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110)
3장 미쳐야 대성하는 검법(2)
장염은 이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느닷없이 남의 생활에
뛰어들어 강제로 남녀간의 문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이들은 자
기들이 결정한 것에 대해 상대방도 받아들이고 흔쾌히 따라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듯 했다. 정말 향이가 금마장과 마음이 맞는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향이가
싫다고 한다면 그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 밤 한 여자의 정절이 무
참하게 유린당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명문 정파를 자처하면서,
그런 긴장된 현장을 장염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금마장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혹은 향이와 장염이 미천해 보였
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지도 몰랐
다. 향이와 장염이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며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금마장
정도의 사내라면 얼씨구나 하며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리라.
장염은 이들이 보여 주고있는 끔찍할 정도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전율하
고 말았다. 이들은 정파라고 하지만, 만약에 향이가 반항한다면 반드시 강제로라
도 욕심을 채울 사람들이다. 그러니 장염의 반대 정도야 이들의 눈에는 미치지도
않을 것이다.
‘오냐, 너희들 모두가 얼마나 뼈대있는 집안의 사람들인지 오늘 나도 봐야 겠
구나.’
결국 장염은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강변을 떠났다.
* * *
“이놈들아! 지금 네놈들이 펼치고 있는 것을 누가 복마검법이라고 하겠느냐?
개가 검을 물고 날뛰어도 네놈들보다는 낫겠다!”
공동파의 제자 청운(靑雲)과 풍운(風雲) 그리고 일운(一雲)은 거친 숨을 헐떡
이며 추료를 바라보았다. 벽운산장의 후원(後園)에서 오후 내내 복마검법을 펼치
고 있었지만, 추료의 호통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손아귀에 힘이 빠져 몇 번이나
검을 놓칠 뻔했다. 공동파에 입문한 이래 이처럼 오랜 시간 검술을 연마한 적도
없건만, 사백은 조금의 쉴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공동파가 너희같이 게으르고 미련한 녀석들로 가득 차있으니, 혈마사의 중들
에게 집마저 빼앗긴 게 아니냐!”
세 사람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불만으로 입술만 실룩거릴 뿐이었다.
“복마검법은 제정신으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를 다스린다는 게 어디 쉬
운 일이더냐? 복마검법은 이마제마(以魔制魔)의 기술이니, 마를 뛰어넘지 않고서
는 익힐 수가 없다. 그런데 네놈들의 검법은 마는커녕 보기에만 현란하고 어여쁘
니 그것을 어디에다가 쓰겠느냐?”
소리지르던 추료가 대뜸 청운의 검을 빼앗아 들더니 미친놈처럼 사방을 뛰어다
니며 베고, 찌르고, 긋는 데 그때마다 검 끝에서 청광이 일장이나 쭉쭉 뻗어 나
왔다.
추료는 사람들이 한번 숨을 들이마실 동안 서른 여섯 번의 칼질을 마친 후 아
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래의 자리에 서있었다.
“알겠느냐? 검을 뽑은 뒤에는 미쳐 버려라. 격식도 없고, 모양새도 없다. 너희
눈에는 오직 꿈틀거리는 검 끝이 보여야 한다.”
말을 마친 추료가 검을 집어던지자 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인양 청운의 빈 검
집에 스르륵 날아와 꽂혔다.
“사백님, 검 끝이 꿈틀거린 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검 끝이 정말 살아서 꿈
틀거린다는 건가요? 아니면 손끝을 살짝 흔들라는 건가요?”
세 사람 중 막내인 일운이 모르겠다는 듯이 묻자 추료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우, 네놈이 손끝을 흔들면 그게 무슨 대단한 경지겠느냐? 술독에 빠져 지내
다가 술을 못 처먹어서 손이 떨리는 놈들 중에 고수를 본적이 있느냐? 정기신(精
氣神)이 검과 소통하면 검 끝도 그제야 살아나는 법이지. 혹시라도 검 끝이 요동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놈이 있다면, 아무 때고 나에게 달려오너라. 그놈에게
본문의 비전절학인 복마심검(伏魔心劍)을 전수해 주겠다.”
말을 마친 추료가 다시 머리를 저으며 안채로 사라졌다.
세 사람은 서로 바라보다가 일제히 검을 뽑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
각이 지나고 이각이 지났어도,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형, 제 검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요!”
청운과 풍운이 일운을 바라보자 일운의 검 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에라 이놈아! 네놈의 검 끝이 아니라 검 전체가 떨리고 있다.”
청운의 말을 듣고 풍운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일운의 지친 팔이 경련을 일으키
고 있었다.
“이 녀석아, 그게 검이 꿈틀거리는 게냐? 네가 너무 지치도록 검을 휘둘러 그
렇게 된 것이니 이제 그만 쉬도록 해라.”
