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85)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85화(85/190)
【085화 – 전략가들】
두어 시간 후···
삼전 그룹 회의에서 돌아온 이정후는 심기가 불편했다.
유경민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감히 거기에 그 녀석을 데리고 나타나!’
하지만, 그건 이제 문제도 아니었다.
부영 SD 분쟁 관련해서 질문에 대답만 잘 준비하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전략 발표를 준비해서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띠리링-
-네, 변호사님.
“유 변호사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지금 바로.”
-특허분쟁팀 유경민 변호사 말씀이신가요, 변호사님?
“그래.”
딸깍.
이정후는 유경민을 불렀다.
오정진 상무를 포함해서 삼전 측 인사들 대부분이 특허팀 발표에 관심을 보이는 걸 목격한 그였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무시한 행동이었다.
똑똑-
‘벌써?’
비서에게 지시를 전달한 지 5분도 채 안 됐는데, 누군가 그의 방문을 노크했다.
유경민의 사무실이 있는 센터게이트빌딩에서 그가 있는 사직빌딩까지 뛰어와도 1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들어와.”
“변호사님, 급하게 보고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바쁘신가요?”
기업법무팀 양호락이었다.
“유 변호사를 부르기는 했는데···급한 게 뭔데? 나중에 들으면 안 되는 거야?”
“방금 삼전 법무팀 김종문 이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김종문 이사가 양 변한테? 무슨 일로?”
두 시간 전 미팅에도 참석했던 사람이다.
“혹시 조금 전에 삼전 회의에 다녀오셨습니까?”
“응, 다녀왔어. 왜?”
왠지 불안한데···
“특허팀이 제안한 전략 관련해서 저희 팀까지 해서 다시 한번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응? 김종문 이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반문하는 이정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네.”
미팅에 참석하지 않은 양호락은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
하지만, 이정후 이마의 주름을 보고 대충 그가 어떤 기분인지는 파악했다.
“김종문 이사가 특허팀 전략을 두고 다시 회의하자고 했다고? 언제?”
“사안이 급하니 다음 주 초쯤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삼전 측 인사들이 관심을 보인 건 봤지만, 이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줄은 몰랐다.
그럴 수밖에. 이정후는 전투의 세세한 디테일에 대해 전혀 몰랐으니까. 관심도 없고.
그가 그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하나였다. 유경민에게 보여주려고. 삼전이라는 VVIP 의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를.
뭐라고? 그마저도 무시당했는데, 특허팀 전략을 두고 다시 회의하자고?
“다음 주는 조금 힘들 것 같고, 다다음주에 연락하겠다고 해.”
일단은 브레이크를 걸 생각이다.
의뢰인이 관심을 보인 전략을 백지화하거나 망칠 의도는 당연히 아니다. 그저, 주도권을 특허팀에서 어떻게 빼앗아 올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뿐.
그런데···
“변호사님.”
“왜?”
“김종문 이사 말이, 추가 회의 관련해서 특허팀에는 오정진 상무가 직접 연락할 거라고 합니다.”
“뭐?”
“제가 오늘 참석하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정진 상무가 유독 특허팀 전략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고 합니다. 특허팀하고만 추가 전략 회의를 잡으려는 것을 김종문 이사가 아무래도 저희도 같이 참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서 잡는 거라고 해서요. 그게 생색을 내려고 하는 말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특허팀이 다음 주에 오 상무랑 회의를 갖는다면, 저희도 참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양호락이 옳다.
그렇다면 미루지 말고 참석해야 한다.
이정후의 코에서 낮고 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심기가 점점 더 불편해질 뿐이다.
최근 들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졌다.
똑똑-
뜻밖의 보고에 유경민을 호출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와중, 호출한 후배가 도착했다.
“변호사님, 유경민 변호사님이 왔는데요.”
비서가 먼저 들어와 보고했다.
잠깐 고민한 이정후는 양호락을 보내지 않고 유경민을 들였다.
“들어오라고 해.”
“네.”
