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81)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81화(81/190)
【081화 – 늘어나는 포털, 늘어나는 식구】
몇 주 뒤,
한국.
나는 강원도에 있는 한 유기견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이 강아지인가요?”
“네.”
케이지 안에 있는 녀석은 똘망똘망했다.
귀여웠다. 견종도 알맞은 것 같고.
그런데,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는 조금 달랐다.
그사이 벌써 자란 모양이었다.
나는 새끼를 찾고 있다.
“저기 혹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는 없을까요?”
“새끼요? 얘도 아직 어린데. 한 살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집에 고양이가 있어서 좀 더 어렸으면 해서요.”
아공간에서 같이 살 친구를.
“아, 네- 그러시구나···아! 잠시만요. 저희하고 잘 아는 동물병원에 가끔 갓 태어난 아기들이 맡겨지기는 하는데, 한번 알아볼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나비하고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하는 친구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켜줄 수 있는 친구여야 했고.
사실 조건이 까다롭기는 했다.
평소에는 순하면서도 위험할 땐 용맹해야 하고,
지금은 작지만 다 자라면 몸집이 컸으면 좋겠고.
순종이나 특정 견종을 찾고 있는 건 아니었어도, 작은 견종보다는 다 자랐을 때 어느 정도 몸집이 크게 될 친구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강아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였을 때부터 나비를 보고 자라게 해, 잘 따르고 친해질 수 있는 강아지.
물론 성견 중에서도 고양이와 잘 지내고, 중소형견 중에서도 순하고 용맹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눈에 그런 것들을 판단할 수 없다 보니 일단은 그런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없다네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반탄쩐 변호사님으로부터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반탄쩐: 한 변호사, 정리 다 했고 언제든 입주 가능해. 열쇠는 다음 주에 오면 줄게. 도어락을 설치해서 딱히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비상시에 필요한 거니까.]몇 주 전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에서 열렸던 미팅은 시작일 뿐이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분쟁이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마리를 찾았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풀어야 하는 일이 남았다.
덕분에(?) 앞으로 종종 호찌민에 가게 될 듯싶다.
[범상: 고맙습니다. 그럼, 렌트비는 저번에 알려주신 한국 계좌로 드리면 되는 거죠?] [반탄쩐: 응. 그러면 돼. 고마워.] [범상: 제가 고맙죠. 시세보다 훨씬 싸게 해주시는 건데.] [반탄쩐: 어차피 에어비앤비 돌려도 그것밖에 못 벌고 있었어. 나는 손해 보는 거 없어. 오히려 관리할 게 줄어서 훨씬 편하지. 근데, 한 변호사, 정말 계약서 안 써도 되겠어?] [범상: 아, 써야 하나요? 저는 반 변호사님만 믿고 하는 건데요.] [반탄쩐: 아이, 당연히 믿어도 되지. 근데, 또 이게 변호사 다 보니까, 괜히 계약서 없으면 본능적으로 불안해지는 거 있잖아. 한 변호사만 괜찮다면 나도 상관없어.] [범상: 저는 상관없습니다.] [반탄쩐: 그래, 그럼. 다음 주에 보자고.]집에 돌아온 나는 일단 한 달 치 아파트 임대료를 알려주신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고는 아공간으로 들어가 봤다.
남쪽 평원에 새로운 빨간 문이 생겼는지를 확인했다.
생기지 않았다.
옥탑방으로 나와 반탄쩐 변호사님과 문자로 수령을 확인한 뒤, 나머지 11개월 치 임대료를 송금했다.
다시 들어간다.
이번엔···
‘생겼다!’
또 하나의 ‘빨간문’.
열어보지 않았지만 어디로 통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빨간문의 조건들이 조금씩 명확해진다.
···
잠시 뒤, 나는 호찌민 2군 타오디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두근두근.
불법체류자들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혹시 몰라 여권을 챙겨오기는 했지만, 꼼꼼하게 본다면 출국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베트남 간판이나 사람들이 익숙하다.
오래 돌아다닐 생각은 아니다.
한 바퀴만 둘러보고 다시 돌아갈 것이다.
‘여기에 마트가 있네.’
임대한 아파트에 지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반 변호사님과 확인한 뒤, 나는 새로 생긴 빨간문을 열었다.
그러자, 호찌민의 아파트 안이 나왔다.
