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112)
4장 벽운산장의 두 제자(2)
금마장은 검을 아가씨의 눈 높이 까지 들어올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아가씨는 무림의 뜨내기가 절대 아니다.’
그제서야 등골이 오싹하며 한기(寒氣)가 치밀어 올랐다. 어쩌자고 이런 고수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상대의 검 끝이 살짝 들어 올려
지는 듯하자 갑자기 겨울 바람이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크윽, 검기상인(劍氣傷人, 검의 기운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경지)이라니…’
금마장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거미줄 같이 엉켜오던 힘이 조금 흐
트러지는 듯했다. 금마장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력을 끌어올려 검신에 담아내려
애썼다. 그리고 검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힘을 모으자 ‘크핫!’하는 기합과 함께
상대에게 달려 들었다.
향이는 검술을 익힌 후 정식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처음 인지라 처음부터
최고의 수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사내의 검이 종횡으로 밀려들자 향이는 몸을 훌쩍 띄우며 태극양의검 일 초식
인 천산둔형(天山遯形)으로 몸을 보호했다. 검은 헛되이 향이가 서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고, 목표를 잃고 허둥대던 사내의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향이는 허공에서 검 끝을 아래로 하여 떨어져 내리다가 갑자기 내력을 거두어
들였다. 문득 과거에 의혈단의 철검대원 기소불을 찔렀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검 끝을 타고 내리던 선혈이 다시 떠오르자 향이는 검신을 다른 곳으로 틀었다.
그러나 향이의 무공은 아직 원활하게 검기를 내고 거두는 경지가 아니었다. 향
이는 순간적으로 소상혈(少商穴, 엄지 손가락 끝의 혈도)과 소택혈(少澤穴, 새끼
손가락의 끝의 혈도)로 역류하는 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검신으로 급하게
진기를 흘려 보냈다. 그 순간 검봉(劍鋒)에서 광망(光芒)이 번득이며 사내의 견
정혈(肩井穴, 어깨 위의 움푹 파인 곳)로 파고들었다.
금마장은 어깨로 파고드는 야릇한 기운에 그만 전신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져서는 땅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놀란 소복래가 뛰어가 금마
장을 이리 저리 주물러 보았지만, 소복래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
다.
“당신은 금사형을 어떻게 한 것이오!”
향이는 자신도 무얼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는 터라 그저 눈만 크게 뜨고 고개
를 저을 뿐이었다.
소복래는 아가씨가 놀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놀리는 줄 알고 그만 화가 치
밀었다. 소복래는 즉시 검을 뽑아들고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벽운산장의 삼대고
수가 사술(邪術)에 쓰러졌다면 체면이 서질 않는 일이었다.
한동안 소복래의 검을 이리 저리 피하던 향이는 그를 찌르려다가, 차마 찌르지
못하고 또다시 내력을 무리하게 회수했다. 그러자 역시 금마장에게 일어났던 일
이 동일하게 소복래에게도 발생하고 말았다.
소복래의 견정혈을 파고든 향이의 검기는 무서운 것이어서 소복래는 금마장 보
다 더 사납게 땅바닥에 자빠져야 했다.
금마장은 소복래마저 자기 곁에 쓰러지자 비로써 아가씨의 무공이 비범한 경지
임을 깨닫고 아득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수계현에 저런 고수가 살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마장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수계현은 그저 사천성 최남단의 이름 없는 현
에 불과했다. 이런 곳에 무림의 기인들이 은거할 리가 없는데, 지금 그런 황당한
일을 만난 것이다. 하필이면 저런 기인에게 눈독을 들여 이 지경까지 되게 했을
까 후회도 해보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
장염은 금마장의 눈이 껌뻑거리며 자기를 바라보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잘난 사내는 수계현에서 왕족처럼 지내다가 오늘 처음으로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리라. 그들의 행동을 생각하면 용서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을 마냥 이곳에
누워 있게 할수도 없었다.
“누님, 이 사람들을 해혈(解穴) 시켜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염이 바라보자 향이가 쑥스럽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장동생, 저도 몇 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도무지 저들의 혈도가 풀리질 않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헛, 그럴리가요.”
