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39)
19. 정해진건 없다.(2)
장염이 서장에 들어 온지 어언 일년이 지났다. 그 동안 서장에온 장염은 서장 구
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영화일행의 행적을 찾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
고 누구도 알지 못했다. 장염은 너덜거리는 천막을 등에 지고 서장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찾아 다녔다. 서장의 남쪽 가장자리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山脈)부터 주
목랑마(珠穆朗瑪, 에베레스트산), 곤륜산맥(崑崙山脈)산맥, 당고랍 산맥(唐古拉
山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부의 카일라스 산맥(岡底斯山脈)과 장북고원(藏北
高原), 장남곡지(藏南谷地), 횡단산맥(橫斷山脈)까지 그가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서장에 사람이 살만한 곳은 다 찾아다닌 것이다. 그러나 영화 일행은 어
디에도 없었다. 장염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납살로 돌아왔다. 여기서 다시 찾아
보고 없으면 사천성에 돌아갔다가 다시 나올 작정이었다.
서장의 도시 납살(拉薩)은 하늘이 푸르고 일년 내내 햇살이 강해 ‘일광성(日光
省)’이라 불리기도 한다. 장염은 지금 그 뜨겁고 강한 햇살아래 부드럽게 펼쳐진
도시 납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겨울 처음 들렀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도시 전체가 눈에 잘 들어왔다.
이미 절반은 서장인이 된 듯한 장염이 꺼칠꺼칠한 옷을 한번 툴툴 털어 보고는
서장의 도시 납살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등에는 찢기고 너덜거리는 낡은 천막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헉헉…”
한 사내가 납살의 동쪽 변두리에서 작은 골목 사이를 뛰어가고 있었다. 그는
달리면서도 계속 뒤를 힐끗거렸다. 한동안 달리던 사내는 지친 듯 걷다가 뒤에서
스치는 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제 간신히 알아냈는데,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의혈단의 감찰부 소속 무영풍(無影風) 전의기(全意氣)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담 사이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 동안 포달랍궁에 머물며 혈마사를 감시하던 사
람들 중 이미 세 명의 감찰단이 죽임을 당했다. 한 명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가 불명했고, 나머지는 자신이었다. 전의기는 부디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기를
바라며 오른편 돌담으로 뛰어 들었다.
“쿵…!”
“어헉…”
전의기는 담을 끼고 돌다가 그만 마주 오던 한 서장인과 몸을 부딪치고 말았
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나뒹굴었던 서장인이 전의기를 바라보았다. 놀란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전의기는 순간적으로 이 서장인을 죽이고 가야 하
는가 망설였다. 등에 커다란 보따리를 진 서장인은 마르고 검게 탄 얼굴이었는데
두 눈이 선량하게 보였다. 전의기는 비록 자기를 보았지만 이 선량해 보이는 서
장인을 살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서장인을 뒤로하고 몸을 날렸다. 그때였
다. 뒤에서 서장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히 급한 분이시로군…”
전의기가 들어보니 유창한 한어(漢語)였다. 전의기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그
의 앞에 섰다. 그의 정체가 의심이 가는 이상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기 때문
이다.
“귀하는 누구시오?”
전의기가 검자루에 손을 얹고 서장인에게 짧막하게 물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베고 자리를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천성에서 온 장염이라 하오.”
전의기는 순간 상대를 다시 보았다. 그제야 어딘지 서장인 같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원인이라…’
전의기는 뜻하지 않은 상대의 대답에 잠시 멈칫거렸다. 머리속으로는 벗어나야
한다 이 자리를 빨리 떠나야 한다 소리치고 있었지만 이미 상대와 대화를 나눈
이상 말을 맺어야 했다. 그것이 인사든 검이든 말이다.
상대는 그런 전의기의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 챘는지 서둘러 말을 이었다.
“나는 사천성 성도에 있는 사천제일루의 주방에서 일하던 요리사요.”
장염은 왠지 불안하게 검자루에 손을 짚고 서있는 상대방에게 자기는 경계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상대가 검자루
에서 손을 떼고 장염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안다면 귀하의 도움을 받고 싶소.”
상대는 의외로 정직한 자였다. 장염은 그런 사내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 오시오.”
장염은 그를 데리고 골목길을 몇 번 돌아 납살의 외곽에 있는 제법 큰집으로
들어갔다. 전의기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것은 이 초라한 사천성 출신의 사람이 그
집으로 들어가자 금방 티베트족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 나오며 환영을 했다는 것
이었다. 티베트족 사람들 중 몇 명은 그의 손을 잡고 놓지를 않을 정도였다. 드
문드문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어(漢語)를 통해 전의기는 그제서야 이남자가 이
미 작년 겨울에 이곳에 머문 적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사내는
서장인 집에서 매우 귀한 손님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자세한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전의기는 속으로 안도감을 내쉬었다. 서장인의 일반인 집에 몸을 숨기
는 것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0.정해진건없다.(3) 관련자료:없음 [12657]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1 00:58 조회:4592