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xtraordinary Lawyer’s Subspace RAW novel - Chapter (97)
범상한 변호사의 아공간-97화(97/190)
【097화 – 김앤강이라는 조직】
성북동(城北洞).
한양도성의 북쪽에 위치해서 그리 이름 지어졌다고 하는 성북동은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진 동네였다.
북한산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고 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이 돌산의 강한 기운으로 순한 기운으로 순환시켜 주어 ‘재물이 들어오는 땅’, ‘밝은 달빛 아래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땅’이라 불렸다.
그래서 그럴까?
성북동에는 부자들이 많다.
한때 고위 관직을 지낸 사람들의 집들이 많이 모여있기도 하다.
‘김앤강의 주인’ 김한 역시 이곳에 살았다.
“풍수지리상 될수록 집안 마당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좋은데, 꼭 심어야 한다면 곧고 늘 푸른 소나무를 북쪽에 심고, 문 앞에 대추나무를 심는 건 괜찮아. 소나무는 북쪽의 찬 기운을 막아주고, 문 앞의 대추나무 2그루는 자손에 좋지···”
밖에서 보면 이 안이 얼마나 큰지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다.
물론 길 맞은편에 붙어서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담장의 길이에 집이 넓겠다는 사실을 대충 짐작할 순 있지만, 실제 들어와 보면 짐작이 한참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정후는 김한의 집을 찾았다.
김한은 그 넓디넓은 정원 한편, 그늘이 많은 곳에서 후배를 맞이했다.
“···곧은 나무라고 해도 가지가 많은 대나무나 버드나무는 흉해. 문 앞에 대추나무 역시 담장 위로 가지가 흐드러지면 안 되고. 자고로 나무는 대체로 양성이지만, 뿌리로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잎으로 해의 기운을 막기 때문에, 집이 작으면 절대 심어서는 안 되고, 집이 커도 그 방위와 환경을 모두 고려해서 심어야 하는 법이지···”
팔순이 다 되어가는 김앤강의 주인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얼굴을 가졌다.
동안이다. 그렇다고 40대로 장년처럼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식 석상 같은 자리에 가끔 차려입고 등장하면, 50대 후반~60대 초반까지 어려 보인다. 그랬다가도 또 어떨 때 보면, 백 살 먹은 노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더 기이한 건, 20년 전에도 똑같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김한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이정후는 과연 이 사람이 늙고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청와대 자리를 봐준 김득용 옹이 나한테 그랬어. 나는 하늘의 태양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나서 집에 나무가 많아야 한다고. 다른 사람 같으면 햇볕을 가리는 높은 나무들이 좋지 않겠지만 말이야, 나는 다르다고. 반대로 해야 오히려 길할 거라고. 그러면 나한테 이 등나무를 추천했어···”
벌써 여러 번 들은 이야기.
원래부터 풍수지리니, 사주니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양반이었지만, 최근 몇 년 들어 부쩍 더 미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고 노망이 났거나 자기가 한 이야기를 기억 못 하거나 하지는 않다.
여전히 또렷하다.
이정후는 안다. 앞으로 십 년 더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정후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선배의 모습을 살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아니라 그의 표정, 손짓 등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변덕스러운 하늘은 해가 쨍쨍하다가도 어느 순간 비를, 심지어 눈을 내릴지 몰랐기에.
이정후가 김한, 강태산 다음으로 김앤강의 지분이 많은 이유는 ‘기상 예측’을 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펌에 사람을 들일 때도 늘 신중하게 뽑아야 하는 법이야.”
“네.”
오늘은 ‘날씨’가 좋은 듯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한테 또 무슨 협박을 하려고 찾아왔어?”
“협박이라뇨, 박사님도 참···.”
“딱 봐도 알겠구먼, 뭐. 자네 표정에 다 쓰여 있어. 그래서, 뭔데?”
김한의 물음에 이정후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
“강 변호사님의 거취 관련해서 상의를 좀 드릴 게 있어서요.”
거취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김한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이정후가 하려는 말이 강태산이 소유한 지분에 관한 이야기임을.
“안 그래도 엊그제 보고 왔어.”
“아, 그러셨어요?”
“상태가 별로 안 좋더구먼.”
처음 듣는 이야기다.
몇 달 전 수술이 잘 됐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그 뒤로는 잘 회복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러신가요? 무슨 문제라도···?”
“나이지 뭐. 우리 또래는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건강해 보이는 김한이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워낙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 아무 소식 없길래 나중에 퇴원하시면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조만간 한번 찾아뵈어야겠네요.”
“태산이 그 친구가 그런 경향이 있지. 그냥 가면 안 만나줄지도 몰라. 나도 오지 말라는 거 내가 우겨서 간 거니까.”
“미리 연락을 드려도 오지 말라고 하실 텐데요.”
“그런 사람이지. 허허.”
이정후는 그런 줄 몰랐다.
