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30)
17. 서장으로 가는 사람들.(1)
장염이 사천제일루를 떠났을 때, 용마표국은 마침내 북경에 도착했다. 북경에
도착한 곽자연은 표물과 표사들이 용마표국 북경분점에 들어간 그날부터 사흘간
앓아 누웠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을 때 장가촌 일행을 자신이 누워있던 방으로
불러들였다.
“이소협, 장소협… 감사하오. 내 평생 두 분의 은혜를 잊지 않겠소.”
이무심은 하나뿐인 손바닥을 휘휘 저으며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라고 인사를 했
다. 곽자연이 슬며시 두 사람에게 그들의 무공 내력을 물어 보았지만 둘은 웃기
만 할뿐이었다.
“두 분은 용마표국의 일을 좀 거들어 주실 수 있겠소?”
총표두 곽자연의 정중한 부탁에 두 사람은 잠시 망설였다. 드디어 장가촌 사람
들 평생의 꿈이던 대표국 표사의 일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제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것이다. 이무
심이 장소룡을 바라보았다. 장소룡도 이무심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근래에 들
어 눈빛만으로도 뜻이 통할지경 이었다. 이무심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곽표두의 말씀은 가슴에 담아 두겠습니다. 저희는 지금 반드시 찾아 뵈야 할
분이 계신지라… 그전까지는 감히 가부를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곽자연은 몇 번 더 청했지만 대답이 한결 같은지라 강요하지 못하고 차후에라
도 꼭 용마표국에 들러 주십사 간청을 했다.
이무심과 장소룡은 칠 일을 묵으며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곽자연은 장
가촌 일행이 북경을 떠나기 전날 밤 성대한 환송잔치를 열어 주었다.
장가촌 사람들은 곽자연이 마련해준 말을 하나씩 얻어 타고 사천성으로 되돌아
갔다. 벌써 두 번째로 찾아가는 사천성이지만 장가촌 사람들의 감회는 새로웠다.
그들은 지옥 밑바닥을 걷다가 이제 땅위로 기어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는 스스로를 지킬만한 힘이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기뻐서 시도 때도 없이
낄낄거리는 장가촌 사람들이었다.
장가촌 사람이 사천제일루에 도착한 것은 어느덧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십 일
월 중순이었다. 천하 무림대회가 열리던 팔월 초에 이곳을 떠났으니 무려 넉 달
만에 되돌아 온 곳이다. 멀리서 사천제일루의 현판을 바라보는 장가촌 장소룡은
감회가 남달랐다. 이곳에서 얼뜨기 같은 행동을 하다가 장사부와 헤어져야 했던
것이다.
“형님, 장사부를 뵈면… 뭐라고 하죠?”
“일단 우리가 너무 늦었으니 용서를 빌어야 하지 않겠느냐…”
장소룡은 무릎을 꿇어도 좋으니 장사부가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섰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보니 장소와 이삼인도 흥분이 되는지 말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녀석들 같으니… ‘
기세등등하게 사천제일루를 들어선 장가촌 일행은 드디어 계산대에 앉아 있는
염소수염 민주려의 앞에 섰다.
“시간이 좀 지체 되었소. 장사부를 모셔 오시오.”
장소룡이 큰소리를 치며 은자가 든 주머니를 계산대 위에 내려 놓았다.
“미안하네… 장염은 이미 한 달쯤 전에 실종되었다네…”
장소룡이 민주려의 말을 듣고 경악을 한 표정으로 이무심을 바라보았다. 이무
심의 수염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무심은 본래 말수가 적고 침착했지만,
장사부에 대해서만큼은 절대적이었다. 장소룡은 그것을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자기가 가죽주머니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장사부와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
다. 장소룡이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죽어 달라면 죽어 드리겠소’
라고 말해놓고, 오히려 그를 사지에 몰았을지도 모를 자신의 부주의와 무능력에
대해 분노가 밀려왔다.
장소와 이삼인은 민주려를 향해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사천제일루 곳곳을 뛰어다녔다. 두 사람이 미친놈처럼 목이 터져라 장염의 이름
을 불러댔지만 이미 사라진 장염이 대답할 리가 없었다.
민주려는 장가촌 일행을 보고서 장염이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새
삼 깨달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장염은 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사천제일루에도
소중한 존재였다. 사천제일루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것이
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장염
말고 또 있을까? 그것도 출생이나 우연이 아닌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말이다. 장
염은 잠도 자지 않고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갔었다. 그걸 알기에 민주려
는 장가촌 일행이 자기에게 뭐라고 욕을 해도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
다.
한참만에 장가촌 일행이 사천제일루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며 뛰어왔다. 그는 헌원일광이었다. 헌원일광은 장가촌 일행에게 장
염이 잡혀가던 날 밤의 일을 다시 한번 소상해 말해 주었다. 그리고 한가지 이야
기를 덧붙였다.
“장염은 요리를 하면서 종종 서장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느냐,
뭐가 유명하냐 그런 거였죠. 제가 왜 묻냐고 하면 그때마다 아는 사람이 그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밤이면 종종 서쪽을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했고… 왠
지 장염이 사천이 아니면 서장에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장염을 찾게되면
사천제일루로 들러 달라고 꼭 전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헌원일광은 돌아갔다.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있다. 이무심의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장소룡은 계속 서장이라… 서장이라… 중얼거렸다. 이제 일행
에게 분명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장가촌 일행에게 장염은 이미 서장에 가있는
사람처럼 되었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이삼인이 갑자기 장소의 등을 탁 치며 소리쳤다.
“어서 가자, 이 녀석아!”
그러자 옆에 있던 이무심이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말고삐를 틀어쥐었다.
“오냐, 이제 가마.”
제 목:[연재] 천사지인17.서장으로가는사람들.(2) 관련자료:없음 [12628]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1-28 01:05 조회:4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