 나는 내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아, 이건 조심해야겠다.’
창고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