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96)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96화(96/190)
【096화 – 신선대전 II】
광화문,
사직빌딩 9F.
“변호사님, 한 변호사가 출장 중이라고 합니다.”
이정후는 한범상을 찾았다. 어제 성일용으로부터 보고는 들었지만, 직접 불러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출장? 그게 무슨 소리야? 아람코 미팅 참석하려고 휴가 도중에 들어온 사람이 갑자기 무슨 출장?”
“사우디 아람코 담당자분이랑 오늘 텍사스로 같이 출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리에 없었다.
“알았어. 나가 봐.”
“네, 그럼.”
비서가 열고 나간 문이 닫히기도 전에 이정후의 코에서 짜증 섞인 콧바람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강태산의 낙하산.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환영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듯싶다.
겉으로 반대하는 척했어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겉으로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늘 태연한 척하더니만, 당신도 결국에는 욕심 많은 한낱 인간일 뿐이었군요. 하하하.’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하늘’과 달리 ‘태산’은 늘 한결같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더 무서웠다.
아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가 더 두려운 존재였다.
변덕스러워도 하늘은 늘 위에 있을 테지만, 태산이 불을 뿜으면 끝이었다. 하늘이 있어도 땅이 쪼개지면 세상은 끝이 난다.
김앤강에 한범상이 들어왔을 때, 이정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강태산의 약점으로 봤다. 그를 옭아맬 수 있는 카드가 드디어 생겼다고 여겼다.
게다가 외면상 걱정할 게 하나 없는 존재. 고등학교 중퇴에 삼류 대학 출신, 외국 변호사 자격. 위협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하늘’ 김한의 아들이 내려왔을 때처럼 못 이기는 척 내버려 두었다.
그랬는데···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해상팀 백인찬이 한범상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아하기는 했어도 괴짜는 괴짜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국제중재팀 최재민이 일을 시켜 본다고 했을 때도 성일용의 의도에만 신경이 쓰였지, 한범상한테는 크게 볼 일이 없었다.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시니어 파트너들이 굵직한 사건들을 한범상에게 배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고 난 뒤 얼마 전부터 한범상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어를 한다는 둥, 베트남어를 한다는 둥,
여러 특허 분야에 소양이 깊다는 둥,
일을 열심히 하는 수준을 넘어서 작년, 재작년 김앤강 변호사 중에 타임을 가장 많이 쓴 변호사라는 둥.
믿기 어려운 무용담들···
단순한 의아함을 넘어서 기묘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제 아람코 동아시아 벤처 담당자가 그를 콕 짚어서 선임했다.
삼전 때도 흠칫하기는 했으나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삼전이야 어차피 ‘하늘’에서부터 이어진 클라이언트였고, 이정후가 꽉 잡고 있는 클라이언트였다.
삼전 내 권력 다툼이 있는 건 그도 안다. 대한민국에서 어쏘 하나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가 아니다.
하지만, 아람코는 다르다.
기존 클라이언트의 일 중 몇 건이 김앤강 다른 팀으로 넘어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게다가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태산의 낙하산이 이정후가 몇 년간 공들였던 아람코를 빼앗았다.」
물론 대놓고 그리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그게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고, 그건 곧 이정후의 권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당장 국제중재팀 시니어 파트너 성일용이 찾아와 파이낸스팀 시니어 파트너 김창균 변호사와 정리했다면서 아람코 사건을 맡겠다고 선포하고 돌아간 것이 그 방증이었다.
똑똑.
이정후는 정말 오랜만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똑똑.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똑똑똑-
“누구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자, 살짝 경직된 얼굴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변호사님.”
“왜?”
대답은 필요 없었다. 그 뒤로 김앤강에 아홉 명밖에 없는 지분 파트너 중 한 명이 웃으며 들어왔다.
“이 변호사.”
“남 변호사가 웬일이야?”
파이낸스팀 수장 남영수.
‘신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가게 안.
시끌벅적하다.
평소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인데, 오늘은 유독 사람이 많다.
해상팀 시니어 파트너 백인찬은 주니어 파트너 윤상호와 함께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사람이 많네요.”
“이런 날도 있어야 장사할 맛이 나지.”
“사장님, 여기 순대 한 접시랑 모둠전 하나 주세요. 막걸리도 하나 주시고요.”
서빙 하는 아주머니들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한 분이 반찬들을 내오더니만, 곧이어 다른 분이 물과 막걸리를 가져준다.
주문한 지 5분도 안 됐는데, 순대가 나오고 잠시 뒤 모둠전도 나왔다.
배가 고픈 변호사들은 반찬에 이미 막걸리 반병을 비웠다. 모둠전을 가져다준 아주머니가 반찬통을 들고 와 빈 접시들을 가득 채우고는 돌아간다.
이 맛에 여기 오는 것도 없지 않다.
서비스가 좋다.
“에버그린 사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
급한 허기를 채운 시니어 파트너는 곧바로 진행 중인 사건들에 관해 물었다.
