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34)
18. 가다 보니 다 잊었다.(3)
장염은 황보장성과 헤어져 길을 걸으며 그의 말을 떠올렸다. 황보장성은 뜻밖
에도 두 번째 잊지 못할 것은 몇 일 전에 자기가 건네주었던 쥐고기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상대에게 베푼 호의가 상대의 마음 깊이 잠들어 있던
인간본성(人間本性)에 대한 갈망을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자기는 별생각 없이
쥐고기를 주었는데, 황보장성은 눈빛이 어쩌구, 내면이 어쩌구 하더니 다음에도
쥐고기를 내밀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상
대적인가 하는 생각이 장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들과 헤어진 뒤로 드디어 장염은 서장의 당고랍산맥(唐古拉山脈)으로 접어들
었다. ‘드디어 서장이다’라는 벅찬 감동도 잠깐이었다. 장염은 상상도 하지 못한
계속되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황보장성이 장염에게 한 보따
리의 건량과 육포를 싸서 주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장염은 그때부터는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추위는 지금껏 장염이 겪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원
래가 서장은 지대가 높아서 기온이 중원보다 더 떨어졌다. 게다가 지금은 한겨울
인 십 이월이었으니 죽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만도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서장의 티베트족(族)은 장염에게 친절했다. 장염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박한 심성(心性)덕분에 더 이상 동사(凍死)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한 티베
트 부족 마을을 지나던 장염은 그들에게서 낡았지만 그런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천막까지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장염은 가끔씩 티베트 인의 작은 마을을 지날 때마
다 집에 초대되어 음식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죽 같은 그 음식은 맛이 좀 느끼
했지만 금방 몸을 훈훈하게 해주었고 속도 든든해졌다.
“에… 그러니까… 쩝쩝… 응응응… 응응?”
“… 참파!”
장염이 쩝쩝거리며 손짓 발짓으로 그 이름을 물으니 ‘참파’라고 했다. 친절한
주인은 장염에게 참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천성에서 한동안 요리를
배운바 있던 장염은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배웠다. 서장을 여행하는 동안 만들
어 먹으면 몸에 좋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참파는 라이보리를 볶아 가루로 빻은 뒤 양젖차(茶)로 반죽하여 먹도록 되어
있었다. 양젖차(茶)는 작은 나무통에 끓인 찻물을 붓고 소금과 발효시켜 굳힌 양
젖을 넣은 다음 휘저은 것이었다.
식사후 그 집을 나서는데 티베트인은 참파를 해먹으라고 작은 철 냄비까지 챙
겨 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염은 상대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허리를 숙이며 거듭 인사했다.
티베트인의 집을 떠나면서 장염이 돌이켜보니 본래 홀몸으로 서장까지 흘러들
어 왔는데 어느 틈에 옷과 음식은 물론 천막과 요리도구까지 생겼다. 짐들을 다
시 등에 묶고 걸어 가면서 장염은 이것이야말로 유생어무(有生於無 경천일기공의
신공법문,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난다)의 도리(道理)라고 생각했다.
장염이 서장에 들어온 지 어느덧 육 개월이 지났으나 장염은 영화를 찾지 못하
고 있었다. 그 동안 장염은 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원 무림인들을 수소문했지
만 하늘로 속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들에 대한 작은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의혈단의 젊은이들은 서장에 들어온 지 몇 일 못되어 혈
마사의 뇌옥에 잡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장염은 그저
언젠가 만나려니 생각하면서 중원의 무림인들에 대해 물어보며 서장을 유랑해야
했다.
그 동안 장염에게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은 짐이 제법 늘어난 것이다. 중
원과 서장을 돌아다니며 얻은 천막, 요리도구 등 간단한 살림도구가 거의 한 짐
이나 되었다. 장염의 체력으로 처음에는 무리였지만 나중에는 거뜬하게 들고 다
닐 수 있게 되었다. 어쩐 일인지 몸이 점점 단단해져 갔던 것이다. 비록 금제된
경천일기공을 풀어내지는 못했지만 기초체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장염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원래 장염은 사천성에서 요리를 배우면서부터 틈틈이 무공초식을 생활에 응용
해서 사용해 왔었다. 그것이 살아가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초식을 생활에 적용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당장
써먹으니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위의 이목 때문에 마
음껏 초식을 써먹지 못했는데, 홀로 유랑하게 되면서부터는 닥치는 대로 응용했
다. 사냥을 할 때, 열매를 딸 때, 물을 건널 때, 한 무리의 늑대를 만나 도망칠
때 그는 알고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했다.
본래 십오년간 익혀와 몸에 익었던 초식들은 어느틈엔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
다. 무공의 고수가 보면 주화입마에 빠질 징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장염은 초
식을 뒤죽박죽 변형시켜서 생활에 응용했던 것이다. 서장에서의 유랑이 길면 길
어 질수록 장염의 초식은 더욱 엉망이 되고 말았다.
장염은 길을 걷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밤낮없이 스승의 춤을 연습했는데, 이 또
한 초식과는 거리가 먼 동작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침내 장염은 알고있던 무공
초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곰곰 생각하지 않으면 초식이름 마저도 잊어버릴 지경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19.운명이갈리다.(1) 관련자료:없음 [12645]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1-30 01:01 조회:4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