장염은 자기가 혈도를 봉쇄하고 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검기점
혈(劍氣點穴)의 극상승 수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자기가 막은 혈도를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님께서는 언제부터 검기점혈법을 터득하게 됐습니까?”
“저는 검기점혈법이 무엇이지요?”
향이가 되묻자 장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향이는 자기도 모르게 검기점혈
의 경지로 들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저들의 혈도를 푸는 것은 당연히
알지 못하리라. 자기가 얼마만큼의 힘으로 혈도를 막았는지 모르니, 그보다 월등
히 뛰어난 사람이 진단하여 치료하기 전에는 영영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은 아직 내공을 회복하지 못했으니, 진단 할 수 있을
뿐 다시 해혈하지는 못한다. 향이도 자기 자신이 얼마만큼의 내력으로 저들을 다
스렸는지 모르니, 시간이 오래 지난다면 저들의 혈맥은 영영 막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목숨마저
잃게 된다.
“누님이 저들을 제압할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죠?”
장염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향이가 두 사람과 어우러졌던 상황에 대해 자
세히 묘사를 했다.
향이가 찌르지 못하고 내력을 회수하다가 저렇게 되었다고 말하자 장염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핫! 향누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그런 기연을 가져다 주었군요. 누님께서는
저 두 사람을 상대할 때 가지고 있던 그 마음의 자세를 언제나 잃지 않으시기 바
랍니다. 누님께서 사용하신 기술은 검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상승의 경지에 이르
게 되면 터득할 수 있는 검기점혈의 수법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누님께서 아
직 상승의 지경에 이르지 못한체 그 수법을 터득하게 되어 해혈을 할 줄 모른다
는데 있으니, 앞으로 사용하실 때는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향이가 장염의 말을 듣고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제가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는 거죠?”
“글쎄요, 제 생각에는 서검자 어르신의 백로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조용하던 폐가의
일대가 시끌벅적한 소리로 뒤덥히기 시작했다.
아까 달려갔던 서원우가 벽운산장의 사람들과 대륙전장의 사람들을 이끌고 돌
아왔던 것이다.
“대체, 어떤 자가 금마장과 소복래를 죽였다는 게냐?”
추료의 음성이 멀리서 들려오자 대문 앞에 있던 황장군이 뛰어나가며 소리쳤
다.
“사부님, 여깁니다. 지금 이곳에 금마장과 소복래가 죽어 있습니다.”
황장군의 외침이 들려오자 추료의 곁에 서서 함께 걷던 금소구가 하얗게 질려
갔다. 삼대 독자인 금마장이 오늘 비명에 갈 줄이야! 대륙전장의 맥은 오늘로써
끊기게 되었으니 장차 조상님들을 무슨 낮으로 뵐 것인가!
“추사부, 추사부께 금마장을 맡길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소이다.”
“…”
추료는 금소구의 말을 들으며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야 오죽할 것인가. 아마도 지금 자신의 암담하고 어처구니없
는 심정보다 몇 배나 되는 절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제자들의 복수는 반드시, 몇 곱절로 하고 말 것이오!”
추료가 입술을 굳게 닫고 바람처럼 앞서 달렸다. 그의 뒤를 따라 광료와 청운,
풍운, 일운이 급하게 몸을 날렸다. 수계현에서 가장 유명한 세 사람 중 현감을
제외한 두 명이 모인 자리라 삽시간에 폐가의 주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벽
운산장의 제자들과 대륙전장의 사람들이 폐가의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기 시작
했다.
추료는 덜렁거리는 대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두 남녀가 나란히
서서 추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의외로 편안한 분위기로 추료
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인마들 중에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심장을 꺼내
가는 자들도 허다하니 저런 모습은 믿을 바가 못된다. 일단 상대가 초연한 모습
으로 서있으니 일의 전후(前後)를 알아보고 난 후에 손을 써도 늦지 않을 것이
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부 4.벽운산장의두제자(3) 관련자료:없음 [13293] 보낸이:조진행 (빈들 ) 2001-01-31 01:14 조회: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