그러려고 같이 왔다.
밥 먹으면서 일 이야기를 하려고.
어쏘들은 끔찍해하겠지만, 백인찬의 주니어 파트너에게는 익숙한 일.
윤상호 역시 기대하고 왔다.
가게의 아주머니들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 둘이다.
“상대방 측에서 석명 신청한 거 제출했고요. 저희는 삼화해운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잘했네. 시노펙 건은? 답변서 아직이지?”
“네. 다음 주까지 없으면 상대방 변호사한테 한번 연락해 보려고요.”
“법무법인 해정이지? 거기 정해수 변호사가 그런 걸로 소송 질질 끌고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다음 주에 전화하지 말고 내일 바로 해. 계속 쪼라고.”
“네, 알겠습니다.”
“올림피아 쉬핑 건 미팅은 다다음주 수요일이던가? 준비는 잘하고 있어?”
“네. 안 그래도 조금 전까지 그거 보다가 왔습니다.”
“리서치는? 판례문들은 좀 찾아봤어? 워낙 특이한 케이스라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한 변호사가 휴가 가기 전에 판례들을 정리해 주고 가서 검토하고 의견서 작성하기만 하면 됩니다. 훑어봤는데, 저희 주장에 딱 부합하는 게 있더라고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네.”
“한 프로가 그런 건 참 빠릿빠릿해.”
“네.”
당연히 한범상이 같이 하는 케이스도 언급이 된다.
“한 변호사가 지금 휴가지? 언제까지라고 했지?”
“다음 주까지입니다.”
“다다음주 미팅에는 참석할 수 있는 거지?”
“네, 있습니다. 미팅 맞춰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사건들에 관한 브리핑이 끝나고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한범상으로 바뀌었다.
윤상호는 최근 들은 뉴스를 꺼냈다.
평소 다른 팀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둘이었지만, 그건 나름 큰 사건이었다.
게다가 둘이 아끼는 어쏘 변호사가 관련된 일이기도 했고.
“변호사님, 그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아람코가 베트남 정유회사 건설 건으로 저희 로펌을 찾았다는 이야기요.”
들었다.
그것도 다른 로펌 해상변호사로부터 먼저.
큰 뉴스거리임은 틀림없었다.
“들었어. 어제 해상 원로들 조찬 모임에 갔더니 나한테 전부 그 얘기만 하더구먼.”
“그럼, 그 소식도 들으셨나요?”
“무슨 소식?”
“아람코가 찾은 변호사가 한 변이라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건 듣지 못했다.
“어제 최재민 변호사랑 잠깐 얘기할 것이 있어서 방에 들렀다가 들었는데, 아람코 동아시아 벤처 담당자랑 한 변호사가 베트남 출장에서 알게 된 사이라고···.”
“베트남 출장?”
“네, 한 변호사가 베트남에 아파트가 있다네요.”
“응?”
윤상호는 최재민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딱히 다른 뜻은 없었다.
그저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그랬을 뿐이었다.
그런데, 듣는 백인찬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다.
“아람코가 케이오일 대주주지?”
“네.”
“···.”
“왜 그러시나요?”
후배의 질문에 대답할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
잠시 침묵한 백인찬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변이랑 가깝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각을 세워도 좋을 건 없는데···.”
한범상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렇다고 같은 사무실 동료 파트너를 두고 어쏘에게 직접 할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와 친하지 않다고 해도 그건 부적절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경고가 한범상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변’이라면, 이정후 변호사님을 말씀하시는···?”
백인찬은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사직빌딩 꼭대기 층에 앉아 저러고 있으니까, 후배들이 보기에는 나이 든 선배 변호사가 노욕에 자기 자리 지키려고 정치질이나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실력 없이 욕심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야.”
윤상호는 흠칫했다.
이정후가 그런 인물이라서가 아니었다. 이정후가 앉아있는 자리는 아부나 정치질만으로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자리라는 것쯤은 그도 안다.
김한과 강태산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파트너.
윤상호가 놀란 이유는 백인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였다.
이정후에 대해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백인찬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서운 친구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삼전이 지금의 삼전인 데에는 분명 그 사람의 공이 있어. 그 말은 김앤강이 지금의 김앤강인 데에도 이정후, 그 친구의 공이 있다는 뜻이고.”
존경하는 선배와 처음 나누는 이야기였기에 윤상호는 적당한 대꾸를 찾아보려 했지만, 딱히 좋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궁금해 왔던 것이 떠올랐다.
잠시 머뭇거린 윤상호는 물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지 않다.
“변호사님.”
“왜?”
“그런데···변호사님은 왜 지분을 달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나?”
“충분히 요청할 만하셨잖아요. 김한 변호사님이나 강태산 변호사님, 두 분 다 변호사님께서 달라고 하셨으면 주셨을 것 같은데.”
“하하. 그랬으면 아마 이정후한테 내쫓겼을걸.”
“네에?”
“왜? 내가 허투루 하는 말 같아?”