조금 전, 1년 치 임대료를 완납한 아파트.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 데도 나갈 수 없는 아일랜드의 창고와도, 의정부에 있는 비닐하우스와도.
솔직히 고백한다.
충동적이었다.
‘이 가게는 뭐지? 휴대전화 판매점인가?’
세 번째 포털. 의정부에 있는 비닐하우스와 연결되는 빨간문이 생기면서 해결된 의문점도 있었지만, 여전히 궁금한 점이 많이 남아있었다.
-해외에서도 가능할까?
-첫 번째 포털이 아일랜드 창고로 통하니까 가능하겠지?
-어떻게 실험해 보지?
-어느 나라에서든 외국인이 부동산을 소유하려면 제약이 많을 텐데.
-미국이나 유럽은 은행 계좌 개설부터 까다로운데.
-가격은 또 어떻고.
-그렇다면 임대는?
-100년이기는 해도 아일랜드 창고도 임대잖아.
-임대라면 전세? 월세? 장기? 단기?
-단기가 된다면, 어찌 보면 숙박업체에 묵는 것도 임대라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근데, 묵는 호텔에 문이 생기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중, 우연히 술자리에서 반탄쩐 변호사님의 푸념을 듣게 되었다. 소유하고 있는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주재원으로 나와계시던 분이 들어가면서 비게 되었다고.
한 1년간 에어비앤비를 돌려봤는데, 생각보다 손만 많이 가고 그렇게 재미를 못 보고 있다고.
정리하고 싶은데, 부동산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순간 느낌이 왔다.
그렇게 말하니 충동적이었다고 들릴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도 딱 좋은 조건이었다.
장소가 외국인 데다가, 가격도 좋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이었다. 번거로운 절차도 피하면서 1년이라는 적당한 기간을 실험해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쓰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득 아공간이 구두계약도 인정해 줄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변수가 너무 많으면, 실패했을 때,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계약서는 언제든 쓸 수 있으니까.
만약 빨간문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때 가서 계약서를 쓰자고 할 의도였다.
한 달 치를 먼저 송금해 본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이번 시도로 나는 빨간문에 대해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빨간문은 외국에서도 열리고,
-고층 아파트에서도 열리며,
-임대로도 열린다.
-임대 계약은 구두도 유효하다.
-그리고, 일단 임대 기간은 1년이어도 괜찮다. 더 짧은 기간도 가능하질 모르겠지만, 임대료는 전액 지급해야 하는 듯싶다.
‘그렇다는 말은? 1년 뒤에 임대 계약이 끝나면 포털도 사라지는 것일까?’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는 것이 많아지는 아버지의 아공간이다.
15분 정도 주변을 둘러본 나는 다시 아파트에 생긴 포털을 통해 아공간으로 돌아왔다.
운명이었을까?
나는 호찌민 타오디엔 골목에서 찾고 있던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야옹-”
“어떤 거 같아? 내가 보기에는 우리 같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야옹-”
나비도 내 품에 안긴 녀석이 궁금한 듯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
사직빌딩 9층,
일요일 오후 이정후는 느지막이 사무실에 나왔다.
지난 금요일 검토하던 기록을 다시 펼쳤다.
‘연봉의 100%가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되었다고?’
1억 원이 넘는 보너스가 고작 2년밖에 안 된 어쏘 변호사에게 지급되었다.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어쏘 변호사가 한범상.
이정후는 한범상의 타임시트와 각 팀에서 그에게 지급한 성과금 명세를 가져오라고 해 확인했다.
“흠···.”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월평균 250시간에 배당된 사건들이 전부 큰 사건들.
특히나 해상팀 회생 클레임 사건들은 건당 받기로 한 거라서 시간 대비 수익이 좋은 건들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파이낸스팀은 왜···?’
그렇다고 전부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다.
파이낸스팀 같은 경우, 조인한 지 고작 반년밖에 되지 않은 어쏘에게 현진 UAM 컨소시엄 자문 관련해서 코너스톤으로부터 받은 수임료 수익의 20%에 가까운 금액을 성과금으로 지급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그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절대 일반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흠···.”
찌푸렸던 이마의 주름을 폈지만, 입에서 새어 나온 소리는 더 커졌다.
심경이 불편하다는 의미였다.
강태산이 은퇴했다.