비서가 나가고 몇 초 뒤, 유경민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유 변호사도 이리 좀 와 앉아.”
“네.”
이정후에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유경민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양호락에겐 가볍게 목례를 하곤 소파에 앉았다.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선배였다.
“유 변호사, 혹시 전략팀 오정진 상무한테서 전화 받았어?”
이정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니요. 아직 못 받았습니다.”
“아마, 곧 갈 거야.”
“네.”
“오늘 발표한 내용 관련해서 추가 회의를 하자고 하는 거니까, 전화 오면 저쪽에서 궁금해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묻고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 미팅에 여기 양 변호사도 참석할 거야. 아무래도 특허팀이 일반적으로 다루는 이슈들이 아니다 보니, 삼전 측에서 기업법무팀도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가는 거니까, 양 변호사 팀한테 오늘 발표한 내용들 자세하게 브리핑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지···.”
이정후의 지시는 그 뒤로도 몇 분간 계속됐지만, 그것 외에 딱히 알맹이가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매번 깍듯하게 대답한 유경민은 웃는 얼굴로 이정후의 방을 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잘 준비하겠습니다.”
-*-
센터게이트빌딩 15층.
사직빌딩에서 돌아온 길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던 유경민은 방에 돌아와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통쾌했다.
아닌 척 담담하게 지시를 늘어놨지만, 유경민에게도 보였다.
속으로 얼마나 부글거리고 있는지가.
삼전 회의 중간에 한범상의 발표를 끊으려고 했던 이정후였다.
대놓고 그만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안이 복잡하니 일단 서면으로 올린 뒤에 필요하면 다시 논의하자는 식으로 태클을 걸고 나왔다.
그랬는데, VVIP 의뢰인이 끝까지 다 듣고, 이제 추가 회의까지 바로 잡자고 했으니···
솔직히 호출받았을 때,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사직빌딩에 찾아간 유경민이었다.
회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정후의 심기가 안 좋은 것은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들어갔더니, 기업법무팀 시니어 파트너 양호락 변호사가 먼저 와 있었다.
그다음에 바로 꺼낸 얘기가 의뢰인이 다음 주에 추가 회의를 잡자고 연락이 왔다는 것.
정치를 안 할 뿐이지, 정치를 모르는 유경민이 아니었다.
1 플러스 1은 2고, 2 플러스 2는 4다. 삼전 경영진에서 특허팀의 전략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의미였다.
기업법무팀의 참여를 의뢰인이 제안한 건지, 이정후 변호사가 제안한 건지까지는 확실치 않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이정후가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지 않고 다음 주 미팅 이야기만 꺼냈다는 사실은, 삼전에서 특허팀이 제안한 전략에 매우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이정후라는 ‘시어머니’에 ‘시누이’ 양호락까지 상대하게 생긴 건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지만,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만큼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다른 때였으면 몰라도, 지금 이 건만큼은 붙어볼 만하다.
-네, 변호사님.
“함 변호사, 바쁜가? 지금 잠깐 회의 좀 할까? 삼전 전략 관련. 한 20분이면 될 거야.”
-네, 알겠습니다.
“한 변호사도 같이 와.”
-넵. 연락해서 바로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유경민도 안다.
“잠깐. 한 변호사가 요새도 소회의실에서 일하던가?”
-보통 낮에는 국제중재팀 본인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만 소회의실에서 하기는 하는데, 지금은 뭐 볼 게 있는지, 소회의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잘됐네. 그럼, 거기서 하지. 함 변이 그리로 와. 나도 지금 소회의실로 갈 테니까.”
발표는 특허팀 이름으로 했지만, 사실상 한범상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네, 알겠습니다.”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 86화
연어 저키, 블루베리 스무디 그리고 삼전 왕국
쏙!
“멍멍!”
장군이 녀석이 먼저 알아챘다.
양 떼를 지켜야 하는 개인데 이 안에는 양이 없어서 그런가, 뭐든 잘 지킨다. 하다못해 호수 위에 던져 놓은 낚시찌까지도.
