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22)
11. 사천오절(四川五絶)을 전수(傳受)받다.(1)
창고에 갇혀있던 장염은 갑자기 찾아온 염소수염에 의해 객실로 안내되었다.
염소수염은 황급히 뒤따라 온 점소이를 물리치고 친절하게 장염의 길잡이를 자처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객실에 단둘이 들어서자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보름이 넘도록 함께 지내온 정리를 봐서라도 자네가 날
한번 꼭 도와 줘야겠네.”
장염은 느닷없이 자기가 요리명인으로 둔갑하였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분이 좋
아졌다. 여태 이렇게 큰 칭송은 받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리라고는 밥
짓기도 못하는 자신이 무얼 도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계획은 다 세워 놓았네.”
염소수염은 보름 후면 왕가위(王可位) 성주의 외동딸인 주연(主姸) 공주의 십
육 세 생일인데 그때 이대추와 함께 성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성의 주방에서 기
본요리는 이대추와 함께 만들고, 나중에 장염이 공주가 좋아한다는 음식을 몇 개
만들어 보이라는 것이었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좋은 생각입니다.”
장염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요리라면 보름동안 충분히 배울 것 같았다.
“내가 그쪽 주방에 미리 손을 써서 공주가 좋아한다는 요리 종류를 알아 둘 테
니, 자네는 이숙수에게 집중적으로 강습을 받아 차질이 없게 해주게. 이일이 잘
만 된다면 은자 스물 닷 냥은 받지 않겠네.”
염소수염이 돌아간 뒤에 장염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는 요리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방에서 허드렛일만 하는 동안
사천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했던 것이다. 자기 눈앞에 자기가 하고
있는 일보다 조금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오락가락 하면 그것도 해보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장염은 이번 기회에 요리를 배울 수 있다는
꿈에 마냥 들떠 있었다. 더구나 이미 요리명인이라는 근사한 이름까지 얻지 않았
는가!
그뒤로 장염은 민주려의 특별한 배려에 따라 주방에서 이대추에게 요리를 사사
받기 시작했다. 이대추는 ‘주연공주의 생일 잔치라면 자신이 요리를 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지만 민주려에게 은자 열 냥을 받고는 수그러들었다.
민주려는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질 않자 이대추를 따로 불러 ‘장염이 보름안에
이 몇 가지 요리를 터득하지 못하면 살인청부를 해서라도 둘 다 죽여버릴 것’이
라고 위협했다.
“본좌는 언제고 너와 내가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 예견하고 있었다…”
마침내 이대추는 장염에게 여러 가지 재료들이 어떤 요리에 쓰이는지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대추와 장염이 요리를 연구하고 있을 때 그 둘을 바라
보는 싸늘한 눈동자가 있었다. 바로 주방 칠 년 차 헌원일광이었다. 헌원일광은
칠 년이나 수고한 자기가 아직도 별식 전담으로 떠돌고 있는데, 들어 온지 보름
도 안된 장염이 연회용 산해진미를 배운다고 하자 눈이 뒤집히는 듯 했다. 그날
저녁 헌원일광은 술을 한잔 걸치고 성도 서쪽에 자리한 호화객잔 중경삼림(重慶
森林)으로 찾아갔다. 중경삼림의 주인은 왕(王)씨였는데, 사천제일루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천제일의 풍모를 자랑했었다. 그는 항상 요리 실력도 없는 사천제일루
가 딸의 얼굴로 장사를 한다고 비난해 왔다.
보름은 금방 지나갔다. 그 동안 성도 곳곳에는 성주 왕가위의 이름으로 ‘사천
제일루에서 들려오는 심야의 괴성은 당대의 요리명인이 터뜨린 것으로 인육(人
肉)과는 관계없음이 확인 됐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민주려를 도와주겠다던 성주
의 특사가 벌인 일이 분명했다. 그 덕분에 몇 번 더 심야의 비명이 하늘을 갈랐
지만 사천제일루의 손님은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대의 요리광인이 전수해
주었다는 천하일미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민주려는 벌써 열흘쯤 전에 성주의 주방에서 일하는 숙수들에게 돈을 써서 성
주의 딸이 좋아한다는 대표적인 음식 다섯 가지를 이대추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
고 이대추는 그 요리를 사천오절(四川五絶)이라 명명한 뒤 집중적으로 장염에게
가르쳤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11.사천오절을전수받다(2). 관련자료:없음 [12587]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1-25 01:03 조회:4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