“풍운의 말이 맞다, 일운아 이제 그만 쉬도록 해라.”
청운은 막내사제를 바라보다가 다시 풍운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도 쉬어야 할 것 같다. 내 검 끝도 살아서 움직이려고 한다.”
세 사람은 키득거리며 검을 회수하여 검집에 집어넣고 구석에 철푸덕 주저앉았
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자 마자 일운이 입을 열었다.
“큰사형, 사백님이 검을 잡으면 미치라고 한말이 사실입니까?”
“글쎄다, 그게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구나.”
풍운이 어깨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청운 사형, 우리가 모두 검을 잡을때 미친놈이 되 버린다면 볼만하겠습니다.
그 경지가 되면 강호의 여협(女俠)들 앞에서는 절대 검을 뽑지 말아야 겠지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공동파의 고수치고 미친놈 소리를 들은 사람이 아직
없었다.”
일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말입니다. 아직 공동파의 무공을 완벽하게 터득한 고수가 없어서 미친놈
같아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가급적, 무공을 조금씩만 살
살…”
“에라 이 녀석아, 본파의 무공이 두려워서 피해 간다니 말이나 되느냐! 나는
우리가 좀 미쳐 보여도 좋으니 사문의 무공을 잘 터득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까
짓 것 좀 이상해 보이면 어떠냐? 사람은 다 나름대로 제멋에 사는 거라구.”
두 사람이 청운의 말을 듣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미친놈 같아 보여
도 사문의 무공을 완벽하게 터득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공동파를 재건하고 사문의 복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앉아서 쉬던
세 사람은 땀이 식자 온몸에 한기를 느끼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장염을 데리고 수계현의 동쪽 끝에 있는 폐가 촌으로 걸어가던 세 사람은 은근
히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이름을 장염이라고 밝힌 사내가 너무
도 담담히 그들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있던 사람을 반 강제로 빼앗기
게 생겼는데, 남자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이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황장군은 집이 가까워질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얼굴로 장염을 힐끗거렸
다.
‘이자는 정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달리 믿는 바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금
마장은 남녀가 무림인 인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했건만, 이 남자는 달리 무공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무얼 믿고 이처럼 태연한 것인가?’
앞서 걷던 서원우의 걸음이 멈춰지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황장군이 뒤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왜 더 가지 않는 것이냐?”
서원우는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렸는데, 그의 얼굴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표정
이었다.
‘설마하니 금마장이 마당에서 그 짓을 벌리고 있지는 않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던 황장군은 반쯤은 떨어져 나간 담장 너머로 보이
는 마당의 전경(全景)을 보고 역시 표정이 야릇해지고 말았다. 마당에는 이남일
녀(二男一女)가 함께 있었는데, 여자 홀로 우뚝 서있고 남자 둘은 꽁꽁 얼어붙은
땅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마당에서 밖을 내다보던 여자가 장염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소리쳤다.
“장동생! 무사했군요.”
장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황장군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어이, 금아우. 땅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기라도 하나?”
그러나 바닥에 누운 두 사람은 대답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시체처럼 움직이지
도 않고 있었다.
그제서야 황장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얘들아, 두 사람이 이미 저 요녀에게 죽임을 당한 것 같다!”
서원우와 소복래가 부들부들 떨며 마당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수계현에 태어
나 이십 여 년간 살아왔지만, 돌림병이 창궐할 때 병사(病死)한 마을 사람들 이
외에는 시체를 본적이 없었다. 그나마 그것도 아주 멀리서 잠깐 바라보았을 뿐이
다. 그런데 지금 지척에 친우의 시체가 버젓이 놓여 있는 것이다.
서원우가 더듬 더듬 말했다.
“으으, 화, 황사형, 사, 사, 사부님께, 알려야 하, 하,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우선 원우야, 네가 달려가 사부님께 알리고 사람들을 모아 이리 오너
라.”
서원우는 황장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염을 힐끗 바라보고는 뒤로 달려
가기 시작했다. 서원우가 사라지자 장염이 천천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황장군과 소복래는 사내가 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당에서 금방
뛰쳐나올 것 같은 여자에게 신경을 쓰다가 미처 사내를 붙잡지 못한 것이다. 다
행히 금방 뛰어 나올 듯 하던 여자는 사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걸음을 멈추고 가
만히 서있었다. 황장군과 소복래는 감히 장염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장염과 향이를 주시할 뿐이었다.
장염은 마당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누워있는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누님의 검술이 놀랍구나. 나는 누님이 벌써 검기점혈(劍氣點穴)의 경지에 들
어선 것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디를 찔렸는지 말도 못하고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이미
제압당한지 오래 된 듯 얼굴은 시퍼렇게 얼어붙어 있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부 4.벽운산장의두제자(1) 관련자료:없음 [13291] 보낸이:조진행 (빈들 ) 2001-01-31 01:13 조회: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