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23)
11. 사천오절(四川五絶)을 전수(傳受)받다.(2)
드디어 생일을 하루 앞두고 민주려와 이대추, 장염이 주방에 모였다.
민주려가 옆에 앉은 이대추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이대추가 주방 한가운데
서있는 장염에게 말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사천오절을 시연해 보도록 해라.”
장염은 눈을 지그시 감고 성주의 딸이 좋아한다는 다섯 가지 요리를 떠올렸다.
원래는 그냥 만들려고 했지만 민주려가 ‘항상 눈을 감고 신비한 척 뜸을 들인 후
에 일을 시작하라’고 가르쳐서 이제는 몸에 익어 버렸다. 장염의 감은 눈에 선포
유채심(鮮鮑油菜心), 은아록육사(銀芽綠肉絲), 명주유채심(明珠油菜心), 어향육
사(魚香肉絲), 담담면(擔擔面)이 떠올랐다.
천천히 호흡을 고르던 장염이 두 눈을 부릅뜨고 먼저 전복과 유채를 이용한 선
포유채심을 끓이고 삶아 나갔다. 그 다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노루고기를
가늘게 썰어 은아록육사를 준비했고(이때 장염은 긴장하여 저도 모르게 천마파천
권의 파(破)자결을 운용했다), 동시에 메추리알과 유채를 따로 볶아 명주유채심
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머뭇거린다 싶더니 그의 손이 돼지고기와 목이버섯,
죽순을 가지고 어향육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작이 어찌나 빠르던지 민주려는
장염이 진짜 미친 줄 알았다. 저렇게 동작이 빨라서야 어디 음식의 양념이나 맞
을까 염려되었지만 장염은 눈 깜빡 할 사이에 네 가지 요리를 마쳤다.
“어째 더 만들지 않느냐?”
“…”
민주려가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장염에게 말했다. 마지막 남은 담담면은 자기
더러 만들라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국수였다. 밀가루를 반죽해 면을 뽑고,
국물을 우린 뒤 대충 간을 해서 내면 되는데, 장염은 필생의 대적을 만난 듯 전
골용 무쇠 솥 앞에서 오히려 눈을 감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대추도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질렀다.
“이놈아 본좌가 가르쳐 주지 않았더냐! 일단 밀가루를 반죽해서 수타면을 뽑는
다. 그 다음 간장, 식초, 다진 동채, 산초가루, 다진 파, 갈은 마늘, 향유, 돼지
기름, 붉은 고추기름, 깨장을 각각 그릇에 담는다. 끝으로 국수가 익으면 건져서
그릇에 담고, 간맞춘 뜨거운 국물을 넣은 뒤 양념은 입맛대로 골라 처먹으라고
한다. 이 간단한 순서를 기억하지 못하느냐!”
장염은 그제서야 느릿느릿 밀가루를 반죽하고 면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종 양념을 그릇에 담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 다시 멈췄다. 민주려와 이대추는 혹
시 저놈에게 무슨 심오한 신종 조리법이 있나 싶어서 입을 다물고 바라보았지만
장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참만에 두 사람을 향해 돌아선 장염은 배가 아프
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랴부랴 의원이 다녀갔다. 피로가 누적되어 장(腸)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염소수염 민주려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내일이 성주 외동딸의 생일인데
오늘 장염이 쓰러진 것이다.
북경으로 향하는 표행에 오른 장가촌 일행은 그때 섬서성(俠西省)의 서안(西
安)에 이르러 있었다. 서안은 황하(黃河) 중류 유역에 자리한 도시였는데, 장장
삼십 육 년간의 중노동으로 만들어진 진시황(秦始皇)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유명
했다.
용마표국은 바로 그 진시황릉 앞의 얕은 구릉지대에 자리한 재회불면루(再會不
勉樓,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다시 만나게 되는 곳)라는 객잔에 짐을 풀었다. 일
주일 동안 밤 낮을 달려 도달한 곳이었다. 용마표국의 하급 표사들은 짐꾼들에게
다가가 하루 묵었다가 간다니 푹 쉬라고 말했다.
팔월의 서안은 아직까지 찌는 듯 더웠기 때문에 휴식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아
무리 그래도 그들이 표행을 하루 동안이나 쉬었다가 가는 이유는 총표두 때문이
었다. 총표두 낙장불패(落掌不敗, 손바닥을 떨치면 절대로 패하지 않는다) 곽자
연(郭自然)은 원래 일주행(一週行) 일일휴(一日休) 라는 독특한 근무 습관을 가
지고 있었다. 그것은 칠일간 죽어라고 이동하고 하루를 쉬게 하는 것이었다. 특
별한 일이 없는 한 칠일간의 고된 행군은 하루 동안 휴식할 만큼의 거리를 벌어
주었기에, 물주도, 표사도, 짐꾼들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잡부들은 두 패로 나뉘어 이십 명씩 동쪽과 서쪽의 거대한 마루방을 배정 받았
다. 장가촌 일행은 그중 동쪽 방에 다른 십 인의 잡부들과 함께 투숙하게 되었
다.
서안의 하루를 뜨겁게 달구던 해도 지고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하나 둘 고향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우, 어째 마음이 불안하군… 장사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하는데…”
이무심이 옆에 누운 장소룡을 보며 중얼거렸다.
“형님, 설마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렇지…? 별일 없겠지…? 그건 그렇고 아우는 얼마나 성취가 있었는가?”
“심법은 이제 이성, 검법은 진도가 안나가서 포기했습니다. 권법만 삼성의 경
지까지 익혔습니다.”
“대단하군… 아우는 나와 기질이 반대인 듯 하이. 나는 권법을 포기하고 검법
에 삼성의 성취를 이루었는데…”
모든 사람이 잠들자, 두 사람이 도란도란 지나온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그리고 이제 신공(神功)의 성취가
얼마나 남았는지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실 요즘 장가촌 사람들은 장염이 전수해준 무공을 최후의 희망으로 붙들고
잠잘 때나 길을 걸을 때나 한번도 쉬지 않고 암송하고 있었다. 일원무극심법은
원래 어떤 자세로도 연공이 가능했다. 마치 오늘날의 장가촌 사람들을 위해 만들
어진 내공연기법 같았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었다.
장가촌 사람들은 항상 중얼거리며 길을 걸었는데, 그럴때마다 근처의 다른 잡
부들이 굉장히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장가촌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중얼
거림이 사교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잡부들
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잠잘 때는 장가촌 사람이 다 잠든 후에야 잠들었
고, 새벽에는 장가촌 사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것은 어두울 때 사교집단과 함
께 있어야 한다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그날 밤도 재수 없는 열 명의 잡부들은 이무심과 장소룡이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을 끝까지 들어야 했다. 최후로 저들이 잠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그렇
게 잡부들의 불면(不眠)의 밤은 깊어만 갔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12.나타난 전설의 세면 관련자료:없음 [12588]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1-25 01:04 조회:4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