말을 괜히 꺼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데, 또 정확하게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니···
그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김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아. 해야 하면 내가 적당한 때에 정리할 테니까.”
듣고 싶은 대답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속이 시원하지는 않다.
어떤 식이든 기한을 정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적당한 때’라는 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이정후는 김한의 표정을 살폈다.
더 이상 조를 수 없는 분위기.
이정후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로펌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렇게 보면 일반 기업들과 적어도 그 목적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 제공 사업.
하지만, 로펌이라는 조직만의 특이한 점들이 몇 개 존재한다.
보통 로펌은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매출 몇백억 원, 몇천억 원, 심지어 1조 원이 넘는 대형 로펌들 모두 매달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사무실 임대료를 지출하고 있다.
비용처리를 위해서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 외 다른 이유가 있다.
그러니 병원처럼 시설 등에 투자할 일도 별로 없다. 고작해야 인테리어 정도.
보유금도 거의 두지 않는다. 수익은 그때그때 파트너들끼리 나누어 갖는다.
이렇듯 로펌은 언제든 분리되어 나갈 수 있는 소속 변호사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러니, 매년 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국가에 더 내가면서 굳이 지금의 조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로펌 중에서도 김앤강은 그 구조가 유일무이하다.
그리고 그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열 명도 되지 않는다.
그날 이정후가 김한의 집을 찾은 이유는 둘이었다.
하나는 강태산에 관련된 용무였고, 다른 하나는 그 아홉 명 중 한 명에 관한 청(請)이었다.
“하나 더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
“남영수 변호사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남영수를 내치려면 김한의 재가가 필요했다.
남영수의 은퇴 발표는 그로부터 몇 달 뒤, 겨울이 오기 전에 나왔다.
그리고 김한이 말한 “적당한 때” 역시 다가오고 있었다.
김앤강의 가치
「로펌의 가치는 얼마일까?
서명대 국제법률대학원의 헌법학 교수님은 재미있는 분이셨다.
돌이켜보면, 헌법보다도 ‘변호사 커리어’, ‘변호사 라이프’ 관련된 말씀들을 더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자, 오늘은 날씨도 꿀꿀한데, 고리타분한 헌법 얘기 말고 다른 얘기 좀 해볼까? 김앤강을 돈으로 살 수 있으면 니들은 얼마에 살래?”
정말이지 실없는 질문같이 들렸지만, 교수님 말대로 고리타분한 헌법 이야기보다는 재미있는 토론 주제였다.
날씨와는 전혀 상관없이.
“100억이요!”
“1,000억 원이요!”
“5,000억 원이요!”
“1조요!”
학생들은 경매라도 하듯이 가격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중에는,
“최근 기사를 보면 김앤강의 작년 매출이 1조 5천억 원을 넘었다고 하는데, 향후 매출이 늘면 늘었지 줄 것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밝혀진 적은 없지만, 순수익 못해도 30%는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시총 10조 기업의 가치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물론 성장성이 맥스에 달하기는 했지만, 법조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를 고려하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시총 7~8조 원은 될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진지한 친구들도 있었다.
“너 T니?”
“그런데요, 교수님. 어차피 얼마가 있어도 저희는 못 사지 않나요?”
“그러는 너는 왜 맨날 여자 아이돌 미모 순위 월드컵을 하고 있니? 어차피 사귀지도 못할 텐데.”
학생들의 주목을 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금세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교수님은 적절한 농담과 비유를 섞으시며 토론을 이어 나가셨다.
토론이 끝날 때쯤에야 눈치챘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다는 것을.
“솔직히 김앤강을 먹으면 투표도 없이 대한민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 아닌가요? 전부는 아니라도 대한민국 법조계의 반을 먹는 건데. 정말 살 수만 있다면, 삼전이고 현진이고 기업의 반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삼전 시총이 요새 얼마나 하지?”
“550조 정도요, 교수님.”
“그럼, 대충 계산해서 225조? 와- 여기, 뭐, 나중에 다 김앤강에 들어갈 거야? 왜 이렇게 김앤강의 가치들을 높게 쳐? 고작 일개 로펌일 뿐인데.”
“김앤강 공화국이잖아요.”
짧은 답변이었지만, 많은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금감원 등을 포함해 역대 고위 관직 중 김앤강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거나, 고문 등으로 재임했던 사람의 수가 어림잡아 50명.
역으로 외교부, 경제부처 등에서 김앤강으로 이직한 사람들의 수는 못 해도 그에 두세 배.
현재 김앤강 공정거래팀에는 공정위 출신이 50명이 넘고, 금융규제팀에는 금융위, 금감원 출신이 100명에 달한다.
괜히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조? 억? 너무 비싸.”
“그러면, 교수님은 얼마에 사실 건데요?”
헌법학 교수님이 이래도, 저래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니, 학생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러자, 교수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셨다.
“1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