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38)
19. 정해진건 없다.(1)
장소는 오행혈마경을 익히면 익힐수록 급속도로 마력이 상승하여 나중에는 주
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천마강령심공을 중심으로 천마신공을 익혔는
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행혈마경의 공력이 모든 마력들을 흡수통일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력은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행혈마공은
신비롭게도 대기(大氣)중에 있는 오행(五行)의 기운 중에 수(水)기를 끌어모아
장소의 심장에 강력한 기막(氣膜)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오행혈마경의
무공이 천하제일임을 실감한 장소는 천마강령심공의 수련을 그만두고 오직 오행
혈마경의 신공을 기반으로 모든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장소의 마음에 서서히 변화가 왔다. 심장에 모이는 마력이 많
아질수록 감정은 메말라 갔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끓어오르는 혈기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부수거나, 피를 봐야만 진정이 되었다. 장소도 처음에는 자신의 이런
변화가 두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그 동안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아왔던
가?’ 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
며 약한 것은 죄다’ 라고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큰 죄에 빠
져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장가촌 사람들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그립고 걱정이 되다가 나중에는 도리어 그
들이 귀찮게 생각되었다. 오행혈마경이 깊어질수록 그런 현상은 더 심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몇 달 전 처음으로 사람을 때려죽인 날 밤에는 장가촌 사람들이
천마지존공을 알고 있으니 장차 마교의 일통을 위해서도 그들이 없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었다.
어느 날 장소는 드디어 마교 수하들을 모아놓은 뒤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마교의 일통을 위해서는 괴롭지만 해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있는 것이
다. 너희는 그중 첫 번째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사심(私心), 사심이 없어
야 한다. 본좌는 지금 사심 때문에 괴롭다. 본좌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장소도 사람인지라 차마 자기 입으로 ‘장가촌 사람을 죽여라’는 말은 못하고
말을 빙빙 돌리고 있을 때였다. 그의 마음을 진작에 눈치챈 파안대살 허극이 머
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교주님, 교주님의 심복지환을 수하들이 이미 처리하였사오니, 이제 마교를 일
통하시고 천세토록 군림천하 하시옵소서.”
장소가 기쁘면서도 놀라 허극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허극이 이미 오래 전에 장
가촌 일행을 주살 하였다고 하는 것이었다. 장소는 이미 그들이 세상에 없다고
하자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양심이 찌르르 하고 아파와서 허극을 향해 소리쳤
다.
“이런 불충하고 배은망덕한 놈. 네놈이 나의 손에 친인들의 피를 처발랐으니,
나도 네놈을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는 수하들이 보는 앞에서 칼을 뽑아 순식간에 허극을 도륙하고 말았다.
마인들은 예측할 수 없는 장소 교주의 행동을 보면서 조마조마 할 뿐이었다.
허극을 죽인 뒤 장소에게 한 명 더 부담스러운 사람이 떠올랐는데 그는 바로
장염이었다. 장염이 그들에게 마교지존공을 가르쳐 주었으니 이제 장염만 없으면
천하에 거칠게 없는 것이다. 장소는 오행혈마경의 화후가 깊어지는 대로 서장으
로 숨어 들어가 ‘장염의 죄를 다스려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몇 일이 더 지났다. 장소는 자기의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장가촌 사람들과의 인연이 떠올라 속이 편치 않았다. 장소는 그 동안 자기를 조
이고 있던 운명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이름이 나의 존엄에 가장 알맞을까…’
장소가 고민하고 있는데 집법장로가 다가와 ‘교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교주님이 아니다. 너는 나의 이름을 모르느냐?”
집법장로가 즉시 ‘교주님의 존성대명은 장소이옵니다’ 라고 말하자 장소가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마폭열장(天魔暴熱掌)으로 집법장로를 피떡으로 만들어 버
렸다. 집법장로의 피가 튀는 순간 장소는 불현듯 새 이름의 영감을 얻었다. 장소
는 집법장로의 피가 뭍은 손을 번쩍 쳐들고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핫! 장소는 없다. 알겠느냐? 너희들은 이제부터 본좌를 제천혈마(帝
天血魔)라고 부르도록 하라!”
원조마교의 교도들은 두려움으로 자기들 눈앞에 서 있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잘 지내 오다가 다시 살심이 동한 것이 분명했다. 긴장해 있던 마교 교
도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무림지존 제천혈마’를 외쳤다.
고개를 숙인 마교 고수들 중에 수호사령 검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전임
교주와 똑 같은 일이 장소에게서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장소 교주는 온순하고
관대했는데, 몇 달 전부터 수하들을 벌레 다루듯이 다루기 시작했다. 자기 기분
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손짓 한번으로 그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
버렸던 것이다.
본래 무력을 숭상하는 마교인지라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점점 피
를 갈망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떠는 마교인들도 많았다. 교주가 강해지
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검귀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장소가 근래에 보여주
는 행동에는 은근한 광기가 엿보였던 것이다.
지금도 장소는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던 집법장로(執法長老) 독안검(獨眼劍)을
일장에 때려죽인 것이다. 그저 ‘장소’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말이다.
장소는 수하들이 외치는 ‘무림지존 제천혈마’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제
오행혈마경의 최후 단계만 터득하면 완전한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타인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살아 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
이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힘이 있고 능력이 있으니 자신의 인생은 자기
가 만들고 책임질 것이다. 제천혈마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장소는 수호사령에게 살인한 후에는 늘 그랬듯 물을 한 대접 가지고 오라고 했
다. 시원한 냉수가 마시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물을 마시면 모든 잡
념이 정화된다’고 생각하며 장소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0.정해진건없다.(2) 관련자료:없음 [12656]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1 00:58 조회: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