“설마 변호사님이 이 변호사님한테 내쫓···.”
“진작에 내쫓겼을 거야.”
백인찬은 후배가 말을 끝맺기 전에 대답했다. 온화한 얼굴로 말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농담이 아니다.
후배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한 번 더 말했다.
“내가 아직 김앤강에 있을 수 있는 건 내가 지분에 욕심을 안 부려서지.”
윤상호는 백인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정후가 아니라 김한, 강태산 앞에서도 당당한 ‘김앤강의 호랑이’가 누구한테 내쫓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몇 달 뒤, 윤상호는 그날 저녁 백인찬이 한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파이낸스팀 ‘신선’ 남영수가 은퇴를 발표하는 사건이 터졌다.
김앤강이라는 조직
십 년 전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지난해 김앤강의 매출 추정액이 대략 8,700억 원입니다. 이 금액에 공동사업자 세율을 적용하면 최대 3,300억 원 정도의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법무법인 세율을 적용할 경우에는 1,930억 원 정도의 법인세가 부과됩니다. 비율로 따지면 대략 15% 정도 되고, 금액으로 따져도 1,400억 원 정도 되는데. 일반 회사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조세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변호사 조직이 매년 저런 어마어마한 금액의 절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안 하는 이유가 뭔가요? 왜 김앤강은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는 건가요? 무슨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요?”
여당이 추천한 인사를 공격하기 위해 야당 의원이 조금은 두서없이 던진 혐의이기는 했어도, 듣는 순간 다들 그 이유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어떻게든 세금을 덜 내보겠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고, 심지어는 편법까지 쓰는데, 매년 약 15%, 금액으로 따지면 천억 원이 넘는 돈을 그냥 낸다고?
다른 곳도 아니고 조세 소송 1위 김앤강이? 그런 수단과 방법을 고안하는 조직이?
왜?
정답이 매우 궁금한 질문이었다.
안타깝게도, 후보자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오랜 판사 생활 후 김앤강의 고문으로 고작 2년 일한 그가 김앤강의 내부 사정에 대해 알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답변 중에 아주 흥미로운 정보가 하나 언급된다.
“제가 알기로는 ‘동업약정서’라는 문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도 본 적은 없고. 거기에 보면 사무실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약정들하고 대표 변호사들 지분 등이 명시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업약정서’.
대한민국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40조, 제58조의2, 혹은 제58조 18항에 따라 「그 직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각기 법무법인(무한), 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의 형태로 법인 혹은 단체를 만들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김앤강은 셋 다 아니다.
김앤강은 공동 법률사무소이다. 천여 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그저 같은 사무실을 공유한 채 각자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조직.
그래서 그들은 “합동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국세청에는 ‘공동사업자’로 신고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변호사법에서 금하고 있는 쌍방대리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외적으로는 9명의 “대표 변호사”라는 호칭으로 있으면서 세금 신고 목적상으로는 239명의 대표자를 두고 있다.
그래도 법조계 모두가 안다.
김앤강의 실질적 주인은 창립 파트너 김한이라는 사실을.
···
미국, 텍사스,
댈러스 내셔널 CC.
딱!
범상이 친 공이 맑은 하늘 위로 곧게 솟아오른다.
“나이스샷!”
멋진 샷에 감탄한 앤드류 나세르는 짧게 손뼉을 쳤다.
그러곤 공들이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 범상과 함께 카트로 향했다.
“아, 맞다, 한, 너희 사무실에서 수임 계약서가 날아왔는데 말이야.”
“응.”
“김한이라는 변호사의 이름으로 왔던데, 그게 맞는 거야?”
“응. 우리 로펌 대표님이야.”
“그건 나도 알아. 근데 보통은 로펌 이름으로 오던가, 아니면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파트너 이름으로 오는 일반적이라서.”
“우리는 사건들 대부분을 김한 대표님 이름으로 체결하는 걸로 알고 있어.”
“왜? 나는 그분을 본 적도 없는데.”
‘왜일까?’ 범상도 이유는 몰랐다. 그저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을 뿐.
“나도 없어.”
솔직한 답변.
앤드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짓자, 범상은 그제야 자신의 대답이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 의뢰인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무실에 거의 안 나오시거든. 네가 원하면 사무실에 한 번 물어볼게. 미팅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지.”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만나야 할 사람이면 만나게 되겠지.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거 아니었어. 그냥 좀 특이해서 확인한 거지.”
그때까지도 범상은 김앤강의 조직 구조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조인한 지 3년밖에 안 되는 ‘외국 변호사’ 신분의 어쏘와는 먼 이야기였으니까.
“잠깐. 너희 펌 이름이 ‘김’ 앤드 ‘강’이잖아. 그럼, 강은? 미스터 강도 못 만나봤어?”
“아니, 그분은 만나봤어.”
만나봤다,
강태산 변호사를.
텍사스로 출발하는 날 아침, 갑자기 걸려 온 그분의 전화를 받고 범상은 병원에 들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