작게라도 은퇴식을 열자는 제의를 몇 번이나 했는데, 끝내 거절했다.
그러더니 얼마 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찜찜한 이정후였다.
은퇴하면서 지분 관계를 말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선배.
조만간 찾아가 그래야 하지 않겠냐고 요구하려고 했더니만, 마치 계획한 것처럼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들인 거야.’
이정후가 이렇게나 민감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 강태산은 은퇴 전에 김앤강을 해체하고 싶어 했다.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되지도 않는 ‘낙하산’을 데리고 왔다.
배경이나 경력이 워낙 엉망인, 그것도 외국 변호사 자격이라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져만 간다.
이 문제를 가지고 대표 김한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김한 변호사 역시 자기 아들을 데리고 들어왔기에, 그 앞에서 너무 민감하게 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슬쩍 물어봤는데, 그때 그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강 변호사 말이, 김앤강을 바꿔놓을 인물이라고 하던데”
그때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 않나. 들어보지도 못한 하찮은 국내 로스쿨 출신 외국 변호사가 4,000명 직원의 대한민국 최고 로펌을 바꿔놓는다니.
정말 그런 말을 했다면 노망이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그가 아는 강태산은 절대 그런 말을 할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허황된 말조차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 말을 정말 믿어서가 아니다.
누군가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
이정후는 휴대폰을 꺼냈다.
김재후에게 전화를 건다.
띠리링- 띠리링-
-네, 변호사님.
“김 변호사, 뭐해? 어딘가?
김한의 아들.
또 다른 낙하산.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82화
늘어가는 사건
이웃 나라의 군대가 우리 바다 앞으로 함대를 띄웠다.
누가 봐도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그 일로 나라의 모든 언론이 시끄러워졌다.
“주권 침해다.” vs “아니다.”
“사과를 받아야 한다.” vs “무슨 사과를 받냐. 영해를 침범한 것도 아닌데.”
“바보냐. 누가 봐도 최근에 있었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인데. 그럼 가만히 보고만 있냐?” vs “그렇다고 뭘 어쩌자는 거냐? 우리도 함대를 보내자는 것이냐?”
“맨날 그러니까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당해 온 거다.” vs “또, 또 그 논리로 갈라치려는 거냐. 외교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어렵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의도가 다르다. 누구는 진짜 화가 나서 그렇게 말하고, 누구는 사적인 피해가 두려워 반대하고, 누구는 그저 권력을 얻기 위해서 떠들어 대는 것일 뿐이다.
무엇이 현명한 해결책일까?
소송도 마찬가지다.
분쟁의 단면만을 보고 해결하려 들면 결국 승자는 변호사들이었다는 불만만 나올 뿐.
그렇게 소송이 끝나고 수십억 원의 변호사 비용 청구서를 받아 든 의뢰인은 절대로 그 로펌을 다시 찾지 않는다.
비싼 비용으로 악명 높은 김앤강일지언정 국내 최고 로펌이라는 명성은 그렇게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범상 변호사가 일본어를 잘한다고?”
한국과 일본은 현재 특허 전쟁 중이다.
기업 간의 분쟁 하나만 보면 단순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보다 훨씬 더 큰, 훨씬 더 오래된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네, 최재민 변호사한테 그렇게 들었습니다. 유창하다고 합니다.”
특허분쟁팀 주니어 파트너 함익철은 한범상을 추천했다.
강태산의 낙하산.
복잡한 사내 정치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 특허분쟁팀 시니어 파트너 유경민이었지만, 몸 안에 한 스푼 정도 반골 기질 또한 갖고 있는 그는 한범상을 기용해 보기로 했다.
“흠. 일본어를 하는 변호사가 하나쯤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 그래, 그럼, 한번 참석시켜 봐.”
시니어 파트너의 인가가 떨어졌다.
방으로 돌아온 함익철은 한범상에게 사건을 배당한 후 메시지를 보냈다.
[함익철: 한 변호사, 방금 사건 하나 배당했는데, 보고 내일 오후에 내부 미팅 좀 할까?] [범상: 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검토해 놓겠습니다.] [함익철: 미리 하나 말해두자면, 다음 주에 용인에서 하게 될 클라이언트랑 상대방이랑 하는 회의에 한 변호사도 참석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기록이 좀 많아도 그때까지 꼼꼼하게 봐두는 게 좋을 거야.] [범상: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