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25)
13. 풍운(風雲)의 사천성(1)
다음날 눈을 뜬 장염은 손수 탕약을 들고 방에 찾아온 민주려와 이대추의 극진
한 대접에 몸둘 바를 몰랐다. 토하고 변을 싸고 기절했는데, 마치 자신이 천하제
일의 요리사인양 떠받들어 주는 것이었다. 장염은 그들이 ‘세면이 어쩌구…’ 말
했지만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는 고개를 탁자 밑에 쳐박고 정신이 오락가
락 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무사히 연회가 끝났다니 이제 내가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하며 조금 허탈해 하
고 있는데, 민주려가 계속 머물며 요리를 만들어 줬으면… 하고 말꼬리를 흐렸
다. 장염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자 민주려는 몇 일 을 푹 쉰 뒤,
이대추에게 다시 요리를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장염이 황망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자, 배우는 동안 틈틈이 사천오절을 만들어 주면 고맙겠다고 말
하고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해서 장염은 당분간 사천제일루의 주방에서 계속 일
을 거들기로 하였다.
운현궁에 초대받아 장염이 다녀온 지도 사흘이 지났다. 사천제일루는 주연공주
의 생일연회가 끝난 다음날부터 손님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젊은 요리
광인이 머물고 있다는 사천제일루로 앞다투어 몰려왔다. 사천성 요식업계도 전설
의 세면으로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사천성의 요리광인은 상인들의 입을 타고 중
원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산서성(山西省)으로 접어든 용마표국의
표사들까지도 사천성에 등장한 요리광인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객잔에
들릴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사천성의 요리광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용마표
국이 사천에 있다는 것을 안 어떤 이들은 용마표국의 표사와 잡부들에게 찾아와
세세히 묻기도 했다. 용마표국 일행은 대부분 사천 토박이 들이지만 요리명인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들은 표행이 끝나는 대로 요리명인을 찾아봐야겠다고 입을 모
았다.
“형님, 이번 표행이 끝나면 장사부를 모시고 그간의 회포를 거창하게 풀어 봅
시다.”
“그래… 마침 사천성에 요리명인까지 있다고 하니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꼭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하자.”
이무심과 장소룡은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경관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신공의
수련이 깊어질수록 짐도 무겁지 않았고, 주변의 잡부들도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사실 처음에는 잡부들이 건들거리며 장가촌 일행의 심기를
수시로 건드렸었다. 이른바 텃새를 부렸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잡부들은
장가촌 일행을 어려워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생긴 잡부들간의 싸움 때문이었다.
내용인즉 이랬다. 대낮에 눈을 반쯤 감고 중얼거리는 이삼인에게 근육질의 잡
부 하나가 다가와 재수 없다고 욕을 퍼부었다. 이삼인은 중얼거리느라 듣지도 못
했고, 잡부는 대꾸가 없자 더욱 화가 나서 들고 있던 표물로 이삼인을 건드렸다.
그 뒤 이삼인과 근육질의 잡부사이에 드잡이질이 벌어졌다. 근육질은 몇 명의 인
상파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이 모두 달려들었는데도 이삼인을 어쩌지
못했다. 이삼인은 나뭇가지를 꺽어 들어 그들 모두를 한 대씩 때렸는데, 스쳐 맞
은 사람까지도 모두 근골이 상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잡부들은 장가촌 사람들이
무공까지 익힌 사교무리임을 알고 대낮에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표사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총표두 낙장불패 곽자연이 듣지 못 할 리 없었
다. 낙장불패 곽자연은 잡부들이 두 패로 나뉘어 싸움질을 했는데, 그중 한패가
이겨 세력 다툼이 끝났다는 식으로 들었다. 곽자연은 흥미로웠다. 표물을 운반하
는 잡부들은 막노동꾼들이라 서로 알력이 생겼다가도 힘으로 서열이 정해지면 잠
잠해 지는 것이 그 세계의 법이었다. 그런데 곽자연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곧 하
급 표사가 될 예정이던 근육질의 사내가 무참하게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었다. 잡
부들 속에 하급 표사 정도의 재간이 있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는 것은 위험신호였
다. 잡부는 잡부였기 때문이다. 잡부의 무능력을 확인한 다음에 받아들이는 것이
표물의 안전을 위해서 아주 중요했다. 만약 녹림의 고수가 신분을 속이고 잡부
틈에 섞인다면 싸움이 일어났을 때 하급표사들이 표물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잡부의 힘과 표사의 힘은 철저히 비교 분석되었고, 언제나 최
하수 표사라도 잡부들의 두목보다는 월등하게 강해야 표행길이 든든했다.
낙장불패 곽자연은 사태를 충분히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유심히 잡부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잡부들 속에
열 명의 희귀한 종자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출발 전에 확인 할 때는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분명히 출발 전에 세세히 살핀 그들 열 명의 잡부들은 호북성의 첩첩산중에서
세상구경 나온 시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무사도 아니고 일반인은 더더욱 아닌
야릇한 신분이었는데, 지닌바 무술실력도 보잘것 없었고, 내력은 아예 전무한 상
태였다. 그런데 표행길에서 무슨 기연을 만났는지 태양혈에 종기가 나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은근한 표시가 났다. 저 정도 내력이면 못해도 십 년은 될듯한데, 이
해가 가지 않았다. 사천을 떠나온지 이제 열흘 남짓 되었는데 십 년 공력이라니
말이나 될 소린가? 곽자연은 그들이 표행길에 희귀한 뱀이나 약초를 먹게된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자 질투가 끓어올랐다. 하늘은 왜 저런
무리들에게만 복을 내리시는지. 단전에 갈무리된 사 십 년 적공(積功)이 왠지 허
무하게 느껴졌다.
“이표두, 잠깐 이리 오게.”
곽자연은 표사중 비교적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이표두를 불러 잡부들을 특별히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특히 저 십 여명의 잡부들에게서는 한시도 눈을 떼지
말라고 했다. 이표두는 총표두의 지시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예’ 라고
대답한 뒤 그때부터 장가촌 일행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13.풍운의사천성(2) 관련자료:없음 [12604]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1-26 01:01 조회:4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