내가 뭘 하든 관심 없는 나비하고는 다르다.
하긴, 나비 그 기지배도 관심 없는 척만 할 뿐, 눈앞에서 사라졌다가도 필요할 때는 어디선가 쓰윽하고 나타난다.
“멍멍!”
“알았어. 나도 봤어.”
연어는 아주 훌륭한 식(食) 자원이다.
단백질, 오메가3, 비타민A, 비타민D, 칼슘 등 영양 가치가 높을 뿐만이 아니라 활용도가 높다.
껍질에서부터 뼈까지 거의 버릴 게 없다.
구워 먹고, 쪄먹고, 튀겨 먹고, 심지어 생으로 먹을 수도 있다.
“읏차! 와- 크다!”
“멍멍!”
충전호(湖)에 북극 곤들매기(Arctic Char)가 많아졌다.
그렇게 안 잡히던 물고기가 이제 30~40분에 한 마리꼴로 올라온다.
그게 아니면 내 낚시 실력이 좋아진 것이든지.
그건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는 거라곤 낚싯대를 던져 놓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으니까.
연어과인 북극 곤들매기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대서양 연어나 은연어와는 또 조금 다르다.
오히려 송어와 비슷하다.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하다. 그렇다 보니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도 있고, 포를 떠 말리면 연어 저키(Salmon jerky)를 만들 수도 있다.
연어 저키는 활용도가 높다.
보관이 간편해서 멀리 탐험을 갈 때 가지고 가기도 편하고, 나비와 장군이 간식으로도 훌륭하다.
이 정도 크기면 녀석들 일주일 치 간식은 이놈으로 해결될 듯싶은데.
그럼, 나는 뭘 먹냐고?
나는 피자를 먹을 거다.
최근에 연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아공간에 들어오기 전, 피자 한 판을 픽업해서 옥탑방에 두고 들어왔다. 나가면 따뜻한 페퍼로니 치즈크러스트 라지 사이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너희들한테는 아주 맛있는 연어 스테이크를 해주고 갈게.”
“멍!”
“좋다고?”
“멍!”
“싫다고?”
“멍!”
“너도 피자 먹고 싶다고? 에이- 안 돼. 너무 짜. 동물 학대라고 욕먹어. 그래서 못 줘. 미안.”
“멍!”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대신 다음에 너 좋아하는 고구마 저키 사 가지고 올게.”
“멍멍!”
복잡한 사건을 검토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A에서 Z까지 차근차근 논리 구성을 세우고 있었는데, 중간에 알파벳 하나를 빼먹은 듯한 느낌. 그런데, 빼먹은 알파벳이 M인지 N인지 확신이 안 드는 순간.
그럴 때 이 안에 들어와 있으면 아무리 복잡한 사건이라도 자동 정리가 된다.
“아, 맞다! 그거다! 생각났다! 장군아, 미안, 연어 스테이크는 갔다 와서 해줄게.”
“멍! 멍! 멍!”
“에이- 왜 그래. 너한테는 1초도 안 걸리는 시간이잖아.”
“멍! 멍!”
“잠깐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멍!”
인간의 뇌는 참 오묘하다.
두 세계 간의 이런 불규칙한 시간의 차이에도 적응할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생명체하고의 교감도 가능하고.
“그나저나 네 누나는 또 어디 갔니?”
요새 부쩍 용감해진 기지배.
‘호수에 들어갔나?’
장군이가 생겨서 그런가, 그것이 나타난 이후론 한동안 내 옆에 꼭 붙어있더니만, 요새는 종종 또 주변 탐험을 하러 다니시는 한나비 양이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되는데···
“장군아, 네가 누나 잘 지켜주고 있어? 알았지?”
“멍!”
아직 어리지만, 믿음직스럽다.
내가 떠나면 멈추는 세계일지언정 저런 늠름한 동생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든든하다.
한장군,
호찌민 뒷골목에서 발견한 녀석.
잘 데리고 왔다.
“형, 갔다 올게.”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